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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金堤 金溝의 億萬金<칼럼사설수필> 2011. 4. 12. 08:04
金堤 金溝는 역시 金이 많은가 보다.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운영해 벌어들인 무려 111억원이라는 億萬金이 김제 금구 마늘밭에서 나와 전국의 화제다.
“금이 둑을 이뤘다”는 의미의 김제는 역사적으로 金鑛과 沙金 채취로 유명하다. 금광은 모악산을 중심으로 한 산악권에서, 사금은 모악산부터 서해안 방향으로 펼쳐지는 평야부에서 주로 채굴돼 금산면, 금구면, 봉남면, 황산면 일원은 일제시대 골드러시 지역으로 金과 관련한 지명을 볼 때 과거 엄청난 금의 고장임을 알 수 있다.
우선 金山寺라는 명칭도 ‘黃金山에 있는 절'이다. 금산사는 金堤시 金山면 金山리에 위치했다. 金山이란 용어도 알고 보면 ’금광‘과 같은 의미다. 금산사 입구 저수지는 金坪저수지다. 금산면에는 금성리도 있다. 금산면에서 전주로 오다보면 金溝면 金溝리가 있다. 금구는 ‘금으로 이뤄진 도랑(냇가)‘이란 뜻이다. 금구면에는 金川저수지도 있어 金坪저수지와 함께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김제평야와 만경평야를 합쳐 金萬평야라고 하며 김제 해변 외곽에 조성 중인 간척사업은 새萬金이다.
일본은 1930년대 만주사변과 중일전쟁을 위한 경제수탈로 광산과 금광을 본격 개발했다. 일본 외에도 미국과 영국, 러시아와 독일 등 근세조선은 서세동점(西勢東漸)의 이권쟁탈 각축장이었다. 금광열풍은 1930년대 극심했다. 35년작 김유정의 ‘금 따는 콩밭’은 노다지를 캐려는 헛된 꿈에 멀쩡한 콩밭을 뒤엎는 어처구니를 표현했다. 그의 작품 ‘노다지’도 금광이 소재다. ‘노다지’라는 말은 미국인이 ‘운산금광’에서 금을 캘 때 인부들이 금에 손을 대자 “NO Touch!" 즉 ”손 대지마“라고 외친데서 유래했다. 노다지타령 등 금광 관련 시대상을 반영한 노래가 유행되기도 했다.
일제는 모악산 광산에서 금광석을 채취해 트럭으로 전주로 옮겨 철도를 이용해 장항제련소로 이동시켜 금을 정제했다. 모악산과 인근 꼬깔봉우리에서 상당량의 금이 채굴됐고 산 아래에서는 전국 70% 사금이 생산됐다고 전한다. 사금 채취는 10여년 전 금평저수지 담수량을 늘리기 위해 저수지를 파내며 모래와 자갈 등 골재와 함께 하루 여러 냥씩 사금이 채취된 것이 마지막이다. 이후 사금채취도 채산성이 낮아 중단돼 옛 이야기가 됐으나 최근 금값이 폭등하며 다시 사금 채취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런데 최근 금구면 선암리 마늘밭에서 億萬金이 나와 화제다. 색깔도 노란 황금빛으로 완전 금색깔이다. ‘금 캐는 마늘밭(?)'이란 소설이 나올 때다. 다만 沙金이 아닌 紙金이자 現金일 뿐이다. 표면에는 신사임당이 그려져 있다. 다름 아닌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운영해온 처남들에 받은 것을 이모씨가 묻어 놨단다. 작은 처남은 도박장 개장혐의로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그러나 도박장을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매형에 돈을 맡긴 큰 처남이 수배 중이어 아직 전모는 수사 중이다. 처남들은 홍콩에 서버를 설치하고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운영했다. 사이트 회원들이 입금한 1540억원 중 딜러비와 환전수수료 명목으로 받은 170억원의 일부로 추정된다. 이 사건은 인터넷 등 불법도박이 근절되지 않았음을 보여줬고, 5만원권이 도박과 상속, 뇌물 등 각종 불법에 악용됨을 입증했다. 1백장 열 묶음, 두 뭉치면 간단히 1억원이다. 발행 당시 의구심이 현실이 됐다.
신문방송에서는 ‘화수분’이라 제목을 붙였다. 화수분은 재물이 계속 나오는 보물단지로 온갖 물건을 담아 두면 끝없이 늘어나 내용물이 줄지 않는다는 설화상의 단지다. 김제시 금구면과 금산면은 풍년농사와 금광으로 풍요와 물질을 상징하는 용어였는데 이번 사건으로 자칫 지역이미지 실추가 우려된다.
매형이 생활비로 써 온 수억원을 숨기려 굴착기 기사가 가져간 것처럼 꾸미려다 굴착기 기사의 신고로 밝혀졌다. 영원히 미궁에 빠질 뻔한 110억원이 세상에 공개된 것이다. 다음 달 처남의 출감이 예정돼 사용한 돈의 출처를 추궁당할 것을 염려했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졸지에 매형은 구속됐고, 출감할 처남도 다시 구속될지 모른다. 몇억 썼다고 문제가 불거지지 않을텐데 결국 110억원 전체가 국고에 환수된다. “도마뱀 꼬리 자르기가 아니라 머리를 자른 셈이다“ 그래서 돈과 재물은 본인의 그릇만큼 소유할 수밖에 없는가 보다. 넘치면 다른 사람의 소유가 되거나 화를 부르는 근원이 된다. <2011. 04. 12. 火>
金堤 金溝의 億萬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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