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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夏林은 火林인가?...))<칼럼사설수필> 2004. 1. 25. 10:52
((夏林은 火林인가?...))
하림에 또 다시 화재가 발생했다. 지난번은 '충격'이나 이번에는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이다. 금번 화재 18시간 전에 도지사가 (주)하림을 방문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더욱이 이 자리에서 익산소방서장이 전후 두 차례나 화재 취약점을 설명하고 안전사고에 유의하라고 당부했으나 "공장도 완공단계이고 자체적으로 잘하니 걱정 말라"는 고위 관계자 답변을 들은 직후 재발했다는 것을 아는 이는 더욱 없다. 그래서 "화재예방에 극히 소홀했고 어처구니없다"는 비판이다. 속담에 '엎친 데 덮치는 격'이라는 말이 있다. 불행이 왔을 때 한 번으로 그치지 않고 잇달아 불행이 겹치는 것을 말한다. "눈 위에 서리가 내린다"는 뜻으로 설상가상(雪上加霜)이라 한다. 연속된 화재와 조류 독감으로 곤욕을 치루는 하림의 경우가 그렇다. 지난해 5월 수백 억 피해를 입은 초대형 화재는 익산역 화약폭발사고 이후 최대 사건으로 기록됐다. 당시 전북도와 도의회, 상공회의소 등 지자체 및 각종 단체가 "위기에 처한 향토기업을 살리자"는 운동에 동참했다. 도의회는 건의문에서 “동양 최대 닭고기 생산업체이자 전북경제에 커다란 기여를 하는 하림이 대형화재로 신음한다”면서 7백여 양계농가와 8천여 종업원, 연간 4천여 억원 매출 감소 등을 감안, 하루빨리 지원 조치를 해 줄 것을 촉구했다. 낙후 지역기업을 살려 보려는 절절한 도민 염원이 담겨 있다. 코 묻은 초등학생 등 도민 성금행렬이 이어졌고 '닭 팔아주기 운동'에 동참했다. 그러나 지상 3층에 공장과 사무실 등 본관건물 신축공사는 광주 N건설업체에 맡겨 도덕성에 의심을 받고 향토기업임을 망각한 파렴치한 자세라는 비판을 받았다. 여기에 한국 일본에 이어 동남아로 확산되는 조류 독감이 인체에 유해한 것으로 알려져 소비량이 급감해 (주)하림은 최대 곤욕을 겪고 있다. 게다가 17일 신축공사장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도계기와 냉동설비 등이 불타 수십 억 대형 피해를 겪어 2월말 가동하려던 도계공장 운영에도 차질을 빚어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그러나 전날 하오 5시 강현욱지사가 하림을 방문할 때 동행한 손은수 익산소방서장이 20여 년 경험을 바탕으로 공사현장에 인화물질이 많은 것을 보고 화재위험을 직감하고 김흥국 대표 등에게 "용접과 담뱃불 등을 조심해 화재에 유의하라"는 당부를 했으나 "잘하고 있으니 걱정 말라"는 답변을 들은 직후 발생해 화재예방에 극히 소홀했고 어처구니없다는 여론이다.
소방업무가 '화재예방과 소화활동, 구급구조 및 원인과 결과 조사' 등으로 나뉜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충실한 공무원'이라는 평을 받는 익산소방서장과 대원의 금번 소방업무는 수훈감이다. 화재위험을 감지하고 미리 경고했으며 짧은 시간에 출동해 소화활동을 마쳤다. 화재 부주의로 소방대원과 의용소방대원, 경찰 등 많은 인원이 엄동설한에 곤욕을 치뤘다. 사후 복구에는 경찰과 소방대원 등이 또 다시 고생했다. 가관인 것은 화재 위험 경고를 걱정 말라면서 흘려 들은 하림측이 익산소방서에 "잔재물 처리와 청소에 소방차를 동원해 달라"고 당연스레 요구했다는 점이다. 소방서측은 "고위공직자 등만 가까이 하고 소방서 직원은 화투판 흑싸리 껍데기로 안다"는 볼멘 소리이다. "낯을 가린다"는 말도 자주 듣는다. 하루 후를 모르는 것이 인생사다. 그래서 항상 겸손하고 주의하며 세도가에 아부하는 대신 나보다 힘이 없는 사람에게 고개를 숙일 줄 아는 사람이 참된 사람이다. 시민들은 "코 묻은 초등학생 등 도민성금을 모아줬더니 정작 공사는 광주업체에 맡기고 또 다시 화재가 발생했다"면서 "공사업체 인부 잘못이라지만 18시간 전 소방서장 지적을 받고도 화재가 발생한 것은 명백한 지도감독 소홀"이라며 안전사고 무감각을 힐책했다. 하림측은 시공사측 부주의가 원인인 만큼 시공사가 책임을 져야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이고 준공전 건물로 보험에 가입이 안 돼 하청업체 피해까지 우려돼 "어느 기업은 화재를 내고 각종 지원을 받고 같은 현장에서 공사를 맡은 하청업체는 스스로 책임지라"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어쨌든 '여름 수풀'처럼 무성히 번창해야 할 하림(夏林)이 안전무감각으로 '불타는 수풀' 화림(火林)이 되어서야 쓰겠는가? 불과 하루 전의 익산소방서장 경고를 무시한 하림측은 지도감독 소홀과 안전불감증이라는 도덕적 책임과 비난은 면키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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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夏林은 火林인가?
(데스크 칼럼)
제2사회부장 고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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