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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간의 미학, 건축이야기 20선]
    논술(설.문)독서도서詩소설수필연설 2007. 6. 1. 15:40

     

     

     

     

     

    [공간의 미학, 건축이야기 20선]<1>작가 정신이 빛나는 건축을 만나다

     
    《건축은 그 시대의 건축 행위를 담당하고 있는 이들에 의해서 좋은 모습이건 나쁜 모습이건 사회의 다양하고 복합적인 모습을 가감 없이 그대로 반영한다. 그러므로 일상과 괴리된 건축은 이미 그 혼이 빠져나간 껍데기뿐인 육신에 불과하다.》
     
     

     

     

     

    의사에게 히포크라테스의 선서가 중요하다면 건축가에게는 ‘작가 정신’의 구현이 중요하다.

     

    건축가 김정후 씨의 이 책은 드물게 등장하는 건축비평서로서 우리나라 건축가들의 작업세계를 진지하게 성찰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 건축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건축가들이 현장에서 겪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을 설파하며 그런 가운데서도 어떻게 좋은 건축이 만들어질 수 있었는가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국 건축 무엇이 문제인가요?” 저자는 이 구태의연하고 직설적인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고는 다시 “한국 건축은 도대체 왜 이 모양인가요?”라고 물으며 한국 건축의 부정적 단면을 파헤친다.

     

    저자는 그에 대한 대안을 찾아 제시함으로써 진단과 해법을 동시에 전달하는 쉽지 않은 길을 택하고 있다.

     

    이 땅의 대다수 건축가가 입에 달고 사는 비평 부재의 현실까지 극복해보려는 당찬 시도를 기획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비평가이기 때문에 종종 받게 되는 질문, “건축가 중에서 누가 좀 괜찮은가요?”에 대해 저자는 유명 건축가에서 신진 건축가에 이르는 취재원에 대한 고른 평형감각과 그들의 작가적 태도에 대한 비판적 검증 및 의미 부여의 과정을 거치며 종국엔 그가 상대하는 건축가 대부분을 비평가의 적으로서보다는 동지로서 네트워크화시키고 있다.

     

    이것은 비평가로서의 그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의 글은 건축가 봐주기식의 주례사 비평 혹은 건축가의 작업에 대한 배타적 검열관의 지위를 버리고 건축에 대한 한없는 애정에서 출발하는 그의 오롯한 건축관에서 비롯된다.

     

     

     

    ‘한국에서 건축하기 쉬운가요?’ 전국적으로 새로운 모형의 도시를 만들기 위해 들썩거리는 통에 유사 이래 엄청난 물량의 건축 행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단연 건축가 저마다가 휘파람을 불어야 마땅할 텐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전체 건축사무소의 5%에 해당하는 대형 설계사무소와 그와 비슷한 수준의 외국 설계회사가 새로 조성되는 도시 건축 물량의 90% 이상을 독점하고 있다.

     

    건축 생산에서의 부익부 빈익빈 쏠림 현상이 극에 달하고 있다.

     

     

     

    저자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건축가들과 이론가들에게 현재 우리 주변에서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적극적으로 살피고 부닥치며 살길을 준비하자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저자는 건강한 건축이 탄생하기 위해선 그를 이해하고 지지해 주는 건강한 건축주가 있었다는 데 주목하면서 작가 정신의 구현이 문화 수준의 계발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강조한다.

     

     

     



    현재 건축출판시장의 주목받는 대부분의 저작은 건축가들의 것이다.

     

    간간이 비평서가 출간되었지만 호응은 크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다른 예술 장르에 비해 평론가의 존재가 희귀종으로 분류되는 건축계에서 ‘건축평론가 김정후 씨’의 출현을 알리는 이 책의 의미는 한국 건축의 희망을 발견하는 일임이 분명하다.

     

     

     

    전진삼 건축비평가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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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의 미학,건축이야기 20선]<2>건축예찬


     
     
    《건축을 사랑하라. 옛것과 새것 모두를. 우리의 느낌을 황홀하게 하며 우리의 영혼을 매혹시키는, 추상적이며 암시적이며 상징적인 그 형태로 인해, 우리 삶의 무대이며 기반인 건축을 사랑하라.》
     

     

     

     

    스물 몇 해 전 이 책을 처음 읽고 한 줄기 벼락이 대뇌를 가로질러 간 듯 멍한 느낌에 빠졌다.

     

    자기 내부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진지한 사람들에게는 이런 놀라운 순간이 있기 마련이다.

     

    삶과 문명, 우주에 대한 놀라운 영감으로 가득 찬 책, 수정의 메아리를 가진 책들이 불러내는 계시적 기쁨과 경이! 가스통 바슐라르의 ‘초의 불꽃’을 처음 읽었을 때, 막스 피카르트의 ‘침묵의 세계’를 읽었을 때,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미국의 송어낚시’를 읽었을 때, 김우창의 ‘궁핍한 시대의 시인’을 읽었을 때, 그랬다.

     

     

    이 책은 건축에 관한 책이 아니다. 건축의 본질, 건축의 기능, 건축의 미래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그것을 말했다면 그것은 우리가 건축을 사랑해야 할 까닭을 입증하기 위해서다.

     

    왜 우리는 건축을 사랑해야 하는가?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건축을 사랑해야 하는 이유들을 열거한다.

     

    건축은 광기와 야만을 잠재우고 기쁨과 행복에 눈뜨게 하는 문명생활의 기초적 토대이다.

     

    지오 폰티는 건축이 시나 그림이나 음악과 마찬가지로 진보하는 것이 아니라 영원한 완성을 향해 헌신한다고 말한다.

     

     

     

    좋은 집들은 흠 많은 삶이 일으키는 불행과 혼란을 종식시키고 고요한 휴식과 꿈으로 초대한다.

     

    그러니 상상력이 풍부한 건축가들은 존경받아 마땅하다.

     

    그들은 그 상상력 때문에 공학의 실천자라기보다는 차라리 우주를 직관하는 시인이나 음악가의 부류에 더 가깝다.

     

    건축가들은 돌과 나무와 유리라는 질료들을 상상력으로 버무리고 숙성시켜 건축이라는 교향곡을 만드는 예술가다.

     

    건축은 재료들의 관현악적 편성인 것이다.

     

     

     

    건축가들은 집과 학교들, 극장과 스타디움, 음악당과 도서관, 공항과 정거장, 교도소와 교회, 병원과 양로원을 짓는다.

     

    모든 건축은 어떤 형태로든지 우리의 필요와 행복을 향한 열망들에 대한 응답이다.

     

    건축가는 의사나 동화작가나 빵 굽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숭고하다.

     

    좋은 집들은 건강을 지키고 인격을 고양시키며 “인간의 정신과 생활, 인간의 신비롭고도 아름다운 숙명의 영속성”을 노래한다.

     

    “건축은 수정(水晶)이다.” 그 수정에는 불가피하게 인간의 꿈과 욕망, 환상과 생활의 불일치, 혹은 부조화가 하나의 무늬로 새겨진다.

     

    사실을 말하자면 건축은 제약들에 의해 규정되는 그 무엇이다.

     

    건축가들의 진정한 상상력은 재료들의 제약, 비용의 제약, 물리적인 법칙의 제약 속에서 꽃피어 난다.

     

    좋은 건축가들은 그 제약들에 대한 솔직한 숙고를 드러낸다.

     

    그들은 안다, 건축을 완성하는 것은 신이라는 것을. 이 세상의 모든 건축물 내부에 드리워진 침묵과 빛은 그 건축에 대한 신의 최종적 인증의 표현이다.

     

     



    지오 폰티에 따르자면 ‘분수는 하나의 목소리’고, ‘계단은 소용돌이’며, ‘발코니는 한 척의 범선’이고, ‘문은 한 장의 초대장’이다.

     

    그는 건축 그 자체, 좋은 건축에서 흘러나오는 시와 웅장하게 울려 퍼지는 교향곡에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그것들이 들려주는 그 모든 것들을 고스란히 우리에게 되돌려준다.

     

    이 책은 건축이 행복을 향한 인간의 오래된 열망의 결정체, 미적 탐닉의 역사, 잔혹한 결핍임을 증언한다.

     

     

     

    장석주 시인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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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의 미학, 건축이야기 20선]<3>건축, 사유의 기호

     
    《좋은 건축의 목표는 무엇일까. 당연히 우리 인간의 삶의 가치에 대한 확인이다. 우리의 선함과 진실됨과 아름다움을 날마다 새롭게 발견하게 하는 건축이 참 좋은 건축임에 틀림없다.》
     
     

     

    “집은 세우는 게 아니라 짓는 것이다.

     

    밥을 짓고 농사를 짓고 시를 짓듯이 집은 지어서 만드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삶의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즉 사는 방법을 만드는 것이 건축이라는 뜻이다.”

     

     

     

    저자의 집에 대한 정의가 특이하듯 이 책은 매우 특별하다.

     

    저자 승효상 씨는 널리 알려진 건축가다. 건축가는 도면을 그려 건물을 설계하는 사람이지, 책을 쓰는 사람이 아니다.

     

    책을 쓴다고 해도 자기 자신의 작품집을 만드는 정도이다.

     

     

     

    반면 이 책은 ‘승효상이 만난 20세기 불멸의 건축들’이란 부제와 같이, 주로 유럽에 있는 16개의 ‘명작 건축물’을 소개하고 자신의 소감을 적은 책이다.

