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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 대통령에게 권하는 책 30선]
    논술(설.문)독서도서詩소설수필연설 2008. 1. 14. 06:56

     

     

    명사들이 추천하는 ‘새 대통령에게 권하는 책 30선’


    《“책은 누구보다 우뚝 키가 큰 인물이다. 다가오는 세계에 들릴 만큼, 소리 높이 외치는 한 사람이다.”(영국 시인 엘리자베스 배릿 브라우닝) 동서고금을 살펴보면 국가의 리더들은 모두 책을 가까이했다. 미국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은 늘 주머니 속에 책을 넣고 다녔다.
     
    나폴레옹은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도 책을 읽었다.
     
    세종대왕은 독서를 너무 좋아해 신하들이 말릴 정도였다.
     
    2008년, 한국은 새 대통령을 맞이한다.
    경제 교육 외교 국방 문화 등 산적한 문제를 고민하느라 하루 24시간도 부족할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새 대통령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책 속에 길이 있기 때문이다.
     
    본보의 이 같은 취지에 공감해 서남표 KAIST 총장, 한승주 고려대 총장 서리, 김충렬 고려대 명예교수, 소설가 김주영 씨, 김효준 BMW코리아 대표, 김경문 프로야구단 두산 베어스 감독을 비롯한 학계 경제계 문화계 체육계 등 각 분야의 명사 20명이 새 대통령에게 권하는 책 30권을 추천했다.
     
    ‘책 읽는 대한민국’의 2008년 첫 시리즈는 ‘새 대통령에게 권하는 책 30선’으로 시작한다.》
     
     

     

    ○ 역사를 교훈 삼아 미래를 설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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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은 역사를 거울삼는 걸 게을리 해선 안 된다.”(박맹호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

     

     

     

    ‘새 대통령에게 권하는 책 30선’에는 역사 관련 서적이 다양하게 포함됐다.

     

    추천인들은 국내외 역사 속에서 한국을 이끌 교훈을 얻을 것을 당부했다.

     

    박 회장은 ‘사기열전’을 추천하며 “인재를 등용하고 국부()를 살찌워 국민의 삶을 평안하게 할 지침이 담긴 책”이라고 평했다.

     

     

     

    이태진 서울대 인문대학장의 생각도 비슷했다. “사안들의 본질이 무엇이고 이것을 어떻게 타개해 나가야 하는가를 모색하는 데 과거의 역사는 큰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었다.

     

    조선 왕조가 탄생하는 과정을 다룬 ‘건국의 정치’나 한국 중국 일본의 역사 분쟁을 다룬 ‘동아시아의 역사 분쟁’을 추천했다.

     

     

     

    드라마 ‘대장금’ ‘허준’ ‘이산’ 등으로 유명한 이병훈 PD는 19세기 말 프랑스에서 일어났던 인권유린 사건을 다룬 ‘다시 읽는 드레퓌스 사건’을 꼽았다.

     

    이 PD는 “국가 권력은 힘없는 한 인간을 처절하게 무너뜨릴 수도 있다”면서 “국가 발전을 위해 힘쓰되 소외받고 외면받는 이들도 세심하게 배려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 책은 현재와 미래를 들여다보는 망원경

     

     

     

    세계는 1분 1초 단위로 바뀌고 있다.

     

    중심을 굳건히 잡지 않으면 알지도 못할 흐름에 휩쓸릴 공산이 크다.

     

    책을 통해 세상의 핵심 키워드를 읽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뮤지컬 ‘난타’를 만든 송승환 PMC프로덕션 대표는 “한국이 선진국으로 가는 키워드는 문화에 달렸다”고 말했다.

     

    문화는 다른 산업에 미치는 파생력이 크고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핵심이라는 것이다.

     

    송 대표가 추천한 ‘컬처비즈니스’는 문화를 산업적인 측면에서 재고할 수 있는 지침서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의 ‘세계화와 그 불만’을 뽑았다.

     

    김 교수는 “저자는 세계화와 시장주의를 지지하지만 일방적이지 않고 인간적인 세계화를 고민한다”며 “시장주의를 강조하는 새 대통령이 사회적 양극화를 제어하며 세계화 모델을 고민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이라고 말했다.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도 세계화에 대한 고민을 담은 책을 꼽았다. ‘세계화의 덫’을 추천하며 “현대 사회에서 세계화는 불가피하지만 그 속에 내재된 부정적인 충격들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설명해 준다”고 말했다.

     

     

     

    대통령 당선인의 기업경영 경력을 살려야 한다고 당부하는 책도 많았다.

     

    김효준 BMW코리아 대표는 ‘CEO의 8가지 덕목’을 추천하며 “효율적인 정치가는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마찬가지로 변화를 주도해야 하며 그 변화는 당연히 미래를 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로야구단 두산의 김경문 감독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국민을 다독이며 국가를 이끌기를 바란다”며 ‘따뜻한 카리스마’를 선정했다.

     

     

     

     

     

     

     

     

     

     

     

     

     

     

     

     

     

     

     

    - 추천 도서 저자 추천인 추천 사유
    1 건국의 정치 김영수 이태진 서울대 인문대학장 조선 건국사는 새로운 나라 운영에 지침이 될 것.
    2 칭기스칸, 잠든 유럽을 깨우다 잭 웨더포드 한승주 고려대 총장서리 세계를 제패하고 동서양 문명을 교류했던 칭기즈칸을 배우자.
    3 생각의 탄생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등 박맹호 대한출판문화협회장 현대는 창조성이 국가의 부를 결정하는 시대.
    4 엘러건트 유니버스 브라이언 그린 서남표 KAIST 총장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운다.
    5 책문, 시대의 물음에 답하다 김태완 김주영 작가 가장 시급한 나라의 일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준다.
    6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조동성 서울대 교수 대통령은 끊임없이 자신을 돌이켜봐야 한다.
    7 모래땅의 사계 알도 레오폴드 장석주 시인 생태환경도 챙기는 대통령이었으면.
    8 세계화와 그 불만 조지프 스티글리츠 김호기 연세대 교수 양극화를 제어하며 올바른 세계화 모델을 만들어주길.
    9 따뜻한 카리스마 이종선 김경문 두산베어스 감독 국민을 다독이는 부드러운 카리스마.
    10 컬처 비즈니스 심승민 송승환 PMC 대표 진짜 선진국은 문화대국이다.
    11 맹자 맹자 김충렬 고려대 명예교수 법치와 덕치, 물질과 도덕의 균형을 일깨운다.
    12 세종, 실록 밖으로 행차하다 박현모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대표 세종으로 인해 황희는 청렴한 재상으로 거듭났다.
    13 다시 읽는 드레퓌스 사건 아르망 이스라엘 이병훈 드라마PD 소외받고 외면당하는 서민들이 없도록 배려해주길.
    14 세계화의 덫 한스 피터 마르틴 송호근 서울대 교수 불가피한 세계화의 부정적 측면을 보완해주길 바라며.
    15 더 골 제프 콕스 허정무 축구국가대표팀 감독 파산 직전의 공장을 다시 되살리듯 경제를 일으켜 줬으면.
    16 88만 원 세대 우석훈, 박권일 조국 서울대 교수 암울한 20대의 미래를 걱정하고 약자를 위한 대책을 고민하길.
    17 CEO의 8가지 덕목 피터 드러커 등 김효준 BMW그룹코리아 대표 가치지향적 지식사회에서 가져야 할 지도자의 품성.
    18 내일을 여는 집 방현석 최완규 드라마작가 서민들의 애환도 잊지 않았으면.
    19 오륜서 미야모토 무사시 이명세 영화감독 대통령에게 싸움의 목적은,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20 셰익스피어 희곡집 셰익스피어 금난새 지휘자 다양한 인간 군상을 이해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힌트를 얻는다.
    21 문명의 충돌 새뮤얼 헌팅턴 송호근 서울대 교수 미국을 상대하는 외교정책에 도움이 된다.
    22 우리가 정말 알아야할 삼국유사 고운기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대표 우리 문화에 대한 세계적 공감이 문화적 가치를 드높인다.
    23 마음만 먹으면 된다 우승택 김경문 두산베어스 감독 마음먹은 대로 열심히 노력하면 못 이룰 일이 없다.
    24 정관정요 오긍 조국 서울대 교수 대통령이 지닐 자경자계()를 일깨운다.
    25 평화의 얼굴 김두식 장석주 시인 소수자에 대한 배려와 관심을 잃지 말길.
    26 삼한지 김정산 한승주 고려대 총장서리 우리 민족의 형성 과정에서 리더십의 초석을 배운다.
    27 이것이 인간인가 프리모 레비 김주영 작가 바깥 세계의 현실을 받아들이는 변혁을 일깨운다.
    28 사기열전 사마천 박맹호 대한출판문화협회장 인재를 널리 등용해 국부를 살찌우고 국민의 삶을 평안케.
    29 동아시아의 역사분쟁 송기호 이태진 서울대 인문대학장 한중일 동북아 역사 분쟁의 본질을 배울 수 있다.
    30 서부전선 이상 없다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서남표 KAIST 총장 전쟁의 참상을 배우고 평화의 본질을 되짚는다.

     

     

     

    정양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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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건국의 정치, 여말선초 혁명과 문명 전환/김영수▼

     

     

    -이태진 서울대 인문대학장 추천

     

     



    《“역사에는 평화롭지만 평범한 시대가 있고, 어렵지만 창조적인 시대가 있다. … 성리학을 새로운 문명과 국가 이념으로 받아들인 이들은 당대 고려의 정신적 혼란과 정치적 위기를 자신들의 역사적 사명으로 받아들여, 정신적이고 정치적인 혁명운동에 헌신하였다. 그 결과 1392년 조선이 건국되었다. 이 시기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전환의 시대였다.”》

     

     

    1352년부터 1392년. 이 40여 년은 혼란과 변화의 시대였다.

     

    공민왕의 노력은 좌절됐다.

     

    성리학으로 무장한 신진사대부는 구시대와의 치열한 투쟁에서 승리를 거뒀다.

     

    스러져간 고려를 위한 진혼곡과 새 나라 조선의 탄생을 위한 찬가가 뒤섞이던 시기였다.

     

     

    ‘건국의 정치’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여말선초 40여 년의 역사와 정치, 사상과 문화를 아우른 책이다.

     

    그간의 저서들이 당대 정치나 사회, 사상 등 한 분야만을 집중적으로 조명해 왔다면, 저자는 그것 모두가 별개가 아닌, 함께 자라난 나무라고 말한다.

     

     

    조선이라는 새로운 문명의 탄생은 500년 고려 왕조의 마지막 불꽃과 중첩된다는 점을 놓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저자는 공민왕 시기에 책의 상당 부분을 할애한다.

     

    고려가 원의 지배에서 독립하던 1356년 전후를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었지만 국가 운명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어 마지막 기회를 놓친 시기’로 봤다.

     

     

    여기서 저자는 “운명이 인간 활동의 반을 결정한다 해도 나머지 반은 우리의 지배에 맡겨져 있는 것”이란 마키아벨리의 경구를 되새긴다.

     

     

    이태진 교수는 특히 책에서 ‘고려 말의 혼란한 상황을 수습하고 새로운 제도를 정비하는 과정’ 자체를 눈여겨봤다.

     

    정치에 있어서 혼란은 곧 극복할 기회이기도 하다. 이 교수는 “한 나라가 제대로 서는 데 필요한 제반 조건과 시대정신의 중요성을 잘 파악한 책”이라며 “나라를 운영할 사람에게 귀감이 되는 지식이 많이 담겼다”고 말했다.

     

     

    ‘건국의 정치’는 조선의 건국 과정을 “권력투쟁과 영혼의 전쟁이라는 두 전쟁을 동시에 치른 과정”으로 이해한다.

     

    혁명이란 단순히 권력 획득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조선 사회의 안착은 그 시대와 사회가 요구하는 소명을 정확히 인식했기 때문이다.

     

    공민왕의 개혁이 과거를 향한 ‘고려성’의 회복을 추구하는 데 그쳤다면, 조선인들은 구체제에 대항하면서 새로운 ‘조선성’을 제시함으로써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건국의 정치’에 따르면 수차례의 전쟁과 기근, 폭정에도 여말선초 시대는 정치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창조적인 시대였다.

     

    실천적 지식인들이 등장해 백성들의 고난을 슬퍼하며, 고려 말 정신적 공백 현상을 깨뜨리려 노력했다.

     

    조선의 건국은 바로 이러한 세계와 인간의 본성에 대한 고찰에 바탕을 둔 변혁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저자가 한반도 역사에서 가장 큰 문명 전환의 시기로 14세기 말과 19세기 말을 꼽는다는 것이다.

     

    19세기가 그러하듯 14세기의 변혁 역시 현재 한국의 정체성에 영향을 끼쳐오고 있다고 봤다.

     

    그런 의미에서 여말선초의 정치사회를 읽는 것은 오늘날 한국인을 읽는 셈이다.

     

    정양환 기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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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대통령에게 권하는 책 30선]<2>칭기즈칸, 잠든 유럽을 …


    《“몽골이 세계의 문을 열자, 물자만이 아니라 사상과 지식도 새로 흐르기 시작했다.
    몽골인은 독일의 광부들을 중국으로 데려오고, 중국 의사들을 페르시아에 데려갔다.
    이런 이동에는 기념비적인 것도 있었고 사소한 것도 있었다.…
    중국에선 기독교 교회 건립, 페르시아에서 절과 탑 건립, 러시아에서 무슬림 쿠란 학교 건립을 위한 자금을 댔다.
    몽골인은 정복자로서 지구를 휩쓸었지만, 문화의 전달자 역할에서도 달리 경쟁자를 찾아볼 수 없었다.”
     

     

     

    -한승주 고려대 총장 서리 추천》

     

     

     

     

     

    골리앗 유럽 제패한 절제의 리더십

     

     

     

     

    칭기즈칸의 역사적 평가는 극과 극이다.

     

    프랑스 사상가 볼테르는 칭기즈칸을 자신의 희곡 ‘중국의 고아’에서 “오만하게, 왕들의 목을 짓밟은, 파괴적인 압제자”라고 불렀다.

     

    인도 정치가 네루는 “알렉산더와 카이사르도 그 앞에서는 작아 보이는 아시아의 영웅”이라 치켜세웠다.

     

    그런 칭기즈칸에 대해 한승주 고려대 총장 서리는 ‘리더십’이란 잣대를 들이댔다.

     

     

     

    “칭기즈칸 하면 보통 잔혹한 이미지로만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는 작은 부족으로 시작해 세계를 제패하며 엄청난 리더십을 발휘했다.

     

    그 과정에서 제도와 법을 새로 만들고, 넓은 지역에서 통신망을 구축했다.

     

    구성원들의 충성심을 유발하고 그 안에서 우수한 인재를 발탁하고 훈련시킨 점도 놀랍다. ‘칭기즈칸, 잠든…’은 그런 점을 꿰뚫어 봤다.”

     

     

     

    미국 매칼레스터대 인류학과 교수인 저자는 부족민 연구 전문가다.

     

    저자는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비단길과 교역의 역사에서 부족민이 차지하는 역할을 연구하던 도중 칭기즈칸과 몽골 제국에 관심을 갖게 됐다.

     

    8년 동안 몽골은 물론 중국과 중앙아시아, 터키까지 구석구석을 돌며 이 책을 썼다.

     

     

     

    한 총장 서리의 말처럼 이 책은 몽골 제국이 말 타고 칼 휘두르는 일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세계를 제패하는 과정에서 몽골이 동서양 문명 교류에 어떻게 기여했는지를 살핀다.

     

    저자는 13세기 몽골 제국이 유라시아를 하나로 통합했고, 이를 통해 ‘근대의 세계 체제’로 가는 길을 열었다고 주장한다.

     

    15, 16세기 봉건제의 몰락과 자본주의 성장을 통해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 체제가 형성됐다는 기존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무엇보다 칭기즈칸은 리더십의 중요성을 깨달은 이였다.

     

    지도력의 첫 덕목으로 ‘자기 절제’를 꼽았다. 자만심과 분노를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었다.

     

     

     

    “지도자는 말이 아니라 행동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보여 줘야 한다.

     

    나라를 정복하는 것은 그 나라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것과 같다.”

     

     

     

    칭기즈칸의 뒤를 이어 ‘팍스 몽골리카’를 구축한 쿠빌라이 칸도 통치의 핵심을 꿰뚫고 있었다.

