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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노동부의 겸손과 오만))<칼럼사설수필> 2003. 9. 7. 19:22
((노동부의 겸손과 오만))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처럼 훌륭한 인품과 깊은 학문을 가질수록 자신을 낮추는 겸손을 안다.
천지창조 마지막 여섯째 날, 인간을 만든 것은 우월과 자만심을 버리고 자연에 겸손. 순응하는 지혜를 알게 함이라고 고대 랍비들은 생각했다.
겸손은 자신을 턱없이 낮추라는 말이 아니다. 과공비례(過恭非禮)라는 말처럼 그것은 아첨일 뿐이다.
반대로 오만(傲慢)은 무례(無禮)와 방자(放恣), 불손(不遜)을 가져와 예의 없고 함부로 행동하며 공손치 못하게 된다.
성경은 만(慢) 자를 쓰는 '교만 거만 오만'을 무서운 죄로 간주한다.
'교만'의 심리적 근저에는 "나는 너보다 튼튼하고 머리가 좋고 지위도 높아! 돈도 배운 것도 너보다 많다"는 우쭐함이 있어 상대방을 무시한다.
'거만'은 혼자 가진 척 교만을 떠는 것으로 눈뜨고 볼 수 없는 꼴불견이다.
여기에 '오만'은 사람은 물론 신까지 업신여기는 것으로, 거만보다 더 나쁘다.
그러나 진실로 실력자는 겸손한 법이다. 실력 있는 언론인이나 칼 잘 쓰는 무사가 오만한 경우는 거의 없다. 남을 무시하고 말과 힘으로 윽박지르는 사람 치고 실력 있는 사람도 보기 드물다.
오만은 가족과 친구는 물론 사회를 파괴하고 결국 모든 사람에게 배척 당한다.
그래서 도스토예프스키는 인간의 오만을 죄(罪)로 규정하고 벌(罰)할 것을 주장했다.
"겸손한 자는 존대 받고 오만한 자는 무시당한다"
겸손하면 상대방은 바로 가치를 인정하고 존대하며, 오만하면 당신을 보잘 것 없다고 믿고 무시한다.
겸손이 자신을 낮추는 것도, 오만이 자신을 높이는 일도 아니다.
물론 남에게 굽히지 않는 자주·자립·자존은 당당하고 떳떳하며 자랑스러운 일이다.
스스로 학대. 멸시하면 누가 높여주고 귀하게 여기겠는가? 건전한 자존심은 자아를 존중하고 스스로 존귀토록 하는 긍지라면 오만은 비천케 하는 오기(傲氣)이다.
자존은 충고를 받아들이고, 물러섬과 나아감을 알고, 고집하거나 타협할 때를 알고, 나보다 우리를, 결과보다는 과정을 귀히 여긴다.
그러나 오만은 주위를 무시하며, 고집만 세우고, 결과에 집착한다. 오만은 영혼과 육체까지도 좀먹으므로, 겸손한 자존심으로 높은 자긍심(自矜心)을 유지해야 한다.
겸손한 사람은 지나친 우월감이나 열등감에 빠지지도 않는다. 이것이 바로 '중용'이다.
남도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 나보다 나으면 나은 대로, 못하면 못한 대로 시기하거나 멸시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유명한 '미국 FBI 요원'들의 한결같은 특징은 겸손이다.
위대한 학자로 학문이 심오했던 '이황 선생'이 존경받는 것은 학문 때문만이 아니라 갈고 닦은 겸손함 때문이다.
인정받는 위치에 오를수록 겸손히 자신을 낮추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다.
최근 필자는 익산지방노동사무소에 인사차 들렸다가 '겸손과 오만'을 한꺼번에 경험했다.
소장과 대부분 과장은 친절하고 개방적이어 호감을 줬다. 겸손 속에 의연한 자존심을 엿볼 수 있었다.
강진이 고향인 과장과는 필자 고향, 부안과 비교했던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거론하며 잠시 대화도 오갔다.
그런데 '근로자 문제 등을 감독할 과장'을 보고 깜짝 놀랐다.
처음 찾은 출입기자를 의자에서 앉은 채로 악수하고 고개를 돌린 채 명함을 손으로 공중에 올려놓고 고약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돌아가려 악수를 청하니 다시 무시하는 표정으로 오만하게 앉아서 마지못해 악수를 했다.
수많은 사람을 만나봤지만 아직도 이런 공무원이 있다니.
더구나 '근로감독관과 관내 기업체 숫자' 등 극히 초보적인 자료을 요구하는 전화에 해당과에서 2시간을 기다리게 했다.
다시 자료를 요구하자 그 과장은 "여기에 오는 언론인이 없는데 우리가 알려줘야 할 의무가 있느냐?"면서 행정정보공개청구서를 거론했다.
극히 보기 힘든 오만이고 공복이 주인 행세를 하려는 격이다.
인사차 찾은 기자에게 이러한데 근로자는 어떻게 대할까 생각됐다.
"사또는 겸손한데 그 아래 이방이 오만하다"는 말을 들어서야 되겠는가?
'겸손은 존귀의 앞잡이고 오만은 무시당하는 근원'이라는 말을 곱씹어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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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임
제목은 (노동부의 겸손과 오만)
제2사회부장 고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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