     

    그렇다고 흔한 여행기나 답사 안내서는 더욱 아니다.

     

    20세기의 명작들을 빌려 자신이 깨달은 진실과 가치들을 격정적으로 고백하면서, 해박한 지식과 깊은 성찰을 통해 얻은 교훈을 전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엄선된 명작 건축을 만나는 즐거움도 크지만 저자의 탁월한 해석과 건축적 사유 세계에 빠지는 행복은 더 크다.

     

     

     

    승 씨는 자타가 인정하는 이 시대 최고의 건축가인 동시에, 건축과 도시를 넘어 사회 문화적 현상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과 합리적인 해답을 제시하는 지식인이다.

     

    그는 학자보다 더 정확하고 폭넓은 지식을 소유하고, 여느 저술가보다 더 명쾌하고 감동적인 책을 쓴다.

     

    그의 건축가로서의 탁월함이나, 지식인으로서의 성숙은 순전히 독학으로 이루어졌다.

     

    적지 않은 부분은 위대한 건축의 현장에서 배운 것들이다. 호르헤 보르헤스의 말처럼 “건축은 대지라는 넓은 도서관에 소장된 한 권의 책이다.”

     

     

    결국 저자는 16권의 ‘텍스트’를 요약 해석해서 독자에게 소개하는 것이다.

     

     

     

    르코르뷔지에의 ‘빌라 사보아’, 미스 반데어로에의 ‘베를린 신 미술관’, 루이스 칸의 ‘소크 연구소’에서는 20세기 대표작들의 시대적 전형과 위대한 성취를 볼 수 있다.

     

    저자의 깨달음은 널리 알려진 대가의 작품에서만 얻어진 것은 아니다.

     

     

     

    파리 라데팡스 지역에 세워진 ‘그랑 아르슈’에서는 비움과 여백의 미학을, ‘퐁피두센터’에서는 상상을 전복하는 반(反)건축을, 프랑크푸르트의 ‘쉬른미술관’에서는 로마부터 현대까지 축적된 역사의 흔적을 발견한다.

     

     

     

    필자가 동행한 여행길, 유럽의 한 건축물 안에서 승 씨의 짤막한 한탄이자 독백을 들은 적이 있다.

     

     “웬 세상에 이렇게 고수가 많아? 천지가 깨달음투성이로구먼.” 고수만이 고수를 알아본다고 할까?

     

    타인의 작품들에서 깨달을 줄 아는 그가 진정한 고수였다.

     

     

     



    무엇이 좋은 건축인지 밝히는 게 이 책의 핵심이다.

     

    저자는 3가지 기준을 제시한다.

     

    “합목적적이야 하고, 그 시대의 기술과 정신을 담아야 하며, 그 땅의 장소성이 드러나야 한다.”

     

    그러나 자본과 권력의 논리로 구축된 이 삭막한 도시에서 좋은 건축을 만나기는 어렵다.

     

    책으로만 ‘좋은 건축’을 접하니, 이 역전된 가상현실에서 언제나 깨어날 수 있을까?

     

     

     

    김봉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건축학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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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의 미학,건축이야기 20선]<4>건축, 음악처럼 듣고…

     
    《건축은 음악이나 미술처럼 그렇게 관념적인 것이 아니다. 그러나 건축도 분명 인간의 정신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그 부분은 보려고 하는 이들에게 들여다보인다… 건축은 벽돌과 콘크리트가 아니라 인간의 정신으로 이뤄진다.》
     
     

     

     

     

    “저 건물은 멋있는 겁니까”라는 질문에 대답하기 위하여 씌었다고 운을 떼고 있는 책. 책의 말미에서 저자가 내리는 결론은 이 질문은 잘못되었다고, 잘못되어 있지 않다면 위험하다고 단언한다.

     

    ‘멋지다’라는 말에 내포되어 있는 형태적 관심에 대하여 짐짓 그 너머 ‘우리의 가치관과 시대정신의 표현’으로 건축을 보아 주기를 소망한다.

     

     

     

    건축은 대하는 사람마다 각자의 관심사에 따라 판단의 기준이 달라진다.

     

    건물의 외양이 아름다운지, 공간은 쓸모 있는지,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지, 오랫동안 견딜 수 있도록 튼튼하게 지어져 있는지, 좀 더 값싸게 지을 수 있는지, 어떤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거나 멋질지, 사람의 감정을 고양시킬 수 있는지, 세월의 흐름에 따라 더 멋있어질는지, 건물의 사용자뿐 아니라 지나다니는 사람에게 어떤 메시지와 효용을 전할 수 있는지, 주변 환경과 잘 조화되어 있는지 등 관심과 질문은 넓고도 다양하다.

     

     

     

    노자는 ‘무릇 찰흙을 빚어 그릇을 만들어도 그 비어 있음에 효용이 있다’고 말했지만 비어 있는 그 공간을 둘러싸는 찰흙으로 만든 그릇의 구축에 관심을 멀리할 수 없는 것이 또한 건축이다.

     

    그래서 이 책은 건축의 기초를 이루는 점과 선이 만나는 방식에서부터 공간의 크기와 비례, 선의 꺾임과 휘어짐, 나아가 재료와 구조, 설비 등 소위 ‘건축 좀 한다’ 하는 작가의 입에서는 잘 나오기 어려운 ‘건축에 있어서 세속적인 것들’에 관한 다소 지루한 이야기를 먼저 풀어 놓았다.

     

     

     

    우리는 작가의 친절한 설명에 따라 서울 대학로 샘터 사옥에 쓰인 벽돌이 그리 정감 있게 느껴지는 것이 깊게 파낸 줄눈이 강조해 준 ‘손맛’ 덕분이라는 것과, 강남 교보타워 전면의 얼룩말무늬 기둥이 사각이 아니라 원통형 기둥이기 때문에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는 사실과, 돌로 지어진 건물의 모서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돌의 진실과 거짓을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뿐 아니다. 이제 이야기는 점점 심오해져 작가는 ‘건축에 있어서 성스러운 것들’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 사람들이 즐겨 앉아 있기를 좋아하는 이유와 종묘 월대에 가득한 박석(薄石) 앞에 선 우리가, 왜 선뜻 그곳으로 발을 디딜 수 없도록 느끼는가에 대하여 설명한다.

     

     



    종국에 작가는 경북 영주 부석사를 예로 들어 ‘저 건물이 멋있는 이유’가 날아갈 듯한 팔작지붕의 날렵함도, 공포의 섬세한 조형도, 오래된 수령의 배흘림기둥이 말하는 세월의 가치도 아닌 안양루에 올라 ‘문득 뒤돌아봄’에 있다고 한다.

     

    발아래 지붕들이 새의 날개처럼 펼쳐져 있고, 우리는 그 위로 날아가는 것처럼 사바를 내려다보게 되는데, 그 순간 그것은 깨달음의 통렬함이라. 그것이 건축이다.

     

     

     

    김주원 이몽기가 대표 인테리어 디자이너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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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의 미학,건축이야기 20선]<5>흙…나무…벽돌…그리고 삶

     
    《나의 마음과 상상력이 그 어떤 것과 제대로 만나면 매우 쓸모가 있고 아름다운 새 생명이 태어난다는 것을 거듭 체험해 왔습니다. 마구 쓰고 마구 버리는 사람이 죄인이라면 제대로 만들어 손때를 묻혀 가면서 제대로 쓰는 사람은 성인이라 할 만합니다.》
     
     

     

     

     

    제가 살 집을 제 손으로 짓는다? 도시인에게 이것은 이루기 어려운 꿈이다.

     

    한 세기 전만 해도 제 입에 들어갈 농사는 제가 ‘짓고’, 제 식구 입을 옷은 제가 감을 짜서 직접 ‘짓고’, 제 살 집 또한 제가 ‘짓는’ 게 일반인의 삶의 방식이었다.

     

    요컨대 짓는 일이 익숙했고 짓는 게 곧 사는 것이었다.

     

    이젠 무언가를 짓는 일은 전문 직업인의 손에 넘어가 버리고 우린 제 손으론 아무것도 짓지 못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사람이란 희한해서 돈이 암만 많아도, 직위가 암만 높아도 뱃속 깊은 성취감을 얻기는 어렵도록 디자인돼 있는 모양이다.

     

    그 성취감이란 안락이나 풍요나 명예가 아니라 직접 무언가 만족할 만한 물건을 만들어 냈을 때, 제 손으로 남을 기쁘게 만들 때나 찾아드는 성정 까다로운 놈이라고 나는 짐작하고 있다.

     

     

     

    천주교 안동교구의 정호경 신부, 그는 일찍부터 제 살 집을 손수 짓고 싶어 했다.

     

    강론하고 기도하면서 ‘입품’만 팔다 갈 삶이 두려웠다.

     

    하느님이 허락하신다면 즐겁게 땀 흘려 농사짓고 집짓고 살 수 있는 삶을 그리워했다.

     

    친구들의 도움으로 1993년 경북 봉화군 청량산 근처, 낙동강 상류 비나리 마을에 논밭 2000평을 평당 4500원씩 900만 원에 사들였다.

     

    그 땅에 흙과 나무로 벽을 쌓고 창과 문틀을 ‘깊이 생각해서’ 짜 넣고 갈대와 슬레이트로 지붕을 얹고 원두막과 울타리를 짓고 세간 또한 쓰다 남은 나무토막으로 ‘쓸모에 따라, 영감에 따라’ 직접 만들었다.