     

    쿠빌라이 칸은 군대와 홍보도 중요하지만 좋은 행정과 정책이 우선한다고 믿었다.

     

    몽골 제국이 추구한 자유교역과 자유로운 교통, 지식 공유, 종교적 관용 정책 등의 실효성은 지금도 그대로 통용된다.

     

     

     

    몽골은 로마군이 400년간 정복한 것보다 훨씬 많은 땅을 차지했다.

     

    불과 25년 남짓한 기간이다.

     

    현대 지도로 치면 서른 나라가 넘는다.

     

     

    놀라운 것은 당시 몽골 부족 전체 인구가 100만 명 정도였으며 군대는 겨우 10만여 명이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 힘으로 새로운 세계 질서를 창조했다.

     

    현실적 어려움은 범인()들이나 하는 소리였다.

     

     

    정양환 기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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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대통령에게 권하는 책 30선]<3>생각의 탄생
     


     


    《“이들은 전문가가 아니고 ‘전인()’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방대한 관심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바로 그것 ‘때문에’ 자신의 분야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들은 전문가의 영역들 사이에 다리를 놓았으며 제각기 떨어져 있는 지식의 제반 분야를 통합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속한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으려 했으며 박식가가 됨으로써 인간의 상상력을 확장했다.”》
     
     

     

    창조적 정책 싹 틔우는 13가지 도구

     

     

     

    “현대는 창조성이 국가의 부를 결정하는 시대다. 낡은 패러다임을 뛰어넘는 새로운 비전을 국민에게 보여 주었으면 한다.”

     

     

    박맹호 회장의 추천의 말이다.

     

    거기에는 두 가지 뜻이 숨어 있다.

     

     

     

    하나는 이 책에 소개된 13가지 창조적 발상의 도구를 활용해 정치에서도 창조적 비전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일 것이다.

     

    13가지 생각 도구는 △관찰 △형상화 △추상 △패턴 인식 △패턴 형성 △유추 △몸으로 생각하기 △감정이입 △차원적 사고 △모형 만들기 △놀이 △변형 △통합이다.

     

     

     

    관찰은 창조적 발상의 출발점이다.

     

    평범함에서 심오함을 발견하고, 진부한 것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능력이다.

     

     

    이런 관찰을 토대로 머릿속에 관찰대상 내지 연구 대상의 구체적 그림을 그려낼 수 있는 것이 형상화다.

     

    뛰어난 형상화를 위해선 복잡한 감각정보를 몇 가지 특징으로 단순화할 수 있는 추상화와 구체적 사례에서 일반 원칙을 끌어낼 수 있는 패턴화의 능력이 필요하다.

     

     

     

    유추는 닮지 않은 것에서 닮음을 찾아내는 인식의 비약 능력이다. 몸으로 생각하기나 감정이입은 이성과 감정을 분리하고, 나와 너를 가르는 이분법적 사유를 뛰어넘는 능력이다.

     

    이는 평면적 정보를 입체로 재구성할 수 있는 ‘차원적 사고’와 실재를 축약한 가상현실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모형 만들기’와 연결된다.

     

    놀이는 작업의 즐거움과 착상의 기발함을 불어넣어 주기 위해 필요하다.

     

    변형은 나머지 다른 생각 도구들을 하나로 엮기도 하고 개별 기술을 전혀 다른 기술과 접목해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통합은 이 모든 생각도구를 다중감각적이고 종합적으로 체감하는 것이다.

     

    저자들이 말하는 ‘통합적 이해’ 또는 ‘종합지(synosia)’에 도달한 경지로, 창조적 발상의 궁극적 원천이다.

     

     

     

    아쉽게도 이 책에는 창조적 과학자와 예술가의 사례는 많지만 정치가의 사례는 찾기 힘들다.

     

    그렇지만 정책수립에 있어 이 13가지 생각도구를 하나하나 대입해 가다 보면 통합적 이해에 기초한 창조적 정책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다.

     

     

     

    추천에 담긴 두 번째 취지는 아마도 더욱 많은 창조적 인재를 육성할 수 있는 교육정책을 추진해 달라는 뜻일 것이다.

     

    이는 이 책의 마지막 장에 8가지로 압축돼 있다.

     

     

     

    그 핵심은 통합이다.

     

    학과를 세분해 전문가(specialist)를 키우는 교육이 아니라 통합해 전인(generalist)을 키우는 학과목 통합교육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창조성의 발현을 위해선 ‘무엇을’ 아느냐보다 ‘어떻게’ 이해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지식의 결과물들을 달달 외우는 것이 아니라 그 지식이 어떻게 구성됐고 도출됐는지를 이해하도록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는 말이다.

     

     

     

    권재현 기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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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대통령에게 권하는 책 30선]<4>엘러건트 유니버스
     



    《“끈이론은 만물의 최소 단위를 점입자에서 끈으로 대치시켰을 뿐이지만, 그 여파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
    끈이론의 가장 뛰어난 특징은, 그것이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의 충돌을 무마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지녔다는 점이다.”》
     
     

     

    ‘가장 어려운 물리학을 가장 쉽게 전달한 책.’

     

     

     

    미국 컬럼비아대 수학 및 물리학 교수인 브라이언 그린을 일약 리처드 파인먼이나 칼 세이건만큼 유명한 과학저술가로 만들어 준 이 책에 쏟아진 찬사다.

     

    그만큼 이 책은 일반인이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던 현대물리학의 성취를 만끽하게 해 준다.

     

     

     

    이 책은 현대 물리학의 슈퍼스타였던 아인슈타인의 실패한 꿈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그것은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라는 현대 물리학의 양대 기둥을 가로지르는 대들보를 구축하는 것이다.

     

     

     

    천문학적 규모의 시공간을 대상으로 하는 상대성이론이 거시이론이라면 전자와 쿼크처럼 작은 존재를 설명하는 양자역학은 미시이론이다.

     

    문제는 이 양대 이론이 수많은 실험을 통해 충분히 입증됐는데도 양립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아인슈타인이 꿈꾼 것은 이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만물이론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것이 가능하다면 “한 알의 모래 속에서 세계를 본다”는 블레이크의 유명한 시 구절을 실현시켜 주는 아름다운 이론일 것이다.

     

     

     

    모래(원자)와 세계(우주)를 연결하는 단일한 이론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태초로 돌아가 생각할 필요가 있다.

     

    빅뱅이 있던 태초에 세계는 모래 한 알 크기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태초에는 또 우주에 존재하는 네 가지 힘의 원천도 하나였을 것이다.

     

    네 가지 힘이란 중력, 전자기력, 핵붕괴와 관련된 약력, 그리고 핵 구조를 유지시키는 강력을 말한다.

     

    아인슈타인은 여기에 착안해 이 네 가지 힘을 하나로 묶는 통일장이론을 구축하면 만물이론이 될 수 있다고 믿었지만 이를 완성하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이후 불가능한 꿈이라고 여겨졌던 이 만물이론의 유력한 후보가 초끈이론이다.

     

    초끈이론은 끈이론과 초대칭이론이 합쳐졌기 때문에 만들어진 이름이다.

     

     

     

    끈이론은 쉽게 말해 물질의 최소 단위가 점이 아니라 끈이라는 가설 아래 펼쳐지는 이론이다.

     

    바이올린 줄이 어떻게 진동하느냐에 따라 소리가 다르듯이 끈의 진동에 의해 다양한 입자와 힘들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초대칭성이론은 우주의 기본입자가 양자역학상의 독특한 대칭성을 지닌 짝으로 돼 있다는 이론이다.

     

     

     

    끈이론이 음악적이라면 초대칭이론은 조화롭다. 그래서 그 둘이 결합한 초끈이론은 조화로운 음악을 빚어낸다.

     

    이 책의 제목이 ‘우아한 우주’인 이유다.

     

     

     

    저자는 물리학에서 이론의 아름다움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역설하며 초끈이론은 너무도 아름답기 때문에 진리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서남표 총장은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의 중요성을 일깨우기 위해” 이 책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거기에는 기계적이고 딱딱하다고 느끼는 과학이 얼마나 우아하고 아름다운지를 함께 알리고 싶은 마음도 숨어 있을 것이다.

     

     

    권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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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대통령에게 권하는 책 30선]<5>책문-시대의 물음에 답하라



    《“지금 세상에서 공()을 따르고 사()를 버리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런 식으로 관리를 뽑고 벼슬을 얻기 때문에 듣기 좋은 말만 하고 좋은 표정만 짓는 사람이 자리에 오르고, 아첨하고 비굴한 태도를 취하는 사람이 관직에 나아갑니다.”
     

     

    -소설가 김주영 씨 추천》

     

     

     

     

     

    “지금 가장 시급한 나라의 일은 무엇인가, 나라를 망치지 않으려면 왕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왕이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신하가 답한다. 한 나라의 지도자가 해야 할 일을 한눈에 알 수 있는 책이다.”

     

     

     

    소설가 김주영 씨의 추천 이유가 이 책의 핵심 주제를 명쾌하게 설명해 준다.

     

     

     

    책문()이란 무엇인가.

     

    조선시대에 임금이 과거 응시자 중 최종 합격자 33명에게 당대 국가 과제에 대한 방책을 직접 물었다.

     

    이를 책문이라 불렀다.

     

    책문은 인재 등용을 위한 통과의례만은 아니었다.

     

    왕은 당대의 고질병을 솔직히 드러내 대책을 허심탄회하게 물었다.

     

     

     

    “지금 당장 시급하게 힘써야 할 국가정책은 과연 무엇인가?

     

    과연 그대가 왕이나 재상이라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이 책은 세종 중종 명종 광해군 등이 물은 책문 13건과 명신()들의 대책 15건을 한글로 풀고 해설을 달았다.

     

     

    신하들의 답은 도와 덕을 실현하려는 유교 사상에서 나왔지만 오늘날 최고 지도자가 마음에 새겨들을 문제의식이 가득하다.

     

     

     

    세종대왕이 물었다.

     

     

     

    “법의 폐단을 고치는 방법은 무엇인가.”

     

     

     

    성삼문은 법을 고치기 전에 임금의 마음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광무제를 예로 든다.

     

    광무제는 전한() 말기 군주는 약한데 신하는 강한 형국이라며 삼공(·옛 중국 최고의 관직)의 권한을 빼앗았다.

     

    그러나 권력이 환관에게 돌아가 조정이 혼란해지고 만다.

     

    성삼문은 반드시 법을 뜯어 고쳐야 이상() 정치를 이루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또 사람을 쓰는 것은 국가의 큰 권한이니 재상에게 맡기되 자질과 이력을 따지는 자질구레한 일은 재상을 번거롭게 하니 전조(·인사 일을 맡아 보던 관아)에 맡겨야 한다고 했다.

     

    이 두 가지를 모두 재상에게 맡기면 재상이 노고를 이기지 못하게 되고, 두 가지 일을 오로지 전조에 맡기면 전조에 권한이 지나치게 편중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신숙주는 언로()를 열어 직언을 받아들인 후 날마다 대신들과 폐단을 고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석형은 지나친 개혁은 패망의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일을 맡기지 않고 대신들의 자리만 채워 백성에게 근심과 걱정을 끼치지 말라고도 했다.

     

     

     

    신숙주의 말처럼 책문 자체가 직언의 장()이었다.

     

    광해군이 “당장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인재등용 세제개혁 토지정비 등을 위해 힘써야 할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유생 임숙영은 되묻는다.

     

     

     

    “임금이 싫어하는 것을 말하지 않으려는 풍조를 좇아 진실하고 간절한 마음을 숨길 순 없습니다.

     

    어찌 속된 선비처럼 왜곡된 말만 따라하며 인재선발을 맡은 관리의 기준에만 부합하려고 힘써, 전하의 은총을 훔쳐 임명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임금의 잘못이 국가의 병입니다.

     

    왜 자신의 실책을 말씀하려 하지 않으십니까.”

     

     

    윤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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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대통령에게 권하는 책 30선]<6>명상록
     



    《“갈채의 메아리가 얼마나 공허하며 찬양자들의 판단이 얼마나 변덕스러운지, 인간의 명성이 장악하는 판도가 얼마나 협소한 것인지를 상기하라.
     
    우리가 사는 공간은 점에도 못 미치는 작은 곳인데 그 안에서 당신을 찬양하는 사람이 있어봐야 얼마나 있겠는가.”

     

    -조동성 서울대 교수 추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로마 제국의 16대 황제이자 이름 높은 스토아 학파의 철학자였다.

     

    그는 5현제() 가운데 한 자리를 차지할 정도로 어질고 현명한 지도자였다.

     

     

     

    하지만 시대가 좋지 않았다. 그가 다스리던 시절 로마는 전쟁과 질병으로 얼룩졌다.

     

    나라에는 페스트가 만연했고 게르만족을 비롯한 변방 민족은 끊임없이 로마를 침공했다.

     

    아우렐리우스는 황제로 있는 동안 긴 세월을 전쟁터에서 지냈다.

     

     

     

    역병으로 죽어가는 국민을 보는 황제의 심정은 어땠을까.

     

    하룻밤 사이에 생과 사가 엇갈리는 전쟁터에서 철학자는 어떤 실존적인 고민을 했을까.

     

    그가 전쟁터에서 긴 시간을 보내며 틈틈이 쓴 글을 모은 이 책에 그런 생각이 모두 담겨 있다.

     

     

     

    이 글들은 아우렐리우스가 자신을 향해 쓴 자성()의 글이다.

     

    철학 강의도 아니며 타인을 향한 설교도 아니다.

     

     

    하지만 시간과 공간을 넘어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도 유용한 교훈이 차고 넘친다.

     

     

     

    아우렐리우스는 첫 장에서 배우려는 자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조부로부터 예절을, 아버지로부터는 가식 없는 남자다움을, 어머니로부터는 소박한 생활의 모범을 배웠다.”

     

     

     

     

    또 그는 “스승은 내게 힘든 일을 겁내지 말고, 필요로 하는 것은 스스로 충족시키며, 내 일은 내가 돌보고, 남의 비방에 귀 기울이지 말 것을 가르쳤다”고 말한다.

     

    그는 모든 것을 주변 사람들의 덕택으로 돌린다. 황제로서의 권위는 찾아볼 수 없으며 사람이든 사물이든 주변의 모든 것에서 무엇이든 배울 게 있다고 강조한다.

     

     

     

    철학자로서의 사색도 엿보인다.

     

    “인간이란 이 찰나의 현재에만 존재한다는 것을 명심하라”거나 “당신이 소유하지 않은 것을 갖겠다는 꿈에 몰두하지 말고 당신이 소유한 것 중에서 가장 으뜸 되는 축복이 무언가를 가려내라”고 역설한다.

     

     

     

    조동성 교수는 “대통령은 자신의 시간을 갖기 어렵고 또 오만해지기 쉬운 자리다.

     

    이 책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삶의 의미를 찾으며 시대를 초월한 인간과 사회의 철학적 의미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며 이 책을 추천했다.

     

     

     

    적절한 추천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이 책은 지도자가 되새겨야 할 경구로 가득하다.

     

     

     

    “화가 나서 사이가 나빠진 사람이라도 나와 다시 화해를 원하면 즉시 타협하라.”

     

    “터무니없는 비난일지라도 친구의 비난을 결코 가볍게 생각하지 말라.”

     

     

     

    막 높은 자리에 오른 사람을 향한 듯한 대목도 눈에 띈다.

     

     

     

    “어떤 사람은 당신을 돕고 나서 곧바로 그것에 대한 공치사를 받으려 한다.

     

    또 다른 유형의 사람은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지만 속으로는 당신을 채무자로 간주하고 자기가 베푼 일을 항상 염두에 둔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자신이 만든 충실한 열매에 대해 감사를 기대하지 않는 포도나무처럼 자기가 이룩한 것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는 사람도 있다.”

     

     

    금동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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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대통령에게 권하는 책 30선]<7>모래땅의 사계
     


    《“신은 세상에 무엇인가를 주고는 다시 그것을 거두어들인다. 그러나 더 이상 신이 주고 거두어들일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아니다. 우리의 먼 선조가 삽을 발명했을 때 인간도 주는 존재가 되었다. 나무를 심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도끼가 발명되자 거두는 존재까지 될 수 있었다. 나무를 베어 넘어뜨릴 수 있으니까.”》
     
     
     

     

     

    자연개발과 생태보호 공존의 길은…

     

     

     

    미국 위스콘신의 황폐한 모래땅에 농장을 일구며 살던 저자. 여전히 매서운 2월, 땔감을 마련하려 어쩔 수 없이 참나무를 베며 생각에 잠긴다.

