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뻥이요! 정읍시 인구...))<칼럼사설수필> 2004. 1. 1. 11:46
((뻥이요! 정읍시 인구...))
"뻥이요! 자아 뻥이요 합니다. 귀들 막으세요"
나이가 많거나 적거나 한국 사람은 뻥튀기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 있다.
뻥튀기는 두 가지가 있다.
우선 '뻥튀기 아저씨'가 기계를 가열했다가 "귀들 막으세요"라는 외침이 끝나기도 전에 펑하는 소리와 함께 터지면서 쌀이나 누룽지, 강냉이가 튀밥으로 변할 때 아이들이 달려들어 한 줌씩 먹던 뻥튀기가 있다.
과자가 흔치 않던 1970년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길거리 뻥튀기 아저씨의 후한 인심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다.
또한 아이들이 장을 보러 가는 어머니 치맛자락을 붙들고 따라 가거나 어린이 날 동물원에서 졸라서 사 먹던 커다랗고 하얀 뻥튀기가 있다.
최근에는 뻥튀기 장수가 '붕어빵을 팔다 뻥튀기로 전업한 동료' 뺨을 때려 사건화 된 것이 재미있는 기사거리로 신문지면을 장식하기도 했다.
자신의 종목인 뻥튀기로 장사 종목을 바꿔 매상이 줄자 시비가 붙어 친한 사이에 폭력으로 비화된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정겨운 '뻥튀기'가 이제 부정적인 용어로 변했다. 뻥튀기는 기업이나 관공서에서 '통계나 실적을 허위로 사실보다 부풀리는 것'을 가리킬 때 사용되는 용어로 전락했다.
"뻥이요!" 혹은 "뻥이야"는 학생들이 '거짓말'임을 장난스레 표현할 때 쓰는 은어가 됐다.
근간 전북도와 정읍시 등 지자체가 벌이는 '뻥튀기 인구 늘리기'가 대표적 사례이다.
지속적인 인구 감소로 2년 연속 200만을 밑돌자 전북도는 행정기구 축소와 공무원 정원감축을 우려한 나머지 대학과 유관기관에 학생이나 직원 전입을 요청했고 공무원 한 사람이 5인 이상 외지인을 도내로 주민등록 전입을 권고토록 했다.
친인척 전입을 유도키 위한 출장도 계획됐다는 전언이다.
15만이 2년 연속 무너져 1국 2과 7계 가량의 기구축소와 이에 따른 공무원 정원감축이 예상되는 정읍시가 '뻥튀기 인구 늘리기'에 앞장섰다.
11월말 13만6천여 명이던 인구는 한 달 사이에 1만5천이 늘어 15만을 돌파했다는 공무원도 있다.
전문 뻥튀기 장수가 울고 갈 대단한 뻥튀기 실력이다.
정읍시가 당연 금메달을 차지했다.
말은 '인구 늘리기'지만 사실 '위장전입과 전출'을 행정에서 부추긴 셈이다.
공장유치와 소득증대에 의한 자연스런 인구증가가 아닌 허구적인 장부상 인구 늘리기인 셈이다.
그것도 지역발전이나 주민을 위한 것이 아닌 행정기구 축소와 공무원 정원감축을 막기 위한 '밥그릇' 때문에 말이다.
물론 갈수록 인구가 줄어 2백만과 15만이 붕괴되고 피폐화 되는 전북 도정과 정읍 시정을 맡은 고위 관계자의 고충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 동안 뭐해 놓고 인구가 급감했느냐"는 주민 시선도 따가울 것이다.
그럴수록 공장이나 기업유치에 힘쓰고 주민소득 증대를 꾀할 일이지 하필이면 위장전입을 조장해서야 되겠는가?
실질적 인구유입이 아닌 허구적 방법으로 인구가 늘었다고 믿을 주민은 없다.
전북도와 정읍시 인구는 190만과 13만6천명이 정확하다. 허위 통계는 허위계획을 가져온다.
지역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인구 늘리기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
여기에 각가지 부작용이 노출됐다.
어떤 공무원은 서울 경기 강원 등 경향각지에서 57명을 자기 집에 위장전입 시켜 실제 거주자 5명을 포함해 무려 62명이 주민등록상 동거인으로 기록돼 "기네스 북에 올려야 한다"는 비아냥이다.
지자체별로 경쟁적으로 전입을 하다 보니 전주 시민이 12월 들어 4664명이 줄었으며 이 가운데 70%인 3280명이 정읍시로 유입됐다는 전언이다.
괜스레 '뻥튀기 장수'로 전업해 뺨을 맞은 '붕어빵 장수'처럼 실제 거주자를 상대로 시정을 펼칠 일이지 정읍시 '뻥튀기 인구 늘리기'가 전주시와 미묘한 갈등을 초래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더욱이 총선을 불과 100일 가량 앞두고 주로 성인인 1만5천명이 넘는 위장전입자 등의 수치는 선거에 결정적 영향을 줄 정도 규모이다.
조속히 실제 거주지로 주민등록을 옮겨야 한다.
'위장전입 금메달'의 위업(?)을 달성한 유성엽시장은 이번 사태가 젊고 신선한 자신의 이미지에 먹칠했음을 알아야 한다.
정읍시 공무원을 보면 정겨운 뻥튀기 아저씨가 아니라 '허구적이고 부정적인 뻥튀기 공직자'를 연상케 되는 것은 비단 필자만이 아니다.
금방이라도 "뻥이요!"라는 '공무원의 외침'이 정읍시청에 메아리 칠 것 같다.
------------------------------------------'<칼럼사설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칼럼 ((내장산 리조트...)) (0) 2004.01.14 칼럼 ((2004년을 맞으며...)) (0) 2004.01.03 칼럼 ((정치인의 행보...)) (0) 2003.12.15 칼럼 ((거들떠 보지 않는 벼 포대) (0) 2003.12.10 칼럼 ((보석박물관을 살리자...)) (0) 2003.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