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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복마전 어린이집...))
    <칼럼사설수필> 2003. 11. 1. 21:56

     

     

     

    ((복마전 어린이집...))

     

     



    복마전(伏魔殿)이라는 말이 있다.

    '마귀가 숨어 있는 전각'이라는 뜻으로 나쁜 일이나 음모가 끊임없이 행해지는 악의 근원이라는 말이다.

    수호지(水滸誌)에 나온다.

    북송 인종(1010∼1063)은 장진인에게 전염병 퇴치를 위한 기도를 부탁하기 위해 홍신을 보냈다.

    홍신은 장진인이 외출했기에 이곳저곳을 구경하다 ‘복마지전(伏魔之殿)’이라는 간판의 전각을 보았다.


    호기심이 발동한 홍신은 안내인을 위협하여 문을 열고 신전 석비를 파냈다.

    한창 파내자 굉음과 함께 연기가 치솟다 금빛으로 변하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때마침 장진인이 돌아와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했군요.

    그곳은 마왕 108명을 가두어둔 곳입니다. 세상으로 나왔으니 큰 소동을 일으킬 것입니다.”라고 했다.


    이는 1121년 송강(宋江)의 농민반란으로 증명됐다.



    이처럼 복마전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악의 소굴로, 사람들에게 해를 입히는 것이다.

    부정부패, 비리 온상지를 보통 복마전이라고 한다.

    이는 떳떳하지 못한 짓을 저지르고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하도록 숨기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익산시내 일부 어린이집이 복마전이라는 내용이 근무자 제보와 익산시 감사 결과 상당 부분 사실로 증명됐다.

    국가지원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어린이집이 지원금을 횡령하는 수법은 조선말 군정 문란을 연상케 한다.

    당시 군정 문란은 만 14세 이하 어린이를 군적에 올리고 세금을 착복하는 황구첨정(黃口添丁), 정군(正軍)에 등록된 사람을 이중 등록하여 수탈하는 1인첩역(一人疊役), 심지어 죽은 사람을 살아있는 것처럼 하여 징수하는 백골징포(白骨徵布)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됐다.



    익산시내 일부 어린이집이 이런 수법을 총동원해 국가보조금을 마구 횡령했다는 전직 근무자 제보가 대부분 사실로 드러나 의혹을 더해 주고 있다.

    만 2세 이하 영아 전담 J어린이집은 익산시 동산동에 소재한다.

    취사부에 근무하다 부당해고 됐다는 이모씨(여, 43)는 지난달 익산시청 홈페이지에 '어린이집 비리를 고발한다'는 내용을 올렸고 익산시가 감사에 착수해 비리가 속속 밝혀졌다.

    각종 자료와 증언, 감사 결과를 통해 밝혀진 J어린이집 비리 수법은 조선말 군정문란과 비교해 볼 만하다.



    우선 2세 미만의 실제 없는 원아를 허위로 등록하여 보조금을 타냈다.

    따라서 감사가 나오면 다른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데려오고 끝나면 이씨가 승용차로 원래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었다.

    원장 욕심으로 받아들인 5세 이상 해당 어린이집에 맞지 않은 원아는 거꾸로 감사 때 일시 피신시키기도 했다는 것이다.

    원장 유모씨는 2개 어린이집과 1개 유치원 원장을 겸임하며 말썽이 된 J어린이집에 근무하지 않으면서 전화만 상주하는 유치원에 돌려놓고 J어린이집 교사로 등록, 국가보조 월급을 챙겨왔다.

    국가보조금을 받고도 학부형에 한 달에 한번씩 간식을 하게 하거나 대신 돈을 받고 어린이집에서 제공된 간식은 하루 야구르트 8줄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식단과 전혀 다른 부식이 영아에게 제공돼 부모를 속이고 부식비는 상당부분 원장집 반찬대로 사용됐다는 주장이다.

    속모르는 학부모는 식단표만 보고 좋아하더라는 것이다.

    더구나 취사부로 고용된 이씨는 청소부와 영아를 실어 나르는 운전기사에 원장집 가정부 역할까지 1인4역을 했다며 1천만원 가량을 시간외 초과수당과 파출부 임금 및 정신적 피해 보상비로 요구했다.


    익산시는 횡령금을 회수하고 뒷수습에 나섰으나 이러한 불법행위는 만연돼 있다는 것이 관계자의 증언이다.

    지난해 9월 익산시는 관내 94 군데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지도점검을 한 결과, 퇴직교사 불법 급여수령, 유치원과 학교교사를 어린이집 교사로 등록하거나 어린이를 위장 등록해 보조금을 수령한 것으로 밝혀졌다.

    가짜 서류와 위장등록, 허위교사, 심지어 실제 원장과 다른 가오마담형 원장까지 있다는 등 각종 비리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뒷북치기 행정은 지난해에 이어진 것에 불과하다.

    어린이집 시설은 급증했으나 부족한 담당 공무원도 문제이다.


    일부 시설 때문에 선의의 많은 어린이집 피해까지 예상된다. 어린이들이 졸지에 복마전 대상으로 전락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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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스크 칼럼)
    제목) 복마전 어린이집
    제2사회부장 고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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