     

    참나무의 나이테는 역사를 끌어안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가 말하는 역사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역사와는 달랐다.

     

     

     

    쓱싹쓱싹. 나무를 톱질할수록 과거로 여행을 떠난다.

     

    1925년, 위스콘신에서 최후의 담비가 죽었던 해. 잎벌의 번식으로 낙엽송 수백만 그루가 말라죽었던 1910년. 쓱싹쓱싹. 1899년은 농장 북쪽에서 마지막 들비둘기가 사냥꾼의 총에 맞아 죽었다.

     

    농장 남서쪽에서 야생 칠면조가 사라진 건 1872년의 일이다.

     

     

     

    ‘모래땅의 사계’는 이처럼 자연 속에서 자연을 깨닫는, 세월의 ‘로드 무비’다.

     

    생태학자인 저자는 1년 동안 위스콘신 농장에서의 삶을 되짚어 가며 수필 형식으로 풀어낸다.

     

    그러고는 위스콘신은 물론 일리노이와 아이오와, 애리조나와 유타 등에서 자행되는 환경 파괴 현장을 고발하고 대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인간에게 이용당하고 결국 버림받은 모래땅에서 깨달은 가치는 담담하다.

     

    “스스로 깨닫건 깨닫지 못하건 간에 식물의 창조와 파괴라는 신의 영역을” 침범한 인간에게 자연에 대한 사랑과 이해를 촉구한다.

     

     

     

    장 시인이 이 책을 권유하는 마음 역시 저자의 마음과 맞닿아 있다.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건 대운하 건설은 기대와 우려가 섞여 있습니다.

     

    생태 환경은 수십, 수백 년 뒤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 아닙니까.

     

    단순히 경제적 효율성만을 따질 게 아니라 대운하가 생태에 미치는 영향을 꼼꼼히 따져서 사업을 추진하길 당부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모래땅의 사계’의 울림은 크다.

     

    저자가 세상을 떠난 1년 뒤인 1949년에 초판이 발행됐으니 6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녹슬지 않았다.

     

    당시 저자가 지적한 눈앞의 경제 논리에 밀려 훼손되는 자연, 기본 합의조차 이뤄지지 않는 사회적 인식, 캠페인 수준에 그치는 정부의 환경정책 등은 지금 한반도에 그대로 적용된다.

     

     

     

    “우리는 손에 삽을 들고 자연의 모습을 바꾸고 있다.

     

    그리고 이제까지의 성과를 자랑스러워한다.

     

    삽은 많은 장점을 가진 훌륭한 도구이기 때문에 그것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성공적으로 그 삽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좀 더 치밀하고 객관적인 기준을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모래땅의 사계’는 여러 면에서 유익하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과 비견되는 최고의 자연보호서 중 하나인 데다 문장도 유려하다.

     

    잔잔한 성찰이 빚어내는 맛깔스러운 숙성미가 읽는 내내 혀끝을 감싼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은 왠지 쓸쓸하다.

     

    자연에 갚지 못한 빚은 갈수록 늘어나는데, 인간은 또 어딘가를 파헤치고 있기 때문이다.

     

     

    정양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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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대통령에게 권하는 책 30선]<8>세계화와 그 불만



    《“세계화가 그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개선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그리고 그것이 달성되도록 돕는 방식으로 국제적인 경제기구들이 개선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하지만 이들 기구가 어떻게 고쳐져야 할지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왜 그것들이 실패했으며, 왜 그토록 처참하게 실패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더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세계화와 그 불만’은 오해가 많은 책이다.

     

    인지도만큼이나 잘못 알려진 것도 많다.

     

    특히 세계화를 비판하는 이들에게 ‘세계화 부정’의 교본처럼 읽힌다.

     

    그러나 저자는 결코 세계화를 반대하지 않는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의 말대로 “오히려 이 책은 세계화를 지지하는 입장”이다.

     

     

     

    다만 ‘세계화와 그 불만’은 현재 진행되는 세계화가 지닌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 목적이 있다.

     

    어떻게 하면 더 ‘인간적인 세계화’를 이룰지 고민한다.

     

    즉 세계화의 장점을 인정하되 일방적으로 시장경제를 밀어붙인 운용 주체에 비판의 날을 세운다.

     

     

     

    “세계화를 포기하는 것은 그럴싸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세계화는 엄청난 이득을 가져왔다. (…)

     

    더 많은 민주주의와 더 큰 사회정의를 위해 투쟁하는 활동적인 세계 민권사회를 이룩했다.

     

    문제는 세계화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어떻게 관리되느냐에 있다.”

     

     

     

    저자가 지목하는 대상은 다름 아닌 국제 경제기구다.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IBRD) 세계무역기구(WTO) 등은 세계화 기치 아래 게임의 규칙을 주도해 왔다.

     

    그러나 이 규칙은 ‘너무도 자주 선진국 이익에 더 많이 봉사하는 방식’이었다.

     

    게다가 이들은 ‘경제와 사회를 바라보는 특정한 시각에 의해 형성된, 특정한 좁은 사고방식으로 세계화에 접근’함으로써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저자는 비판했다.

     

     

     

    여기서 특정한 시각과 사고방식이란 시장주의를 일컫는다.

     

    물론 저자는 시장주의를 능동적으로 받아들일 장점이 많은 제도로 판단한다.

     

    그러나 어떤 것과 마찬가지로 ‘완벽하지는 않다’.

     

    이는 미국처럼 시장주의가 정착된 국가도 예외는 아니다.

     

    이 때문에 소득 양극화 같은 불안요소를 끊임없이 견제할 필요가 있다.

     

    김 교수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에게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 당선인은 시장주의의 기능을 중시합니다.

     

    그러나 성장만을 강조하는 시장주의에서는 소득 양극화가 심화될 우려도 존재하죠.

     

    이 당선인이 사회적 양극화를 제어하면서 바람직한 세계화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 이 책 ‘세계화와 그 불만’은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세계화와 그 불만’이 지닌 미덕도 여기에 있다.

     

    무조건 반대가 아니라 상생을 위한 공동 노력을 주창한다.

    특히 세계은행 부총재 겸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저자이기에 내부에서 오는 자기반성의 울림이 크다.

     

    더욱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2001년)임에도 문장이 어렵지 않다.

     

     

     

    결론적으로 저자에 따르면 세계화는 ‘가치중립적’이다.

     

    그 자체가 좋거나 나쁜 게 아니며, 삶의 질을 개선하는 힘이다.

     

    하지만 이 땅에서 세계화는 언젠가부터 찬성 아니면 반대, 남과 우리를 가르는 기준이 됐다.

     

    1997년 통렬했던 외환위기 탓이 크겠지만….

     

    이제는 극복할 때도 됐다.

     

     

    정양환 기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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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대통령에게 권하는 책 30선]<9>따뜻한 카리스마



    《“서로의 정체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 사람의 전문적인 영역에 대한 존중과 인식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 성공적인 이미지 설계다. 그래야 성공적인 신생 설계와 커리어 관리를 이룰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을 매끄럽게 해낼 수 있는 키워드가 바로 ‘따뜻한 카리스마’다.”

    -김경문 두산베어스 감독 추천》

     

     

    ‘날카로운 눈빛과 엄숙한 한마디에 상대가 압도당한다.’

     

    사회 활동을 해나갈 때 많은 사람이 이런 기대를 한다.

     

    정글 같은 일터에서 이기기 위해선 강력한 카리스마가 필요하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그러나 이미지 컨설턴트인 이종선 씨는 이 ‘카리스마’라는 단어 앞에 ‘따뜻한’이라는 형용사를 놓는다. 언뜻 앞뒤가 안 맞는 것처럼 보이는 이 어구가 성공의 열쇠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따뜻한 카리스마’는 직업상 수많은 최고경영자(CEO)와 유명 인사들을 만나온 저자가 직접 보고 들은 성공 노하우를 정리한 책이다.

     

    싸우지 않고도 이길 수 있는 부드러운 힘을 가진 사람이 성공한다는 것이 이 책의 요지. 이 책을 추천한 김경문 두산베어스 감독은 “너무 강하게 리드를 하면 쉽게 부러지듯이 팀원이나 국민을 다독이면서 부드럽게 리드하는 것이 이 시대가 바라는 정치일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수직적 구조에서 수평적 구조로 사회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감지하는 사실이다.

     

    ‘따뜻한 카리스마’는 이런 변화에 초점을 맞춘 키워드다.

     

    스스로 감추는 게 아니라 먼저 자신을 열어야 한다는 것, 상대의 감정을 존중하고 공감하라는 것, 시간을 두고 상대의 신뢰를 얻으라는 것, 강요나 논리가 아니라 심정적으로 동의하도록 설득하라는 것, 부드러운 거절의 요령을 터득하라는 것, 곤란한 상황도 재치 있게 넘길 수 있는 유머 감각을 익히라는 것….

     

    저자는 ‘따뜻한 카리스마를 갖는 방법’을 차분하고 꼼꼼하게 설명한다.

     

     

    자기계발서는 순간최면 효과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서 읽을 때는 금세라도 책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막상 현실에 부딪히면 ‘변화 없는 나’만 확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위험을 피하기 위해 저자는 실질적인 매뉴얼을 더한다.

     

    2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늦을 것 같다면 2시에 전화하지 말고 1시 40분쯤 전화해서 “2시 10분쯤 도착할 것 같다”고 말하라는 것, 스피치를 할 때는 두 발을 어깨너비로 벌리고, 마이크와 입술의 간격은 10∼30cm를 유지하고 각도는 30∼45도로 하면 전달력이 좋다는 것 등이 그렇다.

     

     

    풍부한 대인 경험을 바탕으로 저자는 실제 사례를 든다.

     

    끈기 있게 신뢰감 있는 이미지를 구축한 배우 안성기 씨, 직원들과 술자리를 갖고 산행을 하면서 훈훈한 스킨십을 하는 교보생명의 신창재 회장, 아랫사람을 원칙과 감성으로 품은 드라마 ‘대장금’ 속 한 상궁에 이르기까지 따뜻한 카리스마의 다양한 모델을 보여준다.

     

     

    책을 읽다 보면 ‘지는 게 이기는 것’이라는 말의 의미가 성큼 와 닿는다.

     

    그것은 따뜻한 가슴을 가진 사람이 새로운 세상을 잘 살아낼 수 있음을 가리킨다.

     

    강한 인간을 꿈꿨던 사람들, 책을 덮을 즈음엔 부드러움의 힘을 절감하게 될 것이다.

     

    김지영 기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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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대통령에게 권하는 책 30선]<10>컬처 비즈니스



    《“창의성이 기반을 이루는 사회가 조성되면 우리 한국도 새로운 문화콘텐츠와 스타일을 창조하는 문화선진국이 될 수 있다. 문화 재능이 뛰어난 세계 시민, 이것이 우리의 기본적인 비전이다.”》
     
     

     

    ‘선진화의 꽃’ 문화산업 살찌우기

     

     

     

    “미래의 부자는 문화부자다.”

     

     

    이 책은 시종일관 이렇게 말한다.

     

    문화 부자는 문화로 돈을 버는 국가와 개인을 말한다.

     

     

     

    1990년대 초 할리우드 영화 ‘쥬라기공원’이 1년간 벌어들인 흥행수입이 한국 자동차 150만 대를 판 것보다 많다는 얘기가 나온 이후 ‘문화산업’이란 말이 낯설지 않다.

     

    실제로 2006년 문화콘텐츠산업의 매출액은 54조 원. 국내 총생산의 6%를 차지했다.

     

     

     

    그러나 여전히 문화를 산업으로 보는 시각은 천박하다는 비판을 면치 못한다. 이 책은 그런 고정관념을 비판하고, 고부가가치의 새로운 원천으로 떠오른 문화산업의 최신 동향과 방법론, 미래를 소개했다.

     

     

     

    배우이자 퍼포먼스 ‘난타’의 기획자인 송승환 PMC프로덕션 대표는 이 책을 추천하며 이렇게 말했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려면 경제대국이 되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문화대국이 되어야 한다.

     

    아직 문화산업의 규모는 적다.

     

    그러나 국가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문화산업보다 중요한 건 없다.

     

    문화가 단순히 보고 즐기는 대상이 아니라 실질적 부를 창출할 수 있다는 시각에서 문화산업을 해부한 이 책을 권하는 이유다.”

     

     

     

    저자는 문화산업이 분명 미래의 부를 창출할 핵심 산업이지만 한탕주의로 왜곡돼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정책이 ‘돈 놓고 돈 먹는’ 투기로 전락한 대표적 사례로 2006년 불거진 ‘바다이야기’ 사건이 대표적.

     

    이 같은 대박주의를 몰아내기 위해 ‘문화산업은 문화플랜테이션’이라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농부가 땅을 다지고 밭을 갈아 곡식을 수확하듯 묵묵히 문화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문화콘텐츠 개발은 문화산업의 핵심이다. 저자는 묻는다.

     

    “우리에게 진정 한국적 콘텐츠가 있는가.”

     

     

     

    얼마 못 가 수그러들 위기에 있는 대중스타 중심의 ‘한류’가 유일한 답은 아니다.

     

    경쟁력 있는 한국적 콘텐츠는 창의성으로 무장한 창조계급으로부터 나온다.

     

    저자는 이 계급을 ‘문화엘리트’라고 부른다.

     

    이들의 등장은 시대적 필연이기도 하지만 이들의 육성을 국가가 돕는 것도 중요하다.

     

    저자는 ‘해리포터’ 원작자 조앤 롤링을 예로 든다. ‘해리포터’의 상품성은 롤링의 역량 덕분이다.

     

    롤링의 상상력, 지식, 철학을 자극한 것은 무엇인가. 기업의 지원은 아니었다.

     

    가난한 작가인 조앤 롤링은 오히려 아침 저녁으로 콘텐츠와 문화의 자양분을 일상적으로 전해준 질 높은 미디어, 출판, 문화시장의 덕택을 톡톡히 봤다.

     

    저자는 과연 우리 사회에 롤링 같은 ‘문화엘리트’를 키울 자양분이 충분한지 묻는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시대를 맞아 콘텐츠의 질을 높일 다양한 방법을 제시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저자는 특히 방통융합(컨버전스)의 시대에 경영의 방만함, 저급 콘텐츠 양산 구조, 시청률 지상주의 등 기존 방송의 낙후된 시스템과 악행을 따로 솎아내는 것(디버전스)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윤완준 기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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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대통령에게 권하는 책 30선]<11>맹자


    《맹자가 양혜왕을 접견했다.

    왕이 말했다. “선생처럼 고명한 분이 천리 길을 멀다하지 않으시고 찾아주셨으니 장차 우리나라에 이익이 있겠지요?”

    맹자가 말했다. “왕께선 어찌 이익에 대해서만 말씀하십니까. 진정 중요한 것으로는 인의()가 있을 뿐입니다.”》

    - 김충렬 고려대 명예교수 추천

     

     

    국가운영에 경제와 덕치 균형 강조

     

     

    이 책의 첫 장 ‘양혜왕 상’편에 등장하는 일화다. 왕이 나라의 이익만 생각하면, 그 아래 신하는 ‘어떻게 하면 내 집안을 이롭게 할 수 있을까’만 생각하고 선비와 서민들은 ‘어떻게 하면 내 한 몸을 이롭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만 한다는 지적이다.

     

    즉 위아래를 막론하고 자신의 이익만을 취하려 다툰다면 나라가 위태로워진다고 경고한 것이다.

     

    이 책의 전편을 일관하는 인의 중시 사상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맹자는 전국시대 중기를 살았다. 전국시대는 그 말 자체가 의미하듯 제후국들 사이의 전쟁이 치열하던 시기였다.

     

    제후국 내부의 권력 투쟁 역시 치열했다. 자연히 사상에서도 위기를 겪던 시대였다.

     

     

    ‘맹자’는 전국시대의 상황에 대한 맹자의 문제의식 속에 그에 대한 대응을 고민하고 사색한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김충렬 고려대 명예교수는 “서구 민주주의가 지닌 한계를 유가 사상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서구에서도 높아지고 있다”면서 “그 가운데서도 ‘맹자’는 국가 운영에 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법치주의와 덕치주의, 물질과 도덕의 균형을 역설하고 있어 주목받는다”고 이 책을 소개했다.