     

    그러면서 전 과정을 정교하고 치밀하게 기록해 나갔다. 따라서 책의 부제는 ‘어느 중늙은이 신부의 집짓기’다.

     

     

     

    정 신부는 이 책을 불특정 독자를 위한 교양서적이 아니라 ‘손수 자신의 집다운 집’을 지으려는 이들에게 부교재이자 친구로 쓰이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나는 이 책이 “단순한 흙집은 습기에 약하니 푸석돌 섞인 진흙과 모래와 생석회를 1 : 1: 1로 쓰는 ‘삼화토’를 연구해 보라”느니 “수맥을 막기 위해서는 구리보다 거울을 바닥에 까는 게 좋다”느니, 더 나아가 기둥과 대들보와 인방과 슬레이트의 두께와 가격까지 안내해 주는, 친절하기 짝이 없는 실용서라기보다 본질적으론 삶의 의미와 방식을 성찰하게 하는 철학서라고 생각한다.

     

     

     

    돈 걱정이나 하면서 짓는 집엔 집안에 돈독이 퍼질 수밖에 없다. 숨통을 막는 집에 사는 사람은 숨통이 막힐 수밖에 없다.

     

    생명의 징표는 돌고 도는 순환이지만 죽음의 징표는 숨통을 막는 차단이다.

     

    그러니 돈 들이지 않는 작고 단순한 집을, 제 손으로 직접, 숨쉴 수 있는 재료인 흙과 나무와 닥종이로 짓는 일은 곧 생명을 향한 길이라는 도저한 생각이 페이지마다 넘쳐 난다.

     

     



    그림과 사진까지 곁들여 구제적인 정보들을 늘어놨지만 내용 안에 시종 구수하고 웃음 터지는 이야기가 흐른다.

     

    절대 지루하지 않다.

     

    절로 밑줄을 좍좍 긋게 된다.

     

    내 손으로 내 집을 짓는 날이 올까?

     

    ‘짓는 법’을 잊어버려 표정 없이 밋밋해진 손을 들여다본다.

     

    정(情)과 정성(精誠)이면 가능하고 말고! 그게 정 신부의 답이다.

     

     

     

    김서령 칼럼니스트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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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의 미학,건축이야기 20선]<6>건축의 스트레스

     

    ‘20세기 건축의 아버지’라 불리는 스위스 출신 프랑스 건축가 르코르뷔지에는 건축을 ‘삶을 위한 기계’라 일컬었다. 그의 제자인 한국 근대 건축의 선구자 김중업은 ‘(건축이라는 공간은) 꿈을 꾸고 싶어져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 두 문장 사이에서 당대의 시인이자 건축평론가인 함성호 씨의 스트레스는 시작된다.
     
    건축이 구체적 삶을 환유한다면 시(詩)는 현실에서 결락된 인간의 본질적이고도 심원한 열망과 꿈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함 씨에 따르면 20세기 이후 인간의 모든 기획은 삶과 꿈의 총체적 분리현상을 극복하지 못했다.

     

    삶을 추구하면 꿈이 사라지고, 꿈을 꾸다 보면 현실에 거대한 흠집이 생긴다.

     

    이것은 모든 건축가(및 예술가)가 오랫동안 고민해 온 사항인 동시에 어떤 건축가도 시원스레 풀지 못한 문제다.

     

    함 씨는 꿈과 현실 사이의 이 지난한 어긋남을 시인과 건축가라는 두 가지 시각을 포개어 진술한다.

     

     

     

    르코르뷔지에와 김중업이라는 하나의 원론에서 화두를 끄집어내지만 그가 더 공들여 문제를 세공하는 건 그의 선배나 동년배들의 작업을 통해서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건축평론가 함 씨의 현장비평 기록과 시인 함 씨의 미학 에세이가 뫼비우스 띠처럼 겹쳐 있다.

     

     

     

    건축 이야기를 들으며 시를 떠올리거나 미술이나 시 얘기에서 건축 및 근대의 문화사를 통시적으로 파악하게 되는 건 저자에 대한 선입견이 아니라 행간에 감춰진 저자의 의도에 의해서이다.

     

    그래서인지 간혹 지극히 현실적인 얘기가 꿈처럼 들리기도 하는데, 독자 나름의 평점이 갈릴 지점이기도 한 만큼 좀 더 미묘한 재미를 즐길 수 있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건축은 자연적 공간을 인간의 상상력으로 재해석해 삶의 공간으로 바꾸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그런데 그것이 바로 건축의 한계이자 정점이라고 저자는 진단한다.

     

    한 개인의 상상력이나 미적 감각이 필연적으로 투영될 수밖에 없는 건축은 그 어떤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꿈을 그대로 표현해 낼 수 없다.

     

    이 지점에서 저자는 시인의 입장과 건축가의 입장을 동일시한다.

     

    그러면서 그만의 역설이 잠정적으로 완성된다.



    책의 중심에 할애된 현장비평은 저자가 이러한 관점에서 파악한 근대건축의 비애와 질곡을 다루고 있다.

     

    그 비애와 질곡은 아직도 우리의 삶과 문화를 지배하는 근대라는 유령이 가설한 불완전한 건축물들이다.

     

    책 표지에 무질서하게 쌓여 있는 녹슨 철근 더미는 그런 의미에서 적체된 우리 모두의 심리적 문화적 스트레스를 상징적으로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부식된 채 무너지지 않는 근대의 아집과 구멍이 숭숭 뚫려 버린 꿈들. 때로 한꺼번에 와르르 무너지는 것도 꿈의 실현일 수 있지 않을까.

     

     

    강정 시인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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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의 미학, 건축이야기 20선]<7>20세기 건축


     


    르코르뷔지에, 가우디, 오토 바그너, 찰스 레니 매킨토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그로피우스…. 20세기 도시의 얼굴을 바꾼 건축디자이너들이다.
     
    ‘20세기 건축’은 문명의 공간인 도시를 새롭게 만든 건축가 12명의 발자취를 따라간 책이다.
     
    천재 건축가들의 생애와 주요 작품을 통해 20세기 공간의 역사를 훑는다.
     

     

    도시에 거대한 인구가 유입되면서 인간이 거주하는 공간인 집과 건축은 커다란 화두가 되었다.

     

    건축가 바그너는 오스트리아 빈의 얼굴을 바꾸어 놓았고, 매킨토시는 영국 글래스고에서 급진적인 건축과 디자인으로 ‘아르 누보’ 운동을 펼쳤다.

     

     르코르뷔지에가 프랑스 마르세유에 지은 집합주택 ‘유니테 다비타시옹’은 오늘날 서구 서민 아파트의 모델이 되었으며 유명한 건축·미술학교 ‘바우하우스’의 창시자 그로피우스의 작품은 현대 건축의 규범이 되었다.

     

    가우디는 추상적인 건축공학이론을 배격하면서 기능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조화시키는 재능을 통해 카사밀라(연립주택)와 세계적인 문화유산이 된 아름다운 건축물들을 바르셀로나에 헌정하였다.

     

     

     

     

    이들의 업적에 힘입어 건축은 이제 단순한 거주 공간 기능만 추구하지 않는다.

     

    세계적인 도시는 상징적인 랜드마크를 통해 상업적 공간은 물론 문화 예술적 아우라를 함께 갖춰 가고 있다.

     

     

     

    이 책의 미덕은 20세기 위대한 건축가들의 작업을 분석하면서 오늘날의 건축 전반에 대해 인문적인 성찰과 반성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연과학, 공학, 의학은 큰 진보를 보였으나 건축은 토목기술자와 행정가에게만 맡겨지고 유행과 자본, 기술만을 추종하면서 종합적 사유와 창의적 갱신 능력을 상실하고 말았다.

     

    오늘날의 건축은 산업혁명의 유산이고 하드웨어 중심적인 경성(硬性)의 건축들이며 철저히 기능과 자본의 논리에 봉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명의 신유목화, 감성문화의 확산, 정보기술과 교통의 혁신으로 도시가 연성화 유체화되고 있는 마당에 건축이 더는 과거의 경직된 공학적인 모델에 매달릴 수는 없다. 바우하우스와 르코르뷔지에의 건축이 산업과 예술의 사회문화적 맥락에 대한 투철한 성찰의 결과물이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르코르뷔지에의 롱샹교회 건축에서 보듯이 건축은 원류로 거슬러 올라가 감동의 창조력을 길어 올려야 한다.

     

    공학기술적인 토대뿐만 아니라 융합적인 사유와 창의적인 인문적 상상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저자의 말대로 신(新)바우하우스 건축 정신이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다.

     

     

     



    미국 건축의 큰 별 필립 존슨, 현대 일본 건축의 신화 안도 다다오, 프랑스 건축의 거장 장 누벨 등이 이들을 이어 왕성한 활동을 벌였다.

     

    책에 소개된 건축가들의 작업과 최근 디자인의 흐름을 동시에 파악한다면 현대 건축과 도시와 디자인을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김동윤 건국대 교수 EU문화정보학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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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의 미학, 건축이야기 20선]<8>생물의 건축학

     
    현대 건축물은 생명을 품는 철학보다 과시적 요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건축물에서 환경에 대해 공격적이고 비인간적 요소가 확대되고 있다.
     
