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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 이해하기 20선]논술(설.문)독서도서詩소설수필연설 2006. 8. 18. 08:03
[세계화 이해하기 20선]
<1>세계화 이후의 부의 지배
《‘책 읽는 대한민국’ 시리즈 ‘테마별 좋은 책’ 기획이 다시 시작됩니다. 새 테마는 ‘세계화’입니다.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놓고 찬반 논란이 가열되면서 세계화의 흐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각 분야 전문가의 추천을 받아 세계화를 테마로 한 책을 소개합니다.》
세계화에 대한 찬반 여론이 거세다. 한쪽에서는 세계화에 동참해야 물질적 풍요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국가 간, 개인 간의 불평등이 심화될 것을 우려한다. 어느 쪽이 옳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이 중 세계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단호하게 주장하는 세계적인 경제학자가 있다. 일찍이 ‘제로섬 사회’를 주창한 세계적인 석학, 현재 및 미래 사회에 대한 탁월한 통찰력으로 전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레스터 서로는 이 책에서 글로벌 경제의 미래와 부의 흐름을 분석한다.
레스터 서로는 ‘세계화란 성경에 나오는 바벨탑을 쌓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현재 이 경제 바벨탑이 아무 계획도 없이 무모하게 건축되고 있으며 심지어 설계도도 도안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그는 설계도 없는 글로벌 경제를 우려하면서도 이것이 부를 거머쥘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역설한다.
이 기회를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레스터 서로는 용기 있는 자가 부를 거머쥘 것이며, 바벨탑은 정부가 아니라 개인에 의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그 모양새가 각기 다를 뿐만 아니라 바벨탑을 보는 위치에 따라 이해관계도 달라진다고 말한다.
탑 꼭대기에 앉아 있는 부유하고 성공한 무리들은 아래층에서부터 계단을 걸어 올라오고 있는 가난한 이들과는 사뭇 다른 눈으로 탑을 바라보고 있으며, 세계화와 동떨어져 있는 바깥 사람들과 내부 사람들이 보는 탑은 그 형태가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따라서 무수한 관점 가운데 하나만이 옳고 다른 건 모두 그르다고 말할 수 없다고 결론짓는다.
그는 세계화에 반대하는 것과 미국의 제국주의 성향을 비난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지적한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이 자국에 유리한 쪽으로 세계화를 이루어 나가려면 세계화를 보는 미국의 시각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세계화 자체가 미국화를 뜻하지는 않기 때문에 세계화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우려하는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기업에서 국적은 예전과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핀란드 노키아의 경우 미국인이 소유한 주식이 핀란드인이 가진 주식보다 훨씬 많은데, 이 기업을 미국 기업이라고 해야 하는가 아니면 핀란드 기업이라고 해야 하는가.
저자는 기업뿐 아니라 개인에 대해서도 국적과 국경의 구분이 사라지면 수많은 사람들이 삶의 질이 높으면서 통화 가치가 상승하는 선진국으로 이주해 갈 것이라고 예견한다. 실제 개발도상국 사람들은 선진국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세계화는 다원적 현상이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세계는 서로 협력하여 바람직한 세계화의 형태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세계화를 날카롭게 지적하면서도 거역할 수 없는 세계화 물결에 대한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신랄한 비판과 재미가 골고루 담긴 흥미로운 책이다.
송병락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동아일보-------------
<2>전지구적 변환
《세계화는 “초대륙적·지역적 활동, 상호작용 및 권력행사의 흐름과 네트워크를 만들어 내는 사회적 관계 및 사회적 거래―범위·강도·속도·영향력으로 평가한―의 공간적 조직방식에 큰 변화가 발생했음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과정 또는 일련의 과정들”을 의미한다. ―본문 중에서》
지난해 말 국회 운영위원회로부터 의뢰받은 국민의식 조사가 발표된 적이 있다. 그 가운데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면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84.6%가 경제 발전을 꼽았다. 나는 이 조사결과가 갖는 함의가 매우 크다고 본다. 그것은 우리 사회에서 민주화 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세계화 시대가 본격화됐다는 것을 단적으로 상징하기 때문이다.
1990년대 이후 세계화가 우리 사회에 준 충격은 실로 지대하다. 1997년 외환위기와 구조조정, 국내 주식시장에서의 절반에 가까운 외국자본 비중, 빈부 격차 심화와 사회적 양극화의 강화, 영어 열풍과 조기 유학 러시, 그리고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싼 논란의 한가운데는 세계화의 충격이 놓여 있다고 봐야 한다.
데이비드 헬드 영국 런던정경대(LSE) 정치학 석좌교수 등이 쓴 ‘전지구적 변환’은 세계화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표준적인 논의를 제공한다. 여기서 표준적이란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첫째, 이 책은 세계화에 대한 가치판단보다는 사실판단을 우선시한다. 저자들은 경제적 세계화로부터 시작해 정치 군사 이주 문화 환경 등 세계화의 다양한 측면에 대한 상세한 토론을 펼친다. 세계화에 대한 이념적 재단이 앞서는 현실을 지켜볼 때 이는 분명 미덕이다.
둘째, 이 책은 세계화에 대한 일방적인 지지나 반대를 유보하고 그것이 주는 충격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고자 한다. 세계화의 본질과 그 결과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서는 현재 상반된 두 시각이 맞서고 있다.
우파는 세계화가 가져오는 경쟁력 강화와 성장의 효과에 주목하는 반면, 좌파는 세계화가 낳은 사회적 양극화 및 불평등 강화를 강조한다. 이 책은 중도적 관점에서 이 두 시각을 모두 아우르고자 한다.
바람직한 세계화에 대해 이 책이 제시하는 정치적 기획은 ‘세계주의’다. 세계주의는 전 세계 시민들이 여러 정치공동체에 접근하고 가입할 수 있게 함으로써 지구적 수준에서 민주주의를 확장하려는 프로젝트를 의미한다.
이것은 비정부기구(NGO)를 포함한 다양한 비국가 행위자들이 초국가적 민주주의 체제 안에서 실질적인 의사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함으로써 고삐 풀린 세계 자본주의를 통제하려는 전략이기도 하다.
오늘날 세계화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심원하다. 세계화가 전 지구적 개방을 뜻한다면, 1870년대의 제1차 개방(개항), 1960년대 제2차 개방(근대화)에 이어서 최근 한미 FTA를 중심으로 제3차 개방(세계화)을 둘러싸고 일대 논란이 진행되고 있다.
세계화 시대를 되돌릴 수 없는 한 개방은 불가피하다. 따라서 개방에 찬성이냐 반대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개방을 주체적으로 성취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바람직한 개방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세계화에 대한 포괄적이면서도 심층적인 이해가 요청된다. 이 책은 그 출발점을 제공한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동아일보-------------
<3>다보스, 포르투알레그레 그리고 서울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반(反)세계화운동은 앞으로 진보운동의 핵심적 영역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이며,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와 전 세계적 사회정의운동 간의 갈등이 21세기 자본주의의 가장 치열한 전선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러한 운동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서는 누구나 인식하듯 ‘반’세계화의 외침만이 아니라 ‘대안적’ 세계화의 노력이 필수적이다. 진지한 대안의 고민과 제시 없이는 ‘다른 세상’이 가능하다는 믿음은 기대로만 그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본문 중에서》
요즘 세계화를 둘러싼 논쟁은 이데올로기적 대립의 형태로 전락한 느낌이다. 세계화가 어떤 사람들에게는 풍요를 가져오는 선으로, 또 다른 사람에게는 분열을 가져오는 악으로 비쳐 둘 사이에 더는 진지한 토론이나 타협은 찾아보기 어렵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되는 세계경제포럼에 참가한 사람들이나 미국 워싱턴의 국제통화기금(IMF) 본부에서 일하는 이코노미스트들은 상품과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이 인간의 삶을 개선한다는 데 대해 일말의 의심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리에서 열린 세계사회포럼에 참가한 시민운동가나 노동자단체 대표들은 세계화가 세계 곳곳에서 생존권을 위협하고 공동체를 파괴하며 빈부 격차를 확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세계화를 둘러싼 이러한 낙관적 확신과 정서적 반감 사이의 충돌은 최근 서울에서도 목격할 수 있는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싼 대립이 바로 그것이다.
‘다보스, 포르투알레그레 그리고 서울’이라는 이 책의 제목은 바로 이러한 현실을 은유한 것이다. 이 책은 이데올로기로 덧칠된 세계화의 실상을 한 꺼풀씩 벗겨 내면서 그 과실과 부작용을 꼼꼼히 따져 보고 있다.
자본자유화와 무역자유화가 정말 개발도상국의 경제성장에 도움이 됐는지, 빈곤 감소와 소득분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수많은 경제학적 연구결과를 인용하며 정리하고 있다.
일방적으로 찬성하거나 반대하여 이데올로기적 대립으로 끌어 가기 십상인 다른 책들과는 달리 세계화를 둘러싼 다양한 쟁점에 대해 치밀한 분석 결과를 기초로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그렇다고 저자가 중립적 입장에서 연구 결과들을 단순히 정리하는 데 그친다는 뜻은 아니다. 그의 비판의 칼날은 많은 부분 정형화된 세계화 옹호론을 향하고 있다. 섣부른 금융개방에 따른 금융위기와 경제적 불안정의 심화 가능성을 다양한 측면에서 지적할 뿐만 아니라 논란의 여지가 없는 것으로 여겨지는 무역자유화의 긍정적 효과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부분이 있음을 지적한다.
