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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치인의 행보...))<칼럼사설수필> 2003. 12. 15. 14:17
((정치인의 행보...))
법률혼과 사실혼이라는 말이 있다.
법률혼(法律婚)은 혼인 당사자에게 혼인신고를 요구하는 제도로써 한국도 혼인신고서를 기초로 호적부에 기록하여 부부임을 공인하거나 공시한다.
즉 혼인은 일정한 법률 절차에 의한 형식을 갖춰야 성립된다는 법률혼주의는 혼인할 의사를 갖고 실질적 부부로 일정 공간에 함께 사는 것만으로 족하다는 사실혼주의와 다르고 종교상 의식을 요하지 않는 점에서 종교혼주의와도 다르다.
한국은 물론 대부분 국가가 법률혼주의를 채택했다.
이에 반해 사실혼(事實婚)은 법률혼과는 달리 실질적인 부부로 생활하며 혼인신고 하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즉 법률혼과 사실혼 차이는 혼인신고 유무에 의해 구분된다.
사실혼은 법률상 혼인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나, 사실상 혼인관계인 내연(內緣)의 부부관계를 말한다.
특히 특정인과 법률혼 관계를 청산치 않고 제3자와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면 현행 법률은 이를 처벌하고 있다.
그런데 무려 15명 안팎 정치인이 내년 4월 총선에서 금배지를 차지하기 위해 찬 바람을 가르는 익산시에 법률혼 관계의 정당과 사실혼 관계의 정당 사이에서 정치적 곡예를 해온 정치인이 있다.
민주당 전국구 의원직을 유지한 채 열린우리당 익산시지구당 창당준비위원장을 추천해 이를 중앙당에서 선임케 했다가 변경 사태를 야기하고 탈당한 조배숙씨(48)가 당사자이다.
반발이 심해 창준위장을 바꾸고 조의원도 민주당에서 탈당하여 자연인으로 돌아갔지만 여진은 계속된다.
사태의 전말은 이렇다.
지난 7월 민주당 전국구 조배숙의원은 익산시에서 총선에 나서기 위해 '익산발전포럼'이라는 사무실을 개소하고 본격 활동에 돌입했다.
경기여고와 서울법대를 거쳐 '여성검사 1호'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며 출발하던 당시부터 자타가 공인하는 '신당파'였다.
민주당에서 탈당한 신당파들이 집권여당을 표방하는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는데도 여전히 민주당적을 유지했다.
'전주고법 유치' 등을 명분으로 세웠지만 금배지 위세를 톡톡히 누리려는 속셈이라는 비난에도 착착 정치 행보를 진행했다.
심지어 민주당은 "열린우리당에 합류한 5명의 비례대표의원들이 탈당계를 내고 민주당적을 정리한 것과는 달리 정치적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민주당적을 유지하고 있다"며 당원권을 정지시킨 지도 한 달이 넘었다.
그 사이 금배지만 할 수 있는 '후원회'를 개최하고 의정보고회를 갖는 한편 인쇄물을 제작 배포했다.
각종 행사에 의원신분으로 참여해 실리를 톡톡히 챙겼다.
시민은 물론 언론도 지역기반이 부족한 여성의원으로서 어느 정도 '애교있는 정치행위'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최근 열린우리당 익산시 지구당 창당준비위원장 선임 둘러싼 조의원 태도는 도덕성에 의문을 던져주고 심지어 정당 개혁성과 문호개방은 물론 상향식 공천에 중대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열린우리당 공천경쟁에 참여하려는 7명의 정치인과 노사모 등 지역단체 등이 공동 서명해 추천한 인물 대신 민주당 조의원측이 추천한 인물을 중앙당에서 창준위원장에 선임했다.
마치 민주당과 법률혼 관계인 조의원이 사실혼 관계인 열린우리당 안방을 차지해 버린 격이다.
민주당 조의원의 비서관과 보좌관 등도 전화 통화에서 열린우리당 중앙당 결정을 옹호하는 해괴 사태를 연출했다.
법률적으로 다른 정당 결정을 옹호했던 어처구니를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당연 공천경합자들은 이의신청서에 서명하여 중앙당에 항의차 방문하는 등 크게 반발했고 언론도 그 동안 '애교정치'로 간주하고 반년 안팎 눈을 감은 것을 중단하고 비판하기에 이른다.
비유하자면 민주당과 법률혼 관계를 정리하지 않고 사실혼 관계인 열린우리당 안방을 차지해 버린 격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열린우리당에 입당하여 공천경쟁에 참여하려는 많은 정치인을 배제한 채 말이다.
결과적으로 조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하고 창준위장도 익산대학장을 역임한 김신기씨로 바뀌는 등 변화가 있었지만 운영위원을 둘러싼 여진은 계속된다.
'정치인의 행보'는 국민이 납득하는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또한 공천과정도 들러리 세우기를 통한 밀실공천과 하향식이 아닌 공명정대하고 정정당당한 상향식 경쟁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열린우리당 입지자들의 행운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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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제목) 정치인의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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