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십승원十勝院을 세우자!<칼럼사설수필> 2015. 6. 28. 12:53
<칼럼> 십승원十勝院을 세우자!
“딸아! 보름동안 방에서 나오지 마라. 이제부터 ‘자방격리自房隔離’다. 식구들에 옮길 수 있으니 잠복기인 보름간 이상 없을 때 나와라. 식사는 방에 넣어 줄테니 화장실은 다른 식구가 없을 때나 떨어져 있을 때 이용해라”
청정지역이나 다름없는 전주에 방학을 맞아 대학에서 돌아온 딸에 농담 삼아 말했다. 학교 부근이 메르스(MERS: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지역이기 때문이다.
딸은 “아이 참! 아빠나 방에서 나오지 마!”라고 항변한다.
남편이 감염돼 간호하던 부인까지 감염돼 부부가 사망하는가 하면 가족까지 격리된다.
부모의 죽음에 임종을 못하거나 장례식도 없이 화장한다.
격리된 가족이 부인과 어머니의 임종을 보지 못하고 간호사가 대신 흐느끼며 ‘임종편지’를 읽는다.
그러니 사랑스런 가족도 걱정이다.
아들이 직장에 다니다 옮았는지, 딸이 학교 다니다 옮았는지, 혹시 내가 감염돼 가족에 옮길지 알 수 없다.
병원감염이 큰 비율을 차지해 병문안도 사절이다.
각종 행사도 취소됐다.
서울행 고속버스를 탔더니 4~5명이 전세를 냈다.
어쩔 수 없이 장시간 좁은 공간에 앉아 가야하니 대중교통은 완전 기피한다.
좌석번호와 상관없이 멀찍이 떨어져 앉는다.
휴게소 화장실에서도 손을 씻느라 줄을 서는 진풍경이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도 반갑게 인사는커녕 서로 경계한다.
시장이나 마트, 극장이나 결혼식장도 한적해 극심한 경기위축을 호소한다.
‘확진환자나 의심환자, 병원격리나 자가격리, 능동감시에 코호트 격리, 병원폐쇄나 일부폐쇄, 마을폐쇄 및 격리마을’ 등등 신조어가 급증했다.
확진환자도 **번 환자에서 ***번 환자로 늘어났다.
‘자방격리’도 우리 집 신조어다.
확진자인 부친의 문병을 간 후,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감염자가 단순 감기라고 생각하고 중국에 출장 갔다.
중국은 메르스가 유입될까 화들짝 놀랐고, 격리치료에 정성을 다해 완치시켰는데 14억원의 치료비를 중국에서 부담하는 본의 아닌 ‘국폐國弊’를 끼쳤다.
‘메르스’는 “변종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MERS-CoV) 감염으로 인한 중증급성호흡기질환으로 2012년부터 아라비아반도를 중심으로 나타나 ‘중동호흡기증후군’이라고 하며 2015년까지 세계에서 수천 명의 감염자와 6백명 안팎 사망자가 발생했단다.
사스보다 전염성은 떨어지나 치사율은 서너 배 높다. 국내에서는 지난 5월20일, 최초 감염자가 확인됐다.
우리는 수십 년간 콜레라, 이질, 홍역, 일본뇌염 등 수많은 감염병을 퇴치했고 해외 유입 전염병인 에이즈(AIDS: 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 후천성면역결핍증), 사스(SARS: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조류독감(AI: Avian Influenza= H5N1), 신종플루(Novel swine-origin influenza A= H1N1), 에볼라(Ebola) 위기도 극복했거나 퇴치 중이다.
무엇보다 백신도 없는 등 치료약도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유언비어와 괴담까지 난무한 메르스가 가장 힘들다고 한다.
단연 눈부신 활약은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과 보건소 공직자가 보여줬다.
병원감염에도 굴하지 않고 퇴치에 앞장선 의료진에 전국민의 격려가 이어졌다.
신종 감염병은 계속 발생할 것이다.
선조들이 ‘실록’을 병란이나 화재로부터 보전키 위해 설치한 ‘4대사고四大史庫’가 대부분 불탔으나 임진왜란에도 ‘전주사고’의 조선왕조실록만이 남아 조선역사가 보전됐고, 병란이나 기근을 피하기 좋은 열 개 장소인 ‘십승지十勝地’도 있었다.
오지나 섬, 혹은 산 속 지하에 신종 감염병에 대비한 특수시설을 갖춘 병원을 만들면 어떨까?
평시에는 ‘민관군’ 병원으로 활용하고 감염병이 나돌면 그간 육성한 전문의료진을 급파해 일반국민과 완전 격리해 치료하는 가칭 ‘십승병원十勝病院이나 十勝院’ 건립을 검토할 때가 아닌가 싶다.
“감염병이 열 번 발생해도 열 번을 이긴다”는 뜻을 담아서 말이다.
<칼럼> 십승원十勝院을 세우자!
'<칼럼사설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칼럼> 뽕잎고등어와 익산시의원 (0) 2015.07.07 <칼럼> 새만금四半世紀, 수렁에서 허우적~ (0) 2015.06.29 <칼럼> OCI 누출, 화학공장 사고대책 절실! (0) 2015.06.24 <칼럼> 익산국토청 분할용역 중단해야 (0) 2015.06.21 <칼럼> (전북)도의원의 ‘슈퍼갑질’에 붙여! (0) 2015.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