하지만 세계화 논쟁에 대한 저자의 비판의식은 세계화 반대론에 대해서도 살아 있다.
예를 들어 세계화가 임금격차를 확대하고 개발도상국 노동자의 삶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반대론자들의 주장은 근거가 희박하고 다분히 감정적인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이처럼 비판이 양쪽 모두를 향하고 있다면 세계화에 대한 저자의 입장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더 나은 세계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세계화 그 자체는 선도 악도 아니며, 또 역사의 필연도 아니라는 것이다. 세계화의 속도와 방향을 어떻게 조절하고 그 부작용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그것은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박복영 대외경제정책 연구원 부연구위원
동아일보-------------
<4>세계화와 그 불만
《세계화는 엄청난 이득을 가져왔다. 동아시아의 성공은 세계화, 특히 무역의 기회, 그리고 시장 및 기술에 대한 접근의 증대에 기초했다. 세계화는 보건의 증진을 이룩했으며, 더 많은 민주주의와 더 큰 사회정의를 위해 투쟁하는 활동적인 세계 민권 사회를 이룩했다. 문제는 세계화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어떻게 관리되느냐에 있다. ― 본문 중에서》
1997년 소위 외환위기에 대해 부채의식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떤 통쾌함과 분노를 동시에 느끼게 될 것이다.
30년 고도성장을 구가하던 대한민국 경제를 침몰 직전까지 몰아넣었다는 자책감에 떨었던 우리에게 이 책은 우리를 사지로 몰아넣었던 환란 이면에 별도의 논리가 존재했음을 알려준다.
저자는 세계화를 지지한다. 단순히 피할 수 없는 흐름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경제적 흐름이라고 주장한다.
더욱 많은 자본을 손쉽게 동원하고, 더욱 넓은 시장에 물건을 내다 팔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사회와 경제가 좀 더 효율적으로, 따라서 좀 더 인간적으로’ 작동하게 하는 것이 세계화라고 주장한다.
저자가 세계화를 지지하는 이유는 시장에 대한 굳은 믿음 때문이다.
시장에 바탕을 둔 자본과 기업가 정신이 경제발전의 원동력이며, 시장이 세계적 규모로 확대되는 것을 전제로 한 세계화는 궁극적으로 세계 인류에게 부와 복지를 가져다 줄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다른 한편 저자는 끊임없이 ‘시장은 완벽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미국처럼 자본주의가 왕성한 국가도 예외는 아니다.
또 한창 경제발전이 진행 중인 나라에서는 아예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 곳도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시장의 개혁과 개방을 위해 정부는 ‘순서’와 ‘속도’라는 두 가지 수단을 가지고 불완전한 시장을 완전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정부의 역할은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 세계무역기구(WTO) 같은 국제 공공기구에 위탁되어 있다.
그러나 이들 기구가 ‘시장경제’라는 도그마에 사로잡혀 무조건 ‘민영화, 자유화, 개방화’를 밀어붙임으로써 1990년대 후반 동아시아 경제위기가 발생했고, 사회주의 국가의 시장경제로의 이행이 상당 부분 실패했다.
더 나아가 이들 국제공공기구가 미국 등 선진국 재무부와 금융권의 논리를 대변하는 기구로 전락함으로써 오히려 위기를 악화시키고 말았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렇다면 어떤 세계화여야 할까. 저자의 답은 명확하다. 세계화를 당초 취지대로 작동하게끔 만드는 데 필요한 가장 구조적인 변화는 ‘국제기구 지배구조의 변화’다.
시장 만능의 도그마에 사로잡혀 있는 전문가,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국제 관료들이 아니라 개별 국가의 특수성을 이해하는, 진짜 글로벌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로 구성된 국제기구를 그는 꿈꾼다.
이 책은 불과 8년 전 한국을 강타했던 치욕스러운 사건을 생생한 사례로 설명함으로써 읽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바로 이런 결론 때문에라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논쟁이 한여름 땡볕만큼 불붙어 있는 지금, 일독을 권한다.
김태승 경기개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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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렉서스와 올리브 나무
《오늘날 의미 있는 시장은 지구라는 혹성 하나뿐이다. 그리고 현재 이 시장에서는 기술, 금융, 무역, 정보 등이 전 세계적으로 하나로 통합되고 있다. 이런 통합 현상은 사람들의 봉급이나 한 나라의 금리 수준, 생활 수준, 문화양식, 전쟁 그리고 기후 패턴 등에 두루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본문 중에서》
토머스 프리드먼은 밥 우드워드와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언론인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여러모로 다른 면모를 보인다.
워싱턴포스트 소속인 우드워드는 워터게이트 폭로의 주역답게 백악관의 심장부를 어슬렁거리며 은밀한 내용을 건져 올린다.
반면 뉴욕타임스 소속인 프리드먼은 국제 칼럼니스트답게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세계를 관통하는 메가트렌드(mega-trend)를 포착해 낸다.
우드워드의 핵심 역량이 정보력이라면 프리드먼은 통찰력이다.
1981년부터 베이루트 특파원과 지국장을 지낸 프리드먼의 첫째가는 관심사는 세계 최대의 분쟁지역인 중동이었다.
1989년엔 ‘베이루트에서 예루살렘까지’를 펴내기도 했다.
난마처럼 얽힌 중동 분쟁의 연원을 파헤친 역작이었다.
그 후 지역적 관심사가 넓어지면서 그는 중동지역의 종족 보호주의와는 다른 세계화의 물결을 느끼게 됐다.
그 결과 1999년 빛을 본 것이 바로 이 책,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이다.
책 제목인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는 각각 세계화와 종족 보호주의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렉서스는 일본 자동차 기업 도요타의 세계적 브랜드이고 올리브는 중동의 대표적 수종(樹種)이다.
프리드먼에 따르면 이 두 가지는 끊임없이 갈등하고 충돌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렉서스, 즉 세계화의 승리를 점친다.
지난 10여 년 동안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세계화는 일시적인 추세나 유행이 아니기 때문이다.
과거 냉전 체제를 대체하고 들어선, 오늘날 세계를 가장 잘 설명하는 국제 시스템이다.
두 권에 총 837쪽(번역본 기준)에 이르는 이 방대한 책은 세계화에 관한 현장 보고서이다.
세계화는 어떻게 진행이 되고 있고, 어떤 특성을 가지는가.
또 무엇이 세계화를 위협하는가에 대한 답을 현장에서 찾아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의 통찰력이 더욱 빛을 발한 사건은 정작 책 출간 2년 뒤 벌어졌다.
미국 국민을 비롯해 세계인들을 경악시킨 9·11테러였다. 세계화의 상징물인 세계무역센터를 중동 테러리스트들이 들이받은 사건은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의 충돌 그 자체였다.
그 이상 이 해괴한 사건을 잘 설명할 가설은 없었다.
반면 도발적인 이 책은 다양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예를 들어 이 책에는 골든 아치 이론이 등장한다. 골든 아치는 맥도널드 햄버거의 상징 조형물이다.
그러니까 맥도널드 햄버거가 진출할 정도로 세계화 체제에 편입돼 있고 중산층이 넓게 포진한 나라에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가설이다.
그러나 유고연방 해체 이후 맥도널드 가게가 널려 있던 코소보에서 벌어진 사태는 이 가설에 부합하지 않는다(2000년 개정판에서는 이에 대한 프리드먼의 반론이 실려 있다).
기자의 글답게 생생하고 흥미롭지만 하루가 다르게 진전되고 있는 세계화를 체계화하는 데는 미진하다는 느낌 역시 강했다.
뭔가 속편이 나올 것을 예감하게 하는 대목이었다. 그 속편에 해당하는 책이 최근 국내에서도 번역돼 베스트셀러가 된 ‘세계는 평평하다’이다.
김방희 생활경제연구소장
동아일보-------------
<6>빅맥이냐 김치냐
《“오늘날 세계 거의 모든 사람들은 빅맥을 먹는다(최근 통계에 따르면 118개국에서). 이것은 유례없고 혁명적인 사건이며, 세계화를 단적으로 나타내 주는 현상이다. 그러나 2001년 9·11사건의 교훈 중 하나는 작은 이야기들, 즉 지역정치와 국지적인 사건들을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모두가 빅맥을 먹는다. 그렇다 하더라도 어느 때보다 김치를 잘 알아야 한다.” -본문 중에서》
당신은 세계화를 어떻게 알고 있는가?
여러분은 직장에서 동료에게 또 집에서 가족에게 세계화를 설명할 수 있는가?
오늘날 가장 강력한 키워드라면, 세계화를 들 수 있다.
1990년대부터 세계화는 정치 경제적으로 또 사회 문화적으로 세계의 모든 나라, 사회, 단체, 그리고 개인들을 휘감고 있다.
작게는 개인 각자의 유행에서 크게는 범세계적인 사회의 가치관까지 세계화라는 현상과 조류 앞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하물며 9·11테러도 그 원인과 결과로의 전개 과정에서 세계화의 비극적 상징으로 그려지고 있다.