     

    김 교수는 이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에게 이 책을 권하는 이유로 “이 당선인이 법치주의와 실용주의를 강조하는 것을 이해하지만 덕치와 도덕이 소홀해지지 않도록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맹자’에는 실제 정치와 밀접한 관련을 맺는 구체적 대안과 그것을 위한 이론적 근거들이 맞물려 나타난다.

     

    특히 군주로서 취해야 할 태도에 대한 조언이 구석구석 자리 잡고 있다.

     

     

    맹자는 “역사적 사례를 볼 때 천하를 잃거나 얻는 것은 모두 백성의 마음을 잃거나 얻는 것에서 결정된다”고 역설한다.

     

    백성의 마음을 얻기 위해선 백성이 원하는 것을 하고, 원치 않는 것을 피해야 하는데 그것은 바로 군주의 도덕적 마음에서 나온다고 맹자는 지적한다.

     

    더 나아가 군주의 도덕적 마음은 백성을 배려하는 구체적인 정책으로 드러나야 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것이 민생의 보장을 통한 경제적 안정이라고 맹자는 강조한다.

     

     

    맹자는 전국시대를 ‘각 제후가 힘에 의존해 정치를 펴는 패도정치’로 규정하고 통일된 천하의 왕이 되려면 ‘왕도정치’를 통해 민심을 얻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왕도정치란 군주를 포함한 지배 계층의 도덕적 각성이 우선돼야 하며 백성의 경제적 복지를 보장해 준 뒤 도덕적 교화를 실행해 복지국가와 도덕국가를 이루는 것이다.”

     

     

    이를 이루지 못한 군주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는다.

     

    맹자는 “군주라 하더라도 직분을 망각하고 학정을 행하게 되면 패덕한 보통 사람일 뿐이므로 신하가 군주를 물리치는 것은 마땅한 일을 하는 것”이라고 경고한다.

     

    금동근 기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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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대통령에게 권하는 책 30선]<12>세종, 실록 밖으로 행차하다


     

    《“세종께서는 나(황희)를 포함한 여러 신하들의 단점을 아시고도 ‘공적으로 허물을 덮을 수 있다’며 시종 보호해주셨다.…실로 내 인생 최대의 반전은 ‘간악한 소인’에서 ‘청렴한 정승’으로 거듭난 것이었다.”》
     
     

     

    들판에서 농부의 고통을 묻는 자상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강무()란 군국()의 중대한 일”이라며 백성들의 고초에도 군사훈련을 감행하는 세종. 세제 개혁을 위해 17년간 신하들과 토론하며 신중을 기하던 모습과 비밀리에 연구해 오다 어느 날 전격적으로 훈민정음 반포하던 모습. 어떤 것이 진짜 세종의 모습일까.

     

     

     

    한두 가지 평가와 시선으로 세종의 복잡한 면모를 알 수 없는 건 자명하다.

     

    세종국가경영연구소 연구실장인 저자는 아버지 태종, 신하 황희 김종서 정인지 신숙주, 후대의 국왕 정조 등 9명의 시선으로 세종의 진면모를 그려낸다.

     

     

     

    세종시대는 태평시대가 아니었다.

     

    남쪽 왜구와 북쪽 야인의 침략이 연례행사처럼 자행됐다.

     

    명()나라 사신들은 끊임없이 뇌물을 요구했다. 가뭄과 홍수, 기아가 그치지 않았다.

     

    이런 위기에서 통치체제를 정비하고 국토를 개척했으며 한글을 창제하고 음악을 발전시켜 조선을 안정기로 접어들게 만든 세종의 힘은 어디서 나왔을까.

     

     

     

    저자가 주목한 원동력은 탁월한 인재 등용이다.

     

    이 책을 추천한 구본형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대표이사도 여기에 주목했다.

     

     

     

    “세종 때 정승 황희는 재주는 있으나 흠도 많은 인물이었지만 세종 덕분에 청렴한 재상으로 다시 태어났다.

     

    먼저 청렴한 정치가로 자신을 혁명하고, 자신이 발탁한 사람들이 청렴한 인재로 재무장해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있는 리더십을 배우고 익혀야 한다.”

     

     

     

    구 대표의 말처럼 황희는 “성실하고 정직한 진짜 재상”이라는 평가 말고도 “간악한 소인” “부패 관리”란 악평이 뒤따른다.

     

    그러나 이 책에서 저자가 표현한 것처럼 세종은 단점을 알고도 실력과 공적을 높이 평가했다. 특히 세종은 신분에 구애받지 않고 인재를 발탁했다.

     

    황희는 어머니가 노비인 천출()이었지만 세종시대 18년간 정승을 지냈다.

     

     

    황희 역시 그때까지 배제되던 비주류의 인재들을 발굴해 중용했다.

     

     

     

    세종은 한 시대가 부흥하는 것은 반드시 그 시대에 걸맞은 인물이 있기 때문이요, 한 시대가 쇠퇴하는 것은 반드시 세상을 구제할 만큼 유능한 인물이 없기 때문이라고 봤다.

     

     

     

    그러나 걸출한 인재를 구하는 것은 항상 어렵다.

     

    결점만 지적하고 허물만 적발하면 현명하고 유능한 사람이라도 그 지적에서 벗어날 수 없다.

     

    세종은 오히려 완전한 재능을 갖춘 사람이 아니더라도 적합한 자리에 기용하면 누구나 특유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 시대의 뛰어난 인재를 찾지 못할 경우, 재물만 탐하고 부끄러워하지 않는 자처럼 결코 함께 일해서는 안 될 부류를 제외하곤 인재를 교화시켜야 한다고 봤다.

     

     

     

    인재 등용에서도 명분보다 실리를 추구한 세종은 결국 태평성대를 이끌었다.

     

    그 어느 때보다 인재 등용의 중요한 요즘, 일독해야 할 책이다.

     

     

     

    윤완준 기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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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대통령에게 권하는 책 30선]<13>다시 읽는 드레퓌스 사건



    《“나는 뒤 파티 드 클람 중령을 고발합니다. 그는 법적 오류를 야기시킨 악마적인 장본인이었습니다.
     
    나는 펠리외 장군과 라바리 소령을 고발합니다.
     
    그들은 극악무도한 편파적 수사를 펼치는 죄를 저질렀습니다.
     
    나는 1894년 제1차 군사 법정을 고발합니다.
     
    그들은 불법적으로 전달된 비밀 자료에 근거하여 피고(드레퓌스)에게 유죄 판결을 내림으로써 법을 위반하는 죄를 저질렀습니다.
     
    지금 나의 고발 행위는 진실과 정의를 앞당겨 분출시키기 위한 하나의 혁명적 방법일 뿐입니다.”

     

    -이병훈 PD 추천》

     

     

     

     

    1898년 1월 13일 작가 에밀 졸라가 ‘로로르’지에 ‘나는 고발한다’라는 글을 실었다.

     

    ‘드레퓌스 사건’에 대한 지식인들의 관심이 절정에 올랐을 때였다.

     

    역사에 길이 남을 명문장에 담긴 끔찍한 진실에 프랑스가 경악했다.

     

     

     

    앞서 1894년 프랑스 육군의 포병 대위였던 유대인 알프레드 드레퓌스가 반역죄로 기소돼 종신 유배형을 받았다.

     

    군사 기밀을 독일에 팔아넘겼다는 혐의였다.

     

    정보 유출에 사용된 문건에서 ‘D’라는 암호명이 사용됐다고, 드레퓌스라는 이름의 첫 글자가 암호명과 일치한다고 간첩으로 지목받은 이 군사 재판은 은폐 허위 음모 같은 더러운 단어들로 채워진 것이었다.

     

    보불전쟁 패전의 책임을 면하기에 급급하던 프랑스 군부로선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한 희생양이었던 것이다. “나는 고발합니다.

     

    드 클람 중령을, 비요 장군, 부아데프르 장군과 공스 장군을…필적 감정가 세 명을, 국방부의 여러 부서를, 제1, 2차 군사 법정을.” 에밀 졸라가 언급한 한 사람 한 사람은 ‘드레퓌스 사건’이 얼마나 조직적으로 짜여진 음모였는지 한눈에 보여 준다.

     

     

     

    이 책은 드레퓌스 사건에 대한 꼼꼼하고 치밀한 자료 모음이 무엇보다 돋보인다.

     

    수많은 등장인물에 대한 해설, 연대표와 사진 자료들, 많은 신문 기사가 500쪽이 훌쩍 넘는 두툼한 책에 담겼다.

     

    그렇다고 자료를 무작정 쏟아 부은 게 아니라 복잡한 사건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인용한다.

     

    한편으로 이 사건의 전말을 문학적인 서술로 보여줌으로써 쉽고도 흥미진진하게 읽히도록 이끈다.

     

    그래서 1899년 드레퓌스 사건이 재심에 부쳐지고 ‘여전히 유죄이나 정상 참작에 의해’ 5년간의 유배 생활에서 풀려나기까지의 과정은 대단히 극적이다.

     

    특히 저자는 프랑스 군부의 의도를 파헤치는 데 집중한다.

     

    당시 신형 75mm 대포를 제작하던 프랑스 군부가 진범인 에스테르아지 소령 대신 드레퓌스를 처벌함으로써 독일군의 관심을 돌리고 허위 정보를 유포하려 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이 책을 추천한 ‘이산’의 이병훈 PD는 “‘힘없는 한 인간이 국가권력에 의해 저렇게 처절하게 무너질 수도 있구나’를 깨닫게 해준 책”이라고 말했다.

     

    이 PD는 “국민이 새 대통령에게 정치 경제적으로 많은 기대를 하고 있으며 대통령 또한 국가 발전을 위해 여러 가지 개혁을 통해 기대에 부흥하려 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혹시라도 소외되고 외면당하는, 드레퓌스 같은 백성이 생겨나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해 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혔다.

     

     

     

    김지영 기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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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대통령에게 권하는 책 30선]<14>세계화의 덫

     

     

     

     

    《“서구식 문명화 프로젝트를 범지구적으로 팔아먹고 다니는 자들은 대개 스스로 계약을 위반하기 일쑤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의 고향인 미국이나 유럽에서조차 그런 발전 모델이 별로 성공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 과정에서 사회적 불안과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것은 우리 모두가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추천

    시장중심 세계관 보완필요성 깨닫게 해

    “세계화는 이제 불가피하다. 하지만 분명 세계화는 어두운 측면을 가지고 있다. 세계화의 부정적 충격들이 존재하는 한 이를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한 방안이 필요하다. ‘세계화의 덫’은 그와 관련된 지식을 주는 책이다. 대통령 당선인의 시장 중심적 세계관에 좋은 보완이 될 것이다.”(송호근 교수)

    이제 ‘세계화’란 식상한 말이다. ‘정보화’만큼이나 뻔한 소리가 됐다. 찬성한다고 순식간에 세계인이 되거나, 반대한다고 거스르는 게 아니다.

    그런데도 세계화는 여전히 시대의 화두다. 1990년대 초부터 거론됐는데 수그러들 기세도 아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아직도 한국이 적절한 세계화 정책을 수립하지 못해서. 그리고 또 하나는 무작정 밀어붙인 세계화가 가져올 피해 때문이다.

    ‘세계화의 덫’은 그 피해에 초점을 맞췄다. 세계화 물결은 지구촌을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동시에 경쟁의 이름으로 찢어놓았다. 그 틈새로 밀려든 비참한 삶의 운명. ‘승리자의 환호에 취해 패배자의 아픔을 돌보지 않은 건 아닌지’를 돌아본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 출신인 2명의 저자가 쏟아 붓는 세계화의 맹점은 여지없다. 서구 논리에 휘말린 세계화는 지구를 ‘20 대 80의 사회’로 재편한다고 봤다. 극단적으로 ‘20%는 유복해지고 80%는 불행해지는 5분의 1을 위한 사회’다. 다수의 패배자를 양산해 전체 민주주의 자체를 공격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저자에게 ‘5분의 1 사회’에서 생성된 경쟁은 이제 모든 활동의 중심을 의미한다. 일자리 보전은 전혀 의미가 없다. 이른바 ‘시장의 정글’이 도래한다. “몰락하는 중산층은 우익 선동가의 그늘 뒤로 몸을 숨기고 노동자는 ‘가난에 대한 두려움’으로 몸서리친다.”

    결국 세계화는 서구 자본이 가져온 환상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이로 인해 벌어질 타격은 심각하다. 삶의 수단과 목적이 뒤바뀐다. 현대인은 인생의 질을 향상시키려 일하는 게 아니라 경쟁력 있게 일하려고 삶을 희생시킨다. 이 같은 무한 경쟁의 반복은 ‘기업적 합리성과 사회적 합리성’마저 뒤바꾼다. 기업 경쟁력과 이윤증대를 위해 사회와 생태계가 건강성을 잃게 된다고 ‘세계화의 덫’은 내다봤다.

    이 책은 너무 극단적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책이 출간된 1997년은 한국이 그랬듯 세계화가 초래한 위험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시기였다. 당시 세계화가 한 쪽으로 몰렸듯 저자들의 시각도 반대로 치우친다. 게다가 저자들이 내세운 ‘20 대 80 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10가지 아이디어’도 서구적인-특히 유럽 중심적인-시각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지닌 미덕 자체를 폄훼할 필요는 없다. 역사는 언제나 한 방향으로 가는 변화의 위험성을 경고해 왔다. 어떤 상황에서도 대화는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화의 덫’은 여전히 귀 기울여야 할 목소리를 담고 있다.

     

    정양환 기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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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대통령에게 권하는 책 30선]<15>더 골(The Goal)

     
     

    《“하이킹 대원들은 하나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즉 ‘산행’을 생산하는 것이다. 선두는 자기 앞에 놓인 길을 소비함으로써 산행 과정을 처리하고, 그 뒤를 따르는 다른 대원들이 그 과정을 처리한다. 여기에 대원은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수행되는 하나하나의 작업에 비유될 수 있다. 산행을 하는 우리가 ‘종속적 사건’ 집합의 한 구성요소가 되는 것이다.”》
     
     

     

     

     

     

    인구 3만의 소도시 ‘베어링턴’. 채산성을 이유로 기업들이 떠나며 경기는 갈수록 나빠진다.

     

    남아 있는 ‘유니코’사의 공장 역시 문제투성이이긴 마찬가지.

     

    MBA를 마치고 공장장으로 부임한 30대 알렉스 로고로선 갑갑하기 그지없다.

     

     

     

    설상가상. 본사에서 최후통첩이 내려온다.

     

    3개월 내에 수익체계를 개선하지 않으면 공장을 폐쇄하겠다는 것.

     

     지역 경제를 끝장낼 대량 해고의 위기 속에 알렉스는 우연히 학창시절의 은사 요나 교수를 만나는데….

     

     

     

    ‘더 골’은 소설, 즉 비즈니스 팩션이다.

     

    주인공 알렉스가 경제적 난관에 봉착한 조직을 다시 일으켜 세운다는 줄거리.

     

    요나 교수의 지도 속에 생산성을 제고하는 경영기법을 배워 현장에 적용하는 과정을 그렸다.

     

     

     

    소설이긴 해도 책이 지닌 목표는 분명하다.

     

    물리학자 출신인 저자의 ‘제약조건이론(TOC· Theory of Constraints)’을 경영에 적용시킨다.

     

    이를 통해 기업의 본질인 이윤 추구를 위해 조직을 최적화할 수 있다고 봤다.

     

     

     

    TOC는 쉽게 말하면 ‘제약 요소’를 관리하는 이론이다.

     

    제약 요소란 어느 조직이나 사회구성체에도 존재하는 성과의 흐름을 방해하는 요소다.

     

    제약 요소를 재빨리 파악하고 이를 해결 혹은 완화하는 것이 조직의 전체 생산성을 향상시키거나 질적 향상을 꾀할 수 있는 길이라는 주장이다.

     

     

     

    물론 여기에는 단계가 있다.

     

    먼저 기업의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

     

     “기업 목표란 투자 수익률과 현금 유동성을 높이는 동시에 순이익을 향상시켜 돈을 벌어들이는 것임을 잊지 말라”고 저자는 당부한다.

     

     

     

    이를 위해선 현금 창출 비율을 끌어올리고 재고와 운영비용을 낮추는 게 핵심.

