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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 황등호))<칼럼사설수필> 2007. 3. 31. 23:35
황당한 황등호
荒唐(황당)은 '언행이 허황해 믿을 수 없음'을 뜻하고, 荒唐無稽(황당무계)도 '터무니없고 허황된 것'을 말한다.
일관성이 있어야 백성이 마음 놓고 생업에 종사하며, 정책 신뢰도 높이는데 고려시대 사흘 걸러 정령(政令)이 바뀐 것을 빗댄 '고려공사삼일(高麗公事三日)'이란 말도 있으며, '조선공사삼일(朝鮮公事三日)'이라 변형됐다.
지방선거도 일선 지자체장으로 감당 못할 황당한 공약(公約)을 내걸고 당선되면 공약(空約)이 되는 일이 반복된다.
중앙정부도 힘든 2조원대 익산~새만금 '자기부상열차'를 도지사 후보가 공약하자 덩달아(?) 공약한 취임 1년여를 맞은 익산시장이 그런 경우다.
민선4기 취임후, 익산~새만금에서 대야~비응도로 바뀌었다.
익산역~대야는 미래의 군산선 복선전철을, 대야~비응도는 자기부상열차를 활용한단다.
자연스레 수도권에서 고군산에 가려면 네 번이나 교통체계가 바뀌는 엉터리다.
익산시 관계자는 사실조차 파악을 못한 듯 최근 "익산~새만금까지가 아닌가요?"라며 기자에 반문하는 촌극을 연출했다.
황당공약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황등호(黃登湖)’는 황등면과 신용동 90만평에 환경친화적 여건조성과 역사정체성을 확립한다며 올해부터 십년간 2500억원으로 호수 60만평, 부대시설 30만평을 개발한다는 것이다. 이마져 3개월여 만에 유야무야됐다.
삼한이나 삼국시대 저수지는 많다.
김제 벽골제(碧骨堤提), 제천 의림지(義林池), 밀양 수산제(守山堤), 상주 공검지(恭檢池), 의성 대제지(大堤池)가 비슷하다.
‘김제 벽골제’는 백제시대 최대 저수지로, 흙을 다지려 푸른색 말 뼛가루를 섞어 벽골제라 했다.
벼 재배 발상지로 제방 일부와 수문이 현존하고, 벽골제수리민속전시관에는 각종 유물도 전시됐다.
‘제천 의림지’는 신라시대 저수지로 현재 4만여 평이 남아있다.
‘밀양 수산제’는 논으로 개간돼 남아있지 않다.
‘상주 공검지’도 수백평 정도만 남아있고, ‘의성 대제지’는 자취조차 없다.
‘익산 황등호’ 유래와 상황은 어떤가?
유형원은 '반계수록'에서 익산 황등제, 김제 벽골제, 고부 눌제를 三湖라 했는데 세 호수에 물을 저장하면 노령이북은 가뭄 걱정이 없다고 기록했다.
원광대학교를 지나 국도 23호를 따라 황등으로 달리면 중간에 ‘허리다리(腰橋)’가 나온다.
황등간 도로가 황등제고, 호수는 주로 동편에 길게 위치했다고 전한다.
현재 개인소유 농지가 대부분이다.
황등호 개발 주장 이유는 몇 가지인 듯싶다.
철도와 유흥가, 폭력 이미지로 삭막한 익산도심은 호수도 없고 수목도 적다.
황등호 남쪽을 湖南이라 믿고 싶은 일부에서 호수를 복원해 호남관문으로 자긍심 고취와 교육장소로 활용하고 싶었을 게다.
벽골제나 덕진호반, 은파저수지처럼 관광지화하고 정서함양 및 휴식공간으로 삼고 싶었을 게다.
그러나 호남은 벽골제 남쪽이나 湖江이던 금강 이남설도 있어 정확한 기준은 모호하다.
황등호 남쪽이 호남이라는 것은 검증 안 된 유추해석이다.
벽골제와 의림지만 수만평 남았을 뿐 수산제, 공검지, 대제지도 사라졌고, 덕진호반과 은파저수지는 과거 자연지형을 활용해 만들었다.
그런데 도심 인근 90만평을 천문학적 예산으로 잡음 없이 매수해 개발할 능력이나 가치가 있을까?
농지용 새만금은 요원한데 한쪽에서는 농지를 호수로 만든단다. 능력 밖의 空約이다. 굳이 한다면 1/10로 축소하고,익산시 청사와 연계 개발방안도 모색해 봄직하다.
작년 10월 '용역심의회'에서 타당성 결여와 공감대 형성이 없다며 부결됐다. 익산공약삼개월(益山公約三個月)이다. 부송동폐기물처리장 ‘재검토’ 발언을 ‘이전공약’으로 여긴 주민은 취임직후 “절차상 하자가 없어 이전불가”를 말하는 시장의 도덕성을 거론한다. 선거공약이나 정치인 발언은 추상적. 政治的이 아니라 구체적. 正治的이어야 한다.
전망이나 예측력이 없이 엉뚱한 계획을 남발하거나 무계획적 공약을 쏟아내는 일부 정치인에 비판이 적지 않다.
황등호를 황당호(荒唐湖)라는 말까지 있다. ‘황당한 黃登湖’가 아닐 수 없다. <2007. 08. 27. 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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