그렇다면, 일반인은 세계화를 어떻게 손쉽게 이해할 수 있는가?
글쓴이는 우리에게 적어도 제목으로는 익숙한 여러 나라의 사례를 가져와 알기 쉽게 세계화에 대한 해답을 찾게 한다.
저자들은 ‘빅맥이냐 김치냐’라는 제목과 그 부제 ‘위기에 휩싸인 세계에서의 글로벌 기업과 현지화 전략’에서 시사하듯이, 미국을 중심으로 한 경제적 이해와 사업의 시장인 전 세계 곳곳에서 현지 사회의 상호관계와 작용을 사례 중심으로 분석한다.
김치를 지역사회의 특수성과 지역정치의 역동성의 상징으로 내세우면서, 저자들은 결국은 현지 사회의 건강한 모습이 글로벌 기업과 현지 사회의 공통적인 성공에 필수적임을 다음과 같이 갈파한다.
세계화는 기회인가 위기인가? 저자들은 ‘불만의 관리’라는 창을 통하여 국제적인 규모와 범세계적인 범위에서 일어나는 세계화의 현상과 그 결과를 돌아보면서 진정한 세계화가 무엇인지 또 어찌하여야 하는지 제시하고 있다.
싱가포르와 같이 불만을 잘 관리하면서 국가발전을 이룬 예에서 기회를,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의 실패에서 불만이 증폭되어 위기가 연속되는 예를, 나이지리아와 보츠와나에서 실패와 성공의 대조적인 모습을, 이란에서의 미국의 실패 등과 같은 여러 사례에서 재미있게 또 알기 쉽게 우리에게 말하여 준다.
사회 구성원들의 불만을 잘 관리하는 정부, 제도와 정책, 그리고 리더십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저자들은 글로벌 기업의 관점에서 조망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바람직한 정책, 제도, 의사결정 과정, 리더십의 승계, 위기관리 등 정부와 국가에 대한 근본적인 모색을 하고 있다.
사회 구성원들의 갖가지 불만과 상충하는 이익을 조화롭고 슬기롭게 소화하고 수렴하는 제도와 정책이 있는 사회가 장기적으로 안정과 번영을 가져온다는 점을 구체적이고 역사적인 사례를 들어 보여 준다.
저자들이 성공적이고 바람직한 국가와 사회의 모델로 여러 사례를 설득력 있게 가져다주는 점에서, 또 구체적인 아이디어와 적용 가능한 기준들을 꼽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극심한 변화와 혼돈스러운 세계를 매일 접하는 우리 모두에게 더욱 현실적인 안목과 합리적인 대응을 가능하게 한다.
세계적으로 수많은 뉴스와 사건, 정치적 경제적인 구호와 가치관의 홍수 속에서 이렇게 손에 잡히는 책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박재찬 한성자동차 사장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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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부와 권력의 대이동
《미국이 아직 좌초된 상황은 아니지만, 상대적인 경제적 우위와 권력은 아주 빠르게 빠져 나가고 있다. 이제 앞으로 미국은 자유를 향한 전 지구적 진군을 이끌기는커녕, 합리적인 선의 생활수준을 유지하고 중대한 국가적 이익을 지켜야 한다는 압박에 짓눌린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아직까지 미국은 최고의 패를 쥐고 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그 패를 놓치지 않도록 꼭 붙들고 있어야 하며, 또 그 패를 훨씬 더 잘 다루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본문 중에서》
포식자인 호랑이 한 마리는 최소한 250마리 이상의 피포식자를 필요로 한다.
그래서 구소련 학자들은 시베리아에 250마리가량 남은 것으로 추정되는 아무르호랑이가 생존하려면 약 570만 ha에 이르는 보호구역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한의 면적이 약 940만 ha니까 호랑이 보호구역에 필요한 넓이는 상당히 방대한 규모다.
이런 기준으로 봤을 때 한반도에서는 백두산호랑이가 생존할 수 없다.
설령 밀렵꾼이 없어도 산이 뚫리고 도로가 종횡으로 나 있어 생존구역이 나누어졌기 때문이다.
비단 호랑이만의 문제는 아니다.
인간에게, 더 나아가 나라나 민족도 일정한 생태환경이 충족되어야 한다.
변화하는 세상의 이런 생존조건들의 집합을 나는 ‘트렌드 생태계’라고 부른다.
만일 이 트렌드 생태계의 구성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면 우리는 심각한 생존위기 상황에 빠진 것이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주제도 ‘포식자 미국’의 관점에서 본 트렌드 생태계의 변화다.
저자는 미국이 곧 생존의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브릭스(BRICs)’라 불리는 중국과 인도 러시아 브라질의 성장이 지구촌 생태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야기하고 있으며 미국이 이 새로운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될 것이라는 얘기다.
저자는 구매력지수를 기준으로 2025년이면 중국은 미국과 맞먹고, 인도는 제3의 경제대국이 된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결코 먼 훗날의 얘기가 아니다.
불과 20년도 안 되는 가까운 미래의 일이다.
이런 생태환경의 변화 속에서 미국의 생존전략은 무엇인가?
예컨대 저자는 캐나다와 멕시코를 달러의 단일통화구역으로 포섭하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회원국으로 친미성향의 일본은 물론이고 장차 인도까지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고 진단한다.
심지어 러시아를 유럽연합 회원국으로 가입시켜야 한다고까지 주장한다.
이러한 시각은 새로운 지구촌 생태계에서 차지할 중국의 위상을 미국인들이 얼마나 두려워하고 있는가를 보여 주는 발상이 아닌가 싶다.
한마디로 세계 제일의 경제대국 등극이 예상되는 중국에 대한 고립 전략에 가깝다.
한국은 이 변화하는 생태계에 대응할 만한 어떤 생존전략을 가지고 있는가?
혹시 우리는 가까운 곳에 세계 최대시장이 열린다는 ‘단세포 희망’으로 생태계 변화를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아야 한다.
사실 미국 이상으로 생존의 위기에 빠진 것이 바로 한국이기 때문이다.
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장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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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도둑맞은 세계화《우리는 세계화의 힘을 조정해야 하며, 그 가차 없는 발전을 추구하되 그 제도들을 뒤집어엎고 우리 자신의 것으로 교체해야 한다. 의도한 결과건 아니건, 이 과정에서 우리는 국가에 대한 비합리적 충성심에 인류가 더 이상 속박되지 않는 시대를 앞당길 것이다. ―본문 중에서》
사회학자 필립 맥마이클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세계화는 시장원리를 보편적 사회규범으로 만들려는 ‘정치적 기획’이라고 지적했다.
정치적 기획은 당연히 기획 주체 세력의 특수 이익을 대변한다.
한국에서, 세계화는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의 망토를 쓰고 황망 중에 찾아온 탓에 따져볼 틈도 없이 국익을 위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조지 몬비오의 ‘도둑맞은 세계화’는 기존 세계화의 문제점을 통렬하게 비판하고, 반세계화론의 한계를 꼼꼼하게 지적한다.
더 나아가 민주주의 원리를 바탕에 둔 대안적 세계화를 적극적으로 기획한다.
소극적 의미의 반세계화 운동조차 그 뿌리를 제대로 내리지 못한 우리 실정에 저자가 제시하는 대안적 세계화 기획은 버겁게 느껴질지 모르겠다.
그러나 세계화가 역설적이게도 기득권 세력의 문제점들을 드러나게 함으로써 ‘지구적 민주주의 혁명’의 여건을 조성했다는 저자의 설명을 읽고 나면 버거움은 줄어든다.
저자는 특히 국민국가의 정치적 왜곡에 주목한다.
그동안 국민국가는 빈곤, 환경, 노동, 불평등 등 세계적 수준의 문제들을 국가 차원의 것으로 협소화시킴으로써 해결을 미룰 수 있었다.
국가가 행사하는 배제와 차별의 논리는 문제를 오히려 악화시켰다.
이제 세계화는 역사상 처음으로 인류 전체를 하나의 종으로 볼 수 있게 하여,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새로운 기획의 실마리를 인류가 발견한 ‘가장 덜 나쁜 제도’인 민주주의에서 찾는다.
진정한 세계화는 민주주의 원리를 국민국가라는 낡은 범주를 넘어 세계적 수준에서 제도화함으로써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강압의 시대’에서 ‘동의의 시대’로의 전환이다.
이제까지 세계화는 시장주의 이데올로기를 보편화하려는 세계은행(IBRD), 세계무역기구(WTO), 선진 강대국 그리고 초국적 기업들에 의해 주도되어 왔다.
저자는 위로부터의 정치적 기획인 현 세계화에 대항해서 아래로부터의 정치적 기획을 제안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민주적으로 선출된 세계의회, 안전보장이사회의 권한을 박탈한 유엔총회, 채무 축적을 예방하는 국제청산동맹, 그리고 공정무역기구의 설립 등이다.
각 조직을 구성하기 위한 전략과 문제점들을 제법 상세히 검토하여 설득력을 높이려 하고 있다.
그동안 세계화에 대한 반대는 주로 국가주의 모델에 기반하고 있었다.
세계 시장의 전횡적 힘에 대해 국가가 일정한 보호막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몬비오는 이러한 일반적 시각을 전복한다.
그가 보기에는 오히려 국가가 민주주의 원리를 왜곡하고, 민중의 고통을 배가시키고 있다.
