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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4백억에 38만원))
    <칼럼사설수필> 2003. 9. 8. 00:44


     

     

     

     

    ((4백억에 38만원))

     

     

     


    문전성시(門前成市)라는 말이 있다.


    "문 앞이 저자(市)를 이룬다"는 뜻으로, 권력가나 부잣집 문 앞이 방문객으로 시장처럼 붐빈다는 말이다.

    그만큼 잘나갈 때는 사람이 넘쳐난다. 이 말은 장사가 잘되거나 어떤 사람과 집에 구름처럼 인파가 몰릴 때 쓰이기도 한다.


    그러나 인심조석변(人心朝夕變)이다.


    힘이 있을 때 몰렸다 권력을 잃거나 가난해지면 문 앞에 새그물을 쳐 놓을 정도로 방문객이 끊어진다. 그래서 이를 문전작라(門前雀羅)라 한다.


    문외가설작라(門外可設雀羅)라는 말인데 "문 앞에 새그물을 친다"는 뜻으로, "정승 집 망아지가 죽으면 사람이 몰리나 정승이 죽으면 조문객이 별로 없다"는 의미도 이와 비슷하다.



    중국 적공(翟公)이라는 인물의 경험은 지금 세태와 너무 흡사하다.


    적공이 벼슬 자리에 있자 찾는 사람이 문전성시를 이룰 정도로 붐볐다. 그러나 그가 벼슬을 잃자 금새 발길이 끊겼다.


    집 안팎이 어찌나 한산한지 문 앞에 새그물을 쳐 놓을 수 있을 정도였다.


    얼마 후 적공은 그 벼슬자리를 다시 얻게됐다. 인파가 몰리자 적공은 대문에 이렇게 써 붙였다.


    "한 번 죽고 한 번 삶에 곧 사귐의 정을 알고
    한 번 가난하고 한 번 부함에 곧 사귐의 태도를 알며
    한 번 귀하고 한 번 천함에 곧 사귐의 정도 나타나네."


    이 말은 세태 흐름을 비웃는 소리이나 장사가 안되거나 찾는 사람 없이 파리만 날릴 때 쓰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익산시에 무려 4백 억이라는 천문학적인 투자를 했으나 찾는 이가 없이 파리를 날려 새그물을 쳐야 할 시설이 있다.


    바로 '왕궁보석박물관'이다.


    '석재의 도시' 상징물로 세웠으나 이 때문에 "밑 빠진 독상'을 받기도 했다.


    왕궁면(王宮面)은 "왕의 궁궐"이라는 의미로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다.

    왕궁리 오층석탑이 있고 왕궁평(王宮坪) 등의 지명과 전설, 금마면의 미륵사지와 석탑, 인근에 쌍릉(雙陵) 등이 있어 고대의 수도 요건을 두루 갖췄다.

    마한의 수도였거나 백제시대 일시 도읍이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지역에 '보석과 석재의 도시' 익산시를 대표할 수 있는 건축물이 들어선 것도 아마 이같은 역사성과 접근성 때문인 듯하다.


    '왕궁보석박물관'은 익산 IC 부근 왕궁면 동용리 일대 4만3천여 평에 도합 4백억원을 들여 지난해 5월 준공했다.


    1년 예산이 5천억 안팎인 익산시에서 4백 억의 박물관을 세운 것은 한국에서 대략 15조 정도의 박물관을 세운 것과 같다.


    여기에는 상설 및 기획전시관을 포함, 보석박물관과 화석전시관을 비롯 야외화장실, 식당 등 각종 시설을 완비하여 김동섭 박사가 기증한 품목과 자체 구입한 보석 및 화석 등이 전시됐다.



    그러나 지난해 5월 개관 이후 1억7천여 만원의 수입을 기록했고 올해는 6월말 현재 6만7천여 명이 입장하여 순수 유료입장 수입은 1억2천여 만원에 그쳤다.


    7월에는 더욱 심해져 20일간 유료입장객은 3천2백여 명으로 수입은 7백61만여 원에 그쳐 '왕궁보석박물관'에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즉 "4백억 투자하여 하루 38만원 꼴"이다..


    이대로면 올해 '왕궁보석박물관' 전체 예산 7억3천 만원에 턱없이 못미치는 연간 5억원 가량의 적자가 예상된다.


    그런데 이는 4백 억이라는 천문학적인 자금의 '기회비용'를 무시한 것이다.


    아무리 저금리라도 금융기관에 맡기면 월 1억5천 안팎, 연간 20억에 약간 밑도는 수익을 얻을 수 있는데 왕궁지구는 갈수록 노후될 건물이 대부분이다.


    즉 연간 25억 안팎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이에 "왕궁(王宮)지구가 아니라 '넓기만 하고 텅텅 빈' 왕공(汪空)지구인지 왕궁(汪窮)지구인지 모르겠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익산시민들은 "왕궁보석박물관은 익산시 상징물이나 지나치게 방대한 규모로 세워졌다"며 "연계도로 확보 등 획기적인 외지인 유인책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왕궁보석테마지구'가 문전작라가 아닌 문전성시를 이루도록 외지인을 유치할 획기적인 신규 방안 창출이 아쉬운 시점이다. <제2사회부장, 고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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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스크 칼럼)임

    제목은 ('4백억에 38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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