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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가을비와 폭설로 내린 첫눈!<칼럼사설수필> 2015. 11. 30. 10:45
<칼럼> 가을비와 폭설로 내린 첫눈!
며칠 전, ‘30㎝’ 가까운 '눈 폭탄'이 쏟아진 전주를 비롯, 전국에 첫눈이 내렸다. 첫눈은 ‘상서로운 눈, 서설瑞雪’이다. ‘순결과 깨끗한 사랑’을 상징하는 ‘백합’보다 더 하얀 순백색 ‘함박눈’이 펑펑 내리면 사람도 순화되는가? 꼬리치며 반가워하는 강아지와 같아질까? 세월의 무게만큼 무디어졌지만 첫눈은 여전히 반갑기 그지없다. 젊은 시절, 아니 더 이전 유년시절이 생각날 만큼 낭만이요, 아쉬움이다. 가슴 설레던 첫사랑이 생각나고 손 한번 잡지 못하고 헤어진 대학 새내기 시절도 떠오른다.
눈이 펄펄 내린다. 지평선 아스라한 호남벌판에 첫눈이 수북이 내렸다. 지평선과 수평선이 교차하는 호남평야에 큰 눈이 오면 농부들도 몹시 좋아한다. 도시서민은 내키지 않겠지만 농민들은 반기는 이유가 있다. 함박눈이 '수북이 쌓인 흰쌀밥'을 연상케 하는 것일까? 혹한까지 겹치면 병충해가 전부 죽는다고 믿었다. 함박눈은 세태에 찌든 마음도 순결로 바꾸어 주는 느낌이다. 고향 변산반도에도 쌀가루 같은 눈이 끝없이 내릴 것이다. 폭설이 내리면 호남평야 한 가운데서 '꿩 몰이' 하던 생각이 난다.
여름이면 개울에서 목욕하고 붕어와 송사리, 참게 등을 부지기로 잡으며 뱀장어가 ‘수렁배미‘ 논에서도 나와 다 먹지 못하고 돼지에 주던 추억도 있다. 겨울에는 들판이 온통 빙판이다. 끝없는 지평선으로 썰매를 타고 달리다 보면 점심이요, 다시 들판을 오가다 보면 저녁이다.
고교 2학년 겨울방학이던가. 꿩 몰이를 경험했다. 먹이들이 눈 속에 파묻히면 노루나 토끼, 꿩 등이 견디지 못하고 민가에 내려온다. 점점이 흩어진 마을에서 꿩 몰이가 시작됐다. 이쪽 마을에서 "훠어이! 훠어이!"하고 소리를 지르며 꿩을 향해 내달리면. 꿩은 "푸드득 꽥! 꽥!" 소리를 지르며 힘든 날개 짓을 한다. 요즘에는 ’동물학대죄‘로 몰리기 십상이나 얼마나 재미있던 낭만이던가? 꿩이 지쳐 잠시 쉬면 다른 마을 장정이 이쪽으로 몰고 이쪽 장정들이 다시 꿩을 몰면 또 다른 마을에서 다시 꿩을 몰아댄다. 쉴 틈을 주지 않는다. 꿩은 모든 것을 포기할 때 머리를 눈 속에 박는다. 자기 눈을 가리면 숨은 것이라는 꿩 특유의 ’현실도피‘다. 꿩과 토끼는 무를 가늘게 썰어 빨갛게 끓이면 일품이다.
꿩 몰이 뿐 아니다. 어릴 적, 동네 장정들이 ’내기 바둑‘을 두어 막걸리와 두부를 사오라고 하면 도중에 노란 주전자 1/3은 ’호기심 구멍(?)‘으로 홀짝 넘어간다. 빨간 김치와 두부를 곁들여 먹던 꿩 탕이나 노릿노릿 구워진 고구마는 특식이다. 눈밭 사이로 함께 걸었던 곱던 여자들도 생각이 나는 그런 날이다. 아스라한 지평선에 흩날리는 희뿌연 눈발 같은 추억 속으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그 곳으로 자꾸만 가고 싶어지는 바로 그런 날이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나이 탓에 계산적으로 변한 것일까? “강설량은 1/10의 강수 효과가 있다니 이번 폭설로 ‘30mm’ 비가 내린 셈이다”는 생각이 났다. 내년 농사와 식수 제한공급을 걱정할 정도로 댐과 저수지 수량이 바닥을 보이기 때문이다.
올 농사는 가뭄에도 ‘사상 최대풍년’을 구가했다. 육류 등 소비변화와 외국쌀 수입 및 밀가루 등 대체음식으로 일급미인 ‘신동진‘ 쌀이 13만 원대까지 떨어졌다. 추가수매 대책은 없을지 궁금하다.
올해 강수량 탓에 “아무 쓸 데 없다”던 가을비도 반가웠다. 용담 .섬진. 동화. 부안댐 등 전북 4개 댐 평균저수율이 28%에 불과하고 정읍시에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섬진댐은 7%대다. 식수야 이상 없겠지만 내년 농업용수가 문제다. 그러니 가을비와 폭설이 반갑지 않겠는가? 며칠 만에 한 번씩 내리는 가을비는 추수를 다 마치고 내려 유독 마음에 들었다. 메마른 땅에 스며들고 서서히 물이 흐르는 개울을 볼 수 있었지만 댐과 저수지 수위를 높이기는 역부족이다. 그러나 “우산장수가 웃으면 짚신장수는 운다.“ 가을비 탓에 엄청 피해를 입은 곶감농가와 폭설로 하우스가 붕괴된 딸기와 인삼. 축산농가 피해도 만만치 않다. 이들에 대한 지원대책도 고려해야 한다. 이런 부작용만 없다면 더욱 폭설이 기다려지는 요즘이다./취재국장 고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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