따라서 세계주의적 민주주의 제도를 만드는 작업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의 낯섦은 그의 성실한 분석에 의해 상당 부분 해소된다.
또 분석에서 종종 드러나는 거틍은 역사를 만드는 주체로서의 인간에 대한 저자의 믿음에 의해 상쇄되고 남는다.
김철규 고려대 교수 사회학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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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불량국가
《오늘날 진행되고 있는 특정한 사회 경제적 질서는 인간 제도의 틀 속에서 인간이 결정하여 만들어낸 결과이다. 따라서 그러한 결정은 수정될 수 있고, 인간의 제도 역시 바꿀 수 있는 것이다. ―본문 중에서》
세계화는 기회인가, 아니면 위협인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대답은 대략 반으로 갈린다.
물론 아무 의견이 없는 사람들이 더 많지만. 세계화에 대한 가치평가는 미국에 대한 가치평가와 직결되곤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지난 10여 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생존학자로 알려진 놈 촘스키의 저서 ‘불량국가’는 미국화처럼 알려진 세계화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저명한 언어학자였던 촘스키가 국제문제에 대한 탁월한 분석가로서도 명성을 얻게 된 데는 그가 전 세계의 언어들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키웠던 문화적 감성지수가 큰 기여를 했다. “미국화되는 세계, 그러나 미국 안에서 없어지는 세계”라고 할 정도로 세계에 대한 일반적인 미국인들의 인식수준은 낮다.
미국인들이 인식조차 못 한 지역의 사람들은 이 같은 미국인들이 만들어낸 절대 권력에 따라 운명이 좌우되는 부정합이 존재하는 것이다.
촘스키는 거꾸로 세계의 눈으로 미국을 본다.
이 책의 원제는 ‘불량국가들(Rogue States)’이다. 국제법적 표준을 무시하는 불량국가란 사실은 복수의 개념이며, 미국이 그들 중의 하나라는 것이다.
거버 매코맥 호주국립대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북한이 ‘소프라노의 불량국가’인 데 비해 미국은 ‘바리톤의 불량국가’이다.
이라크전쟁은 물론 9·11테러가 발생하기도 전에 출간된 이 책은 1998년에 Z-매거진에 발표된 동명의 논문을 발전시킨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이라크전쟁에 대한 비판서가 아니라 이라크전쟁에 대한 예언서였다.
이 책을 통해 촘스키는 ‘불량국가’라는 딱지 붙이기가, 결국 서양문명이 오랫동안 쌓아 왔던 국제법적 자기절제를 회피하기 위한 속임수일 뿐이고, 결국 문명자해적인 이라크전쟁과 같은 참사로 이어질 것임을 설파했던 것이다.
앞으로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전쟁이 반성과 속죄를 필요로 하게 될 경우, 과연 누가 더 미국을 사랑했던 사람이라고 평가받게 될 것인가?
일찍이 촘스키는 미국의 베트남전쟁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당시 국방장관으로서 베트남전쟁을 이끌었던 로버트 맥나마라가 훗날 베트남전쟁이 미국을 위해 잘못된 것이었음을 고백했다.
그러나 그 고백은 원칙의 오류가 아니라 계산의 착오에 대한 반성이었을 뿐이다.
오늘날 이라크전쟁은 단순히 9·11에 대한 과도한 응징이나 잘못된 보복이 아니라 원칙의 오류를 수정하지 않은 미국 주도의 세계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파생된 것이다.
이 책은 유럽의 아메리카 정복과 서방의 냉전승리로까지 이어지는 도도한 서양문명사의 최첨단에 서 있는 미국의 야만과 오만에 대한 경고이다.
일찍이 애치슨이 “미국의 입장을 윤색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고 했던 국제법마저도 무시하는 미국화로서의 세계화, 그러한 세계화가 설사 좀 더 나은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준다 하더라도, 절제되지 않은 무력사용을 앞세운 세계화는 결국 인류 전체에 엄청난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는 침울한 예언이다.
김명섭 연세대 교수 정치외교학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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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지구화의 길
《기업들은 이윤 총액에서 기록을 연달아 갱신하지만, 공장을 대규모로 폐쇄하는 기록 역시 갱신하고 있다.
매년 연말 결산에서 회사 중역들은 줄지어 꿈같은 거액의 이윤을 챙긴다.
한편 엄청난 대량 실업을 정당화하기에 바쁜 정치인들은 부자들이 새로 얻은 부로 일자리를 몇 개는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부질없는 희망을 품고 세율을 떨어뜨리는 데에만 골몰한다. ―본문 중에서》
오늘날 가장 많이 사용되지만 쉽게 정의 내리기 어렵고 동시에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키면서도 이 시대의 ‘정치의 정치’를 만들어 내는 강력한 힘의 으뜸으로 간주되는 지구화(세계화).
이 책은 지구화가 얼마나 광범하게 사용되고, 얼마나 다양하게 정의되며, 얼마나 많은 오해를 만들어 내고, 얼마나 많은 함정을 가지고 있는지, 동시에 오늘날 얼마나 강력한 정치적 캠페인으로 활용되고 있는지를 보여 준다.
앤서니 기든스와 더불어 유럽을 대표하는 지성인 울리히 벡 독일 뮌헨대 교수는 이미 필독의 반열에 오른 저작을 여러 권 출간하였다.
이번에는 그동안 서구에서 벌어진 열띤 지구화 논쟁을 정리하면서 그 대안을 제시한다.
‘지구화란 무엇인가’란 원제에 걸맞게 지구화의 여러 모습, 복합 차원, 다양한 해석, 일상적 함정, 대응 방안이 책 전체의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일단 지구화에 관한 굵직한 이론들이 간명하게 정리되어 있어 지구화의 많은 논의를 쉽게 조망할 수 있게 해 준다.
이를테면 이매뉴얼 월러스틴의 세계체제론을 비롯하여 세계위험사회론, 맥도널드화 테제, 글로컬리제이션(glocalisation)론, 노동 없는 자본주의 신화에 이르는 기존의 지구화 논제가 망라되었다.
지구화에 대한 벡의 입장은 분명하다.
지구화는 부인할 수 없는 오늘의 현실임을 인정해야 한다. 지구화는 이제 국가의 정치로 규정될 수 없는 초국가적 사회관계이자 공간이다.
이것은 경제, 정치, 문화, 시민사회, 생태, 개인 등의 다양한 차원에서 국민국가의 한계를 넘어 초국가적으로 더 밀도 있게 진행된다.
그렇다고 지구화가 동질화되거나 획일화되는 과정은 결코 아니다. 국민국가에 비견되는 이른바 세계국가나 세계정부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지구화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점점 더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를테면 최근 결렬된 도하개발어젠다 협상에서 나타나듯이 여전히 국가적 이해가 전면으로 등장하면서 새로운 정치 가능성으로서의 지구화에 대해 낙관하기 어려운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그렇기에 벡이 제안하는 위로부터의 대안과 아래로부터의 대안에 관심이 모아진다.
그는 유럽연합을 기본 모델로 삼고 있기는 하지만 초국가적인 정치 공간의 필요성을 강변한다. 더욱 진취적이고 흥미로운 부분은 아래로부터의 지구화 기획이라 할 수 있다.
교육정책에 대한 새로운 구상, 초국적 기업에 대한 규제를 위한 소비의 정치화, 시민노동제, 공중기업가와 자기노동자라는 구상, 배제에 반대하는 사회계약 등은 그 기획의 대안으로 신선하게 다가선다.
이 책은 일반 독자가 보기에는 다소 어렵다. 유럽 중심의 독해와 해제가 붙어 있는 것도 폭넓은 대중성을 확보하기에는 충분치 않아 보인다.
그러나 지구화에 관해 제대로 된 독해를 원한다면 울리히 벡의 지구화 문제 제기와 해법 풀이를 꼭 한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박길성 고려대 교수·사회학
동아일보-------------
<11>문명의 충돌
《최근까지 서구는 자신들의 문명을 가장 보편적인 문명으로 생각하고 이를 다른 국가나 민족에게 강요하는 것을 당연시했다.
그러나 이것은 오만이자 착각이다. (중략) 중동에서는 젊은이들이 청바지를 입고 코카콜라를 마시며 랩 음악을 듣지만 바로 그들이 메카를 향해 기도하고, 이라크는 즉각 응징하면서 같은 백인종인 세르비아의 행태에는 눈 감는 미국의 태도에 분개하고, 의기투합하여 미국 항공기를 폭파하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본문 중에서》
‘문명의 충돌’은 흥미롭고도 중요한 책이다. 이 책에서 헌팅턴은 다양하고 풍부한 자료를 능숙하게 버무려 냉전 이후 세계 정세를 바라보는 나름의 해석 틀을 제시한다.
무엇보다 이 책은 현실사회주의 붕괴 이후 세계 체제의 중심, 즉 ‘제국이 된 미국’의 속마음 한 결을 생생히 보여 준다.
1993년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지에 실려 세계적 논란을 야기한 논문에 살을 붙여 1996년 출간한 문명의 충돌은 오늘날 이데올로기나 경제적 가치 대신 언어 종교 민족 등 문화적 특질의 집합체로서의 문명이 세계적 경쟁과 갈등의 주체가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그 연장선상에서 8, 9개의 문명권을 설정해 상이한 문명들 사이의 교차관계와 동역학을 분석한다.
