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노인 일자리는 일본 유적지에서...))<칼럼사설수필> 2004. 3. 25. 18:55
((노인 일자리는 일본 유적지에서...))
"노인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오사카나 교토, 나라로 가라. 이왕이면 유적지를 돌아보면 저절로 알 수 있다" 익산시에 나도는 농담이다. 공무원과 시의원 및 일반인 등 20명이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선진지 견학'을 한다며 일본 유적지 탐방에 나선 것을 비꼬는 말이다.
'오사카'(大阪)는 인구 250만으로 아스카. 나라. 교토 문호이자 항구도시로 에도(江戶)시대 상업도시로 발전됐다. 명치유신 이후 도쿄를 앞섰으나, 2차대전 후 일본 서부도시로 전락했다. 오사카성은 교토의 무로마치막부가 망한 후 1백년간의 전국시대를 통일한 풍신수길이 쌓았지만 현재의 성은 덕천가강이 재건했다. '교토(京都)'는 인구 140만의 일본 4대 도시다. 기원전 660년경 진무(神武)천황에서 시작돼 126대가 넘는 천황계보 중 50대 간무(桓武)천황이 794년 천도한 후 교토는 4백년간 헤이안(平安)시대 중심지였으나, 막부정치로 기능을 상실했고 에도시대는 정치 중심이 도쿄로 옮겨져 형식상 수도가 됐다. 그러나 에도막부는 교토를 중시해 1868년 명치유신으로 도쿄로 천도할 때 이미 대도시로 성장했다. 사원과 사적 등 명승지가 많아 국제적 관광도시다. 60년의 남북조를 통일한 아시카가 요시미쓰 장군이 교토 무로마치에 막부를 이전하고 개인 저택에 백미 1백만석을 들여 세운 3층 사리전, 녹원사가 있다. 2∼3층을 금박해 金閣寺라 한다. 왕궁인 京都御所와 德川家의 이조성도 있다. '나라(奈良)'는 익산시와 비슷한 37만의 국제적 관광도시다. 710년 이후 70여년간 수도로 불교문화가 융성했다. 교토로 천도하여 기능을 잃었고 13세기 많은 사찰이 재건됐다. 사슴을 놓아 기르는 나라공원, 東大寺, 西大寺, 정창원이 있다. '한국 관광회사 주요 여행코스'다. 우연인지 익산시의 수천만원을 들인 '노인 일거리 창출 선진지 견학' 코스와 일치한다. 전말은 이렇다. '노인 일거리 창출'을 위한 선진지 견학을 한다며 익산시 본청 '6급 여성공무원 전원'과 가정복지과장, 담당직원 등 12명 공직자와 노인복지학교수 및 복지시설 관계자 5명, 시의원을 포함한 민간인 3명 등 20명이 17일 3박4일 일정으로 일본 여행에 나섰다. 탄핵과 총선 등 어수선한 정국은 물론 산불방지 비상대기 상황에서 말이다. "도둑×은 시끄러운 장이 좋다"는 말까지 의회 내부에서 나온다. 물론 공무원이나 시의원도 해외여행을 갈 수 있다. 시야를 넓히고 사기진작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여행은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우선 노인 일거리 창출과는 전혀 관계없는 부서를 포함한 '본청 6급 여직원 전원'이라는 마구잡이식 선정기준이다. 문서, 전산, 민원행정, 자원봉사, 호적, 위생지도, 의료복지, 장애인복지 담당 등 관련없는 공무원이 대거 선발됐다. 여기에 지자체 예산편성지침에는 '민간인 해외경비는 지자체 사업을 민간인에게 위촉. 수행을 위한 해외 출장시 여비'라고 규정해 노인 일거리 창출을 위해 민간인에게 위촉 사실이 없어 민간여비로 지출한 것은 관련 규정 위배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정무직 공무원인 시의원이나 가정주부가 무슨 자격으로 민간인 여비로 해외여행을 갔는냐는 여론이다. '예산의 목적 외 사용금지'를 규정한 지방재정법 38조와 예산회계법 36조 위배라는 주장이 제기돼 진상조사가 필요하다. 게다가 노인 일자리 창출 방법을 몰라 소위 '선진지 견학'을 한다며 일부 시설을 제외하고 오사카 시내 관광과 오사카성, 55층 세계무역센터, 금각사와 덕천가강의 이조성, 청수사 등 교토 유적지에다 세계 최대 목조건물과 청동불상이 유명한 동대사와 사슴공원 등 나라 유적지를 포함해 여행이 주목적임을 알 수 있다. 시청 안팎에는 해외여행 명목을 찾다가 '노인 일자리 창출'이 그럴 듯해 이를 포함시켰다는 여론이 파다하다. 특히 노인 1만명 식사 제공이 가능한 혈세를 며칠만에 허비하며 전혀 관련없는 공무원과 민간인 등이 해외여행에 나서는데 익산시장, 부시장을 비롯한 15명의 공직자가 아무런 제지도 없이 마구잡이식 결제를 마쳐 후안무치한 시행정이라는 비난이 빗발친다. 이 때문에 익산시 예산은 '먼저 본 ×이 임자'라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하나님 말씀을 듣는다고 성경을 훔치는 것'이나 '효도한다고 부모의 곳간을 뒤지는 격'이다. "노인 일자리를 알려면 오사카나 교토, 나라 유적지로 가라"는 비꼬는 쑥덕거림이 시청 주변에 난무하고 있다.
-----------------------
(데스크 칼럼) 노인 일자리는 일본 유적지에서
제2사회부장, 고재홍'<칼럼사설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칼럼 ((쏟아지는 익산 아파트...)) (0) 2004.03.31 칼럼 ((바둑이 주는 교훈...)) (0) 2004.03.28 칼럼 ((멋진 경선을 기대한다...)) (0) 2004.03.15 칼럼 ((폐기물에 신음하는 益山山河...)) (0) 2004.03.11 칼럼 ((本是同根生 相煎何太急...)) (0) 2004.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