     

    여기에 바로 제약 요소의 개념이 적용된다.

     

    제약 요소와 비제약 요소를 구별해 생산 흐름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판매 확대나 원가 절감 차원이 아닌 수요와 공급의 균형점을 찾아야만 비로소 기업은 효율성을 갖추게 된다.

     

     

     

    사실 말처럼 쉬운 내용은 아님에도 ‘더 골’은 읽기 편한 소설 형식이란 강점이 있다.

     

    예를 들어 제약 요소를 파악하는 개념인 ‘사건의 종속성’이나 ‘통계적 변동’은 상당히 복잡하다.

     

    그러나 이를 청소년 캠프를 인솔하는 과정에 비유해 이해를 돕는다.

     

    “어려운 경영전문서적을 서재에 비치한 경영자들도 진짜 끝까지 읽는 건 이 책 한 권”(‘이코노미스트’지)이란 평가가 수긍이 간다.

     

     

     

    허 감독이 이 책을 추천한 이유도 간단했다.

     

     

     

    “복잡할 것 없습니다. 경제를 잘 이끌어 달란 거죠.

     

    국민이 당선자를 뽑은 이유는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 경제의 방향타를 맡기겠단 뜻 아닙니까.

     

    파산 직전의 공장을 일으켜 세운 알렉스가 되어 주시길 바랍니다.”

     

     

     

    경제건 축구건, 이제는 진짜 속 시원한 ‘더 골’이 보고 싶다.

     

     

     

    정양환 기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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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대통령에게 권하는 책 30선]<16>88만 원 세대

     


     


    《“모두 우리의 20대들이고, 우리 자신이기도 하다. 그들의 불행은 미래의 불행이기도 하고, 우리의 불행이기도 하다. 그들이 이 사회의 주인공이 됐을 때…모두 웃을 수 있는 완전 균형의 시대가 열렸으면 좋겠다.”》
     
     

     

    “진보의 잣대는 이미 많은 것을 가진 사람들의 풍요를 더해 주는 것이 아니다. 아주 적게 가지거나 거의 못 가진 사람들이 견딜 만큼 마련해 주는 것이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의 이 말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가 자본주의의 미덕임을 강변하고 있다.

     

     

     

    오늘날 이 말은 진보와 좌파의 가치만은 아니다.

     

    ‘경제 살리기’를 기치로 3월 들어설 새 정부도 경제적 약자를 배려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따라서 사회·경제적 약자로 내몰린 21세기 20대의 실상을 고발한 ‘88만 원 세대’는 이념과 상관없이 나라를 이끌어 갈 사람이라면 일독해야 할 책이다.

     

     

     

    이 책을 추천한 조국 서울대 교수의 말처럼 오늘의 한국 사회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중산층이 무너지고 신빈곤층과 비정규직의 수가 급증하고 있다”.

     

    조 교수는 “당선인이 성장, 효율을 국정의 모토로 삼고 있지만 현재의 양극화를 완화하거나 해결하지 못하면 임기 말년에 어떤 평가를 받을지 모른다”며 “20대 청년의 어두운 미래에 대한 냉정한 보고서인 이 책을 읽고 벼랑으로 내몰린 20대에 대한 대책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요즘 대학생들을 두고 ‘어른’들이 하는 말이 있다.

     

    “낭만이 없어졌다” “사회보다 자신의 미래에만 관심을 갖는다”는 등.

     

    그 말처럼 지금 대학생들은 전공 공부를 포함한 모든 생활을 졸업 뒤 취직을 위한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

     

    이런 20대에게 혀를 차는 ‘어른’들은 20대 때 어땠을까.

     

     

     

    어른들의 젊은 날과 지금 20대의 젊은 날이 처한 상황은 다르다.

     

    이 책은 낭만과 꿈이 없다고 20대들을 질책만 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88만 원 세대’의 88만 원은 지난해 20대 비정규직의 평균 임금에서 나온 것이다.

     

    ‘88만 원 세대’가 우리나라에만 있는 건 아니다.

     

    일본은 ‘버블 세대’나 ‘비참 세대’라 부르고 이탈리아는 ‘1000유로(약 140만 원) 세대’라 부른다.

     

     

     

    이런 현실은 우리 사회가 경쟁의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기 때문에 빚어졌다.

     

    그렇다고 저자들이 경쟁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효율성의 원천인 경쟁 없이 작동할 수 있는 인간 사회는 없다고 말한다.

     

     

     

    그 대신 저자들이 지적하는 건 시장을 왜곡할 정도로 지나친 독과점이다.

     

    20대가 살아가는 오늘의 한국경제는 독과점이 심각하다.

     

    이는 좌파 우파 경제학자들이 모두 지적하는 점이다.

     

    중소기업의 일자리까지 감안하면 완전 고용에 가까운데도 20대 실업률이 높은 것도 대기업에 치중된 경제구조 때문이라고 한다.

     

     

     

    유럽 일본을 비롯한 다른 나라의 20대가 처한 현실, 386세대와 ‘88만 원 세대’의 비교, 곧 20대가 될 10대들의 실상 등에 초점을 맞춘 다채로운 분석이 인상적이다.

     

     

    윤완준 기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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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대통령에게 권하는 책 30선]<17>CEO의 8가지 덕목



     



    《“지도자의 자질을 갖고 있는 사람이 반드시 이상적인 지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김효준 BMW코리아 대표 추천》

     

     

    피터 드러커는 효율적인 지도자란 어떤 사람인가를 얘기하기 전에 먼저 이런 전제를 제시한다.

     

    사람마다 개성이 다르고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어떤 사람이 지도자감’이라고 단정 짓기 어렵다는 얘기다.

     

     

    드러커는 해리 트루먼,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을 예로 든다.

     

    그가 보기에 두 대통령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지도자의 자질을 갖추지 못한 인물들이다.

     

    하지만 세월이 흐른 뒤 역사는 그들을 위대한 지도자로 꼽는다.

     

    이들이 성공한 리더로 평가받는 것은 자질 여부를 떠나 ‘효율적인 지도자의 덕목’을 갖췄기 때문이라고 드러커는 강조한다.

     

     

    그는 효율적인 리더들의 8가지 덕목을 제시한다.

     

    드러커에 따르면 효율적 리더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묻고 △‘무엇이 기업을 위한 것인가’ 물으며 △계획표에 따라 행동하고 △기꺼이 책임을 떠맡고 결정을 내리며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구조를 마련하면서 △기회를 놓치지 않으며 △생산적 미팅 시스템을 구축하고 △항상 ‘우리’라고 말하는 사람들이다.

     

     

    그는 특히 첫 덕목인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주목했다.

     

    리더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앞서 해야 할 일부터 챙겨야 한다는 것.

     

    트루먼 대통령의 사례가 다시 등장한다.

     

     

     

    트루먼 대통령이 1945년 프랭클린 루스벨트에 이어 취임했을 때 그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가’에 대해 분명히 알고 있었다.

     

    루스벨트의 ‘뉴딜 정책’을 완성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우선 생각했고, 외교에 절대적 우선권을 둬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그는 국무부, 국방부 장관과의 협의로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그 결과 그는 외교 정책에 관한 한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성공을 거둔 대통령이라고 드러커는 평가한다.

     

     

    계획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특히 처음 설정한 계획을 꾸준히 밀고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의 성패에 따라, 상황의 변화에 따라 계획표를 수정하는 유연성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또 “효율적인 리더들은 이미 일어난 문제를 분석하기보다 새로운 기회의 활용을 앞서 생각한다”고 말한다.

     

     

    이런 태도들에 우선돼야 할 두 가지 덕목을 드러커는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효율적인 리더는 ‘나’라고 말하지 않고 항상 ‘우리’라고 말하고 생각한다.” “효율적인 리더는 가장 먼저 듣고 가장 나중에 말한다.”

     

     

    김효준 BMW코리아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이제 국가 경영지도자로서 부름을 받았다”며 “능력 있는 리더가 되기 위해선 효율적인 행동이 무엇이며, 그에 맞는 덕목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추천 사유를 밝혔다.

     

     

    오스트리아 빈 출생인 드러커는 신문기자로 출발해 대기업 컨설턴트, 경영학 교수를 거치면서 미국의 정재계 핵심 인물들에게 조언을 했다.

     

    책에는 드러커의 글뿐 아니라 그의 이론을 높게 평가하는 학자, 컨설턴트, 언론인 등이 드러커 경영 이론의 연장선에서 리더십에 대해 쓴 글 15편도 함께 담았다.

     

     

    금동근 기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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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대통령에게 권하는 책 30선]<18>내일을 여는 집
    《“낮은 노랫소리가 가슴에서 가슴으로 물결쳤다. 흩어지면 죽는다. 흔들려도 우린 죽는다. 하나 되어 우리 나선다. 캄캄한 새벽하늘에 펄럭이는 깃발들만 소리 없는 함성으로 이들의 출정을 배웅했다.”(단편 ‘새벽 출정’ 중에서)》
     
     

     

    - 최완규 드라마 작가 추천

     

     

     

    지도자가 보듬어야 할 고단한 노동자의 삶

     

     

     

    소설가 방현석(47) 씨가 첫 소설집 ‘내일을 여는 집’을 낸 것은 1991년이다.

     

    그는 1980년대에 대학을 다녔으며, 노동현장에서 활동하다가 작가가 됐다.

     

    그런 그의 경험이 소설에 담겨 있음은 물론이다.

     

     

     

    이 소설집은 처음부터 끝까지 현장의 이야기다.

     

    같은 이름의 노동자들이 책에 실린 작품들 곳곳에 등장해 연작으로도 보인다. 그리고 다섯 편의 중편 모두가 1980년대만이 가질 수 있었던 뜨거움으로 가득하다

     

     

    책의 첫머리에 놓이는 작품이자 방 씨의 등단작인 ‘내딛는 첫발은’은 사측과 대치 중인 한 공장의 노동조합이 조합원들의 잇단 탈퇴로 흔들리는 장면을 그렸다. 위원장과 사무장 등이 구속되고, 조직부장이 해고되면서 노조는 밀릴 대로 밀렸다.

     

    처음 250명이었던 조합원은 현재 60명. 집회를 결행하기로 한 날에 하필이면 비가 주룩주룩 내려 더욱 암울하다. 노조를 탈퇴한 노동자들에게 동참을 촉구하지만 거부당하고, 바리케이드를 치고자 망치와 철사를 준비하겠다던 동료는 소식이 없다.

     

    이 소설은 노조를 빠져나갔던 노동자들이 싸움의 현장에서 사측의 횡포를 목도하고 하나 둘 결의를 다지면서 동참하는 것으로 마친다. ‘내딛는…’뿐 아니라 ‘새벽 출정’ ‘지옥선의 사람들’ 등도 노동자들이 결연한 의지를 다지며 투쟁에 나서는 것으로 맺어진다. 그 결론이 어떠할지 작품을 따라 읽는 독자들은 알아차린다. 평론가 김재용 씨가 짚듯 그의 작품이 그리는 것은 “노동자 계급의 패배, 엄밀하게 말해 패배 직전”이다.

     

    그러나 그것은 ‘패배’이기 때문에 현실적이다. 작가는 독자를 설득하려고 하는 대신 현장 노동자들의 핍진한 삶, 작가 자신이 직접 보고 들었을 현장의 삶을 묘사함으로써 독자가 공감하도록 이끈다. 배급된 식사를 갖고 노조 안에서 갈등이 일어나는 장면, 부모의 애걸에 어깨를 떨어뜨리고 노조에서 등을 돌리는 장면 등. ‘바깥’뿐 아니라 ‘안’으로도 고단한 노동자들의 모습을 꾸밈없이 그렸다. 작품 대부분에서 누구도 두드러지게 주인공의 역할을 하지는 않지만 그것은 역으로 모든 사람이 주인공임을 드러낸다.

     

    이 책을 추천한 드라마 작가 최완규 씨는 “대통령 당선인은 인생 스토리가 극적인 사람이며, 당선 요인에는 그런 극적인 성공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한다. 최 씨는 “그러나 그 성공 신화 이면에는 그 과정에서 희생된 많은 사람의 이야기가 숨어 있을 것이며 이 소설집에는 그런 사람들의 사연이 담겨 있다”면서 “자신의 라이프 스토리를 강조할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삶도 넉넉히 이해하는 대통령이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작가 방 씨는 최근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제3세계에서 살아가기의 문제에 천착하고 있다. 소재는 옮겨 갔지만 사회적 소수에 대한 그의 시선은 변하지 않았다.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기를 바라는 작가의 소망은 ‘내일을 여는 집’ 이후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김지영 기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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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대통령에게 권하는 책 30선]<19>오륜서



    《“지식을 더 깊이 연구해 천하의 옳고 그름이나 사물의 선악을 분별하고, 갖가지 예능의 도를 체험해 세상 사람들의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게 된 후에야 비로소 전투 시에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된다.”》
     
     

     

    전국 방방곡곡을 두루 돌아다니며 평생 여러 유파의 검술 사범과 수많은 결투를 치르면서도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는 일본 무사. 열세 살 때 결투에서 처음 이긴 뒤 스물아홉 살에 이미 60차례의 승리를 거둔 무사. 천하의 적수가 없자 서른 살 무렵 검도의 길을 통해 완전한 깨달음을 얻는 데 몰두한 무사 미야모토 무사시(1584∼1645).

     

     

     

    그의 전설적인 무패 신화는 오늘날까지 일본인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무사시의 ‘진검승부’(일본어 신켄쇼부를 한자 그대로 읽은 말)라는 말이 우리말처럼 쓰일 정도다.

     

     

     

    하지만 무사시는 전설적 무용담의 주인공만은 아니다.

     

    그는 검도()의 진리를 깨달은 쉰 살 무렵 ‘오륜서()’라는 유명 병법서를 남겼다.

     

     

     

    이 책에서 무사시는 잔혹한 무사의 모습이 아니라 합리적이고 치밀한 전략가, 끊임없이 자신을 관리한 냉철한 경영인의 모습을 드러낸다.

     

    오륜서는 결투에서 상대를 제압하기 위한 방법을 가르쳐 주는 동시에 인생의 온갖 풍파를 이겨 낼 지혜도 전해 준다.

     

     

     

    유구무구(). 자세는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는 뜻.

     

    검법의 기본자세에 얽매여 상황에 따라 자세를 바꾸지 못하면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무사시의 이 가르침은 경직된 사고로 적과 나를 가르기에 바빴던 지난 우리 사회를 성찰하게 한다.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 ‘형사’의 이명세 감독이 이 책을 추천한 까닭도 이와 같다.

     

    “이 책은 싸움의 목적은 적의 목을 베는 데 있다고 강조한다.

     

    이는 좋은 결실을 내야 한다는 말이다.

     

    즉,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다면 보수냐 진보냐를 떠나 대통령의 목적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시길! 싸움의 목적이 무엇인지 항상 잊지 마시길! 그것은 국민을 위한 것이다.”

     

     

     

    무사시는 병법의 도를 이루면 세상에 깨닫지 못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병법은 무사의 신념만이 아니라 사농공상()이 세상을 살면서 익히고 닦아야 할 도()라는 것이다.

     

    농부가 검을 집을 필요는 없다.

     

    농부는 농기구로, 선비는 책으로 목적을 이루면 된다.

     

     

     

    무사시는 병법을 배우려는 이들에게 “사심()을 품지 말 것, 여러 예능을 배울 것, 각 기능의 도를 알 것, 합리적으로 사물의 이해와 득실을 분별할 것, 모든 일에 사물의 진실을 구분하는 힘을 기를 것, 현상으로 나타나지 않는 본질을 감지할 것, 사소한 현상에도 주의를 게을리 하지 말 것, 도움이 되지 않는 필요 없는 일을 하지 말 것”이라는 대원칙을 제시했다.

     

     

     

    이 원칙을 익히면 남에게 지지 않는 것은 물론 장수가 돼서는 훌륭한 여러 인물을 부하로 삼아 능숙하게 거느리고, 자신의 몸을 바르게 해 나라를 다스리고, 백성을 보호해 천하의 질서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에게 패하지 않을 자신을 가지고 자기 몸을 구하며 널리 이름을 떨치는 것이 진정한 병법의 도라고 강조했다.