    물질적 거대함을 지향하며 건축을 자연에서 떼어 내어 독립시키려는 시도는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생물의 건축학’은 인간의 다양한 건축물과 동물의 건축물을 크로스오버 방식으로 비교 분석하면서 건축물이 지녀야 할 철학이 자연에 근거해야 함을 일러준다.

     

     

     

    이 책은 건축의 기술이나 예술성 면에서 건축물을 심도 있게 분석했다거나 둥지 축조법을 동물행동학적 관점에서 철저히 파고드는 방법을 사용한 건 아니다.

     

    그러나 생물학에 관심 있는 독자에겐 동물 생태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건축학에 관심 있는 독자에겐 무한한 창의력을 제공하며, ‘건축물은 생명력’이라는 흥미 있는 주제를 안겨 준다.

     

     

     

    지구온난화로 해수면 상승 위험에 놓인 연안 도시들은 댐을 만들고 둥지를 만드는 비버의 건축기법을 참고할 만하고 물 위에 뜨는 자유로운 해상도시에 대한 꿈은 물 위에 뜬 상태로 건전한 구축물을 만드는 논병아리의 둥지에서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또한 건물 내부를 인공적인 환경으로 꾸미고 다량의 에너지 소비에 의존하는 요즘의 건축을 생각해 보면 흰개미 집과 프레리도그의 자연친화적인 건축기법은 충분히 참고할 만하다.

     

     

     

    건강한 생명력을 유지하는 건축은 외부의 신선한 공기가 유입되고 내부의 더러워진 공기가 배출되어 늘 청정한 공기가 실내에 감돌아야 한다.

     

    열대 초원에서 흔한 풍경으로 펼쳐지는 흰개미 집은 인간의 초고층 건축도 무색할 만큼 완벽한 통풍, 자연채광과 일정한 온도가 유지되는 천재적인 설비시설을 갖추고 있다.

     

     

     

    다람쥣과 중에서도 가장 사회성을 띤 동물로 땅속에 수많은 거리와 건물을 지어 마을을 이루고 사는 프레리도그의 실내 환경은 통풍뿐 아니라 온도와 습도가 완벽하게 조절되며 교묘하게 계획되어 있다.

     

    프레리도그의 땅속 마을은 대도시의 효율성을 높이면서 지하공간이 확대되는 요즈음에 고려해볼 만한 아이디어다.

     

    동물의 건축 지혜를 빌린 건축물의 기능 개선은 에너지 절약이나 환경친화적인 면에서도 필요하다.

     

     

     

    동물은 ‘집’을 자연 풍경 속에 묻혀 있는 듯하게 디자인한다. 동물의 둥지는 본질적으로 방어적이다.

     

    방어 자세 속에서 동물 ‘건축’ 특유의 외형적 소박함과 내부의 안락함을 실현한다.

     

     



    이 책은 동물의 둥지나 인간의 전통건축이 중력에 대해 실로 미묘하고도 정교한 균형감각에 의해 구축되어 있음을 가르쳐 주며 건축의 미래도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는 데 있음을 깨닫게 한다.

     

     

    최형선 생태학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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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의 미학,건축이야기 20선]<9>우리가 정말 알아야…

     



    신영훈 씨는 평생을 한옥 연구와 우리 시대의 한옥을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한 몇 되지 않는 분 중 한 명이다.
     
    그는 한옥에 관해 수많은 저서와 글을 썼고 프랑스의 고암서방과 대영박물관 한국실 사랑방, 송광사 대웅보전, 보탑사 3층목탑 등을 만들기도 하였다.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한옥’은 이러한 평생의 성과를 집대성한 대표적인 저서다.
     
     

     

    저자는 서문에서 서구의 물질문화와 자본주의 산업사회의 몰개성적인 집을 비판하면서 새로운 한옥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선언한다.

     

    또한 새로운 한옥은 우리 문화와 사람 냄새 가득한 온화한 집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개항과 더불어 시작된 서구 문물의 유입, 6·25전쟁으로 인한 파괴와 정신없이 이루어진 재건 사업, 경제 성장에 대한 열망을 성취해 나가는 과정 속에 이루어진 우리 문화와 도시, 그리고 집의 목적 없는 방황과 변화를 비판하면서, 이 시대에 우리의 이상(理想)을 반영한 새로운 집 문화를 창출해 나갈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 책은 20세기 말 물질문명이 가져다 준 많은 문제점에 대한 세계적 반성의 기운과 우리에게 새로이 일어난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 그리고 그 결과로 나타난 한류(韓流)라는 새로운 문화적 패러다임을 반영한다.

     

    또한 건축, 특히 건강한 집과 전통적인 문화와 삶, 그리고 인간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이상으로서의 집을 만들어 나가기 위한 많은 정보도 제공한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는 ‘한옥이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으로 과거 이 땅에 존재하였던 한옥을 설명한다.

     

    그뿐 아니라 오늘날 새로 건립되는 한옥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담고 있다.

     

    저자의 오랜 연구와 경험을 바탕으로 한옥의 의미와 특성, 집터, 구조, 종류 등을 설명함으로써 이 시대의 한옥을 창조하기 위한 역사적 이론적 바탕을 마련하고 있다.

     

     

     

    제2부는 ‘한옥 짓기’라는 제목 아래 집의 설계에서부터 목재의 선택과 시공 과정을 세부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는 한옥에 대한 연구만으로는 채워질 수 없는 부분으로, 많은 작품을 남긴 저자의 경험을 한껏 살린 설명이란 점에서 돋보이는 대목이다.

     

     



    이 책은 딱딱한 건축 서적이 아니라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집 이야기를 담고 있는 편하고 쉬운 책이다.

     

    구수함이 묻어 있는 저자의 말투는 정감이 있다.

     

    그래서 전문가들만의 영역이었던 건축을 일반인도 쉽게 이해하고 자신이 살고 싶은 집을 지을 수 있게 도와준다.

     

    이 책에는 저자의 한옥에 대한 애정과 이 시대 우리의 새로운 한옥을 창출해 나가고자 하는 염원이 담겨 있다.

     

    우리의 전통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이 시기에 전문가뿐 아니라 한옥을 이해하고, 또 한옥을 짓고 싶어 하는 일반인에게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일 것이다.

     

     

    김도경 강원대 건축학부 교수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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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의 미학, 건축이야기 20선]<10>나무처럼 자라는 집

     


    자라고… 늙고… 그런 집을 꿈꾸다
     
     

     

    집이 나무처럼 자라고 들꽃처럼 피어난다고? 아이처럼 커 나가 노인처럼 늙어 간다고? 건축가 임형남 씨의 ‘나무처럼 자라는 집’은 제목부터 우리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그에게 집은 영혼과 생명과 숨결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흙이나 나무처럼 숨을 쉬는 친환경 재료로 된 집이라서가 아니다.

     

    내부를 실크 벽지로 마감한 ‘무늬만’ 숨쉬는 집이 아니라 내외부 공간이 서로 숨쉬듯 호응을 하고 동네의 집들과 호흡을 하는 집이기 때문이다.

     

    이 건축가는 ‘자연을 입힌’ 부자연스러운 집이 아니라, 생물처럼 시간이 지나면 자라고 늙는 ‘자연스러운 집’을 꿈꾼다.

     

     

     

    건축가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 이야기는 흥미롭다.

     

    그는 깊이 있으나 평이하고 소박한 문체로 공간과 자연을, 문명과 인간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면 ‘건축가란 없다’는 역설적인 주장을 만나게 된다.

     

    건축가는 집주인의 이야기를 정리해 주는 사람이고 집은 집주인이 스스로 지어야 한다고 말이다.

     

    모기장 하나도 우리 손으로 달 수 없는 이 시대에 자신만의 집짓기를 포기하지 말자고, 자신의 집은 자신이 키우자고 말한다.

     

     

     

    이러한 주장을 구체적으로 보여 주려는 듯, 제천 상산마을 김 선생님의 집짓기 과정을 설계부터 완공 이후까지 상세히 설명하고 있는 후반부의 이야기는 특히 매력적이다.

     

    건축가가 집주인과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집을 그리고, 만들고, 사유하고, 수정하는 과정에 함께 동참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즐거움이다.

     

     

     

    우리는 건축가가 집을 짓는 일을 위해 무엇보다 땅의 요구에 귀 기울이고, 풍경의 퍼즐을 맞추어 나가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 세상과 사람의 ‘속도’를 고려함을 알게 된다.

     

    설계란 출발지와 도착지 두 지점만 표시된 ‘약도’를 들고 길을 나서는 일임을. 건축가는 설계 도면으로가 아니라 마음으로 집을 짓는 일을 중요시하며 기둥과 마루가 전하는 나무의 감촉, 시간의 저린 느낌을 담고자 한다는 사실을.

     

    그렇다. 사람이 거주하는 공간은 기하학적인 공간을 초월한다.

     

    일찍이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는 ‘슬픈 열대’에서 “소리나 향기가 고유한 색깔을 갖고 있고, 감정이 무게를 지니고 있듯이 공간은 공간만의 고유한 가치를 소유하고 있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나는 이 건축가가 ‘황당한 요구’라고 예를 든 ‘누우면 천장이 열리며 밤하늘의 별을 볼 수 있는 집’을 꿈꾸는 사람이다.

     

    풍경을 액자처럼 방 안에 들이고, 풍경과 사람의 소통을 매개하고 있는 건축가의 집을 보면서 가능하리라는 자신감을 가져 본다.