문명충돌론은 세계 지식인 사회의 주목과 평가를 받았지만 그 안에 내재한 과도한 서구중심주의나 문화환원론적 경향은 숱한 비판의 표적이 되었다.
가령 헌팅턴의 내심이 드러나는 다음과 같은 대목은 의미심장하다.
그는 “미래의 가장 위험한 충돌은 서구의 오만함, 이슬람의 편협함, 중화의 자존심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할 것”이므로 “서구 문명을 수호하기 위해서 미국과 유럽은 이슬람 국가들과 중화 국가들이 재래식, 비재래식 전력의 강화에 나서는 것을 견제”하고 “다른 문명에 대한 서구의 기술적, 군사적 우위를 유지”해야 한다고 썼다.
문명충돌론의 설명 틀이 지나치게 단선적인 경우도 눈에 띈다.
예컨대 ‘단층선 전쟁’을 논하면서 헌팅턴은 “이슬람이 국제적 위기 상황이 벌어졌을 때 폭력에 의존하는 경향이 남달리 높고”, “전투성과 화합불능성은 이슬람의 지속적 특성”이라고 단언하며 이를 ‘입증’하는 통계적 사실들을 제시한다.
그러나 이는 하나의 작은 사실로 더 큰 다른 사실들을 왜곡하는 ‘서구 외눈박이’의 전형적 시선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침략은 말할 것도 없지만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이 초래한 대량 양민학살에 대해서조차 못 본 체하는 미국 여론과 문명충돌론의 서구적 편향 사이에는 분명한 상관관계가 존재한다.
헌팅턴이 강조하는 것처럼 문명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종교다.
그러나 특정 종교에 본질적으로 폭력적 요소가 있다고 강변하는 헌팅턴 식의 논리는, 종교 교리와 폭력 사태가 직결되는 경우가 드물고 권력이나 정체성 투쟁의 와중에 종교가 간접적으로 연루되거나 책략가들에 의해 ‘동원’된다는 사실을 은폐한다.
문명의 충돌은 시사적이지만 많은 허점도 지닌다. 이러한 점 때문에 문명충돌론은 ‘이론’으로서의 위상이 크게 손상되었다.
그러나 현실을 들여다보는 데 일정한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문명충돌론의 의의를 과소평가할 필요는 없다.
대표적 미국 지식인의 세계 분석 틀은 우리로 하여금 때로는 한반도라는 우물에서 벗어나 거시적으로 사유해 보라고 유혹한다.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
동아일보-------------
<12>지구화, 현실인가 또 하나의…
《지구화는 자연 현상이 아니며, 시장의 논리에 의한 강제도 아니다.
오히려 지구화는 신자유주의라는 정치적 프로젝트의 내용이자 이 프로젝트가 지난 20년 동안 진행된 결과이다. (…)
지구화라는 현실을 분석하면 할수록 비관주의에 빠지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는 낙관주의를 고수해야 한다.
대안적 지구화는 인간의 행위를 통해 세계는 변화될 수 있다는 믿음의 표현이다. ―본문 중에서》
지구화(또는 세계화)를 둘러싼 논쟁이 거세다. 혹자는 지구화가 엄연한 경제적 강제이자 현실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혹자는 지구화가 아무런 내용이 없는 신화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이 책에서 저자가 견지하고 있는 입장은 지구화 현상이 외면하기 어려운 역사적 현실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자본주의가 스스로 만들어 낸 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이자 결과로 지구화를 설명하고 있다.
현재 진행되는 지구화의 특징으로 저자는 국제적 경제관계의 연결이 심화되는 과정, 선진국 기술 패러다임의 확산, 무엇보다도 금융 부분의 통합과 불안정, 초국적 기업의 득세, 지구적 규모의 불평등, 지역화 등을 들었다.
저자는 이를 신자유주의적 프로젝트로 규정하며 여기까지 이르게 된 20세기 자본주의의 흐름을 개괄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황금시대는 역설적이지만 평화를 가능케 했던 냉전체제, 미국 패권의 존재, 기술 패러다임으로서의 포드주의와 국가 개입을 통해 유효수요를 창출하는 케인스주의가 결합된 결과였다.
그러나 이 체제는 생산성 악화와 이윤율 저하를 초래했고, 석유위기로 인해 1970년대 들어서면서 심각한 상황에 빠지게 되었다.
저자는 이를 돌파하기 위해 신자유주의 프로젝트가 만들어졌다고 지적한다.
신자유주의 프로젝트는 노동시장의 경직성, 국가 규제와 인위적 수요 창출, 만성적 재정적자, 이윤율의 하락이라는 한계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원칙으로 시장의 원리를 주장했다.
이를 위해 노동시장의 유연화, 기업 생산 장려, 이것을 실현할 인프라로서 조세 및 통화제도 개혁, 정부 개입 최소화 등이 주창되었으며 그 결과 초국적 기업의 등장, 막강한 금융 자본의 지구화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저자가 보기에 포스트 포드주의, 또는 신자유주의적 지구화의 대차대조표는 불만스럽다.
세상은 상상할 수 없는 규모의 부를 축적한 소수, 지구적 규모의 금융 불안정과 대량 실업 때문에 훨씬 고통스러워진 다수로 양극화되었다.
그리고 그 근원은 바로 모든 지구화에 앞서는 금융의 지구화, 생산이나 소비와 별개의 영역으로 자립해 버린 화폐, 금융이라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저자는 우리 시대의 불행을 낳는 자본, 특히 금융 자본의 지구화에 대응하여 대안적 지구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진정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시장에 대한 환상을 버리는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고 주장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대안적 지구화는 민주적 국제협력기구의 설립, 금융 시장의 규제, 지구적 불평등 완화를 위한 조치, 환경에 대한 관심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제안이 갖는 현실적 어려움을 충분히 예상한 듯, 지적 비관주의와 의지의 낙관주의를 역설한다.
지구화의 부작용 극복 방안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나름의 판단과 실천을 위해 저자의 주장에 귀 기울여 볼 만하다.
김동택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 학술원 연구교수
동아일보-------------
<13>세계는 평평하다
《이 평평한 세계에서 내가 딸들에게 주는 충고는 매우 짧고 메마를 수밖에 없다. “얘들아, 내가 어렸을 때 부모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밥은 남기지 말고 먹어야지.
지금 중국이나 인도에는 굶주리는 사람들이 많단다.’ 하지만 나의 충고는 다르다.
‘얘들아, 숙제는 끝내야지. 중국과 인도에는 네 일자리를 가져가려고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단다.’”―본문 중에서》
510여 년 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인도를 찾아 떠난 항해를 마친 뒤 이사벨라 여왕에게 ‘지구는 둥글다’고 보고했다.
21세기 초 미국의 저널리스트인 이 책의 저자도 인도 여행을 마친 뒤 아내에게 ‘보고’했다. “여보, 내 생각에는 말야. 지구는 평평해.”
저자는 세계화가 완전히 이루어져 더는 아무런 장벽이 없는 상태를 ‘세계가 평평해졌다’고 표현한다.
이는 제3단계의 세계화로서 개개인의 세계화다. 이 책은 21세기에 들어 디지털 혁명으로 세계 사람들의 동시적 비즈니스 수행이 가능해진 상황에서 개인과 기업이 어떻게 기회를 찾아내고 적응해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저자는 세계화 1.0시대 변화의 동력이 국가, 세계화 2.0시대에는 기업이었다면 세계화 3.0시대 변화의 주체이자 동력은 개인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이미 1999년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라는 책에서 기업의 세계화인 제2단계의 세계화에 대해 다룬 적이 있다.
세계화 3.0시대, 즉 제3단계의 세계화 시대에서는 개인이 전 세계적 차원에서 협력하고 경쟁하게 되었다.
개인이나 집단이 세계화를 해 나가는 데 필요한 힘 역시 군사력이나 하드웨어가 아니라 광케이블을 통한 네트워크와 여러 가지 새로운 형태의 소프트웨어다.
저자는 특히 중국 인도와 같은 국가들이 지식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와 동시에 경쟁하게 된 상황에 초점을 맞췄다.
저자가 직접 여행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경험한 이야기를 사례로 들었다.
사실 중국이나 인도, 세계 어디라도 여행을 하다 보면 금방 눈에 띄고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일화를 많이 소개해 책을 읽으면서 ‘과연!’ ‘그렇지!’ 같은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정치적인 이데올로기가 더는 장벽 노릇을 할 수 없게 되었고, 기술의 도약으로 정보나 지식이 더는 장벽이 되지 않는다.
중국과 인도가 이를 웅변하는 증거다. 인터넷 사용의 확산으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새로 개발한 기술을 3개월이면 중국에서 재현할 수 있고 ‘위키피디어’처럼 만인이 참여하는 백과사전이 생겨났다.
아웃소싱이나 생산시설의 해외 이전은 미국의 뉴멕시코 주와 캘리포니아 주가 철도로 연결되듯 자연스럽고 영구한 현상이며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당장 내게 불편하고 마음에 안 든다고 다시 장벽을 세우려 해도 세상은 이미 평평해져서 그렇게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러한 평평한 세상에서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저자는 논한다.