     

     

    윤완준 기자 동아일보


    [새 대통령에게 권하는 책 30선]<20>한 권으로 읽는 …


    《“우리가 세상에 태어날 때 그토록 울부짖는 것은 거대한 바보들의 무대에 서는 것이 너무 서글프기 때문이다.”―‘리어왕’ 중에서

    -지휘자 금난새 씨 추천》

     

     

    예술사의 발전이 과거에 대한 학습과 천재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라면 영문학은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라는 천재에 의해 그 이전과 결코 같을 수 없는 시대가 열렸다는 데 절대다수가 동의할 것이다.

     

    미국의 평론가 해럴드 블룸은 최근 국내에도 번역된 저서 ‘세계문학의 천재들(원제 Genius: A Mosaic of 100 Exemplary Creative Minds)’에서 셰익스피어를 100명의 문학 천재 중 첫머리에 놓았다.

     

    실제로 살아 숨쉬는 남녀보다 더 진짜 같은 캐릭터의 창조, 작품에서 12단어당 1개꼴로 새롭게 만들어 낸 단어들(이 중 상당수가 지금도 일상에서 사용되고 있다), 희극과 비극에서 동등하게 과시한 탁월함 등 블룸이 꼽은 셰익스피어의 천재성은 21세기 독자의 눈으로 봐도 놀랍다.

     

     

    ‘한 권으로 읽는 셰익스피어 4대 비극·5대 희극’은 ‘햄릿’ ‘리어왕’ ‘오셀로’ ‘맥베스’ 네 편의 비극과 ‘말괄량이 길들이기’ ‘베니스의 상인’ ‘뜻대로 하세요’ ‘한여름 밤의 꿈’ ‘십이야’ 다섯 편의 희극을 수록한 책이다.

     

    모두 셰익스피어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셰익스피어연구회가 번역을 맡은 이 책은 딱딱한 문어체 대신 편안한 입말에 가깝게 옮긴 게 특징이다.

     

     

    블룸을 비롯한 평론가들이 꼽은 대로 시적인 리드미컬한 대사 속에 구현된 인물들의 개성적인 성품을 확인하고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

     

    “저놈은 제 어미젖을 빨기 전에 젖가슴에 인사부터 했을 놈이야.

     

    세상에는 세태의 파도타기를 하면서 뻔지르르한 사교술과 거품 같은 미사여구로 타인을 기만하며 살아가는 놈들이 수두룩하지”라는 햄릿의 대사에서, 비판의식으로 가득하지만 행동으로 옮기기까지 고뇌하는 지식인 햄릿의 모습이 단숨에 비친다.

     

    “여자의 잔머리를 가볍게 보지 마세요. 잔머리의 문을 닫으면 창문으로 튀어나오고, 창문을 닫으면 열쇠구멍으로 튀어나오죠”라는 로잘린드(‘뜻대로 하세요’)의 대사에는 사랑하는 사내 앞에서도 당당함을 잃지 않는 총명한 여성의 모습이 서려 있다.

     

     

    의심으로 인해 변질되는 인간성(‘오셀로’), 권력을 향한 욕망(‘맥베스’) 등 인간 내면의 어두운 심리뿐 아니라 사랑의 비이성적 속성에 대한 상징적 묘사(‘한여름 밤의 꿈’), 죽음의 위기를 극복하는 지혜(‘베니스의 상인’) 같은 깊은 주제의식뿐 아니라 “이유가 있어서 의심하는 게 아니라 의심 때문에 의심한답니다”(‘오셀로’), “죽음이란 나이 순으로 찾아오는 게 아니지요”(‘말괄량이 길들이기’) 같은 감각적인 대사들은 현대 독자들이 읽어도 새롭다. 과연 천재의 작품으로 불릴 만하다.

     

     

    이 책을 추천한 지휘자 금난새 씨는 “셰익스피어만큼 다양한 인간 군상과 인간의 갈등을 잘 묘사한 작가가 없다”면서 “대통령이라면 인간을 잘 파악할 수 있어야 하며 이 책은 나라를 다스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추천 사유를 밝혔다.

     

     

    김지영 기자  동아일보

    [새 대통령에게 권하는 책 30선]<21>문명의 충돌

     



    《1993년 여름 ‘포린 어페어스’는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이라는 논문을 실었다. 이 한 편의 논문은 1940년대 이후 이 잡지에 수록된 그 어떤 논문보다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다. 논문의 주요 내용은 ‘새롭게 태동하는 세계 정치 구도에서 핵심적이고 가장 위험한 변수는 상이한 문명을 가진 집단들 사이의 갈등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여기에서 헌팅턴이 전제한 ‘새롭게 태동하는 세계’란 냉전이 종식된 뒤의 세계를 가리킨다.

    -송호근 서울대 교수 추천》

     

     

    1980년대 말 공산주의가 붕괴하고 탈냉전 시대가 오자 사람들은 혼란에 휩싸였다.

     

    사람과 사람, 국가와 국가를 이데올로기로 가르던 세계 질서가 어떤 양상을 띠게 될지 궁금해하던 차에 ‘문명’을 화두로 내세운 헌팅턴의 예측은 큰 충격파를 던졌다.

     

     

    3년 정도 논란을 지켜보던 헌팅턴은 이 논문에서 스스로 물음표를 찍으며 제기했던 질문에 대한 대답을 위해 이 책을 펴냈다.

     

    1996년 출간된 책에서 그는 냉전 종식 이후 세계 정치를 ‘다극화’와 ‘다문명화’로 특징지었다.

     

     

    이데올로기가 차지하던 자리를 문명이 대신하며 문명에 기반을 둔 세계 질서가 태동한다는 것이 그가 강조한 책의 요지다.

     

    국가들이 문명을 중심으로 뭉친다는 것이다.

     

     

    헌팅턴은 서구,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 이슬람, 중화, 힌두, 정교, 불교, 일본권 등 주요 문명권으로 세계를 구분했다.

     

     

    그는 문명권으로 구분된 세계에서 서로 다른 문명에 속하는 국가들과 집단들의 관계는 우호적이지 않고 대립적 경향을 띨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문명의 갈등이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날 것으로 예측했다.

     

     

    우선 국지적이고 미시적 차원에서 ‘단층선 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그는 예상했다.

     

    각각 다른 문명에 속한 인접국들 사이에서, 또는 한 국가 내에서도 다른 문명에 속한 집단들끼리 분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세계적, 거시적인 차원에선 서로 다른 문명에 속한 주요 국가들 사이에 ‘핵심국 분쟁’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상되는 거시적 분쟁의 하나로 그는 서구 대 비서구의 양상을 꼽았다.

     

    더 나아가 이슬람 사회와 아시아 사회, 이슬람 사회와 서구 사회 사이에 가장 격렬한 대립이 예상된다는 게 헌팅턴의 시각이었다.

     

     

    12년 전에 출간된 이 책에서 헌팅턴이 얘기한 내용의 상당 부분은 이미 현실로 나타났고 곳곳에서 대립과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지금에 와선 새로운 내용이 없다고 치부해 버릴 수도 있겠지만 현재를 짚어 보고 미래를 고민하는 이론서로선 여전히 유효하다.

     

     

    다양한 문명과, 문명 간의 갈등을 다루긴 했지만 이 책의 많은 부분은 서구 문명에 대한 진단이다.

     

    서구 문화의 보편성을 관철하려는 미국을 비롯한 서구 사회의 노력과 현실적 능력 사이에서 생겨나는 부조화를 짚은 것이다.

     

    그 근저에는 서구 문명을 우월하다고 보는 시각이 깔려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송호근 서울대 교수는 “미국의 보수파가 세계를 어떻게 재단하고 있는지 극명하게 드러내 보여 주는 책”이라고 평가하고 “약소국이나 제3세계에서 보는 시각과는 상당히 다르다는 점을 상기하며 읽으면 대미 외교 정책을 펴는 데 여러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 책을 추천했다.

     

    금동근 기자 동아일보


    [새 대통령에게 권하는 책 30선]<22>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삼국유사


    《“중국의 제도와 문물이 좋다고 하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중국이 그들의 필요에 따라 만들고 쓴 것이다. 이를 그대로 들여와 내용만 우리 것으로 채웠을 때, 내용은 형식에 가려 실상을 보여 주지 못했다…부작용이란 다름 아닌 ‘우리의 실종’이었다.”》

    - 구본형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대표 추천

     

     

     

     

    한국인의 특별함을 찾는 보물창고

     

     

    삼국유사의 ‘유사()’는 ‘남겨진 사실’ 또는 ‘잃어버린 사실’이란 뜻이다.

     

    일연이 보기에 김부식의 삼국사기는 정사()지만 중국 중심의 사대주의에 빠진 나머지 삼국시대 조상들의 세계 인식을 무시했다.

     

    일연은 그래서 ‘삼국사기가 잃어버린 이야기’를 찾았고 그 결과가 삼국유사에 고스란히 담겼다.

     

    삼국유사를 찬란하고 풍부했던 고대문화와 풍성한 설화의 보물 창고라 일컫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삼국유사의 매력에 제대로 빠져 본 사람은 드물다.

     

    삼국유사를 읽어 본 사람이 별로 없다는 얘기다.

     

     

    저자는 그런 독자들을 위해 삼국유사의 현장을 11년 동안 누빈 내공을 바탕으로 삼국유사를 쉽게 해설했다.

     

    그는 일연의 생애와 저술 의도를 꼼꼼히 분석하면서 삼국유사를 삼국사기와 중국의 승전들과 비교해 그 의미를 성찰했다.

     

     

    저자에 따르면 삼국사기는 중국 사대주의라는 방부제를 친 통조림이어서 우리 시각이 약하다.

     

    반면 삼국유사는 무신반란과 집권, 송나라의 몰락과 원나라의 성립이라는 세계관의 커다란 변화를 겪은 뒤 태어났다.

     

    모든 것을 중국 중심으로 해석한 기존 역사관에 반기를 들고 우리만의 이야기를 발굴하려는 시대정신 속에서 삼국유사가 탄생한 것이다.

     

     

    그렇기에 삼국유사는 삼국사기와 달리 단군조선 이야기로 시작한다. 삼국의 뿌리가 단군조선이라는 생각으로 우리 역사를 주체적으로 바라보고 상상력을 자극할 온갖 이야깃거리를 찾아냈다.

     

    지금으로 치면 스토리텔링의 보고인 셈이다.

     

    구본형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대표가 이 책을 추천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구 대표는 “새 지도자는 ‘한국인의 특별함은 무엇인가? 무엇으로 세계인을 유혹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내놔야 한다”며 “우리 문화의 신화와 차별성을 담은 원천으로 이 책을 권한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글로벌 시대 번영의 핵심 축은 차별적 문화다.

     

    우리 것을 버리는 게 아니라 우리 것에 대한 세계적 공감과 동의를 얻어낼 때 이를 부가가치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연은 삼국유사를 위해 한평생 이곳저곳 사찰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그곳에서 전해 내려오는 문헌과 이야기를 기록했다.

     

    일연이 없었다면 우리가 지금 즐기는 옛이야기들의 샘과 뿌리도 잊혀졌을 것이다.

     

     

    저자는 “삼국유사는 방금 따낸 과일이나 방금 캐낸 채소”라고 말했다. 요리를 하기에는 방부제를 친 통조림(삼국사기)보다 싱싱한 과일과 야채가 더 좋은 재료라고도 했다.

     

    삼국유사는 시대마다 좋은 요리사를 만나 좋은 요리가 만들어지길 기다리는 재료라는 것이다.

     

     

    엄청난 돈을 벌어들인 외국 영화, 소설 중 상당수가 그 나라의 신화, 전설을 잘 요리했다. 우리에게도 삼국유사란 좋은 재료는 준비됐다.

     

    이를 고부가가치 문화산업으로 요리할 주방장은 어디에 있을까.

     

     

    윤완준 기자 동아일보

     


    [새 대통령에게 권하는 책 30선]<23>심상사성() 금강경

     

    《모든 게임의 법칙에서 패배자는 자신의 미욱한 힘만 믿고 시세의 흐름에 역류하는 자들입니다. 승자들은 다투지 않습니다. 단지 대응할 뿐입니다. 무쟁삼매()를 깨달으면 새로운 세계가 열립니다.》
     
     

     

    ‘금강경’은 부처가 보리수 아래서 깨달음을 얻은 후 40여 년 만에 설법한 경전이다.

     

    중국 양나라 황제의 아들인 소명태자는 이 금강경을 32분()으로 나눴다.

     

    분은 책을 구분하는 단위로 장()과 같은 의미다.

     

     

     

    이 책은 소명태자가 구분해 놓은 금강경을 다시 한글로 풀어 쓰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저자는 한걸음 더 나아갔다. 비즈니스, 인간관계에서 성공에 이르는 길을 금강경 구절을 빌려 설명한다.

     

     

     

    저자는 증권맨이다.

     

    그는 10여 년 전 한 스님에게서 금강경을 건네받았다.

     

    스님은 머리 쓰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꼭 읽어야 한다고 했지만 저자는 읽다 그만두기를 반복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증권사에서 어려운 업무를 맡게 되면서 자신의 장단점을 다시 파악해 보자는 결심을 하게 됐고, 금강경에 다시 손을 댔다.

     

     

    저자는 “금강경이 최고의 성공학 저서란 사실을 새롭게 발견했다”고 밝혔다.

     

     

     

    금강경의 도입부인 첫 번째 분은 ‘부처가 탁발로 밥을 빌어먹고, 식사를 마친 뒤 옷을 개어 제자리에 놓고, 발을 씻은 뒤 자리에 앉았다’는 내용. ‘왜 밥 빌어먹는 이야기로 시작했을까’ 궁금해하던 저자는 성공한 고객들에게서 해답을 찾았다.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몸과 주변을 잘 정리한다는 점을 발견한 것이다.

     

    저자는 “부처는 정리정돈을 잘하는 것이 모든 일의 근본이라는 사실을 몸소 보여 준 것”이라고 설명한다.

     

     

     

    부처는 리더의 조건에 대해서도 설파한다.

     

     

     

    “모든 중생을 성불()에 이르게 하더라도 실제 나로 인해 성불을 이룬 중생은 하나도 없다.”

     

     

    저자는 ‘부하들에게 도움을 준 뒤 보답이 없다고 배신감을 느끼거나 생색내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했다.

     

     

     

    보시()의 중요성도 강조된다.

     

    돈이나 재물뿐 아니라 물 한 잔이라도 내가 남을 위한 마음에서 주는 것은 모두 보시고 더 나아가 자신이 집착하는 것을 내던지는 것이 보시다.

     

     

     

    이 밖에 저자는 금강경을 통해 △최고의 강자는 지식과 힘을 드러내지 않는다 △자기 방식이 옳다고 함으로써 충돌을 해선 안 된다 △가진 것을 버리고 새로 배우려는 자세인 ‘항복기심()’이 중요하다는 점 등을 배웠다고 말한다.

     

     

     

    저자가 가장 크게 깨달은 점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의 중요성이다.

     

    금강경의 표현으로 하자면 ‘여여()’하게 보는 것이다.

     

     

     

    저자는 “여여하게 보다 보면 원리를 알게 되고, 원리를 알면 재미가 생기며, 재미가 있으면 집중력이 높아지고, 집중력은 꾸준함을 낳고 결국은 성공에 이른다”고 강조한다.

     

     

     

    김경문 감독은 “마음만 먹으면 반드시 이뤄진다는 제목과 내용이 마음에 와 닿았다”며 “마음먹고 열심히 하면 못 이룰 게 없다는 사실은 스포츠인들이 특히 명심하는 점인데 정치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리라고 생각한다”고 추천 사유를 밝혔다.

     

     

    금동근 기자 동아일보

     

    [새 대통령에게 권하는 책 30선]<24>정관정요



    《“만일 천하를 안정되게 다스리려고 한다면 먼저 군주 자신의 행동을 바르게 해야 하오. 몸이 곧은데 그림자가 기울고, 윗사람이 훌륭히 다스리려고 하는데 아랫사람들이 혼란스러운 경우는 없소.”》

    - 조국 서울대 교수 추천

     

     

     

    사치-방종의 경계 가르친 제왕학 교본

     

     

    이뿐만이 아니다.

     

    “황제가 내린 조서 가운데 부당하여 실행할 수 없는 부분이 있으면 반드시 자기 의견을 견지하도록 하시오.”

     

    “나라를 다스리는 것과 질병을 치료하는 것에는 어떠한 차이도 없소. 천하가 조금 안정되면 더욱 조심하고 삼가야 하오.”