     

     

    힘들고 고단할 때 우리 모두가 꿈꾸는 집은 문을 통해 우주 전체가 집안으로 들어오는 집, 세계에 몸을 여는 인간의 집, 우리 안에서 커가는 집일 것이다.

     

    이 집을 스스로 지어서 이웃들과 소통의 즐거움을 나눌 날을 꿈꾸어 본다.

     

     

     

    조윤경 이화여대 교수 불문학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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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의 미학,건축이야기 20선]<11>건축에게 시대를 묻다


     


    건축에게 시대를 묻는 것은 건축가들이 던지는 질문과 성찰을 독해하기 위한 것이다.
     
    개발과 건설의 공화국에서 건축이 단지 건물로 전락하여 하찮은 수단처럼 매몰된 퇴적층 속에서 건축가 민현식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한국 현대건축 읽기를 통해 건축에 내재된 의미를 길어내고 있다.
     
    그렇게 해서 이 시대 이 땅에서 생성되는 건축가들의 사유 방법과 지향하는 바를 들추어내 간절한 건축의 소통 방식을 탐색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현대 건축은 건축가들끼리만 주고받는 암호도 아니고 하나의 양식으로 고착화된 형식도 아니다.
     
    오히려 만인에게 자유롭게 열려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고 어떠한 생각이나 가치를 담을 수 있는 보편적 언어다.
     
    문제는 이 언어가 자연 언어가 아니고 물질로 구축된 공간으로 쓰인 언어이므로 소통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건축을 달리 생각할 것을 권유한다.

     

    건축은 그저 튼튼하고 오래 가며 우리들의 삶을 담아내는 그릇에만 머물지 않는다.

     

    따라서 건축가는 성찰적으로 시대를 사유하며 미래를 예측할 뿐만 아니라 세상을 넓고 올바르게 바라보아야 할 의무를 지녀야 함을 강조한다.

     

     

     

    이 책은 19명의 건축가가 던진 건축의 화두를 다섯 개의 장으로 분류하여 수록했다.

     

    1부에서는 우선 이 시대 우리의 도시 건축을 다루면서 개별적 건축이 어떻게 집합된 도시로 구축될 수 있는지를 성찰적으로 묻는다.

     

    저자는 어떻게 도시 속에서 공동성이 실천될 수 있으며, 이른바 다원적 민주주의를 실현시킬 수 있는지를 탐색한다.

     

    그리고 배치의 도시에서 ‘흐름의 도시’로, 미학의 도시에서 ‘가치의 도시’로, 존재의 도시에서 ‘생성의 도시’로 이행할 것을 선언한다.

     

     

     

    2부에서는 일단의 건축가들에게서 보이는 삶에 대한 본원적 가치에 대한 질문과 해답을 읽어 준다.

     

    ‘건축은 공간으로 번역된 시대의 의지’이며 동시에 우리의 ‘오래된 가치’를 실현하는 장소임을 강조한 것이다.

     

     



    3부에서는 지형을 새롭게 구축하고 건축적 풍경을 추출하는 일련의 건축 작업을 소개하고 있다.

     

    삶과 풍경이 조우하는 아름다운 집을 통해서 건축은 또 얼마나 매순간 우리들의 인식에 지도를 그리고 있는지를 안내한다.

     

    4부에서는 감각과 경험의 디자인을 통해 어떻게 기억과 욕망을 표현하는지 묻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한옥을 현대적 감각으로 개조한 작업에서 오감으로 체득되는 건축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끊임없이 탐구하고 성찰하는 건축가이며, 동료뿐 아니라 제자들에게서도 배움을 얻는 이 시대의 드문 지적 건축가이다.

     

    그가 안내하는 건축 읽기를 통해서 독자들은 각자 건축 속에서 새로운 의미의 세계를 탐험할 기쁨을 누릴 것이다.

     

     

     

     

     

    정기용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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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의 미학,건축이야기 20선]<12> ‘기적의 돔’ 탄생기

     
    소설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두 주인공이 사랑을 확인한 곳이 피렌체 산타마리아 대성당의 돔이었다. 소설가는 돔을 사랑의 배경으로 처리했지만 이 책의 저자 로스 킹은 그들이 발을 딛고 있는 돔 자체의 경이에 심취했다. ‘브루넬레스키의 돔’은 이탈리아 피렌체의 하늘을 덮고 있는 이 기적적인 건축물이 완성되는 과정을 해박한 문화사적 지식을 바탕으로 이야기처럼 풀어낸다.
     
     

     

    건물의 설계원안자도 지름이 36m나 되는 거대한 돔을 만드는 방법을 몰랐다.

     

    시민들은 ‘토스카나 지방에서 가장 아름답고 거룩한 성당’을 짓고자 하는 열망과, 언젠가는 그것이 이루어지라는 믿음만을 가지고 있었을 뿐이다.

     

    기초공사만 끝난 채 50년간 방치됐던 돔은 공사를 시작한 지 16년 만인 1436년 완공식을 가졌다.

     

    거의 70년이 걸린 피렌체 시민의 길고 무모한 꿈을 완성시킨 사람이 바로 필리포 브루넬레스키였다.

     

     

     

    브루넬레스키는 르네상스 이후 500년간 서양회화를 지배하는 ‘선원근법’의 원리를 발견해 명성을 날렸다.

     

    단테 연구자이자 자명종시계와 권양기(윈치) 등 각종 건설 기계를 만든 발명가이기도 했다.

     

    미켈란젤로와 수위 다툼을 벌일 만한 추남인 그는 더러운 옷을 입어도 부끄러워하지 않을 만큼 세속적인 이해에 무관심했던, 열정적인 르네상스 천재였다.

     

     

     

    책은 소설처럼 편하게 읽힌다.

     

    브루넬레스키와 평생의 숙적 기베르티가 피 말리는 경쟁을 벌이고 다빈치와 미켈란젤로 같은 위대한 천재들이 단역으로 등장한다.

     

    독자는 대성당 돔의 외벽을 구경하고 기념사진이나 찍고 내려오는 관광객이 되는 게 아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15세기 피렌체의 한 거리에 내려앉아, 주인공들의 극적인 성공과 좌절을 함께 체험하게 된다.

     

     

     

    어느 날 아침 뚝딱하고 건축물이 솟아오르는 것밖에 본 적이 없는 요즘 사람들에게 돔의 건설을 둘러싼 피렌체 시민들의 행동은 경이롭다.

     

    도시의 명예를 위해 막대한 사업 자금을 기꺼이 희사하는 직물조합의 활동,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경쟁을 유발시키는 공정한 원칙의 적용…. 공공건물의 건설과정은 시민들의 민주적 의견이 개진되는 장이었다.

     

    가장 감동적인 것은 예술가의 획기적인 의견을 존중해 주고 적절한 존경을 표할 줄 알며, 인내를 가지고 기다릴 줄 아는 피렌체 시민들의 태도였다.

     

     



    산타마리아 대성당의 돔은 지금까지 지어진 것 중에서 가장 높고 거대한 석조 돔으로 남아 있다.

     

    아이디어가 도용당하는 것을 극단적으로 두려워한 브루넬레스키가 기록을 남기지 않았기 때문에 돔의 비밀을 푸는 것은 후손들의 몫이 되었다.

     

    그리스어나 라틴어를 몰랐던 그가 오랫동안 고대 로마의 건축물을 탐사하고 그 원리를 파악했을 것이라고 추론할 뿐이다.

     

    저자가 말한 대로 “전란과 암투의 와중에 자연의 법칙도 충분히 모르는 상태에서 인간이 이 거대한 돔을 쌓아 올렸다는 것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경이로울 뿐이다.”

     

     

     

    이진숙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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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의 미학, 건축이야기 20선]<13>세상을 바꾼 건축
     
     
    죽기 전에 봐야 할 90개의 건축물
     
     

     

    21세기 들어 건축은 새로운 종교가 되었다.

     

    좋아하는 꽃과 배우의 이름을 묻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좋아하는 건축물에 대해 질문 받는다.

     

    르코르뷔지에, 렌조 피아노의 이름과 업적을 읊조릴 줄 알아야 유행에 뒤지지 않는 교양인으로 인정받는다.

     

    궁전과 사원, 미술관을 보기 위해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가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길 떠났던 사람들은 돌아와 채 짐을 풀기도 전에 “내가 본 앙코르와트는 말이지” “알람브라 궁전의 저녁 풍경은…” 하고 무용담을 털어 놓는다.

     

     

     

    하지만 이런 순례에 동참하는 행운이 모든 사람에게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떠나고 싶지만 지금 당장 떠날 수 없다면, 혹은 제대로 준비될 때까지 출발을 미뤄야 한다면 우선 이 책으로 허기를 달래보자.

     

    인류 역사에서 가장 놀라운 90개의 건축물과 그 숨겨진 이야기가 크고 화려한 그림, 짧고 쉬운 글로 되살아난다.

     

    사막 한가운데 피라미드가 세워지는 모습, 고철 덩이라 놀림 받던 에펠탑이 파리의 상징이 되는 과정을 설명한다.

     

     

     

    나는 당연히, 세상의 흐름에 따라 건축이 바뀐다고 생각했었다.

     

    사람들이 신의 구원을 믿으며 열심히 교회를 다니던 시대이니 예배당이 웅장하고 화려하기 마련이고, 위대한 군주는 위엄을 펼치기 위해 성벽을 쌓아 올린다고 말이다.

