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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다보탑과 석가탑을 세우자...))<칼럼사설수필> 2003. 9. 7. 15:50
((다보탑과 석가탑을 세우자...))
"까마귀 젖은 털과 같은 머리칼./반달 같은 눈썹./향기롭게 도톰한 입술./웃는지 삐쳤는지 알 수 없는 미소./탐스러운 가슴과 잘룩하니 버들허리..."
이는 여체의 미학을 논한 것도 아니고 그림이나 사진을 보고 쓴 글도 아니다.
고향 변산반도의 '금구원'이라는 조각공원을 함께 찾은 서울에서 활동하는 문학인이 여인의 나체상을 보고 즉석에서 읊은 귀절일 뿐이다.
문외한의 시각으로 봐도 작가 김오성씨의 여체상은 정말 작품이다.
좌측에서 볼 때는 야릇한 미소를 띠고, 우측에서 바라보면 약간 심술이 난 듯 도톰하다.
졸지에 돌조각에 불과한 화강암에서 색깔과 냄새까지 공감각을 느끼며 뛰어난 미인을 대한 듯하다.
이처럼 화강암이나 대리석은 용도에 따라 단지 석산이나 석재가 되기도 하고 뛰어난 작품이 되어 조각품으로서 문학의 소재로도 활용된다.
돌을 다루는 사람도 상황에 따라 돌쟁이와 석공에서 작가로 달리 불린다.
이런 현상은 다만 인체 조각만이 아니다.
국보 20호 '다보탑'은 10미터에 불과한 삼층석탑이나 다보여래(多寶如來) 부처이고, 국보 21호 '석가탑'은 8미터 정도의 삼층석탑일 뿐인데 석가여래(釋迦如來) 부처에 비유된다.
즉 다보탑은 금은 등 일곱가지 보석을 나타내는 칠보탑인데 이는 부처의 본질인 깨달음을 상징하고 석가탑은 석가여래가 이 탑 속에 있으면서 영원히 설법하는 탑이라는 의미가 있다.
다보탑은 머리카락처럼 사실적이고 섬세해 여성적 아름다움이, 석가탑은 억세고 강한 힘이 솟구쳐 장중하고 간결한 남성적 조형미를 자랑한다.
사실 화강암 덩어리에 불과한데 석공 아사달에 의해 천추에 길이 남을 작품으로 부처가 되고 석가탑은 특히 아사녀와의 전설까지 담겨 '무영탑'이라고 불리며 문학과 영화의 소재도 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라는 국보 31호 '첨성대'는 불과 9미터 정도로 화강암을 잘라 원주형으로 쌓아 만든 것이다.
여기에 국보인 익산의 미륵사지 석탑이나 왕궁리 오층석탑 등 국보및 보물급 석탑이나 부도 등이 있으나 전국에 산재함으로서 많은 탐방객들이 팔도를 헤매며 시간과 경비를 허비하고 있다.
가령 불국사 다보탑과 석가탑 등을 보기 위해 한 해 수백만 탐방객이 경주를 찾고 미륵사지 석탑을 보기 위해 익산시를 찾는 격이다.
그러나 '석재의 도시, 익산시'에는 보석및 화석 박물관과 각종 유물관도 건립됐거나 세워지고 있으나 화강암을 상징할만한 시설이 없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 철거됐던 '중앙청'은 원래 일제 침략의 상징적 건물인 '조선총독부'로 일제는 여기에 사용한 많은 화강암을 익산 '황등돌'을 활용했다.
중국산 유입으로 옛날만 못하나 황등과 낭산에는 지금도 많은 석산이 있어 상당량의 화강암을 캐고 있으며 "산에서 이득을 얻는다"는 뜻이 담긴 '익산(益山)'이란 지명도 바로 화강암에서 기인한다.
그런데도 '석재의 도시, 익산시'를 상징할만한 시설이 없는 것은 여간 불행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4백 억을 들였으나 찾는 이가 거의 없어 "새그물을 치고 새 잡는 것이 좋을 것이다"는 비판을 듣는 '왕궁보석박물관'에 부지를 마련, 전국의 국보나 보물급 석탑과 부도 등을 한자리에 복원하는 가칭 '국보공원'등을 세워봄도 좋을 듯하다.
더불어 국보1호인 남대문(숭례문) 등 규모가 커 복원키 어려운 문화재는 축소 모형을 전시하고 기타 실내에 복원. 전시할 문화재는 가칭 '국보전시실'을 활용하는 방안도 아쉽다.
'왕궁보석박물관'에 문제가 있다면 '석재의 도시, 익산시'를 대표할 수 있는 황등 지역에 이같은 시설을 마련해 상대적 낙후가 가속화되고 있는 북부지역을 개발하는 방안으로 삼을 시점이 아닌가 싶다.
다보탑과 석가탑은 경주에 있는 국보일 뿐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리는 순간 익산시는 전국의 모든 국보와 보물급 석탑과 부도 등을 보유한 명소가 될 듯하다.<제2 사회부장, 고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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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임
제목(다보탑과 석가탑을 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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