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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익산 소방서의 고무줄))
    <칼럼사설수필> 2003. 9. 8. 00:35


     


    ((익산 소방서의 고무줄))

     

     

    인간이 발명한 고무는 여러 가지로 생활에 도움을 준다.

    구두창이나 뒤축 등의 고무 제품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발명한 합성 고무는 자동차나 신발에서 접합제로 널리 쓰인다.

    갈수록 수요가 늘고 천연 고무가 부족하여 합성 고무 생산 기술은 획기적인 발전을 이뤘다.

    자동차의 급격한 증가는 타이어 수요를 증대시켜 천연 고무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게 되고, 석유 화학 공업의 발달로 값싼 원료의 다량 확보가 가능해져 오늘날 합성 고무 공업의 성장을 이루게 되었다.

    전선이나 케이블 피복, 도관 등 내열 및 전기 절연 재료로 이용되기도 하는 고무에 얽힌 이야기 중에 '고무신과 고무줄'은 우리에게 많은 추억거리와 놀거리를 제공한다.

    어릴 적 펜티에 끼워져 있는 고무줄이 끊어져 힘들게 다시 집어 넣던 일부터 고무줄 놀이까지 다양하다.

    초등학교 다닐 때 신던 '검정 고무신'에 얽힌 추억을 가진 사람도 적지 않다.

    이처럼 고무나 고무줄이 여러 용도로 사용될 수 있는 중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신축성 때문이다.

    늘었다 줄었다 하는 신축성은 주로 여자 아이들에게 '고무줄 놀이'라는 전통까지 가져다 주었다.



    그러나 이처럼 문명의 이기인 고무줄의 신축성 때문에 부정적 이미지도 있다.

    바로 여러 단체나 기관에서 필요에 따라 늘렸다 줄였다 하는 통계를 '고무줄 통계'라고 한다.

    졸지에 고무줄의 신축성이 잘못된 통계나 집계를 비판할 때 쓰는 용어로 전락했다.

    요즈음 대표적인 '고무줄 통계'가 익산소방서의 화재 피해액 집계이다.

    그런데 고무줄은 신축성이 있어 늘었다 줄었다 하는데 익산소방서의 화재 피해액은 줄기만 하는 고무줄이다.

    익산 관내 7월말까지 화재건수는 117건이고 재산 피해는 50여억원에 그쳤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어처구니가 없다.

    소방서 직원 고가점수나 수당과 관계가 있는지 모르지만 '익산역 화약 폭발사건' 이후 최대의 사건으로 기록된 '하림 화재 사건'까지 포함한 통계이니 '완전 줄기만 하는 고무줄'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50여억원 가운데 지난 5월 발생한 하림 화재사건 피해액이 29억 밖에 안된다고 한다.

    어처구니 없는 통계가 아닐 수 없다.

    실제 하림 피해액은 무려 9백여억으로 집계돼 30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소방서측은 건축물과 기계설비 감가상각 등을 반영해 '소방서 지침'에 맞게 계산했다고 한다.



    그런데 화재가 발생하면 보험금 지급 때문에 가장 손실을 많이 입을 화재보험 피해 산출액보다 훨씬 적은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소방서 지침' 자체까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일부 직원은 전북도 소방본부에서 피해액에 따라 성과금과 표창장 수여를 한다고 하는 것으로 봐서 피해액이 이처럼 터무니없는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지 않는가 궁금하다.

    하림 한 건의 피해액이 수백억인데 올들어 7개월 동안 발생한 117건 전체 피해액이 50억이라니.

    신축성 때문에 인간의 생활과 놀이 등에 막대한 도움을 주어온 '고무줄'이 졸지에 부정적 이미지로 전락되어 버렸다.

    "익산소방서 고무줄은 줄기만 하더라"는 항간의 말을 경청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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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사회부장, 고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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