     

    그런데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 얘기를 읽은 뒤 생각이 바뀌었다.

     

    개성도 없고 특별한 산업도 없는 외진 마을이 건축물 하나로 완전히 새롭게 태어났단다.

     

     

     

    이뿐인가. 세계에서 가장 긴 축조물인 만리장성과 ‘지상으로 내려온 태양’이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베르사유 궁전, 킹콩이 매달려 있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이들 건축물이 지어지기 이전과 이후는 같을 수 없다. 이런 건축물을 보기 전과 보고 난 후의 우리는 같은 사람일 수가 없다.

     

    다시 생각한다. 예배당이 웅장하고 화려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구원을 믿었던 것이고 성벽을 쌓아 올렸기에 위대한 군주가 될 수 있었던 것이라고.

     

    확실히 건축이 세상을, 인간을 바꾸어 놓았던 것이다.

     

     

     



    크고 두껍고 무거운 책장을 천천히 넘기는 동안, 본래 존재하지 않는 것을 탄생시키려는 인간의 악착스러운 열망 덕에 놀라운 건축물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지금 전통으로 느껴지는 것들이 모두 그 당시에는 혁명이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이 책을 공간의 미학을 탐구하는 건축서라고 단정 짓기에는 뭔가 아쉽다.

     

    인류 문명의 다양성을 그려낸 생생한 역사책이며 떠나는 발길을 재촉하는 여행서라고 보는 것이 합당할지도 모른다.

     

    살아있는 동안 언젠가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볼 90가지 신화, 90개의 건축물 덕에 일상의 지루함을 날려버릴 것 같은 여름이다.

     

     

     

    김은령 월간 럭셔리 편집장·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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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의 미학,건축이야기 20선]<14>하늘 아래 도시 땅 위의 건축

     
    책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나오면서 긴 시간 여행을 한 느낌이었다.
     
    그 넓이 또한 가까운 아시아에서 먼 남미까지 아우르는 여정이었으니 글 길을 따라 움직인 머릿속 행보도 바빴다.
     
    하지만 마음에는 새로운 눈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지금껏 도시와 건축에 대해 접근하던 나름의 구상들이 많은 부분 허상임을 알게 된 것이다.
     
     

     

    ‘하늘 아래 도시 땅 위의 건축’은 단순한 기행문이 아니다.

     

    건축학자가 서술했으니 제목처럼 하늘과 땅 사이에 놓인 도시와 건축을 전공서적 같은 분위기로 꾸며냈으리라 상상한다면 금방 난감해질 것이다.

     

    어찌 보면 이 책에는 통속적으로 정의된 도시와 건축이 없을 수도 있다.

     

    저자가 현장에서 목격한 것은 지금의 모습이지만 그것은 살아 있는 생물체와 같기에 탄생도 있었고 성장도 있었음을 알려준다.

     

    긴 시간을 이어온 역사에서 짧은 순간 가장 많은 변혁의 사건들을 겪을 수밖에 없었던 근현대기를 중심으로 도시와 건축의 부침, 그 배경이 책 속에 흐른다.

     

    1권은 아시아로 가는 길, 2권은 서양으로 가는 길로 나뉘어졌다.

     

    33개의 도시를 담은 적지 않은 분량이지만 사진과 도판 그리고 강약과 탄력의 적절한 조절도 숨은 기술이다.

     

     

     

    책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소중한 부분은 저자의 발길이 닿은 곳에 남아 있는 선조의 족적을 좇아 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수집한 방대한 분량의 자료와 이를 가능하게 한 저자의 치열하고 집요한 열정이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온다.

     

    세계가 요동치던 근현대기에 한반도를 훌쩍 넘어 만주벌판을 달리고 대양을 건넜던 이야기들이 지금도 건재한 이국땅의 도시, 건축의 한 부분에서 살아 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이것이 역사를 품을 수 있는 도시와 건축의 힘이라는 것을 이 책은 전하고 싶은 것이다.

     

     

     

    역사를 보는 기준점은 다양하다.

     

    그게 어떤 패러다임이 되든지 다 나름의 의미를 가지는 것이고 보이지는 않지만 잠재된 무한 가능성을 담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남아 있는 건축만큼 실증적으로 역사의 결과를 말해 주는 것이 또 있을까.

     

    우리는 도시 속에서 역사의 켜를 찾아 맥락을 이을 줄 알아야 하고 그 도시를 채우고 있는 건축들로부터 그들의 이야기를 찾아낼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 사회 미래의 모습을 가장 솔직하게 담아 낼 도시와 건축의 건강한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이 책은 말한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땅의 도시와 건축에 대해 좀 더 넓은 시야와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해외여행을 하고 온 사람들이 “왜 우리의 도시는 그 모양이고 건축은 왜 그 따위뿐인가”라고 힐책해서는 안 된다.

     

    도시와 건축은 우리가 잉태해서 성장시켜 왔고 우리의 삶과 꿈 또한 그 안에서 자라고 있지 않은가.

     

     

     

    박선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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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의 미학,건축이야기 20선]<15>낙천주의 예술가


     
     
    눈만 뜨면 집 이야기뿐이고 집 문제로 정권이 흔들거릴 정도다.
     
    집에 대한 발언권은 정치인이나 부동산 전문가들이 독점했으니, 그들의 말에는 집을 돈으로 환산한 숫자 놀음뿐이지 진짜 집 이야기는 빠져 있다.
     
    나는 그 ‘진짜 집 이야기’를 다니엘 리베스킨트에게서 들었다.
     
    그는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9·11테러로 파괴된 자리에 들어서는 새 집을 설계한 건축가다.
     
     

     

    리베스킨트는 어렸을 적 음악 신동이었지만 생활고로 예술가의 길을 포기한다.

     

    그림에 대한 재능도 뛰어난 그가 앞길을 고민할 때 어머니의 말은 결정적 등대 역할을 한다.

     

    “건축가가 되어라. 건축은 돈 되는 장사지만 예술이 되기도 하지 않니. 예술가는 건축을 못하지만 건축가는 예술을 할 수 있다.”

     

     

     

    건축은 예술과 기술이 겹치는 데에 서 있지만 줏대 없는 경우에는 양쪽으로 크게 흔들거린다. 리베스킨트가 기술자와 다른 부분은 건축에 깃드는 영혼과 역사성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건축의 실용성을 외면할 리 없겠지만 그는 유독 건물의 역사적 의미를 주목하는 건축가다.

     

    첨단 설계 장비를 동원해 능률과 실질을 계산하기보다 건물의 의미, 장소의 감각을 되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앙리 베르그송의 철학과 아널드 쇤베르크의 음악에서 영감을 얻고, 위대한 무용가를 초대해 중력에 저항하는 예술혼을 배우기도 하고, “마르셀 프루스트가 평범한 보도블록과 마들렌에서 영감을 얻었듯 강화 콘크리트와 쇳덩어리에서 영감을 얻곤”했던 태도 덕분에 장사꾼과 기술자와 예술가를 하나의 몸뚱이에 깃들게 할 수 있었다.

     

     

    특히 9·11테러로 폐허가 된 장소로 찾아가 물이 흥건히 고인 거대한 바닥에 직접 내려간 뒤에야 설계의 영감을 얻었다는 대목은 감동적이다.

     

    지하 7층 깊이까지 내려가 ‘건물을 무너뜨린 폭력과 증오’, 동시에 ‘자유와 희망과 믿음’과 같은 인간의 에너지를 온몸으로 감지한 뒤 차가운 벽에 손을 대자 마침내 계시를 느꼈다는 대목에서 진정한 예술가, 혹은 장소의 정령과 접신하는 사제의 모습이 엿보인다.

     

     

     

    그의 말처럼 도시가 인간의 꿈과 역사로 이뤄진 것이라면 반만년 동안 우리가 몸담고 살았던 곳에 장소의 정령이 없을 리 없다.

     

    관료가 모눈종이에 자를 대고 그은 곳에 직접 발을 딛고 흙냄새라도 맡아 보는 예술가가 있다면 이 황량한 도시가 조금 나아질 것 같다.

     

    혹은 대대손손 살아온 터전을 곧 들어설 콘크리트 더미에 내주어야 하는 늙은 농부의 손을 잡고 느티나무에 얽힌 사연에 귀 기울다면 토목 공사판이 예술로 변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집을 집으로 볼 수 있도록 마음을 열어주는 안내서이다.

     

    혹은 한 세기의 역사와 예술을 두루 성찰하는 사려 깊은 철학자의 자서전이기도 하다.

     

     

     

    이재룡 숭실대 불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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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의 미학,건축이야기 20선]<16>거꾸로 읽는 도시…

     

    건축가 양상현 순천향대 교수의 이 책은 건축의 인간화에 큰 비중을 둔 새로운 ‘도시 건축과 인간 생활 읽기’다.

     

     

    건축 기술 도시 인간 문제의 영역에 있어서 가장 권위 있는 학자로 인정받는 미국의 루이스 멈퍼드는 “인간의 필요와 인간의 상호작용, 인간의 반응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지 않는 건축은 그 어떤 정당한 인간적인 의미에 있어서 존재한다고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옳은 지적이다.

     

     

    현대 건축은 명백한 생물이다.

