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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은행을 털자!
    <칼럼사설수필> 2013. 11. 10. 10:24

     

     

     

    (2010년11월6일,경기전)

     

     

     

    <칼럼> 은행을 털자!

     

     

     

     

    새벽부터 초겨울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창문을 여니 아파트 뒤쪽으로 노란 은행나무가 가득하다.

     

     

     

    단풍들은 빨갛다 못해 핏빛으로 변하면서 스치는 바람에 우수수 떨어진다.

     

     

     

    아름다움과 스산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이때쯤이면 단풍 가운데 황금빛으로 우뚝 선 은행나무가 더욱 돋보인다.

     

     

    전주 한옥마을의 경기전 은행나무, 전주 향교의 은행나무 등이 가장 아름다울 때다.

     

     

     

     

     

    은행나무를 바라보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제목을 달고 보니 이 글을 다 읽지도 않고 경찰서에 신고하는 독자가 나올까 겁난다.

     

     

     

     

    그러나 같은 銀이라도 은행(銀行)과 은행(銀杏)은 다르다.

     

     

    모든 은행에 가면 銀은 없고 현금 입출금, 송금만 하는데 왜 金行이라 하지 않았는지 조금 원망스럽다.

     

     

     

     

    ‘행(杏)’은 나무 목(木) 아래 입구(口)가 있으니 먹는 과일이 열린다는 말 같은데 아래에 입구가 있게 된 이유를 모르겠다.

     

     

     

    하여간 살구(나무) 杏이나 은행(나무) 杏이라 한다.

     

     

    둘 다 중국이 원산지다.

     

     

    살구는 6월께 겉 생과를 먹으며 씨는 행인(杏仁)으로 약재로 활용된다.

     

     

     

    은행나무는 암수 딴 그루로 봄에 꽃이 핀다.

     

     

    수나무 꽃가루가 있어야 암나무가 열매를 맺는다.

     

     

    암나무 혼자서는 열매가 맺지 않는다.

     

     

    원앙새 비슷한 잉꼬나무다.

     

     

     

    열매는 9월부터 익어 두세 달에 걸쳐 떨어지는데 전자레인지 그릇에 담아 익혀 먹는다.

     

     

    살구나 은행나무는 오래 전부터 우리 곁에 살았다.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로 남은 ‘고향의 봄‘이 그리웠기 때문인지 어떤 분은 숲 속에 집을 지어놓고 ’살구꽃 피는 마을’이라며 杏村이란 팻말을 붙여 놓았다.

     

     

    가끔 술잔을 내놓을 정도로 멋과 흥을 아는 분이다.

     

     

     

     

     

    살구는 꽃이 피는 봄에 가장 아름답다.

     

     

    그러나 은행나무는 단연 가을이다.

     

     

    황금색으로 변한 모습은 화려하고 멋지다.

     

     

    우뚝 솟아 장엄함과 의연함을 나타낸다.

     

     

    열매는 흰 빛이 도는 살구 같아 은행(銀杏)으로 불리며, 영어명칭도 은빛 살구로 'Silver apricot'이다.

     

     

     

     

    Gingko가 속명이다.

     

     

    은행잎에서 추출되는 ‘징코민’은 기억력 증진과 치매예방, 혈전용해, 혈압조절 등 혈액순환제로 활용된다.

     

     

    화장품과 차, 술에 활용하기 위해 은행잎을 대량 채취하기도 한다.

     

     

     

    의연한 자태와 아름다움으로 주택 및 절간에 심기도 하며 환경오염에 강해 가로수로 많이 쓰인다.

     

     

    해충에 강하고 화재에도 잘 견뎌 장수목으로 유명하다.

     

     

     

     

     

    전국에는 천연기념물이나 보호수로 지정된 은행나무가 많다.

     

     

    신라 마의태자가 심었다는 경기도 용문사 은행나무(천연기념물 30호)는 동양에서 가장 크고 오래됐다.

     

     

    서울 명륜동 성균관대 내 문묘 은행나무(천연기념물 59호) 등이 유명하다.

     

     

     

    목재(杏子木)는 단단하고 질이 좋아 바둑판, 불상, 가구나 밥상 재료로 활용됐다.

     

     

    은행잎은 구충효과가 있어 책갈피에 꽂아 놓고 얇아질 때까지 감상하거나 서책 보관에 이용했다.

     

     

    씨는 날것으로 먹으면 독성이 있어 익혀 먹는데 진해· 거담제, 강장의 효능이 있다. 폐와 위장에 좋다.

     

     

    뿌리까지 약재로 활용된다.

     

     

    모든 것을 다 내주어 성인나무요, 군자목이다.

     

     

    그러니 은행나무가 즐비하다.

     

     

    전국 가로수 40%가 은행나무라는 통계도 있다.

     

     

     

     

     

     

    그러나 흠도 있다.

     

     

    열매 외피는 구린 내 비슷한 고약한 냄새가 나고 옻을 타게도 한다.

     

     

    몇 달에 걸쳐 조금씩 떨어져 관리하기도 쉽지 않다.

     

     

    농민들은 한꺼번에 채취하지만 도시지역은 관리가 안 된다.

     

     

    중금속 오염 우려 때문인지, 살기 좋아져서인지 주어가는 사람도 없다.

     

     

     

    아파트나 골목에는 차량과 발길에 으깨어진 열매가 즐비해 지저분하고 악취가 몇 달째 진동한다.

     

     

    행인도 구두에 열매가 밟힐까 조심한다.

     

     

    온 종일 악취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주시 등 지자체에서 이른 시기에 한꺼번에 채취해 필요한 분에 나눠주는 대책이 아쉽다.

     

     

     

    “은행을 턴다”고 신고하는 주민은 없을 테니 말이다.

     

     

     

     

    뭐니뭐니 해도 한국은행이 건강에도 좋고 최고다./편집위원 고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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