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本是同根生 相煎何太急...))<칼럼사설수필> 2004. 3. 8. 14:51
本是同根生 相煎何太急
"콩을 삶는데 콩깍지로 불을 때니 콩이 솥 안에서 우는구나. 본래 같은 뿌리에서 나왔거늘(本是同根生) 서로 볶는 것이 어찌 이다지도 심한가? (相煎何太急)"
이는 조조 셋째아들, 조식(曹植 : 192-232)이 읊은 시이다. 삼국지 주인공 조조(曹操)는 조비(曹丕), 조식(曹植) 두 아들과 함께 삼조(三曹)라 하여 건안문학(建安文學)을 꽃피운 문사였다.특히 조식은 뛰어난 문재(文才)로 조조 사랑을 독차지했다.
조조가 장남 조비 대신 조식에 제위를 넘길 생각까지 할 정도였다.
조비는 항상 조식을 경계했으나 제위는 조비에게 돌아갔다.
어느 날 文帝 조비는 조식을 죽일 생각으로 엄포를 놓았다.
"내가 일곱 걸음을 걷는 동안 시를 한 수 지으라"고 했다.
"못할 경우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고 위협했다.
일곱 걸음을 떼기도 전에 조식은 위의 시를 지어 형에게 올렸다.
흔히 "일곱걸음을 옮기는 사이 지었다"고 해서 칠보시라 한다.
조식 나이 열 살 때였다.
형제간 우애는커녕 아우를 죽이려 드는 형의 처사를 콩을 삶으면서 콩 줄기로 불을 때는 상황에 비유하여 일침을 가한 것이다.
이후 사람들은 형제 싸움이나 동족상잔, 골육상쟁(骨肉相爭)에 흔히 이 고사를 인용한다.
또한 뛰어난 문학적 재능이 있는 사람을 칠보지재(七步之才), 뛰어난 문학 작품을 칠보시(七步詩)라 한다.
요즈음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총선을 목전에 두고 벌이는 싸움판이 바로 그렇다.불과 1년여 전, 노무현 후보를 대통령에 당선시키기 위해 엄동설한에 전국을 누비던 민주당의 일원이 아니었던가?
수십년 동안 DJ라는 정치적 핵우산 아래 민주화를 위해 합심협력하던 정치 동료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DJ 이후 '새질서 구축'을 위한 싸움치고는 너무 심한 감이 없지 않다.
대선이 끝나고 취임한 지 1년도 안돼 분당 하더니 이제 대통령 탄핵을 발의한단다.
과거 적이었던 한나라당과 함께 말이다.
탄핵(彈劾)은 공무원의 직무상 위법에 대해 국회가 소추(訴追)하고 국회나 여타 국가기관이 심판하여 처벌, 파면하는 제도로 소추나 처벌이 어려운 고급공무원과 신분이 강력. 보장된 법관 등에 대한 제재방법의 하나이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요건이 엄격하여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발의와 재적의원 2/3 이상 찬성이 있어야 한다.
탄핵소추 의결을 받은 자는 탄핵심판이 있을 때까지 권한행사가 정지되며 탄핵심판과 결정은 헌법재판소 재판관 6인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골육상쟁이나 동족상잔이 더 무섭다고 하지만 그래도 국민, 특히 전북도민은 아직 이해할 수 없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민주당이 분열돼 우리당이 창당되자 적지 않은 도민들이 우려를 금치 못했다. 지금도 마찬가지 심정을 가진 사람이 적지 않다.
YS나 DJ도 해결치 못한 지역구도하에서 민주당 분열은 결국 누구에게 도움을 줄 것인가는 자명하다.
차떼기를 하거나 말거나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정당을 찍어야겠다는 국민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적전분열은 제3자에게 어부지리(漁父之利)만 안겨 줄 것을 염려 한 것이다.
분열되기 전 민주당이 8. 8 보선에서 대패한 것을 되돌아보며 이를 우려한 탓이다.
이 때문에 우리당이 창당되자 수도권 선거 결과에 걱정을 하면서 '연초 大타협설' 혹은 '2월 大타협설'이 나왔다.
그런데 싸움판은 이전투구(泥田鬪狗) 양상을 보이고 있다.
타협설은 온데간데 없고 갈수록 싸움이 치열해진다.
도민들은 아직 알지 못한다.
열린우리당에 몸 담은 김원기 고문과 민주당 김태식 의원이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익산 이협 의원과 전주 장영달 의원이 정치역정과 노선, 그리고 추구하는 정책이나 이념에 있어 차별화를 내세울 수 있는 차이점이 무엇인지를 말이다.
국제사회는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도 없다"고 한다.
그만큼 복잡한 국가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는 뜻 일게다.
따라서 모든 나라가 우방일 수도 있고 적일 수도 있다.
국제사회도 그럴진데 엊그제까지 수십 년간 한솥밥을 먹던 우리당과 민주당이 한나라당보다 더 심하게 싸우는 모습은 꼴불견이다.
이번 총선 결과는 누구도 모른다.
그러나 힘을 합쳐도 버거운 싸움에 분열돼 선거에 임하면 언젠가는 다시 공조 수순을 거쳐 결합해야할 상황이 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자국 실리추구가 최선인 국제사회에서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없다’는 것처럼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정치판이다.
그래도 힘을 합친다 하면 우리당과 민주당이 가깝지 제3당이 가까울 것인가?
"같은 뿌리에서 나온 정당들 싸움이 너무 지나치지 않은가?"
-------------------------------
(데스크 칼럼)
(제목) 本是同根生 相煎何太急
제2사회부장 고재홍'<칼럼사설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칼럼 ((멋진 경선을 기대한다...)) (0) 2004.03.15 칼럼 ((폐기물에 신음하는 益山山河...)) (0) 2004.03.11 칼럼 ((바둑판과 정치판...)) (0) 2004.03.06 칼럼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하라((이태백과 삼팔선...)) (0) 2004.03.03 칼럼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하라...)) (0) 2004.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