미국은, 개발도상국은, 그리고 기업과 개인은 어떻게 해야 하며 지정학적인 측면에서 세상은 어떻게 될 것인가를 이야기한다.
변해 버린 새 세상에서 경쟁력 있게 살아 나가는 방법을 고민하는 저자의 진지한 노력이 눈에 띈다.
사실 그 같은 고민은 한국에서 더욱 절실한 것이 아닐까. 한국의 지식인과 지도층에는 왜 그 같은 고민이 결여돼 있는지, 책을 읽으면서 내내 아쉬웠다.
양동표 딜로이트 안진 회계법인 대표
동아일보-------------
<14>세계화 시대 초국적기업의 실체
《전 세계의 초국적기업 유치 경쟁의 사례를 보면 국민국가가 초국적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많은 혜택을 주었는데도 초국적기업이 세계적인 자본 축적 전략에 따라 다른 국민국가를 선택하여 언제든지 생산 공장을 이전하는 일을 흔히 볼 수 있다.
생산 공장이 떠난 뒤에 남는 것은 황폐화된 지역 경제와 열악한 노동 환경, 높은 실업률과 빈곤, 국가 재정의 낭비뿐이다.
초국적기업의 유치만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초국적기업에 관한 신비화된 이데올로기일 뿐이다. ―본문 중에서》
“그 짐승의 이름은 무엇인가?
사람들은 그 짐승을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직접 투자, 다국적 회사, 다국적기업…. 미국 기업 괴물. 그 이름이 어떠하든 모든 사람이 동의하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그 짐승은 몸집이 크며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한다.”
위의 글로 시작하는 이 책은 세계화와 초국적기업에 대한 비판적 내용을 담고 있다.
세계화는 이미 강자에게 유리한 룰에 따라 약소국에는 불리한 경쟁을 강요하는 세계 자본과 노동력의 착취 과정이며 초국적기업이란 이러한 악역을 충실히 수행하는 주역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세계화와 초국적기업은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첨예한 논쟁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둘러싼 진보와 보수진영의 대립을 보면 양측은 갖가지 데이터와 사례 등을 들어 가며 FTA 체결의 당위성 혹은 불가(不可)를 주장하고 있다.
골 깊은 양자 간 대립을 이해하려면 먼저 세계화, 더 핵심적으로는 미국 주도의 세계경제 질서에 대해 어떤 시각과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가를 살펴봐야 한다.
또한 특정 국가의 이해를 떠나 세계 전역에 걸쳐 자본을 축적하고 있는 초국적기업의 실체를 규명해야만 한다.
저자는 세계화와 초국적기업을 동시진행형이자 자웅동체로 보고 있다.
저자는 초국적기업(Transna-tional corporations)을 ‘거대한 규모를 가지고 본국의 기반을 바탕으로 자본 축적을 세계적 규모에서 수행하며, 이러한 축적을 가능하게 하는 전략과 조직을 갖고 있는 기업’으로 정의한다.
다국적기업(Multinational corporations)이란 용어가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초국적기업이란 개념을 강조한 이유는 글로벌 경제시대에 그 역할과 비중, 영향력이 커진 기업과 국가 간의 새로운 관계 모색을 위해서다. 특정 국가의 이해관계를 떠나 수익과 비용 측면을 고려해 자본 축적이 더욱 용이한 지역으로 무한정 진출하고자 하는 초국적기업이야말로 지금의 세계화를 이끌고 있는 원동력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포천 500대 기업에 속한 대부분의 기업이 바로 초국적기업에 해당한다.
이들 기업의 매출액은 후진국의 경제 규모를 쉽게 능가한다. 특정 기업의 움직임은 세계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처럼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초국적기업은 기업인들에게는 꿈이자 이상일 것이다.
그러나 세계화와 초국적기업의 활동이 긍정적 측면도 존재하지만 오히려 세계경제의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후진국의 국가경제가 이들 기업에 예속된다는 부정적 측면도 있음을 주지해야 한다.
이 책은 우리가 세계화와 초국적기업에 대해 일종의 신드롬 내지는 강박관념, 그리고 패배주의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닌지를 진지하게 묻고 있다.
문지원 삼성경제연구소 경영전략실 수석연구원
동아일보-------------
<15>더 나은 세계는 가능하다
《평화와 정의를 지향하는 국제적 운동은 전환점에 이르렀다. 우리는 기존의 지배적 경제 패러다임이 전 세계에 심각한 문제점들을 초래하는 방식을 비판하고 따지는 일도 계속 해나가야겠지만 새로운 미래를 구체적으로 설계하는 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본문 중에서》
최근 세계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흐름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대부분 ‘세계화’라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세계화가 걸어가는 길은 그리 순탄치 않다. 이는 세계화를 촉진하기 위한 세계무역기구(WTO)의 도하라운드가 2003년 멕시코 칸쿤에서 심각하게 좌초하더니 얼마 전에는 아예 공식으로 중단돼 버린 데서도 알 수 있다.
개발도상국들의 반발과 세계 시민들의 저항에 부닥쳐 세계화가 비틀거리고 있는 것이다.
세계화에 저항하는 사람들은 현재의 세계화가 주로 선진국과 기업을 위한 것이며, 세계를 평평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더욱 갈라지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이 책은 세계화에 대한 비판을 뛰어넘어 여러 대안을 제시하고 실천하는 노력을 소개하고 있어 흥미롭다.
이 책을 집필한 ‘세계화국제포럼’은 1994년 출범한 조직으로 각국의 연구자와 활동가로 구성된 세계적 네트워크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먼저 세계화가 어떻게 세계 시민의 삶을 향상시키는 데 실패했는지를 살펴본 뒤 민주주의 지역화 지속가능성 등 더 나은 세계를 위한 원칙들을 선언한다.
이런 원칙에 기초를 두고 저자들은 자유무역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인류 공동의 자산이 지닌 중요성과 지역적인 경제 관리의 의의를 강조한다.
에너지 제조업 미디어 등 여러 부문에 걸쳐 새로운 대안의 운영원리도 제시한다.
구체적 대안으로는 환경 보호, 공정무역의 실현, 지역농업의 보호 등 다양한 영역의 정책을 논의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수평적 시민운동’과 인도의 ‘생태환경 운동’에서 미국의 ‘지역농업 운동’과 이탈리아의 ‘슬로 푸드 운동’, 그리고 세계적인 ‘공정무역 운동’에 이르기까지 세계에서 싹트는 대안적 사례들을 담았다.
책의 마지막 장에서 저자들은 우리 모두가 소비자로서, 노동자로서, 그리고 시민으로서 실천할 수 있는 활동들을 제시한다.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구입하고, 공정무역을 지지해 주고, 노동자 소유의 협동조합을 결성해 운영하고, 은행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고, 각종 미디어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을 하고,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의 국제적인 교류에도 적극 참여하라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반대하고 더 나은 세계를 만드는 데 뭔가 기여하고 싶다면, 당장 오늘부터라도 실천해 볼 만한 제안이다.
이 책이 제시하는 대안들은 방대하고 흥미롭지만, 아직은 거칠고 체계적이지 못하며 조금은 이상적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과 다른 새로운 세상에 대해 이야기해 보는 노력은 반(反)세계화의 깃발을 내걸고 다양한 사람들을 모으는 일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
그런 노력을 이 책의 저자들은 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곳곳에서 땀을 흘리며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는 희망찬 노력을 알게 해 준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큰 의의가 있다.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 경제학 교수
동아일보-------------
<16>호모 노마드 유목하는 인간
《오늘날에는 전 세계에 10억 명 이상의 인구가 자동차나 트럭으로 통행하고 있다.
매 순간 100만 명 이상의 사람이 공중에 떠 있다. 40년 내에 매년 30억 명 이상이 비행기를 이용하게 될 것이다.
매 순간 1000만 명 이상이 수십만 대의 비행기 안에 있게 될 것이다. ―본문 중에서》
1980년대 앨빈 토플러는 ‘제3의 물결이 몰려오고 있음’을 예고하였고 1990년대 제러미 리프킨은 ‘노동이 종말을 맞이하고 있음’을 경고했다.
2000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자크 아탈리는 ‘인류의 노마드(Nomad·유목민)화’를 예고했다.
정보화 사회는 이제 진부한 개념이 되었으며 산업 현장에서 노동이 대거 축출되고 있는 현상은 우리의 현재가 되었다.
그렇다면 인류의 노마드화 역시 조만간 다가올 우리의 미래인가?
‘30억 명 이상의 인류가 일상적으로 비행기를 타는 40년 후의 미래’는 무엇을 의미할까.
아침엔 베이징에서 식사를 하고 점심때는 바그다드에서 일하며 저녁엔 파리에서 오페라를 감상하는 하루. 중요한 것은 이 하루가 최고경영자(CEO)의 일정이 아니라 인류의 보편적인 일상이 될 것이라는 예견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처럼 동가식서가숙, 정처 없이 방황하며 유랑하는 것이 역마살이 낀 불우한 인간의 역정이 아니라 500만 년 동안 유전자 속에 내장되어 내려온 인간의 본성이라는 것이다.
유랑하는 인간, 호모 노마드. 아탈리는 노마드적 삶이 인간의 특수한 생존 양식이 아니라 인간의 보편적 삶의 양식임을 환기시킨다.
