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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전시관 천국, 애물단지 종중전시관까지<칼럼사설수필> 2014. 7. 28. 22:10
<칼럼> 전시관 천국, 애물단지 종중전시관까지
“소(말)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실우치구(失牛治廐)나 실마치구(失馬治廐)는 "양 잃고 우리 고친다"는 망양보뢰(亡羊補牢)라고 하는데 '사후에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을 말한다.
"죽은 후 약 처방을 한다"는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다.
그런데 익산시의 마구잡이 전시관 건립은 '소 잃고 외양간 안 고치기'나 '외양간 허물기'를 넘어 '외양간 팔아먹기' 수준이다.
익산에는 원대박물관과 원불교역사박물관 등 학술과 종교박물관 외에 미륵사지전시관, 보석박물관, 입점리전시관에다 왕궁리전시관, 마한관, 연안이씨종중문적전시관 등 6개 전시시설이 세워졌다.
1997년 미륵사지유물전시관 개관 이후, 4백억을 들인 왕궁면 '보석박물관'은 수십 명이 근무하나 개관 12년이 지나도 여전히 파리만 날린다.
41억을 들인 웅포면 '입점리전시관'은 더욱 심각해 한 달 입장료 수입이 20만원도 안 돼 입장료 받는 것을 포기해도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
150억을 들인 왕궁리전시관은 2005년 준공됐으나 여전히 개점휴업 상태다.
더구나 40억을 들인 마한관은 '예산낭비를 위한 사업'인지 모르겠다는 반대에도 착공했다.
집중화. 대형화 여론도 무시되고 전시시설만 경주나 부여. 공주보다 많아졌다.
'탑과 사찰, 고분과 공원 및 저수지'마다 전시관을 세운다면 추후 얼마나 더 세워야 할지 모른다며 마한관을 세우면 백제관, 고려관, 조선관, 한국관도 있어야 할 것이고 입점리고분전시관이 있으니 쌍릉전시관도 있어야 할 것 아닌가라는 비판도 받았다.
“결과는 뻔한데 공직자의 간 큰 배짱(?)이 놀랍다”는 조롱까지 받아가며 마한관을 세웠다.
마한(馬韓)은 기원전부터 AD 4세기까지 경기와 충청 및 전라도에 분포했던 많은 정치집단을 통칭하는 말로 익산시가 특별한 대표권도 없다.
유물도 별 볼일 없는데 직원만 근무하고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전예방문(死前豫防文)을 무시하니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도 효과가 없다.
이런 상황에 ‘혈세낭비’라는 비난에도 67억여원을 들인 ‘연안이씨종중문적전시관’은 건축면적 635㎡(192평) 규모로 2013년 4월 개관했다.
건축면적에 비해 예산만 엄청나 의혹도 제기됐다.
충간공 ‘이숭원‘ 조부에서 손자까지 내린 교지 18매, 공신녹권 1건, 공신회맹문 6책 등 보물 제651호인 종중 문서와 서적, 충간공 영정 외에도 연안이씨 선조의 영정도 전시됐다.
관장과 학예사 등 3명이 근무를 시작했다.
“종중문적이 보물이어도 찾는 사람이 없어 혈세만 낭비할 것”이라는 건립이전 비판이 현실화됐다.
주말과 공휴일에도 넓은 주차장에는 직원 차량만 덩그러니 주차돼 있기 일쑤였다.
입구에는 그럴싸하게 매표소까지 설치하고 문화재 관람료까지 받을 계획이었으나 수입은 전무했다.
그냥 들어가도 오는 사람이 없는데 관람료를 내라고 하면 결과는 뻔했다.
문중에서 운영비를 부담해 오다가 한계에 부닥치자 개관 1년도 안된 지난 2월부터 폐쇄했다.
전시관 운영비를 마련한다며 천문학적 부채청산이 시급한 익산시에 지원조례 제정을 거론하거나 문화재청에 내년도 운영비를 요청했다.
그러나 찾는 사람이 없는 빈 건물 연간 운영비로 혈세만 낭비할 것이다.
박물관과 전시관이 직원들 '고용창출을 위한 시설'은 아니지 않는가?
대한민국 국보만 3백23개에 이르고, 보물은 1954개에 이른다.
국내에 2277개 전시시설이 세워져야 직성이 풀리겠는가?
남대문박물관과 동대문전시관도 없는데 종중전시관은 처음부터 의문투성이였다.
"외양간 팔아먹는다"는 비난이 확산되기 전에 종중전시관을 일 년에 한두 번 특정기간만 개관하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黃河의 흙탕물이 맑아지기를 기대하는 주문이지만 말이다./편집위원 고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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