     

    “나는 깊숙한 구중궁궐 안에 있어 천하의 일을 모두 볼 수 없소. 그래서 아래의 일은 그대들에게 위임하여 나의 귀와 눈을 삼은 것이오.”

     

    한 나라를 다스리는 군주가 반드시 마음에 새겨 두어야 할 덕목들이 한 줄 한 줄에 담겨 있다.

     

     

    ‘정관정요()’의 ‘정관’은 당 태종 이세민의 연호(627∼649년)를 가리킨다. 중국 역사상 가장 찬란했던 시대로 알려진 때다.

     

    이 시기에 정리된 ‘정요’는 고금을 넘나드는 통치철학이 됐다.

     

    중국의 역대 집권자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수많은 지도자도 이 책을 곁에 두고 항상 탐독했다.

     

    너무나 잘 알려진 ‘리더십 교과서’인 셈이다.

     

     

    이 책을 추천한 조국(법학) 서울대 교수는 “현재의 정치구도와 문화에서 대통령은 ‘무한 책임’을 지도록 요구받는다”고 말한다.

     

    “대통령은 뜨거운 지지의 대상이었다가도 한순간에 차가운 혐오와 경멸의 대상으로 전락하곤 하며, 전능의 ‘왕’에서 ‘동네북’이 되는 것은 순식간”이라는 것.

     

    조 교수는 “이런 점에서 동양에서 제왕학의 교본이었던 정관정요는 새 대통령의 자경자계()를 위하여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특히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고, 가라앉힐 수도 있다’는 교훈을 명심해 서민의 소리에 귀를 열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조 교수의 말처럼 정관정요는 제왕학의 교본으로 불릴 만하다.

     

    이 책에는 군주가 갖춰야 할 도리, 어진 관리 임명의 중요성, 군주와 신하가 지켜야 할 계율부터 충(), 효(), 신(), 절약과 겸양, 유학과 문학, 역사뿐 아니라 형법과 부역, 세금과 국외 정책에 이르기까지 ‘군주가 맡아야 할 모든 것’이 기록돼 있다.

     

    “옛 사람들은 ‘물의 형상은 그것을 담고 있는 그릇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지 물 자체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소” “오직 단정하게 자신의 덕행을 수행하면 되오. 이 밖의 허황된 일은 마음에 담아 둘 가치가 없소” 등 리더뿐 아니라 보통 사람들도 충실한 삶을 꾸려 가기 위해 귀담아들어야 할 덕목이 풍성하다.

     

     

    당 사관 오긍의 기록 방식도 주목할 만하다.

     

    교훈적인 이야기를 단순하게 나열한 게 아니라 당 태종과 신하들이 토론하는 형식으로 풀어냈다.

     

    독자들이 당대의 어전회의를 참관하는 셈이다.

     

    논어 사기 춘추좌전 등 중국의 고전과 고사들이 인용돼 사례도 풍부하다.

     

     

    성군으로 불렸던 당 태종이 후기로 접어들어 사치와 방종에 빠진 것도 리더가 염두에 두어야 할 대목이다.

     

    지위에 있는 내내 초심을 갖추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다름 아닌 정관정요의 주인공이 일깨워 준다.

     

    김지영 기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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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대통령에게 권하는 책 30선]<25>평화의 얼굴


     


    《“양심은 누구나 자기 내면에 지니고 있는 거울입니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윤리적 감각과 관련 있기는 하지만, 보편적인 윤리나 도덕을 말하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각자 나름의 판단과 행동 기준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남들이 보기에는 아무리 이상해 보여도 스스로 자신을 그 거울에 비춰 보았을 때 떳떳하다면 그것은 ‘a good conscience’입니다.”

    -장석주 시인 추천》

     

     

    인정하자. 집단에서 ‘다수()’ 의견이 중시되는 건 당연하다.

     

    많은 이가 가고자 하면 따라야 하며, 소수보단 다수가 행복한 게 이익이다.

     

    민주주의()도 백성이 주인 된다는, 즉 ‘Power to the people’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그게 소수를 무시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적은 수라도 자유와 권익은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

     

    “그간 민주주의 사회는 평등이란 미명 아래 타자()를 소외했다”는 자크 랑시에르의 지적을 염두에 둔다면, 그들을 감싸 안을 때 민주주의도 진정한 한 발짝을 내디딜 것이다.

     

     

    ‘평화의 얼굴’은 그런 의미에서 그 ‘한 발짝’을 위한 외침이다.

     

    장석주 시인은 “양지와 음지가 공존하는 한국 사회의 음지를 비추는 책”이라 평가하며 “대통령 당선인이 소수자에 대한 배려와 관심을 갖길 기대하는 뜻”에서 이 책을 추천했다.

     

     

    하지만 저자가 주목한 소수는 난감하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예민한 이슈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소수이긴 하나 연민의 시선도 쉽게 허용치 않는 사각지대.

     

    바로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자’들이다.

     

     

    한국 사회에서 군대는 신성불가침이다.

     

    한 가수는 징집을 피하려 국적을 포기했다 공항에서 되돌아가야 했고, 병역 비리 한 방이면 어떤 권위도 무너진다.

     

    ‘남들도 다 하는 국방의 의무니깐.’ 군대 안 간 남성은 여성도 놀려댄다.

     

     

    하지만 경북대 법학과 교수인 저자는 그렇기에 더욱 논의해야 한다고 믿는다.

     

    “병역 거부는 이제 ‘그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여러분과 저, 우리 모두는 폭력이 일상화된 사회, 전쟁이 분쟁 해결의 중요한 수단으로 받아들여지는 세계 안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들’의 문제에서 시작했으나 이제는 ‘나’의 문제를 고민할 차례입니다.”

     

     

    저자의 견해에서 보면 병역 거부는 전적으로 개인 선택에 달렸다.

     

    세상을 하나의 잣대로 논할 수 없듯 개인 신념과 기준도 하나일 수 없다.

     

    평화를 위해 총을 들어야 한다는 믿음이 있다면, 그 평화를 위해 총을 놓아야 한다는 생각도 존재할 수 있다.

     

    헌법이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는 한 어떤 양심을 선택하는가는 개인의 문제다.

     

     

    그렇다고 저자가 전적으로 병역을 거부하자는 뜻은 아니다.

     

    ‘양극단 선택’의 논리야말로 저자가 가장 지적하고픈 시대적 편견이다.

     

    이쪽 아니면 저쪽 말고도 또 다른 길이 있음을.

     

    저자는 대체복무로 제3, 제4의 길을 찾자고 주장한다.

     

     

    물론 저자 주장에 100% 동의하긴 심정적으로 쉽지 않다.

     

    왜 그렇게 한국인들이 병역 문제에 민감한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세상만사 ‘돈 없고 빽 없어’ 억울한 민초들의 심정.

     

    그나마 군대마저 평등치 못하니 울분이 터진 것이다.

     

    소수의 양심만큼이나 다수의 양심도 멍울져 있음을. 그걸 얼러 주지 못한 채 관용만 요구하기엔 갈 길이 아직 멀다.

     

    정양환 기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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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대통령에게 권하는 책 30선]<26>삼한지


     


     

     

    《“이것은 우리 역사의 밤하늘에 한 무리 휘황한 별자리를 이룬 시대, 그 눈부시게 찬란한 우리 영웅들의 이야기다. 이 땅에 태어나 살다가 하늘로 돌아가 별이 된 사람들, 나는 사서()의 행간과 이면에서 그들이 뿜어내는 영롱한 빛을 그대로 백지에 옮기려 노력했다.”》
     
     

     

    “삼한의 땅 비록 험하고 거칠어도/어디선가 무리를 이끌고 창해를 건너와/솥발 같은 형세로 나라를 세우고…세월은 무상하여 천 년이 다시 흐르고/고구려 백제 신라 다 없어졌거늘/원통하여라, 갈가리 찢어진 오늘의 형세여/허물어진 왕성 옆 잡초 우거진 무덤가에는 뒷사람의 어지러운 수작만 극성하여 장부들의 곤한 꿈자리를 휘젓나니”

     

     

     

    비장한 서사시로 시작하는 이 대하소설은 고교 시절 지루했던 국사 시간의 기억을 단숨에 날린다.

     

     

     

    누구나 한 번쯤 삼국지에 푹 빠져 지낸 날들이 있을 것이다.

     

    ‘삼한지’는 삼국지의 감동과 재미에 견줄 우리 역사소설이다.

     

    관우와 장비의 무용담, 제갈공명의 명석함과 신비로움 같은 군웅할거의 고대사를 동경하게 해줄 우리 작품이 없다고 한탄하지 않아도 된다.

     

     

     

    ‘삼한지’는 부족국가 시대를 끝내고 중앙집권 체제로 들어선 삼국이 대립과 경쟁 속에서 세력을 확장해 갔던 6, 7세기 100년의 역사를 박진감 있게 재구성했다.

     

     

     

    고구려의 호방하고 활달한 기상, 군사대국이자 문화강국이었던 백제, 약소국이었지만 활발한 외교정책으로 기어코 통일을 이뤄낸 신라의 얽히고설킨 경쟁이 철저한 역사고증을 바탕으로 펼쳐진다.

     

    삼한()은 삼국사기에 나오는 말로 삼국의 다른 이름이다.

     

     

     

    이 웅대한 서사시에 영웅들이 빠질 수 없다.

     

    수양제의 100만 대군을 격파한 을지문덕은 탁월한 리더십의 소유자로 묘사된다. 연개소문은 신출귀몰한 카리스마의 장수로, 백제 무왕은 지략과 용맹을 겸비한 군주로, 김춘추는 탁월한 외교적 수완을 갖춘 인물로 등장한다.

     

    이들의 야망과 집념, 암투와 권모술수….

     

    인간 사회의 진면목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저자는 신라가 당의 도움을 받아 삼국을 통일한 것을 두고 외세를 등에 업었다고 비난하는 건 옳지 않다고 말한다.

     

    당시 삼국은 전혀 다른 나라였다.

     

    민족, 동족 개념이 없었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며 공동체의식, 민족의식이 생겨났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삼한지’는 이 과정을 묘사한 문학작품이다.

     

     

     

    무엇보다 ‘삼한지’는 오늘날 국가 외교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삼한지’의 영웅들은 각기 다른 두 나라와 관계를 어떻게 유지할지, 중국의 영향력을 어떻게 활용하고 차단할지 고심하고 전략에 응용했다.

     

    신라는 취약한 군사력을 만회하기 위해 삼국 중 가장 적극적으로 외교에 주력한 덕분에 통일을 이뤘다.

     

    신라가 고집스럽게 고립주의를 표방했다면 삼국통일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외교는 한 나라의 생존과 번영을 결정하는 중요한 국가전략이다.

     

    평화와 긴장, 동맹과 적대를 오가는 외교전략의 수완이야말로 21세기 지도자에게 필요한 덕목이다.

     

     

     

    한승주 전 외무부 장관이 ‘삼한지’를 추천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삼국이 경쟁하고 통일하는 과정에서 지도자의 외교 리더십이 어떻게 발현됐는지 소설이지만 매우 교육적으로 잘 나타나 있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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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대통령에게 권하는 책 30선]<27>이것이 인간인가



    《“자신의 운명이 위태로울 때 이성적일 수 있는 인간은 매우 드물다. 운명이 위태로울 때 사람들은 극단적인 태도를 취한다. 그러나 낙관주의자와 비관주의자 두 부류가 그렇게 분명하게 구별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대화 상대와 상황에 따라, 기억도 일관성도 없이 두 극단적인 입장 사이에 동요하기 때문이다.”》

    - 김주영 작가 추천

     

     

    무력감 빠진 국민 일어서게 만드는 지도력

     

     

    누구라도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운명. 죽음의 수용소에서 동료는 하나 둘 가스실로 향한다.

     

    그런데 하룻밤 사이, 탄압의 총부리가 사라진다면 어떨까.

     

    당연히 환호하며 바깥세상을 향해 내달릴 듯하다.

     

    하지만 수감자들은 선뜻 나가지 못한 채 운명을 기다릴 뿐이다.

     

     

    말도 안 되는 상황. 폭력과 억압이 체화된 삶에서 자유는 오히려 불안의 기폭제가 됐다.

     

    아우슈비츠에서 이런 상황을 체험한 이탈리아계 유대인인 저자는 말한다.

     

    “이것이 인간이다.”

     

     

    김주영 작가가 이 책에서 주목한 대목도 이 지점이다.

     

    “어느 순간 고통이 일상화되면 인간은 더 나은 현실이 있어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오랫동안 무력감에 익숙해진 한국인에게 대통령 당선인은 자신이 추진하는 개혁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이 책은 저자가 폴란드 아우슈비츠 제3수용소에서의 체험을 담은 기록이다.

     

    이탈리아 빨치산으로 활동하다 체포된 뒤 1943년 12월부터 1945년 1월 러시아군이 아우슈비츠를 해방시킬 때까지 겪은 ‘노예보다 못한 삶’을 글로 옮겼다.

     

     

    저자가 초점을 맞추는 건 전쟁의 처참함이 아니다.

     

    가스실 풍경을 자극적으로 풀어 놓지도 않는다.

     

    저자의 눈은 ‘스스로 무너지는’ 수용자들의 변화에 머문다.

     

    한없이 지속되는 고통은 더는 고통이 아닌 것이다. 인간은 그저 상황에 맞춰 살아갈 뿐이었다.

     

     

    수용소에서 배급되는 음식에 대한 이들의 대응은 그 정점이다.

     

    양배추와 무 조각이 전부인 ‘죽’은 먹을 게 못되는데도 탐욕의 대상이 된다.

     

    배급량이 다가올 죽음보다 중요해졌다.

     

     

    “(가스실행) 수용자에게는 두 배의 죽이 배급된다.

     

    그날 치글러는 반합을 내밀고 보통 양의 배급을 받은 뒤 가만히 기다리고 서 있었다.

     

    치글러는 밀쳐 쫓겨났지만 다시 돌아와 계속 고집을 부린다.

     

    그의 카드가 왼쪽으로 넘겨졌고 모두 (가스실행이 적힌) 그것을 보았다.

     

    배급이 정확히 주어지자 치글러는 죽을 먹으러 조용히 침대로 간다.”

     

     

    책의 미덕은 저자가 결코 자기 연민에 휩싸이지 않았다는 데 있다.

     

    매서운 고통에 대한 분노와 번민이 뒤엉킬 때도 있지만 문장은 절제를 잃지 않는다.

     

    극한의 폭력에 노출돼 스스로 무너지는 인간과 그 과정이 몸서리치게 다가온다.

     

     

    저자는 집으로 돌아와 악몽을 전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은 무관심해진다.

     

    “마음속에서 황폐한 슬픔이 서서히 자라난다.” 40년에 걸친 증언에도 커져 가는 절망.

     

    1987년 4월 11일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저자의 경험은 특별한 것이다.

     

    평범한 이들이 자신의 존엄성을 밑바닥까지 내던질 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평생 그런 일이 닥치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진짜 무서운 것은 스스로도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게 인간이다.

     

    정양환 기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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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대통령에게 권하는 책 30선]<28>사기열전()



    《“창고에 물자가 풍부해야 예절을 알며, 먹고 입는 것이 풍족해야 명예와 치욕을 알게 된다. 임금이 법도를 실천하면 육친(·부, 모, 형, 동생, 아내, 자식)이 굳게 결속하고, 나라를 다스리는 네 가지 강령 즉 예의, 정의, 깨끗함, 부끄러움이 펼쳐지지 못하면 나라는 멸망한다.”》

    - 박맹호 대한출판문화협회장 추천

     

     

    인재 발굴해 적재적소에 쓰는 리더십

     

     

    춘추시대 제나라의 명재상으로 이름을 떨쳤던 관중()이 남긴 말이다.

     

    국가를 평안하게 하는 데는 경제적 풍요로움이 우선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동시에 법치()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관중이 죽은 지 100여 년이 지난 뒤 재상에 오른 안영(영)은 청렴하고 대쪽같은 면모로 훌륭한 정치인으로 기록됐다.

     

     

    그는 재상이 된 뒤에도 밥상에 고기반찬을 두 가지 이상 놓지 못하게 했다.

     

    조정에 나아가서는 임금이 물으면 바르고 신중하게 대답했으며 묻지 않을 때에는 몸가짐을 조신하게 했다.