     

    건축은 인간의 인간화를 통하여 도시의 다양한 표정과 살아 있는 형태를 끊임없이 창조해 나가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양 교수의 건축 만들기는 다섯 장에 나눠 건축의 인간주의 정신, 조화(Harmony), 대화(Dialogue), 포옹(Hug), 멋(Style), 꿈(Future) 등을 아름다운 느낌과 정신으로 제시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끊임없이 ‘시인(詩人)주의적 건축’을 외치고 있다.

     

    그것은 어쩌면 위대한 시인 괴테가 ‘건축의 인간적 관심’으로 제시한 바 있는 세 가지와 거의 일치한다.

     

     

    괴테는 건축가가 설계한 건물을 볼 때는 세 가지를 주의해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 건물이 올바른 장소에 서 있는가, 그 건물이 안전하게 건축되었는가, 그 건물이 조화와 질서를 이루며 아름답게 관리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바로 그런 건축이 살아 있는 건축이요, 꿈꾸는 건축이다.

     

    왜 저자는 건축읽기에서 ‘거꾸로’ ‘뒤집어’라는 말을 반의적(反意的)으로 사용했을까.

     

    그것은 건축에 있어서 저자 자신의 새로운 해석, ‘창조적 가치’를 암시한다.

     

     

    만약 도시 속에 내장된 문화장치들이 저자의 지적처럼 ‘화목한 조화’, ‘상호간의 너그러운 대화’를 무시하거나 잃게 된다면 과연 우리의 도시와 인간생활은 어떤 형태와 모습이 될 것인가.

     

     

    냉정하고 무표정한 기계적인 건축 양식은 삶의 다양성을 추방할 것이다.

     

    그런 도시는 높이 치솟는 ‘고층건물(Sky Scrapper)’에 누더기 헝겊을 붙인 흉물에 불과할 것이다.

     

     

    저자가 새롭고 도전적이며 창의적인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과연 무엇일까.

     

     

    그는 건축을 잘 알거나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아주 새로운 처방전을 내려주고 있다.

     

    그건 마치 미국 심장센터의 오시이 박사의 말처럼 “알약이나 수술만이 만병통치는 아니다.

     

    알약 대신 느낌을 먹어라”는 것이다.

     

    아름다운 느낌을 잊었거나 아름다움을 무시한 건축은 황량한 도시 바다에 세워진 회색 모래 덩어리거나 비단에 헝겊을 오려 붙인 꼴불견에 불과하다.

     

     



    그러나 꿈꾸는 사람은 ‘벽을 오를 수 없을 때 문을 만든다’. 건축가 양상현이 바로 그 꿈을 아름답게 짓기 위해 쓴 책이 바로 ‘거꾸로 읽는 도시, 뒤집어 보는 건축’이다.

     

     

    김영목 시인·도시사회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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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의 미학, 건축이야기 20선]<17>가우디, 공간의 환상

     

     


    스페인의 정서는 그들의 온화한 기후만큼, 따뜻한 피를 지닌 인간의 몸처럼, 다소 육체적이고 감각적으로 다가온다. 살과 피가 섞이고 튀는 투우, 어둡지만 화려한 환영을 내뿜는 플라멩코의 정열은 700년간에 걸친 아랍인의 지배, 그리고 그 지배 뒤에 찾아온 유럽의 합리주의 저편에서 그들만의 인간적 면모에 독특한 색채와 형태미를 부여했다.
     
    스페인의 이 같은 배경은 그들의 정서를 마음껏 펼친 한 건축가를 탄생시킨다.
     
    바로 안토니오 가우디다.
     
     

     

    그가 설계한 주택을 보고 사 달라고 조르는 아이의 모습이 신문의 풍자만화로 그려질 만큼 그는 조롱거리가 되기도 했다.

     

    반대로 누군가는 ‘20세기 최고의 건축가’라고 그를 칭송했으니 가우디만큼 대중에게 알려진 건축가도, 그만큼 극단적 평가를 받는 건축가도 별로 없을 것이다.

     

     

     


    별이 미끄러지듯 회전하는 것과 같은 기둥은 그에게 자연의 형상을 기초로 한 하늘의 섭리를 드러내는 방법이었다.

     

    ‘아름다움은 생명이며 생명의 움직임으로 인간은 존재한다. 골격은 근육을 이용하여 우리 몸을 움직이는 지렛대로 예술적 표현은 골격에 해당한다’고 하였듯 그는 움직이는 골격의 형태에 관심이 많았다.

     

    그것이 아름다움의 본질적 모습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이 책은 가우디의 일기, 작업 기록 등 생전 그의 목소리를 담은 책이다.

     

    건축을 하며 그가 어떤 생각에 잠겨 있었고 어떤 이상을 추구하려 했는지가 생생하게 나타나 있다.

     

    그가 직접 쓴 글을 보면 아무래도 그는 자연 및 신과 인간적으로 소통을 했다는 느낌을 준다.

     

    그가 제시하는 예시는 그의 건축만큼이나 무척 직접적이고 쉽게 설명된다.

     

     

     

    가우디는 이를 생명의 감각이라 말한다.

     

    직선과 투명할 만큼의 간결함으로 우주적 신성을 공간적으로 구현한 20세기 건물을 사모하는 사람이라면 이 직접성이 오히려 낯설 수 있다.

     

    책 중간 중간에 나오는 생트샤펠 성당과 파르테논 신전의 사진들은 가우디의 다른 건축사진과 대조되면서 동시에 그의 건축물이 얼마나 독특한지를 확연히 보여 준다.

     

    천진한 발상으로 대건축가의 감동을 이끌어 낼 수 있다면 그 또한 능력이리라.

     

     

     

    “기뻐하라!”

     



     

    이 말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시계태엽을 감는 사람이 한 말이다. 즐거움과 기쁨이라는 단어 외에 생각나는 단어가 없었던 그에겐 이 건물은 위대한 기쁨이었다.

     

    예술은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한 가우디의 건물은 이 시대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기쁨을 선사한다.

     

    책 후반부는 가우디에 대한 평론으로 채워진다. 그의 육성과 평론가의 설명이 그에 대한 총체적 이해를 돕는다.

     

     

     

    김개천 국민대 실내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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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의 미학,건축이야기 20선]<18>그림이 된 건축,건축이 된 그림 1,2

     

     


    현대라는 시대에 포스트모던의 대두 이후에 나타난 큰 흐름 중 하나는 장르의 해체라고 할 수 있으며 건축도 예외는 아니었다.
     
    파리의 라빌레트 공원을 디자인하여 건축과 조경이라는 장르를 해체한 베르나르 추미, 음악가에서 건축가로 전향한 다니엘 리베스킨트는 장르 간의 경계를 해체하는 동시에 각 장르의 장점을 건축디자인에 이용해 건축의 역사에서 새로운 장을 펼쳤다.
     
     

     

    여기서 장르의 해체를 거론한 이유는 이 책이 바로 이런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읽어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서로에게 커다란 영향을 주고받은 화가와 건축가들의 이야기, 그림 속의 장면을 실제 건축물로 구현해 낸 건축가들의 이야기, 건축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그 모습을 화면 속으로 재창조한 화가들의 이야기다.

     

     

     

    그러나 이 책은 그림과 건축의 관계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건축과 그림은 물론이고 영화를 통해 건축을 들여다본다.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배리 린든’을 통해서는 영국 스트어헤드 정원에서 헨델의 ‘사라방드’를 듣고 클로드 로랭의 풍경화를 보는 듯 착각에 빠지게 된다.

     

    뉴욕 브루클린 브리지라는 다리를 통하여 앨런 파큘라의 영화 ‘소피의 선택’, 워커 에번스의 사진 연작, 다리를 만든 토목기사이자 화가인 데이비드 호크니에 이르기까지 이야기의 실타래를 풀어나가면서 추리소설 같은 흥미진진함과 저자의 해박함을 맘껏 보여 준다.

     

     

     

    책이라는 것이 문자라는 매체를 통해 시대와 장르를 종횡무진 넘나들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상상력의 날개를 펴게 만든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저자가 이미 서문에서 이야기했듯 장르를 통섭하면서 건축과 그림 영화 음악이 행복하게 만나는 것이다.

     

    이런 만남은 마치 나비효과처럼 그림이라는 단서들을 통해 건축을 비롯한 다른 장르와 연결되어 전개된다.

     

     

     

    실제로 이 책의 제목처럼 건축과 그림은 밀접한 관계였다.

     

    르코르뷔지에가 퓨리즘(Furism)이라는 회화의 유파를 통하여 건축의 공간 실험을 했던 것처럼 마치 닭과 계란처럼 물고 물리는 것이었다.

     

    그건 모리츠 코르넬리스 에셔의 초현실주의적인 계단 그림의 모티브가 영감으로 작용하여 일본의 안도 다다오(安藤忠雄)의 건축, 혹은 네덜란드 유엔스튜디오의 건축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과 같다.

     

     



    이 책은 현대에 와서 이제는 건축이 건축 자체로서만이 아니라 다른 예술의 자양분을 통해서 새롭게 개화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다른 무엇보다 이 책의 큰 장점은 그림과 건축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 수 있다는 점, 한 사람의 학문적 열정이 시공간과 장르를 넘어 우리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 줄 수 있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김문덕 건국대 교수 실내디자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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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의 미학,건축이야기 20선]<19>한옥에 살어리랏다

     
     

    창호지가 떨리며 들어오는 빗소리를 기억한다.
     
    하늘을 향해 조그맣게 구멍 뚫린 한옥 안마당으로 떨어지는 장대비 소리는 흐릿한 방안의 대화를 더욱 어둡게 했다.
     
