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수필 ((고구마와 눈.눈..눈...그리고 추억....))
    <칼럼사설수필> 2001. 2. 4. 07:35

     

     

    ((고구마와 눈.눈..눈...그리고 추억....))

     

     

     

    요사이 눈이 무척 많이 왔다...

    어느 지역이든 몇십 년 만이라는 수식어가 공공연하

    게 나붙는다...

    한반도 가운데 가장 넓은 평야인 (호남평야)를 가지고 있어 전국에서 유일하게 지평선과 수평선을 한꺼번

    에 볼 수 있다는 이 곳 전북 지역도 수십 년 내 가장 많이 내렸다고 한다...



    어릴 적 비포장 도로 신작로까지 연결된 고향집 대문 앞 고샅길은 솜사탕보다 더 하얀 눈이 내리면 작고하

    신 아버지께서 누구보다 일찍 일어 나시어 눈을 치웠다...

    나이 어린 자식들은 물론 동네 어른이나 마을을 찾는 손님들이 (내 집 앞에서 넘어지는 것은 내가 눈을 치

    우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말씀과 함께...

    내가 게을러 이 같은 일이 발생하면 안된다고 말씀하시고 조금만 부지런하면 여러 사람이 편하게 된다고

    하시며...



    실제로 눈을 치우면 한 나절이 못 되어 깨끗하게 말라 버리지만 쌓인 눈을 그대로 두면 녹기도 전에 밤

    이 되어 빙판길로 변모해 며칠 동안 통행인을 불편하게 한다...

    그 당시에는 이처럼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온 동네 사람들이 자연스레 자기 집 앞과 동네 어귀의 눈을 말

    끔하게 치우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풍습이자 일상사였다...



    그런데 요즈음은 어떠한가?...

    도시는 물론 농촌지역도 자기 집 안마당 외에는 눈을 치우는 사람이 거의 없어 넘어지거나 미끄러진 차량

    에 치이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도시 지역은 차도는 물론 인도도 전혀 눈을 치우는 사람이 없어 며칠 동안 빙판길로 변한 채 불편을

    주고 크고 작은 사고 발생의 원인이 되고 있다...





    산업화 탓인가?...인심이 바뀌었나?...

    나 하나만 잘 살고 편하면 된다는 사고 방식...



    그리고 시청의 관련 공무원에게는 하루 종일 전화통이 불이 난단다...



    (월급 받아 처먹고 눈도 안 치우냐)는 둥...

    (너희 새끼들 밤새 술 처먹고 늦잠 잤냐)는 둥...



    그러나 사실이 아니란다...

    관련 공무원은 한정되어 있는데 넓디넓은 시 지역 모든 도로를 어떻게 새벽 몇 시간에 눈을 다 치우냐는

    것이다...



    한 쪽을 치우면 이미 치운 지역은 또 다시 눈이 내리고...

    과거처럼 누구 하나 눈을 치우는 사람은 없고...

    그리고는 빙판 길에 넘어지고 다치고 미끄러진 자동차에 치이면 또 다시 공무원 원망...




    너무나도 한심스럽고 이기적인 21세기 첫 겨울의 자화상이 아닌가 싶다...





    다음에 눈이 내리면 내 집 앞은 내가 먼저 아이들과 함께 치우고 싶다...









    눈.

    눈눈..

    눈.눈..눈...펑펑....내리는 눈눈눈.....





    온 세상의 더러움과 사악함을 하얗게 덮어 버리는 폭설이 내리면 나는 어릴 적 두부나 고구마를 김치에 싸

    서 먹던 그 특유의 맛을 잊을 수 없다...



    먹던 것이 흔하지 않던 시절...



    겨울철에 두부를 만들어 먹거나 점심은 고구마로 때우던 그 때 그 시절...


    그래도 어느 정도 넉넉한 집안에서 태어났기에 아침 저녁은 쌀밥에 점심 한 끼는 고구마로 처리했다...

    집집마다 고구마가 겨우내 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작은 방이나 골방에 수수깡으로 고구마 보관소를 만들

    어 놓았다...



    그 속에서 들어가 놀기도 하고...

    심심하면 고구마를 꺼내 깎아 먹기도 하고...

    점심 때는 겨우내 김장독에서 숙성해진 김치를 꺼내 노랗게 익은 고구마를 둘둘 말아 먹던 일...

    노랗게 익은 물렁물렁한 고구마와 시콤 매운 김치가 뒤섞이며 내는 맛...

    그리고 두부를 김치에 싸서 먹던 맛...



    농촌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나는 오늘 집에서 중학교에 다니는 아이들과 똑같은 방법으로 고구마를 먹었다...


    사춘기에 접어드는 큰 아이는 의외로 왕성한 식욕을 보이며 (기차게 맛있다)는 말을 연발한다...

    (따봉)...하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더니 금새 큰 고구마 여섯개를 김치에 싸서 먹는다...




    의외였다...

    예상치 않은 반응에 마음이 흐믓해지는 것을 느꼈다...



    방학이 끝나기 전에 아이들과 함께 고향집과 부모님 산소를 다녀와야겠다...

    돌아 오는 길에 고구마나 한 포대 사 와야겠다...



    (추억이 물씬 담긴 노란 색 고구마로...)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