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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바둑판과 정치판...))<칼럼사설수필> 2004. 3. 6. 17:59
((바둑판과 정치판...))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진(晋)나라 나무꾼 왕질(王質)의 고사에서 알 수 있듯 흥미진진한 바둑 역사는 유구하다. 왕질이 바둑을 구경했다는 절강성 석실산은 '도끼자루 썩는 산'이란 의미의 난가산(爛柯山)이라 불린다. 황해도 평산읍 난가정(爛柯亭)은 선조의 바둑 역사를 말해준다. 가장 오래된 바둑책, 현현기경(玄玄碁經)은 "요순시절부터 바둑이 있었다"고 기록했다. 바둑둔 것을 기록한 기보(棋譜) 역사도 1800년이 넘지만 변화무쌍한 '인생과 정치'처럼 똑같은 바둑은 한 판도 없다. 바둑은 장기나 체스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복잡미묘하다. 전쟁이나 분규, 정치인의 대립과 경쟁이 바둑판에 비유된다. 바둑판은 중앙과 좌우변 및 좌우 상하귀가 있다. 흑백이 차례로 뒤며 집을 지으려면 경계선을 둘러싼 분규와 치열한 전투로 이어져 삶과 죽음이 발생한다. 수많은 격언과 교훈이 파생되는 바둑은 '인생과 정치 축소판'이다. 바둑에는 묘수와 악수(惡手)가 있다. 특히 결정적 악수나 그런 수를 두는 일을 패착(敗着)이라 한다. 다른 돌을 살리려 작전상 버릴 셈으로 놓는 돌은 사석(捨石)이라 하며 사석(死石)이 되어도 개의치 않는다. 익산시 갑을구 우리당 경선후보 결정과정을 보면 바둑판 싸움이 총망라해 연출된다. 갑구 유력후보는 배제되고 며칠 전까지 을구 활동 인물들이 조배숙씨 단일후보 결정으로 갑구로 바꾼지 며칠만에 경선후보로 선정됐다. 전말은 이렇다. 우리당은 '변화와 개혁, 개방과 공정경쟁'을 표방하며 출발했다. 익산지구당이 창당되고 토론회를 개최하며 '닭번개' 등으로 민생현장을 찾아 박수를 받았다. 군산지구당의 멋진 경선과 승복은 지지도를 높이는데 기여했다. 그런데 지난달 24일 조배숙 전의원이 이협의원이 포진한 을구 출마선언과 동시에 경선도 없이 조 전의원을 을구 단수후보로 결정했다. 탈락된 5명은 크게 반발했다. 한병도씨측은 갑구 출마를 선언했고 조영균씨는 '본선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들러리식 경선'이라며, 김상기씨는 '타정당에 비판거리를 제공하고 수개월 경선과 시민을 무시한 처사'라고 성토했다. 소신섭씨와 이영로씨는 무소속을 통한 을구 출마를 고집했다. 이어 지난 2일 엉뚱한 소식이 날라왔다. 갑구 유력후보 김상민씨와 정재혁씨가 탈락되고 조배숙씨 단수후보 결정에 불만을 토로하다 갑구로 바꾼 조영균, 한병도, 김상기씨가 경선후보에 포함됐다. 요즈음 각당 공천을 보면 포복절도할 정도로 '웃기는 정치판'이다. 공천심사위원이 공천신청을 하거나 아예 단수공천 후보가 되며 탈락한 후보를 다른 지역 경선후보로 확정하는 희한한 일이 벌어진다. 실컷 토론회를 개최하고 단수후보를 선정하는 등 원칙은 사라지고, 불공정 공천에 항의와 몸싸움이 적지 않다. 익산 갑구와 을구는 엄연히 다른 지역구다. 을구 탈락자를 갑구 경선후보로 선정하고 정작 갑구에서 터전을 닦은 후보는 탈락되는 어처구니다. 더 웃기는 것은 을구에서 탈락할 때 부당성을 항의하던 사람들이 갑구 후보로 선정되자 재빨리 원칙과 도덕을 버리고 유력후보 탈락에는 입을 다물고 자기를 지지해 달라고 선거에 열중하더라는 점이다. 깨끗한 정치를 한다는 정치신인들이 어쩌면 그렇게 쉽게 원칙을 저버릴 수 있을지 배꼽을 잡을 지경이다. 정재혁씨와 김상민씨는 강력 이의를 제기했다. 지지자들은 유력후보는 배제하고 을구 탈락자를 갑구 경선후보로 결정한 것은 이들을 들러리로 삼고 특정인을 선정하려는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중앙당에 항의차 방문하고 도지부에서 몸싸움이 벌어진다. 후보마다 지구당 창당과 토론회 등에 막대한 자금도 지출했다. 그런데 선거를 40여일 남기고 경선도 없이 '명분없는 명분'으로 탈락시킨 것은 시민이 납득치 못한다. 최소한 을구 승리를 위해 경선에서 조배숙씨가 상처 입는 것을 배제하고자 단일후보로 결정하고 탈락된 인물의 '입막음' 시키며 갑구 특정인을 후보로 만들기 위한 양수겹장을 노렸다는 주장이다. 갑구는 을구 승리를 위해 사석(捨石)이 되어도 상관없다는 것이 익산 경선후보 선정의 속셈이란 분석이다. 다행히 6일 중앙당은 정재혁씨와 김상민씨를 경선후보로 결정했다. 갑을구는 바둑판의 좌우 반상과 같다. 양후보를 경선후보에 포함시킨 것은 익산 갑을구 선거판을 뒤흔드는 패착(敗着)을 막는 묘수가 아닐 수 없다. 하여간 '바둑판보다 웃기는 정치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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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바둑판보다 웃기는 정치판
제2사회부장 고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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