     

    임금이 나라를 올바르게 다스리면 그 명령을 따랐지만 올바르지 않을 경우에는 그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

     

     

    두 재상에 대한 이야기는 사기열전의 ‘관안열전()’편에 기록돼 있다.

     

    사마천은 상고 시대부터 한 무제 때까지의 중국 역사를 다룬 사기()를 남겼다.

     

    사기는 본기(), 표(), 서(), 세가(), 열전 등으로 이뤄졌는데 이 가운데 열전은 제왕과 제후를 위해 일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기록한 역사서다.

     

     

    이 역사서는 제후의 신하뿐아니라 신분을 초월해 다양한 인물을 다루고 있다.

     

     

    ‘자객열전()’은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홀로 적지에 뛰어들기를 마다하지 않은 사나이들의 세계를 그렸고, ‘회음후열전()’은 남의 가랑이 사이를 기어가는 굴욕을 딛고 초왕의 자리까지 올라갔다가 결국 유방에 의해 제거된 희대의 풍운아 한신에 대한 이야기다.

     

     

    사마천은 다양한 인물의 면면을 통해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야 할까”에 대한 대답을 제시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에는 충신과 올곧은 선비가 많이 등장한다.

     

    부하를 선택할 때의 교훈을 얻을 수 있는 대목이다.

     

     

    박맹호 대한출판문화협회장은 “역사를 거울삼아 널리 인재를 등용함으로써 국부를 살찌우고 국민의 삶을 평안하게 해 줬으면 좋겠다”며 이 책을 추천했다.

     

     

    ‘전단열전()’에선 신하의 절개란 어떤 것인지를 이야기한다.

     

     

    연나라가 제나라로 쳐들어갔을 때의 일이다.

     

    제나라 획읍 사람 왕촉(촉)이 어질다는 말을 들은 연나라 장군은 왕촉을 자기 사람으로 삼기 위해 의향을 타진했다.

     

     

    왕촉은 이를 거절했다.

     

     

    “충성스러운 신하는 두 임금을 섬기지 않고, 정조 있는 여자는 두 남편을 섬기지 않소.

     

    나라는 이미 망했지만 당신의 장수가 된다면 포악한 행동을 일삼는 것과 다를 바 없소.

     

    살아서 의로운 일을 못할 바에는 차라리 가마솥에서 삶겨 죽는 편이 낫소.”

     

     

    그는 이 말을 남긴 뒤 나뭇가지에 목을 매 숨졌다.

     

    금동근 기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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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대통령에게 권하는 책 30선]<29>동아시아의 역사분쟁



    《“우리 역사를 통관해 보면 영토 의식과 역사의식은 항상 변해 왔다. 그런 변화 속에도 변하지 않는 핵심이 있었다. 삼한이 한국사의 범주인 것은 한국과 중국이 모두 인정해 왔으며 적어도 압록강 이남의 영토는 중국에서 넘보지 않았다. 이마저 부정하려는 중국의 최근 태도는 버려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상호 갈등과 분란이 끊임없이 야기될 수밖에 없다.”

    -서울대 이태진 인문대학장 추천》

     

     

    “발해사는 한국사에 속할 수도 있고 만주의 역사에 속할 수도 있다.”

     

     

    발해사를 국사로 보는 이들이 펄쩍 뛸 주장이지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저자는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로 오랫동안 발해사를 연구해 온 학자지만 발해사를 민족주의적 역사학의 시각에서만 보지 않는다.

     

    오히려 발해사가 왜 한국사인지 논리적으로 설명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민족주의 역사학의 틀에 갇혀서만은 고대사의 진실을 볼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이 책의 저변에 깔려 있다.

     

     

    민족주의 역사학은 과거의 역사를, 현재의 정치적 이해를 위해 이용한다.

     

    단적으로 중국의 동북공정 프로젝트는 중국의 민족주의와 국가주의를 고양하는 국가적 사업이다.

     

    이런 동북공정에 감정적으로 대응해봤자 논쟁은 끝이 나지 않는다.

     

     

    저자는 동북공정에 진정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고조선, 고구려, 부여, 발해의 역사가 왜 한국적인지 치밀하고 실증적으로 설명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며 민족주의 역사학의 틀을 벗어나려는 시도를 살핀다.

     

     

    이 흐름은 크게 보아 탈민족주의론, 제3의 역사론, 역사공유론으로 나뉜다.

     

    탈민족주의 역사학은 국가와 민족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 역사를 세계사적 관점에서 보자는 것.

     

    그러나 저자는 중국과 일본이 민족주의로 역사를 왜곡하는 마당에서 우리만 민족주의를 버린다고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저자는 고구려사는 한국사도 아니고 중국사도 아니라는 제3의 역사론, 한중 양국이 역사를 공유할 수 있다는 역사공유론도 자세하게 소개한다.

     

    이 책은 이처럼 동아시아 역사논쟁의 흐름과 한계를 보여주면서 우리 역사를 바로 볼 기회를 준다.

     

     

    저자는 과도한 민족주의는 비판받아야 하지만 민족과 국가를 완전히 벗어버리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한다.

     

    탈민족주의와 민족주의의 경계에 서 있는 셈이다.

     

     

    중국의 역사 왜곡은 이제 고구려사를 지나 발해사, 고조선사까지 넘나들고 있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도 아직 계속되고 있다.

     

    한편으로 역사학계에서는 점차 민족주의적 사관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치, 외교는 역사와 불가분의 관계다.

     

    새 정부의 지도자가 역사를 모른 채 동아시아 역사분쟁을 슬기롭게 대응할 수 없다.

     

     

    그래서 서울대 이태진 인문대학장은 이 책을 추천했다.

     

    감정적 차원이 아니라 냉철하게 역사 분쟁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 외교적인 갈등 못지않게 역사분쟁이 심각한 지역이 동북아시아다.

     

    이 책만큼 동아시아 삼국의 역사분쟁 현황을 잘 정리한 책도 드물다.

     

    역사 분쟁의 본질이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타개해 나가야 하는가를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된다.”

     

    윤완준 기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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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대통령에게 권하는 책 30선]<30>서부전선 이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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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대통령에게 권하는 책 30선]‘새 대통령…’시리즈를 마치며


    시대정신 가르쳐준 양서… 독자들도 큰 반향

     

     

    ‘2008 책 읽는 대한민국-새 대통령에게 권하는 책 30선’이 20일 연재를 마쳤다.

     


    지난달 7일 이태진 서울대 인문대학장이 권한 ‘건국의 정치’(김영수)로 시작한 이번 기획은 서남표 KAIST 총장이 추천한 ‘서부전선 이상 없다’(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를 마지막으로 모두 30권을 소개했다. 이들을 포함해 한승주 전 외무부 장관, 장석주 시인, TV 드라마 ‘이산’의 이병훈 PD, 허정무 축구국가대표팀 감독, 금난새 지휘자 등 각계 명사 20명이 책 선정에 참여했다.

     

     

     

    이번 시리즈는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믿음과 책 읽는 대통령을 기대하는 국민의 희망을 담아 기획한 것이었다.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의 구본형 대표는 “어려운 한국을 일으킬 구원투수로 발탁된 대통령 당선인이 여러 방면을 두루 살피고 능력을 발휘하길 바라는 마음이 모였다”고 평했다.

     

     

     

    ‘새 대통령에게…’는 연재 초기부터 신선한 돌풍을 일으켰다.

     

    책 내용과 기획 방식에 대한 독자들의 문의와 칭찬이 이어졌다.

     

    선정된 책의 출판사 중에는 소개와 아울러 책 표지를 바꾸고 개정판을 낸 곳도 있다.

     

    특히 ‘건국의 정치’(이학사)는 한달에 10권도 안 나가던 책이 한 달 새 300여 권이 팔리기도 했다.

     

     

     

    책 선정에 대해서도 좋은 평가가 많았다.

     

    추천 인사들의 전문 분야가 다양한 만큼 인문 사회 역사 경영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이 포함됐다.

     

    동아시아출판사의 한성봉 대표는 “특히 ‘평화의 얼굴’이나 ‘다시 읽는 드레퓌스 사건’, ‘세계화의 덫’ 등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책들이 함께 소개돼 좋은 균형을 이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추천 책들이 대통령뿐만 아니라 독자에게도 다양하고 깊이있는 생각의 기회를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컸다.

     

     

     

    이 기획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은 신문 지면을 뛰어넘어 서점가로 확장됐다.

     

    4일부터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 본점에 ‘동아일보와 교보문고가 함께하는, 새 대통령에게 권하는 책’ 특별판매코너가 마련된 것.

     

    고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베스트셀러 진열 코너 옆에 마련돼 특히 눈길을 끌었다.

     

    ‘책 읽는 대한민국’은 2005년 4월 1일부터 35개월간 모두 650권의 책을 소개해 왔다.

     

    지난해 7월에는 이 시리즈에 소개된 서평을 책으로 엮어 ‘직장인 필독서’, ‘리더십을 위한 책’ 등이 출간되기 시작해 현재 8권 ‘인생 후반전 대비하기’까지 나왔다. 올해도 ‘새 대통령에게 권하는 책’을 시작으로 다양한 시리즈가 이어진다.

     

     

     

    정양환 기자

     

     

     

     

     

     

     

     

     

     

     

     

     

     

     

     

     

     

     

     

    새 대통령에게 권하는 책 30선
      추천 도서 저자 추천인
    1 건국의 정치 김영수 이태진 서울대 인문대학장
    2 칭기즈칸, 잠든 유럽을 깨우다 잭 웨더포드 한승주 전 외무부 장관
    3 생각의 탄생 로버트 루스번스타인 등 박맹호 민음사 회장
    4 엘러건트 유니버스 브라이언 그린 서남표 KAIST 총장
    5 책문, 시대의 물음에 답하다 김태완 김주영 작가
    6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조동성 서울대 교수
    7 모래땅의 사계 알도 레오폴드 장석주 시인
    8 세계화와 그 불만 조지프 스티글리츠 김호기 연세대 교수
    9 따뜻한 카리스마 이종선 김경문 두산베어스 감독
    10 컬처 비즈니스 심상민 송승환 PMC 대표
    11 맹자 맹자 김충렬 고려대 명예교수
    12 세종, 실록 밖으로 행차하다 박현모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대표
    13 다시 읽는 드레퓌스 사건 아르망 이스라엘 이병훈 드라마 PD
    14 세계화의 덫 한스 피터 마르틴 송호근 서울대 교수
    15 더 골 제프 콕스 허정무 축구국가대표팀 감독
    16 88만 원 세대 우석훈, 박권일 조국 서울대 교수
    17 CEO의 8가지 덕목 피터 드러커 등 김효준 BMW그룹코리아 대표
    18 내일을 여는 집 방현석 최완규 드라마작가
    19 오륜서 미야모토 무사시 이명세 영화감독
    20 한 권으로 읽는 셰익스피어 셰익스피어 금난새 지휘자
    21 문명의 충돌 새뮤얼 헌팅턴 송호근 서울대 교수
    22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삼국유사 고운기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대표
    23 금강경-마음만 먹으면 된다 우승택 김경문 두산베어스 감독
    24 정관정요 오긍 조국 서울대 교수
    25 평화의 얼굴 김두식 장석주 시인
    26 삼한지 김정산 한승주 전 외무부 장관
    27 이것이 인간인가 프리모 레비 김주영 작가
    28 사기열전 사마천 박맹호 민음사 회장
    29 동아시아의 역사분쟁 송기호 이태진 서울대 인문대학장
    30 서부전선 이상 없다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서남표 KAIST 총장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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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에게 권하는 책 “우리도 읽어요”


     


    4일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본점에 마련된 본보 기획 ‘새 대통령에게 권하는 책 30선’ 판매 코너. 이곳을 둘러본 독자들은 “장르가 다양해 시대와 역사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신원건 기자
    4일 오후 4시경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 본점.
     
     

     

    설 연휴를 앞두고 서점은 평소보다 더 많은 고객들로 붐볐다.

     

    특히 베스트셀러 진열 코너 중 한 곳에 유독 고객들이 몰렸다.

     

     

     

    바로 ‘동아일보와 교보문고가 함께하는, 새 대통령에게 권하는 책’ 특별판매 코너다.

     

    본보가 올해 1월 7일부터 하루 한 권씩 연재 중인 ‘2008 책 읽는 대한민국-새 대통령에게 권하는 책 30선’ 도서를 교보문고가 특별 코너를 마련해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책들은 서남표 KAIST 총장, 한승주 전 외무장관, 소설가 김주영 씨, 김효준 BMW코리아 대표 등이 1, 2권씩 추천했다.

     

     

     

    이 코너를 둘러보던 임형진(23·연세대 4년) 씨는 “새 대통령이 읽어볼 만한 책들을 추천한 아이디어가 신선하다”고 평가했다.

     

    선정 도서 30권 중 ‘더 골’(동양문고)을 구입한 직장인 설진환(34) 씨는 “허정무 축구국가대표팀 감독 등 평소 좋아하는 명사들이 직접 추천한 책이어서 더욱 관심이 간다”며 말했다.

     

     

     

     

     

     

     

     

    ‘새대통령에게권하는책30선’
    추천 도서 (저자)
    〈1〉 건국의 정치 (김영수)
    〈2〉 칭기즈칸, 잠든 유럽을 깨우다 (잭 웨더포드)
    〈3〉 생각의 탄생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등)
    〈4〉 엘러건트 유니버스 (브라이언 그린)
    〈5〉 책문, 시대의 물음에 답하다 (김태완)
    〈6〉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7〉 모래땅의 사계 (알도 레오폴드)
    〈8〉 세계화와 그 불만 (조지프 스티글리츠)
    〈9〉 따뜻한 카리스마 (이종선)
    〈10〉 컬처 비즈니스 (심상민)
    〈11〉 맹자 (맹자)
    〈12〉 세종, 실록 밖으로 행차하다 (박현모)
    〈13〉 다시 읽는 드레퓌스 사건 (아르망 이스라엘)
    〈14〉 세계화의 덫 (한스 피터 마르틴)
    〈15〉 더 골 (제프 콕스)
    〈16〉 88만 원 세대 (우석훈, 박권일)
    〈17〉 CEO의 8가지 덕목 (피터 드러커 등)
    〈18〉 내일을 여는 집 (방현석)
    〈19〉 오륜서 (미야모토 무사시)
    〈20〉 한 권으로 읽는 셰익스피어 (셰익스피어)
    〈21〉 문명의 충돌 (새뮤얼 헌팅턴)
    〈22〉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삼국유사 (고운기)
    〈23〉 마음만 먹으면 된다 (우승택)
    〈24〉 정관정요 (오긍)
    〈25〉 평화의 얼굴 (김두식)
    〈26〉 삼한지 (김정산)
    〈27〉 이것이 인간인가 (프리모 레비)
    〈28〉 사기열전 (사마천)
    〈29〉 동아시아의 역사분쟁 (송기호)
    〈30〉 서부전선 이상 없다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교보문고가 이처럼 특별 코너를 마련한 것은 본보의 ‘새 대통령에게…’ 기획에 대한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 덕분. 30선에 뽑힌 ‘건국의 정치’를 펴낸 이학사출판사의 강동권 대표는 “한 달에 10권도 안 나가던 책이 지난달만 300권 가까이 나갔다”며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추천해 선정 도서의 신뢰를 높인 게 독자들에게 다가섰다”고 말했다.

     

     

     

    교보문고 광화문 본점의 박영준 점장은 “추천 도서 30권에 가볍지 않으면서도 시대 고민이 담긴 책이 많이 포함된 점이 독자의 눈길을 끈다”고 말했다.

     

     

     

    교보문고는 광화문 본점을 시작으로 전시 코너를 전국 매장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른 대형 서점들의 관심도 높다.

     

    ‘반디앤루니스’의 서울 종로타워점과 코엑스점도 본보 추천 서적으로 구성된 별도 판매 코너를 마련했으며 다른 대형 서점들의 유치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세종, 실록 밖으로 행차하다’ 등을 추천한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의 구본형 대표는 “추천 도서에는 대통령 당선인이 균형 잡힌 마인드로 국정을 운영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며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시각을 지닌 책이 많아 독자들에게도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 대통령에게 권하는 책 30선’은 5일까지 모두 22권이 소개됐으며 이달 하순까지 이어진다.

     

     

     

    정양환 기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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