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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황훈씨 가족을 돕자...))<칼럼사설수필> 2003. 9. 8. 15:37
((황훈씨 가족을 돕자...))
"열 사람이 한 숟가락씩 밥을 모으면 한 그릇이 된다"는 말처럼 어려운 이웃에 자그마한 정성은 당사자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요즘 세태는 십시일반(十匙一飯)의 좋은 의미가 점차 퇴색하고 있다.
세상이 핵가족화하고 바쁘게 살아 "재난과 어려움은 서로 돕는다"는 민족 전통의 환난상휼(患難相恤) 정신도 사라진지 오래이다.
극단적 이기주의와 물질 만능주의가 팽배하여 가족만 생각하는 것을 뛰어넘어 부모를 살해하는 사건도 비일비재하다.
2만불 시대를 바라본다는 요즘도 '사업 실패나 갑작스런 실업', 그리고 '사고나 우환'으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구제할 사회적 시스템은 마련되지 못했다.
각박한 현실에서 졸지에 극단적 상황에 내몰리는 가정이 적지 않다.
카드 빚에 몰린 동반자살 등 끝없는 불황으로 서민의 삶은 고달프기만 하다.
여유 있는 계층이야 아껴 쓰면 된다지만 그 날 벌어 먹고 사는 빈곤층은 여간 힘든 것이 아닌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익산교육청이 관내 지원중학교에 근무하다 뇌출혈로 쓰러진 동료 직원 황훈씨(33) 돕기에 적극 나서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익산시 신동에 살던 황훈씨는 교육행정직 7급으로 12년간 교육계에 근무하며 성실히 살아온 1남1녀의 가장이었다.
지난해 부인 박정운씨(29)가 뇌종양에 의한 전신마비로 불편해지자 부인과 두 자녀 뒷바라지를 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성실한 공무원이었다.
지난 7월 지원중에 부임한 후에도 이런 일과는 계속됐다.
그러나 지난달 초 본인도 뇌출혈로 쓰러지자 황씨 가족에게 엄청난 시련이 계속됐다.
황씨는 뇌수술을 받은 후 혼미한 상태여서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이다.
설상가상으로 황훈씨를 간병하던 아버지마저 열흘 후에 뇌출혈로 쓰러져 원대 부속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이나 전혀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집안을 이끌던 황씨 가족은 졸지에 어머니와 어린 자녀 둘만 남긴 채 '중환자만 셋'이 되어 버린 참담한 지경에 빠졌다.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자 익산교육청이 주도적으로 나서 관내 교육 가족에게 호소문을 보내고 모금을 주도하나 부인과 황씨, 그리고 아버지의 치료비에는 턱없이 모자라 남겨진 어머니와 1남1녀는 생계를 걱정할 정도로 눈물겨운 상황에 처해 있다.
지난달 말 교육장과 본청 직원이 모금한 104만원을 전달했으며 지원중학 송호태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들도 250만원을 모금하는 등 갈수록 익산시 전역에 확산되고 있다.
익산시장이 금일봉을 내놓고 대형 화재로 복구도 끝나지 않은 '하림' 김흥국 사장이 2백만원을 쾌척했다.
황씨는 여동생이, 아버지는 어머니가 간병을 하고 있어 수입원이 막힌 상태로 치료비는 고사하고 당장 어린 자녀의 끼니를 걱정해야 할 지경이다.
황씨는 아버지가 쓰러진 사실을 모르고 무의식 상태에서 아버지를 찾고 있어 보는 이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익산 교육청은 '더불어 사는 사회'에 동참할 도민들의 성원과 관심이 불과 두 달만에 최악의 상황에 빠진 황씨 가족에게 '빛과 구원'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무색해질 정도로 곤경에 처한 황씨 가족을 돕자는 움직임은 교육청과 지원중학교 직원은 물론 익산시 전역에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충분한 힘이 못돼 독지가 손길이 절실하다.
십시일반과 환난상휼의 정신은 "여러 사람이 협력하여 한 사람을 돕거나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는다"는 의미로 여러 종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연말의 구세군 자선남비는 이러한 정신을 솔선수범하는 일이다.
불교는 십시일반의 보시행을 행하고 있다.
경제불황과 실업률 증가, 주택과 생필품 가격폭등, 끊임없는 비와 냉해로 인한 흉작 등 총체적 위기 상황에서 금년 가을은 유난히 차가울 것 같다.
모두가 어렵다며 주위를 돌아볼 엄두를 내지 못하니 병마로 최악의 상황에 빠진 이웃을 도울 여지가 적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흡족하게 쓰고 남는 것을 베푸는 것은 생색내기는 될지언정 참된 도움은 아니다.
쓸 것을 아끼고 절약해서 모은 성금에 깨끗한 마음을 담아 사심 없이 도움을 줄 때 가치가 있다.
십시일반의 정신으로 어려움에 처한 황씨 가족과 어린 자녀에게 보다 훈훈한 한가위가 되길 기대해 본다. (농협 523083-52-020760 황훈). 지원중학교(T. 841-6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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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임
(제목) "황훈씨 가족을 돕자"
(제2사회부장 고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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