인류 문명의 핵심적 요소라 일컫는 불과 언어, 옷과 신발, 음악과 예술, 심지어 종교와 민주주의마저 정착인이 아닌 유목인의 산물이었음을 아탈리는 자랑스럽게 제시한다.
이쯤 되면 독자들의 마음속엔 의심의 연기가 피어오를 것이다. ‘어, 정착인의 삶의 양식이 일시적인 것이라고?’
노마드는 머물지 않는다. 그는 언제나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러므로 노마드는 소유하지 않는다. 그는 언제나 미지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다.
노마드는 정주의 편안함을 버리고 자유의 불편을 택한다. 모험은 고난이다.
그러나 고난을 이겨 내는 그 어느 변곡점에서 위대한 창의가 실현된다.
그러므로 인류의 모든 위대한 창조는 정주인의 것이 아니라 노마드의 것이며 노마드는 창조적 인간형, 자유인 그 자체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아탈리는 팍스아메리카나의 우울한 미래를 어떻게든 논리적으로 입증해야 한다는 강박감에 사로잡혀 있다. 아탈리는 팍스아메리카나를 부정할 세력으로 세 가지를 제시한다.
하나는 미국 밖의 자본이요, 다른 하나는 이슬람과 같은 근본주의 종교요, 다른 하나는 유럽공동체의 확대판인 세계 국가이다.
그는 확언한다. “노마드적인 이 세 권력은 언젠가 미 제국을 이기고야 말 것이다.”
그의 마음은 아름다우나 그의 논증은 미약하다.
미국의 몰락을 시사하는 현상들은 널려 있지만 미국 중심의 세계화를 대체하는 새로운 세계화, 새로운 문명은 어디에 있는가!
모세의 민중이 젖과 꿀이 흐르는 땅 가나안을 찾기까지 40년의 세월을 사막에서 방황했듯이 우리는 더 방황해야 할 것 같다. 아탈리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호모 노마드라는 개념의 집에 너무 정주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황광우 광주 다산학원 원장
동아일보-------------
<17>사다리 걷어차기
《개발도상국들은 ‘바람직한’ 정책을 사용한 1980년대 이후의 20여 년보다 ‘바람직하지 않은’ 정책을 사용한 1960∼1980년대에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루었다.
이 역설에 대한 분명한 대답은 ‘바람직한’ 것으로 여겨진 정책이 기실 개발도상국들에 유용하지 않으며, 오히려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는 정책들이 효율적으로 사용되기만 한다면 더욱 유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본문 중에서》
10여 년 전만 해도 세계 경제의 방향타 정도로 알려졌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한국 사회가 외환위기를 경험하면서 구체적 삶의 현실이 되었다. 위기 이후 국내 사회경제정책은 이전보다 더 국제통화기금(IMF), 세계무역기구(WTO), G8(선진 7개국+러시아)과 같은 국제적 의사결정기구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는 한국뿐 아니라 모든 개발도상국에 해당되는 문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속된 경제의 장기 호황이 관성을 상실한 뒤 경제선진국의 신자유주의적 경제학자와 정책결정권자들은 시장에 대한 규제완화, 각종 사회경제정책의 유연화, 시장통합을 통해 부와 번영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고약한 점은 이들이 ‘게임의 규칙’을 단일화하고 그 틀 안에서 시장경쟁을 허용한다는 점이다.
최우량 사례를 중심으로 “현 선진국들은 개발도상국들에 ‘바람직한 정책’과 ‘바람직한 통치제도’를 수용하도록 강요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선진국의 그 같은 태도를 정상에 오른 사람이 다른 이들이 뒤를 이어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수단을 빼앗아 버리는 행위, 즉 ‘사다리 걷어차기’로 규정한다.
풍부한 역사적 자료에 근거한 장하준 교수의 주장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TINA·There is no Alternative!)’는 세계화에 대해 매력적인 반론을 제기한다.
‘바람직한 정책과 제도’에 의해 유인되는 세계화라는 게임의 규칙이 결코 가치중립적이지 않으며, 따라서 이를 덜컥 받아들이는 것이 곧바로 엘도라도로 가는 길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1999년 시애틀 WTO 총회 때 벌어졌던 대규모 시위 이후 전개된 반(反)세계화 운동에서 뚜렷이 목격할 수 있었다.
저자가 제시하는 세계화의 대안은 급진적이지 않다.
실제로 저자는 세계화의 조류에 반대하지 않으며, 다만 개별 국가의 적절한 경제발전전략은 상응하는 제도의 질적 향상이 동반될 때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외부로부터 ‘바람직한 정책과 제도’의 강요 대신 민주적 정부가 국가 경제의 발전 단계에 적절한 산업·무역·기술정책을 추진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지원할 때 경제발전이 가능하다는 평범한 공리(公理)를 재차 강조한다.
유감스럽게도 저자의 논지는 여기서 멈추고 있다.
문제는 저자가 강조하는 이러한 공리조차 오늘날에는 이데올로기 논쟁의 과녁이 될 정도로 특정 사회 집단에 의한 바람직한 제도와 정책에 대한 개념의 규정력이 막강하다는 데 있다.
따라서 국가의 산업·무역·기술정책과 그에 조응하는 제도의 발전은 막연한 사회적 대타협을 전제로 하는 게 아니라 대안적 정책프로젝트를 둘러싼 치열한 경쟁에서 출발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의 역할과 기능, 대안적 경제발전전략의 주체에 대한 포괄적인 사회담론이 절실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의 상관관계를 강조하는 저자의 주장은 여전히 유효하다.
임운택 계명대 교수 사회학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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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문명의 붕괴
《환경문제의 원인이 우리 자신이기 때문에 그 해결의 주체도 우리일 수밖에 없다. 당장에 환경 훼손을 중단하고 해결에 나설 것이냐, 아니면 그대로 방치할 것이냐? 그 선택은 우리에게 달려 있다. 요컨대 미래의 운명이 우리 손 안에 달려 있다.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겠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정치적 의지일 뿐이다. 해결책은 지금도 있다.
정작 필요한 것은 그 해결책을 적용하려는 정치적 의지이다. ―본문 중에서》
인류의 첫 밀레니엄이 생존을 위한 적응으로 시작됐다면, 다음 밀레니엄은 개발로 인한 착취로 마감됐다고 할 수 있다.
21세기 들어 인간과 자연 사이의 상생이 강조되는 이유도 지난 역사의 교훈을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자는 데 있다.
실상 인류의 역사에는 수많은 문명이 부침성쇠를 겪어 왔다.
그러나 어느 사회는 지속하였고, 어느 사회는 쇠락하였다. 이 책은 문명사의 관점에서 지난 사회들이 성공하고 실패한 원인을 살펴보고 있다.
거의 완벽에 가까운 자료조사에 입각해 과학과 역사를 접목함으로써 파괴된 문명의 역사에서 인류의 미래를 위한 시사점을 찾아내려 한다.
저자는 핵전쟁이나 새로운 질병도 문제이지만 환경파괴(ecocide)가 더 심각한 위협이라고 본다.
과거와 현재에 걸쳐 열두 가지 요인이 제시되고 있다.
과거에는 산림과 서식지 파괴, 토양 침식과 비옥도 저하, 물 관리의 악화, 지나친 사냥과 고기잡이, 외래종에 의한 토착종의 구축, 인구폭발, 사람의 영향 등 8가지가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여기에 현재 인간이 야기한 기후변화, 자연환경에 축적된 유해 화학물질, 에너지 부족, 지구의 광합성 역량을 극한까지 사용하려는 인간의 욕심 등 4가지가 추가된다.
환경파괴, 기후변화, 적대적인 이웃, 환경문제에 대한 사회의 대응은 여러 문명의 역사적 운명을 가로질렀다.
산림파괴에 따른 이스터 섬의 붕괴, 무역상대국의 쇠퇴에 따른 피케언 섬과 헨더슨 섬의 붕괴, 환경훼손 인구폭발 기후변화로 인한 마야의 붕괴가 주요 사례다.
현대 세계도 마찬가지다.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비틀거리는 중국이나 지나친 채굴에 따른 재생 가능한 자원을 고갈시키는 호주 등이 그렇다.
오늘날 문명 붕괴의 조짐은 제3세계뿐만 아니라 지구촌 여러 곳에서도 이미 나타나고 있다.
남아시아의 지진해일(쓰나미)이나 미국 루이지애나 주 뉴올리언스의 카트리나 피해, 중국 쑹화(松花) 강 오염이 좋은 보기다. 최근 한반도의 허리를 강타한 폭우, 유럽과 미국을 휩쓴 폭염, 중동과 아시아에서 그치지 않는 지진을 보더라도 환경훼손과 자연재해의 연관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면 범세계적 생태 위기 아래 어디에서 희망을 찾을 것인가. 저자는 환경파괴의 주체는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점에서 미래를 위한 인간의 결단을 촉구한다.
환경파괴는 세계화와 관련이 깊다. 세계화를 위협으로만 보지 말고 기회로 볼 수 있는 안목과 실천이 필요하다.
저자는 ‘신중한 낙관주의자’로서 인류가 세계화를 잘 활용한다면 전 세계적 붕괴는 막을 수 있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흥미로운 점은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업을 적으로만 보지 말라는 권고다.
