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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파도가 목탁을 치는 나의 유배지여!
    강원제주탐라표해록 2006. 3. 15. 13:32
    파도가 목탁을 치는 나의 유배지여!
    [여행] 남쪽 끝 절집 마라도 기원정사
      김강임(kki0421) 기자   
    전설이 너무 고와 슬픈 섬. 육지에서 보는 섬이 닫혀 진 섬이라면 섬에서 보는 육지는 폐쇄된 섬이다. 항공모함처럼 떠 있는 국토의 최남단 마라도. 난 지난여름 내 마음을 초록으로 물들였던 마라도 기행을 잊을 수 없다. 10여만 평의 남쪽 끝 전설의 땅 마라도. 그 길을 걸으면서 들었던 목탁소리를 잠시 회고해 본다.

    ▲ 바다를 바라보는 범종
    ⓒ2005 김강임
    물결소리만
    갈매기 우는 소리만
    강남 가는 철새가
    마지막으로 죽지를 쉬고 가는
    남쪽 하늘 다한 조국 땅의 끝
    오면 가지 마라 가면 오지 마라
    그 이름 그 전설이
    너무 고와 슬픈 섬
    낮에는 흰 구름
    아득한 돛배 어디 개 짖는 소리도 없이
    물결 소리만 갈매기 소리만 - 양중해 <마라도>


    시인 양중해님의 <마라도>를 생각하며 남쪽하늘 끝에 있는 마라도로 떠난 여행을 떠올린다. 그 땅의 어디에도 개 짖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 국토의 최남단 바다 끝에서 만나는 절집
    ⓒ2005 김강임
    목탁소린가 했더니 파도소리더라. 일주문이 있을까. 알록달록한 단청무늬가 있을까? 파란 잔디 위에 앉아 있는 동자석과 통나무 대웅전이 눈물나도록 자연스러운 국토 최남단 관음성지 기원정사. 바다 끝에서 만난 절집은 적막이 흐른다. '한라에서 백두까지'라는 말이 사치스럽기까지 한 절집. 기원정사에 가면 모두 가 바다를 바라본다.

    그 많던 상춘객은 어디 갔을까? 기원정사의 옆집에 있는 자장면 집은 불이 난 것처럼 왁자지껄한데 평화통일을 구현하는 기원정사에는 사람 그림자도 없다.

    ▲ 희망과 소원을 쌓아놓은 돌탑
    ⓒ2005 김강임
    길을 걷는 사람들이 얹어놓은 돌탑이 무심하게 졸고 있다. 쌓을 수 있는 공간에는 여지없이 소원과 정성이 담겨 있는 돌탑이 있다. 차곡차곡 쌓아놓은 돌탑에 파도가 부딪힌다. 범종각 앞을 지나자 목탁소리인 듯 파도소리인 듯 나그네의 발길을 붙잡는다. 적막함을 깨는 파도소리. 바다에 퐁당 빠져 있는 마라도에서 듣는 목탁소리는 그 의미가 다르다.

    ▲ 망부석 같은 아기동자의 모습
    ⓒ2005 김강임
    빛 그리고 어둠을 공유하면서 파란 잔디가 유난히 아름다운 절집 앞마당에 구름이 몰려왔다. 대웅전을 지키는 아기동자도 하오의 졸음을 삼키는 듯 바다를 등지고 앉아 있다. 아기동자 뒤편으로 또 하나의 섬이 보인다.

    ▲ 절집 처마 끝에서 만난 못난이의 얼굴이 내 모습 같다.
    ⓒ2005 김강임
    세상을 등지고 유배를 떠난 선비가 되어본다. 절집 처마 밑에 서 있는 못난이가 내 모습 같다. 합장을 한 것일까? 깨달음을 얻기 위해 서 있는 것일까?

    ▲ 대웅전 창가에서 빛과 어둠의 이치를 느끼다.
    ⓒ2005 김강임
    대웅전에는 창이 나 있었다. 햇빛을 받아 밝게 빛나는 바깥 풍경과 빛이 없어 어둠 속에 쌓여 있는 대웅전의 모습을 담아봤다. 빛과 어둠, 누구나 어둠을 싫어하겠지만 대웅전에서 맛보는 순간의 어둠은 자신을 채찍질하게 한다. 작은 창으로 빛나는 빛의 따스함을 느껴보는 순간이다.

    ▲ 창으로 본 작은 세상
    ⓒ2005 김강임
    또 다른 창으로 보이는 세상은 포근하기만 하다. 흰구름 속에 펼쳐지는 초원이 저만치에서 나를 감싼다. 창가를 통해 들려오는 파도 소리가 목탁소리 같다.

    ▲ 대웅전 위에 서 있는 관세음보살상
    ⓒ2005 김강임
    해수관음보상도 오늘은 파도 소리에 취해 있다. 파란잔디를 지근지근 밟으며 절집을 한바퀴 돌아보니 차라리 이곳이 내 유배지였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 대웅전의 불상
    ⓒ2005 김강임
    십리 길을 걸어도 신이 나는 마라도 땅. 강남 가는 철새가 마지막으로 쉬어가는 기원정사에서는 파도가 목탁을 친다.
    <마라도 가는길>
    모슬포항과 송악산 산이수동포구에서 선박 이용.

    <문의>
    - 송악산 출발 - 유양해상관광 ☎ (064)794-6661
    - 모슬포항 출발 - 삼영호 ☎ (064)794-3500
    - 마라리 사무소 ☎ (064)792-4663

    <선박이용시간>
    송악산 - 마라도: 09:30, 10:30, 11:30, 12:30, 13:30, 14:30
    마라도 - 송악산: 11:30, 12:30, 13:30, 14:20, 15:30, 16:10
    모슬포 - 가파도-마라도: 동절기 1회(10:00) 하절기 2회 운항
    *운항 시간은 해상날씨와 회사 사정에 의해 변경될 수 있습니다.

    <체류시간>

     
    출처 : 블로그 > ☆만물상 | 글쓴이 : 더듬이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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