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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거들떠 보지 않는 벼 포대)
    <칼럼사설수필> 2003. 12. 10. 11:53

     

     

     

     

    ((거들떠 보지 않는 벼 포대)

     

    익산시청 현관에는 며칠 째 3백여 가마의 벼가 쌓여있다. 그런데도 누구하나 거들떠보지 않고 쓸모 없는 짐짝이 쌓인 듯 비껴 간다.

     

     

     

    민족의 주식인 '쌀' 대접이 요즈음 이렇다.

     

     

     

    지난 6일 시청에서 있은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국회비준 저지를 위한 익산농민대회에서 익산시 농민단체협의회원들이 각박한 농촌 현실을 알리기 위해 일종의 시위용으로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말인 그 날 익산시청에서는 하루 종일 농민들의 농성이 있었다.

     

     

     

    농민회와 4H연합회, 및 경영인연합회 등 익산농민단체협의회원 2백여명은 현관에 벼 포대를 쌓아놓고 WTO농업협상과 쌀 수입 개방 반대 및 농업직불제 보상금 지급 등을 주장했다.

     

     

     

    이어 직불제 보상금을 둘러싸고 시장면담을 요구하며 하루 종일 농성이 이어졌다.

     

     

     

    비교적 큰 사고 없던 농성은 점심이 지나 몹시 추운 날씨 탓에 일부 술을 마신 회원 등이 현관 유리창 몇 장을 깨트리고 시청직원들과 심한 몸싸움까지 있었다는 전언이다.

     

     

     

    유난히도 비가 많았던 올해는 비와 냉해로 농촌에 엄청난 상처를 남겼다.

     

     

     

    고추는 비틀어져 녹아 버리고 탄저병까지 겹쳐 유례 없는 흉작이었다.

     

     

    벼농사도 20% 안팎 감수 됐다.

     

     

    그 외에 참깨나 수박, 참외, 포도 등 성한 것이 없었다.

     

     

    과거처럼 농작물이 매몰되거나 휩쓸리는 피해는 없지만 벙어리 냉가슴 앓듯 요즈음 농민의 일그러진 얼굴 위에 그림자만 커졌고 늙은 농부의 주름살이 더욱 깊어졌다.

     

     

     

    오래 전부터 있어 온 돼지, 소, 고추 등 거듭된 농축산물 파동에다 외국농산물까지 밀려와 대체작물을 찾지 못한 농민들은 극한상황에 처해있다.

     

     

     

    국민 1인당 하루 쌀 소비량은 600원어치인 300g에 미달해 커피 한 잔의 1/5도 안 되지만 미국 일본 등과는 달리 쌀은 여전히 농업소득의 상당 비중을 차지한다.

     

     

    이러한 최악의 농촌현실에다 수입개방 협상까지 진행되니 절박한 농민의 심정은 오죽할까?

     

     

     

    그런데 우리나라의 농업정책은 기본부터 잘못된 것 같다.

     

     

     

    평시에는 시장경제원리에 의해 공산품을 수출하고 농산물을 수입하면 농사를 짓지 않고도 국민들이 살 수 있다.

     

     

    그러나 비상시는 농산물이 자급되지 않으면 식량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농업은 안보 차원에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농업진흥지역이니 뭐니 규제하여 타용도로 전용을 막고 농업개방만 하면 농민들은 어떻게 하란 말인가?

     

     

    물론 반도체와 자동차 등 공산품을 수출해야 하는 우리가 농업선진국의 개방압력을 받아 난감한 처지에 있다는 것을 십분 이해한다.

     

     

     

    그러나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이 비준되면 개방농정이 급속도로 진행돼 농업붕괴는 시간문제일 것이라는 정서와 분노가 농민대회로 표출된다.

     

     

     


    농민들의 요구사항은 WTO 농업협상과 쌀 수입개방 반대, 농가부채특별법 개정, 농협 개혁 등 익산시 같은 지자체 차원에서는 해결 못할 문제가 대부분이다.

     

     

    오죽 답답하면 해결 능력이 없는 지자체에서 농성할까?

     

     

     

    춥고 을씨년스런 날씨처럼 마음이 답답해지는 상황이다.

     

     

     


    농민들은 정부의 4대지원법안 개정은 어려운 농촌 현실에서 마땅히 제정하거나 개정할 법이지 FTA 국회비분동의안과 연계 처리될 사안이 아니라며 농촌발전 종합대책을 요구한다.

     

     

    또한 실질적 소득보장이 되는 직불제 실시 등 대책을 주장한다.

     

     

    그런데 한-칠레 FTA가 대세라며 조속한 국회 통과 주장이 정부 일각에서 나오기도 한다.

     

     

    내년도 농업예산은 오히려 삭감되는 방향으로 흘러 농민들은 더욱 의지할 데 없이 소외됐다.

     

     

    이러니 절박한 심정의 농민대회는 갈수록 격렬해진다.

     

     

    금번 익산 시청의 농성과 몸싸움 및 유리창 파괴 등도 집행부보다는 일반 농민들이 더 강경해 이 같은 상황을 뒷받침 해준다.

     

     

    이에 적절한 대책을 마련치 못하고 농가부채를 탕감하겠다는 식으로 현혹시키며, 오락가락하는 사이 농민들만 협상의 희생양이 될 듯하다.

     

     

     

    식량자급율이 30%도 안 되는 지금 반만년 주식인 쌀까지 수입개방할 경우 농업이 완전 외국에 예속돼 자칫 엄청나게 비싸게 사 먹어야 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공산품 수출을 막고 거꾸로 공산품 수입까지 강요당하는 상황은 오지 않을까 걱정된다.

     

     

    300여 가마의 벼 포대를 시청 현관에 쌓아 놓아도 누구하나 거들떠보지 않는 현실이 차가운 날씨보다 더 혹독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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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스크 칼럼)
    제2사회부장 고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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