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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금배지가 뭐길래...))<칼럼사설수필> 2004. 2. 21. 16:27
((금배지가 뭐길래...))
역경 끝에 극적으로 금배지를 단 사람을 대상으로 '금배지가 뭐길래'라는 특집방송이 나온 적이 있다. 금배지에 평생을 바치고 일가친척 가산까지 탕진하며 선후배가 적이 되어 대립한다. 도대체 '금배지가 뭐길래' 동분서주할까? 한 개는 공짜지만 이후 돈을 내는 금배지는 1.56돈으로 5.85g, 지름 1.6cm에 무궁화가 있고 '나라 국(國)'자가 새겨졌다. 자주색 바탕에 무궁화는 금색, 글자는 흰색인데 금도금이어 나사형은 1만5천원이고, 옷핀형은 2만원이다. 그러나 '30당 20락'이란 말처럼 선거는 수억에서 수십억이 드는 것이 정치현실이다. 최대비용으로 최소효과를 얻는 '비경제원칙'이 적용되는 것 같은 배지 권한과 특혜는 대단하다. '예산심의권'은 물론 집행예산 점검과 결산권이 있고 '입법권'은 최대 권한이다. 공항 귀빈용 주차장과 특별기 귀빈대기실을 사용하고 절차도 간단하다. 공식행사나 단체여행에는 요원들이 안내하며 티켓은 항공사에서 챙긴다. 일년에 두 번 국고보조 해외여행도 가능하며 기관장 예우가 깍듯하고 민방위 훈련에도 마음대로 달린다. 교도소 특별면회도 가능하고 5명의 보조직원도 둔다. 국회 발언에 책임지지 않고 현행범이 아니면 잡아갈 수 없다. 대단한 '경제원칙'에 따라 모든 것을 베팅 하는 셈이다. 20명이 움직여 '春秋益山時代'라는 익산은 입지자 열기로 엄동설한을 녹여 봄기운마저 완연하다. 총선을 50여 일 남기고 자신을 알리려는 움직임이 눈부시다. 기발한 묘안이 속출하고 '언론플레이'는 절정을 이룬다. 사무실 개소식부터 거리나 등산 캠페인, 닭소비나 헌혈운동, 성명서나 기자간담회, 시장과 대화를 보도자료로 활용하고 여론조사를 통해 지명도를 높인다. '여성검사 1호'인 조배숙 전의원(48)은 재래시장 살리기와 청년실업 구제대책을 위해 노력한다. 중후한 인품에 실력과 배짱을 겸비했다는 정재혁 새정치문화연구소장(46)은 '새벽에는 교회, 밤에는 장례예식장 등에 얼굴을 내민다. 민생을 도외시하고 비리와 싸움질로 날을 지새는 정치권을 질타하며 '의원안식년제' 도입을 주장해 많은 관심을 끌었다. 이한수씨(44)는 "멈춰버린 익산의 시계를 돌려야 한다"며 지역발전에 강한 의욕을 보인다. 금감원노조위원장을 역임해 리더쉽이 뛰어나다는 조영균씨(47)는 '경제. 금융. 노동 전문가'임을 내세워 자보할증요율 전북 차등적용 방침에 대한 대비책과 한방단지 구상을 설파한다. 신민당 4선의원 김현기씨 장남인 김상민씨(53)도 깨끗하고 신선한 이미지를 내걸고 지역을 파고든다. 강익현 전 도의원(47)은 졸업식장 등에 들리며 신용불량자 대책과 한방산업육성 방안을 홍보한다. 한병도씨(36)는 ‘중앙부처 익산유치‘를 스티커로 만들어 택시에 붙이고 운전수와 합동으로 캠페인을 벌였다. 오랜 정치생활로 '뿌리깊은 나무'라는 익산시민연합 박경철대표(47)는 고속철시대에 대비해 역세권 개발 등 익산과 전북발전 구상을 집중 홍보한다. 지역구 사업을 많이 챙겼고 후배를 많이 보살펴 '바보 돌쇠'가 애칭인 최재승의원(58)은 민주당과 DJ에 대한 한결같은 의리를 무기로 활발하게 움직인다. 이협의원(63)도 발걸음을 재촉하는 등 총선열기가 갈수록 뜨거워진다.
6개월 정도 움직이면 될 것으로 대수롭게 판단했다가 "익산이 이렇게 넓은지 몰랐다"는 한탄도 나온다. 대대적으로 활동하던 어떤 입지자는 벌써 자금이 바닥나 곤욕을 치룬다는 전언이다. 하루 악수를 많이 해도 500명에 불과하고 다음 날은 지쳐 계속치 못한다. 시간은 없고 마음은 급하니 언론을 통해 자신을 알리려는 방법도 천태만상이다. 언론도 최대 균형감각을 갖고 골고루 기사를 다룬다. 금배지를 위해 평생을 거는 입장이 되어 최대한 공정하게 다룬다. 그러나 '기자의 시각과 느낌'도 있다. 일반적 능력도 부족한 사람이나 이름만 걸어 놓은 사람, 지역정서로 한계가 있거나 철새정치인이라는 딱지가 붙은 정치인도 있어 자연스레 가능성 있는 기대주에 쏠리게 마련이다. 지역을 위한 진실한 방안도 있고 허구적인 것도 많다. 그런데 의외로 전혀 실현성이 없는 계획이나 정책 발표가 시민에게 파고드는 것은 아이러니다. 능력을 검증받고 의식과 경쟁방법이 건전하며 실현성 있는 공약을 내걸고 금배지를 ‘개인적 광영’으로만 치부치 않고 지역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입지자를 뽑을 때 익산시민은 제대로 금배지를 뽑았다고 할 수 있다. 바로 그런 사람이 '진정한 금배지'이다.--------------
(데스크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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