효율적인 환경보호 대책을 실현하는 기업이 있듯 이들을 우군으로 끌어들이려는 자세와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임현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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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계화의 덫
《정치적 행동력의 재획득, 경제에 대한 정치의 우위를 재확립하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가장 중심적인 과제이다.
기존의 세력관계가 더 이상 유지되지 않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
세계시장의 압력에 대한 무분별한 적응은 기존의 복지사회를 불가피하게 혼란으로 몰아가고, 나아가 복지사회의 기초적 토양으로 기능하는 민주적 사회구조를 필연적으로 파괴할 것이다. ―본문 중에서》
‘세계화’는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할 것인가, 그리고 그것은 과연 민주주의를 확대시킬 것인가?
이 책은 풍부한 예시를 근거로 자본과 노동이 처한 지금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지적할 뿐 아니라, 세계화의 과정이 사회의 안정된 삶과 민주주의를 파괴할 것임을 비판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한 점에서 이 책은 그리 무겁지 않은 필치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시사적인 경제서를 넘어 이 시대에 대한 근본적이고 정치적인 통찰을 포함하고 있다.
이 책에 따르면, 세계화란 ‘범지구적인 경쟁의 격화’를 의미한다.
‘범지구적 경제의 통합’은 세계시장을 통해 생산성을 높여감으로써 ‘범지구적 경쟁의 격화’를 불러일으킨다.
높은 생산성 하에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노동력은 20%에 불과할 뿐이며, 나머지 80%의 노동력은 배제된다.
그러므로 자본과 노동이 세계시장으로 편입되면 될수록 일자리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높은 생산성 하에서 실업율은 점점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저자들은 현재의 높은 실업율과 고용불안이 단순히 몇몇 나라의 일시적인 정책적 실패라거나 혹은 세계화가 아직 완전히 이루어지지 못해 생긴 일이 아니라, 바로 세계화가 만들어 낸 필연적인 경쟁 격화와 금융시장 독재의 구조적 귀결임을 말해주고 있다.
또한 이 책은 세계화의 과정이 범지구적인 ‘통합’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분열’과 ‘배제’를 가져온다고 지적한다.
주가지수와 기업이윤은 두 자리 숫자로 오르는 반면,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계속 내려가고 실업률과 국가의 재정적자도 심각한 수준으로 늘어난다.
그리하여 이렇듯 불안한 현실은 중산층을 소멸시키고, 불안한 삶에 대한 ‘공포’는 타인과 타민족에 대한 배제와 혐오로 선동되어 21세기의 ‘신 우익’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저자는 세계화를 외치는 시장자유주의자들이 신 우익집단에게 길을 열어주고 있는 현실을 그림으로써, 세계화의 귀결이 왜 민주주의에 반하는지, 왜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을 의미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들은 ‘세계화’가 초래한 불평등한 구조를 지적하는 데에서 나아가, 사회의 안정된 삶과 발전 근거를 파괴시킨다는 데 그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세계를 돌며 이윤을 사냥하는 금융시장의 신자유주의 논리는 ‘국가’의 조정력을 무력화시키고 ‘정치’를 추락시킨다.
세계화의 과정은 개별국가의 정책집행력과 민주주의에 뿌리를 둔 안정된 사회생활의 기초를 부수고, 부의 재분배와 조정을 통해 사회적 불평등을 억제하고 사회적 결속을 이루어왔던 이제까지의 규칙(곧 민주주의!)은 그 근거를 잃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세계화’란 자기가 숨겨놓았으나 스스로 걸려들어 자신을 파괴하는 ‘덫’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세계화의 덫’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이 책은 그 해법을 복지와 민주주의의 회복으로 제시한다.
그리고 이를 위한 근본적인 방향을 ‘경제’에 대한 ‘정치’의 회복, 국가의 조정능력 회복에서 찾고 있다.
국가와 민주주의를 무력화시키는 금융자본의 횡포를 세계화의 근본악으로 보는 저자의 입장에서 구체적인 방안은 주로 환경세의 신설, 사치세, 외환거래세나 금융세의 징수 등 세재개혁을 통한 금융과세로 제시된다.
하지만 이 책이 보다 근본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개혁과 조정을 이루어낼 범지구적인 연대에 있다.
개별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세계화로 인한 종국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국가간의 연합, 시민사회의 국제적 연대, 살아있는 인간노동에 대한 재평가를 기초로 한 새로운 차원의 민주적인 연대와 연합이야말로 이 책이 제시하고 있는 핵심적 방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박주원 서강대 학술연구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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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월러스틴의 세계체제 분석
세계체제론은 미국 사회과학자 이매뉴얼 월러스틴이 1974년에 낸 저서 ‘근대 세계체제 1’에서 비롯된 이론으로 전체로서의 세계를 분석대상으로 삼고 학제 간 장벽을 허물었으며 개별 사건이 아닌 장기적 과정을 중시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월러스틴 자신이 “찬사를 받기도, 공격을 당하기도 했다”고 표현했듯이 이론은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자주 왜곡되어 왔다.
오래전에는 특이하게도 사회주의의 대안을 내포하는 진보적 이행론으로 해석되기도 했고, 공산주의 사회의 붕괴 시점에는 오직 하나의 자본주의적 세계체제의 형성에 관한 ‘예언적’ 이론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이 책은 저자가 세계체제 분석의 전제와 원칙이라고 간주하는 것들을 한자리에서 설명하고 총체적 조망을 제공하기 위해 쓴 개론서다.
저자는 현 상황에서 세계 위기의 핵심이자 가장 중요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은 ‘다보스 정신’과 ‘포르토 알레그레 정신’ 간의 투쟁이라고 말한다.
‘다보스 정신’이란 세계화의 기치 아래 상품과 자본의 자유로운 흐름에 모든 국경을 개방할 것을 요구하는 신자유주의적 흐름이다.
정책적으로는 ‘워싱턴 컨센서스’라 불렸으며 이 이론의 보급을 위한 장으로 다보스에서 세계경제포럼이 열렸다.
반면 ‘포르토 알레그레 정신’은 다보스의 세계경제포럼에 반대하기 위해 포르토 알레그레에서 열린 세계사회포럼에서 시작된 반(反)세계화 연대 움직임을 말하는 것이다.
두 정신 간의 투쟁은 결과를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토론의 핵심은 여전히 미래에 건설할 사회체제에 관한 것이며 그 핵심요소는 사회적 조직화의 두 가지 중심 문제인 자유와 평등의 문제로 다시 돌아간다.
동전의 양면 관계로 제시되는 평등과 자유의 관계에서 저자는 평등의 강조가 결국 다수가 스스로의 자유를 깨닫고 소수의 자유를 신장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그것이 다수가 취해야 하는 필수적인 입장이라고 정리하고 있다.
월러스틴은 1968년 ‘세계혁명’ 이후부터 지금까지를 이행의 시기 또는 과도적 위기로 규정한다.
이후 세계의 미래도 우리 자신의 지적 도덕적 정치적 각성에 달려 있다는 것이 저자의 일관된, 또 여전히 중요한 메시지다.
강문구 경남대 정치언론학부 교수
세계화 이해하기 20선 책 저자/출판사 1 세계화 이후의 부의 지배 레스터 서로/청림출판 2 전지구적 변환 데이비드 헬드/창작과 비평사 3 다보스, 포르투알레그레 그리고 서울 이강국/후마니타스 4 세계화와 그 불만 조지프 스티글리츠/세종연구원 5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토마스 프리드만/ 창해 6 빅맥이냐 김치냐 댄 레프코비츠/지식의 날개 7 부와 권력의 대이동 클라이드 프레스토위츠/넥서스 8 도둑맞은 세계화 조지 몬비오/창비 9 불량국가 놈 촘스키/두레 10 지구화의 길 울리히 벡/거름 11 문명의 충돌 새뮤얼 헌팅턴/김영사 12 지구화, 현실인가 또 하나의 신화인가 구춘권 / 책세상 13 세계는 평평하다 토마스 프리드만/창해 14 세계화 시대 초국적기업의 실체 장시복/책세상 15 더 나은 세계는 가능하다 세계화국제포럼/필맥 16 호모 노마드 유목하는 인간 자크 아탈리/ 웅진씽크빅 17 사다리 걷어차기 장하준/부키 18 문명의 붕괴 제레미 다이아몬드/김영사 19 세계화의 덫 한스 피터 마르틴 등/영림카디널 20 월러스틴의 세계체제 분석 이매뉴얼 월러스틴/당대 추천=삼성경제연구소, LG경제연구원, 교보문고, 고려대 조대엽(사회학) 교수, 연세대 김호기, 유석춘(사회학) 교수, 서강대 유석진(정치학) 교수, 고려대 박길성(사회학) 교수, 서울대 송호근(사회학) 교수, 출판평론가 표정훈 씨 ‘남자 들여다보기’ 18일부터 20선 소개
‘책 읽는 대한민국’ 캠페인 시리즈 중 2006년 제8부 ‘세계화 이해하기’ 20선이 8일자로 끝납니다.
제9부는 ‘남자 들여다보기’ 20선입니다.
사회의 급속한 변화로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무너지는 요즘, 남자의 내면과 남성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책들을 18일자부터 소개합니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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