    약주를 몇 잔 얻어 마셨다. 광주가 고향인 세계사 선생은 하숙방의 한쪽을 가린 커튼을 걷고 문병란의 ‘죽순 밭에서’를 꺼내 읽어 주었다.
     
    시 때문인지, 술기운 때문인지, 그도 저도 아니면 1980년 5월의 우울 때문인지 취기가 올라 바로 앉아있기 힘들었다.
     
    선생의 하숙집을 나서자 청와대 뒷산이 손에 닿을 듯이 다가왔다.
     
    전봇대를 붙잡고 욕지기를 쏟아냈다.
     
    두려움과 무력감의 찌꺼기가 빗물에 씻겨 떠내려가는 것처럼 고3의 봄도 함께 가버렸다.
     
     

     

    굳이 이날의 기억이 아니더라도 한옥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은 마당과 골목길이다.

     

    그리고 그것은 서걱서걱한 소리와 그림자를 드리운 볕과 반들반들한 촉감이다.

     

    만드는 것은 물건인데 사용하는 것은 빈 공간인 점은, 집과 그릇이 매한가지이다.

     

    그릇이 내용물을 담듯이 집은 생활을 담고 기억을 저장한다.

     

    대청 가득 돗자리를 깔고 벌이는 화채 파티도 좋지만, 장독대 구석에 웅크리고 바라보는 별빛은 또 어떤가.

     

    속상한 아이는 아파트의 어느 방에서 눈물을 훔쳐야 하나.

     

    문화재청이 기획해 출간한 ‘한옥에 살어리랏다’는 ‘전통한옥을 오늘날의 삶에 맞게 리노베이션하여 여느 양옥보다 멋스럽고 유용하게 일상 속으로 끌어들인 27채를 골라 건축전문가들의 해설과 함께’ 엮은 책이다.

     

    말하자면 현대 한옥의 작품집이다. 한옥의 맛과 멋을 느낄 수 있는 정갈한 구성이 독자의 눈을 끌기에 충분하다.

     

     

     

    건축가 황두진은 “한옥이 돌아왔다”고 하였다.

     

    한옥이 어디 간 일이 없으니 사람이 돌아온 것이겠지만, 최근의 한옥 붐은 심상치 않다.

     

    한옥의 붐이 본격화된 것은 한류의 성공에 힘입어 문화부가 추진한 한브랜드화 사업에 한복, 한식 등과 함께 한옥이 들어가면서부터이다.

     

    그러나 한옥의 붐이 사업으로 현실화된 것은 산업화에 소외된 지방정부가 장소형, 체험형 관광의 주요 방편으로 한옥에 주목하고 난 뒤의 일이다.

     

    한옥은 설계와 시공의 전 과정이 여전히 현장 중심적이라 토착 산업의 진흥에도 도움이 되고, 전통문화의 보존이라는 대의명분으로 문화적 품위까지 얻을 수 있으니, 일석삼조가 아닌가.

     

     



    한복과 한식이 그렇듯이 한옥 역시 양옥에 대한 상대어로서 만들어진 근대어이다.

     

    국어사전에 등재된 것이 겨우 1975년의 일이니 죽어서 이름을 남긴 경우가 바로 한옥인 것이다.

     

    지금의 사십대는 한옥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마지막 세대라고 한다.

     

    한옥의 재생을 꿈꾼다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이다.

     

     

    봉희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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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의 미학,건축이야기 20선]<20>건축가는 어떤 집에서…

     
     

     

    집을 짓는 건축가들은 과연 어떤 집에서 사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20년 넘게 건축계에 몸담은 필자의 경우 2년 전 신축한 45평 아파트를 분양받아 당시에는 누구나 그렇듯 ‘베란다 확장’이라는 공공연한 불법을 저지르며 간단한 절차와 간편한 이사를 통해 입주해 지금껏 살고 있다.
     
    인테리어라고 해 봐야 벽지를 교체한 것과 새로 구입한 레디메이드 가구가 전부다.
     
    그나마 벽지는 아토피 피부염으로 고생하는 둘째 딸 때문에 천연재료 벽지로 바꾼 것이다.
     
     

     

    건축가의 집이라고 해서 반드시 멋지고 특별하진 않다.

     

    주택의 정의와 설계 방법은 다양하며 정답도 없다. 최적의 ‘풀이’만 있을 뿐이다.

     

    ‘건축가는 어떤 집에서 살까’에 필자로 참여한 건축가 13명이 제시한 ‘풀이’도 각양각색이다.

     

    그렇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건축가들의 다양한 삶의 방식을 살아가는 공간에 담아냈다는 것이다.

     

    인사동 길과 산본신도시를 설계한 김진애 씨,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설계자 류춘수 씨, TV 프로그램 ‘느낌표’의 도서관 프로젝트 건축가 정기용 씨, 서울시청어린이집 건축으로 유명한 서혜림 씨…. 잘 알려진 건축가들이 털어놓는 ‘우리 집 이야기’가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소개된다.

     

     

     

    책에도 나오듯 많은 건축가가 자신의 집을 공개하기 꺼린다.

     

    건축가의 집은 뭔가 다를 것이라는 과도한 기대에 부응하기 힘든 점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이 기획 이후 2년여의 시간이 걸린 것만 보더라도 이해가 간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접했을 때 ‘나올 것이 나왔다’라고 생각했다.

     

     

     

    건축가 집의 외관이나 인테리어가 멋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는다면 당혹스러울지도 모른다.

     

    책을 보면 건축가의 집이라고 해서 화려하고 별스러운 게 아니다.

     

    한옥을 고쳐 사는 사람도 있고 리노베이션을 한 아파트에 사는 사람도, 산간벽지에 별채를 지어 놓은 사람도 있다.

     

    특별하지 않은 듯 보이지만 그 집에는 저마다 삶의 방식이 담겨 있다.

     

    개성과 철학이 있고, 상상력과 자부심이 담겨 있다.

     

    몇 평이고, 집값이 얼마고 하는 것부터 따지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이 책은 ‘어디에 사느냐는 것은 어떻게 사느냐는 것을 말해 준다’는 건축가 김원 씨의 말을 새롭게 일깨운다.

     

     



    책에서 정기용 씨는 세 종류의 집에 대해 말한다.

     

    유년시절을 보냈던 기억의 집, 현재 살고 있는 집, 그리고 살고 싶은 꿈의 집. 책에 참여한 건축가 대부분이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기억과 기대를 삶의 한 방식으로 주택에 담아내고 있다.

     

    일상의 환경을 주택으로 끌어들여 공간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에도 큰 의미를 부여한다.

     

    어떤 사람은 혼돈스러운 도심의 동네를, 어떤 사람은 한적한 시골 마을의 자연을 끌어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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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다 보면 건축가들의 ‘특별하지 않은’ 집이 왜 특별한지 알게 될 것이다

     

     

    배준현 동양대 교수 건축실내디자인학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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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의 미학, 건축이야기 20선]‘건축 철학’에 대한 독자이해 폭 넓혀

     
     

    ‘책 읽는 대한민국’의 2007년 네 번째 시리즈 ‘공간의 미학, 건축 이야기’ 20선이 25일 막을 내렸다.
     
     

     

    ‘공간의 미학, 건축 이야기’는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문화와 역사, 인간 정신이 깃든 곳으로서의 건축의 의미를 찾아내려는 의도로 정한 주제다.

     

    실제로 첫 책으로 소개된 ‘작가 정신이 빛나는 건축을 만나다’의 저자인 건축가 김정후 씨는 “건축이 사람과 세상을 아름답게 바꿀 수 있는 믿음 때문에 건축에 미쳤다”고 고백했다.

     

     

     

    건축은 시대를 담는 그릇이며, 건물을 만드는 과정에는 우리 사회의 현실이 그대로 투영된다.

     

    책을 선정할 때 무엇보다 염두에 둔 것은 이러한 ‘건축 정신’이 생생하게 드러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승효상 씨의 ‘건축, 사유의 기호’에서는 이런 주제의식이 선명하게 돋보인다.

     

    유럽 16곳의 건축물을 돌아보면서 저자는 “좋은 건축이란 합목적적이어야 하고, 그 시대의 기술과 정신을 담아야 하며, 그 땅의 장소성이 드러나야 한다”고 명쾌하게 설명했다.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의 저자 서현 씨는 많은 사람이 그에게 던지는 질문인 ‘저 건물은 멋있는 겁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외양을 보는 게 아니라 건물이 속한 사회의 가치관이 담겨 있는가를 볼 줄 알아야 대답할 수 있다고 말한다.

     

    모든 건축에는 예술성과 더불어 삶의 이야기가 서려 있기 때문이다.

     

     

     

    시리즈를 통해 건축가들이 ‘작가의 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신이 만드는 건물에 대한 생각과 느낌, 건축에 대한 신념과 철학을 더 많은 대중 독자와 나누려는 의지가, 건축가인 저자들의 담백하고 결 고운 문장 곳곳에서 발견됐다.

     

    저자들은 ‘우리가 몸담은 공간에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

     

     

     

    ‘추리소설 20선’ 7월 2일부터 소개

     

     

     

    한편 7월 2일부터는 ‘책 읽는 대한민국’ 2007년 다섯 번째 시리즈 ‘한여름 밤의 전율, 추리소설 20선’을 시작한다.

     

     

     

    김지영 기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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