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스크랩] 꽁치 사촌 `양미리` 한번 보실래요?
    강원제주탐라표해록 2006. 3. 15. 14:10
    꽁치 사촌 '양미리' 한번 보실래요?
    [여행지에서 쓰는 엽서 40] 겨울 주문진항에서...
      구동관(revol99) 기자   
    ▲ 지금, 주문진은 양미리철입니다.
    ⓒ 구동관
    지난 일요일(11일) 주문진항을 찾았습니다. 요즘은 한창 양미리가 잡히는 시기였습니다. 양미리 작업을 하는 어항에서 문득 20년 전의 일이 떠올랐습니다. 오대산 산행을 앞두고 주문진에서 하룻밤 묵었습니다. 주문진항 바로 앞쪽의 작은 민박집이었습니다. 인심 좋은 민박집 할머니는 꽁치 배들이 많이 들어왔으니 함께 나가보자고 했습니다.

    ▲ 배에서 양미리가 다닥다닥 붙은 그물을 내리고 있습니다.
    ⓒ 구동관
    할머니를 따라 나섰습니다. 포구에 작은 배들이 정박해 있었고, 배들마다 꽁치가 잔뜩 달라붙은 그물을 내리고 있었습니다. 그물이 내려지면 네댓 명의 아주머니들이 그물을 잡고 꽁치를 떼어내고 있었습니다. 그 풍경은 제가 살던 내륙지방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고기가 주렁주렁 매달려 끌려오는 그물과 그물에서 고기를 떼어내는 신기한 모습을 입을 벌리고 한참이나 지켜보았습니다. 그날, 할머니는 인심 좋은 어부 아저씨에게 양동이 가득 꽁치를 얻어 왔습니다. 그중 몇 마리가 우리 밥상에도 올랐습니다.

    ▲ 그물에 잡혀온 양미리가 애처로워보이기도 합니다.
    ⓒ 구동관
    양미리 작업이 한창인 주문진 어항의 모습은 20년 전 보았던 꽁치 작업과 꼭 닮아 있었습니다. 포구에 온통 양미리가 그득했습니다. 배에서 그물이 내려지고, 그물마다 아주머니 몇 분이 모여 작업을 했습니다. 무엇이든 풍년이면 개도 물고 다닐 만큼 흔하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날 풍경으로는 정말 그 표현이 맞는 듯했습니다. 사실, 그렇게 많이 잡혀온 양미리도 다른 해에 비해 적은 편이랍니다. 예년에 비해 30%쯤 줄어든 양이라하니 예년 이맘때의 풍경은 더 장관이었을 것 같았습니다.

    ▲ 아주머니들이 그물에서 양미리를 떼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 구동관
    사실, 지난 일요일은 무척 추운날이었습니다. 두꺼운 털옷을 입고도 추워 몸이 자꾸 움츠러들었습니다. 그나마 바람이 잔잔하여 체감온도가 더 낮아지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습니다. 작업을 하시는 분들의 모습도 추워보였습니다. 일에 열중하다보면 가끔씩 추위를 잊을 때도 있겠지만, 겨울날 물은 만지며 하는 작업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일이지요. 그래도 그런 어부들의 노력으로 맛있는 생선을 맛볼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 작업한 양미리가 산처럼 쌓여있습니다.
    ⓒ 구동관
    양미리 작업을 구경하다보니 배가 고파졌습니다. 우리가 주문진에 간 것도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작업장이 수산물 시장과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시장을 둘러보며 고민이 생겼습니다. 먹고 싶은 게 너무 많았습니다. 싱싱한 오징어 회도 구미가 당겼고, 쪄 먹으면 맛있을 것 같은 대게도 눈을 유혹했습니다. 이것저것 섞어 회 한 접시를 만들어 준다는 호객 소리에도 귀가 쫑긋해졌습니다.

    ▲ 양미리입니다. 11월부터 1월말까지 동해안에서 주로 잡히는 어종이랍니다.
    ⓒ 구동관
    그중 첫 번째 선택은 생선구이였습니다. 새우를 비롯해서 오징어, 양미리와 도루묵 등 다양한 생선들이 석쇠 위에 노릇노릇하게 구워져 있었습니다. 식사로는 적당할 것 같지 않아 맛만 보기로 했습니다. 작은 접시에 1만원이었습니다. 햇살이 비치는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생선구이를 맛있게 먹었습니다.

    ▲ 군침돌지요? 생선구입입니다. 다양한 종류의 생선들이 노릇노릇 구워지고 있었습니다.
    ⓒ 구동관
    본격적인 식사로 잡어 회를 먹었습니다. 다섯 가지의 생선과 오징어 몇 마리가 2만원이었습니다. 생선회와 오징어회도 맛 볼 수 있고, 매운탕까지 먹을 수 있어 딱 좋겠다 싶었습니다. 우리가 계산을 마친 생선은 회를 뜨는 아주머니에게 전해졌습니다. 그리고 회를 뜨고 나서는 회와 매운탕 등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인 초장집으로 안내되었습니다. 횟감을 사고, 식당으로 안내되는 일이 분업화 되어 있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회 가격 외에 회를 뜨는 가격이 4천원, 초장집에서 상추와 초장을 챙겨주는 기본 찬값 한상이 5천원이었습니다. 회 한 접시 먹는데 3번이나 계산을 한 셈입니다. 그래도 기분은 좋습니다. 전부 더해야 2만9천원. 매운탕을 먹으면 다시 5천원이 추가되지만 어떻든 신선한 횟감을 저렴한 가격에 먹는 셈 입니다.

    ▲ 2만원짜리 회 한접시입니다. 회 뜨는 가격과 초장집 기본 찬 가격까지 포함하면 2만 9천원입니다.
    ⓒ 구동관
    점심식사를 마치고 다시 수산 시장을 구경했습니다. 생물 양미리는 70마리에 1만원이었습니다. 커다란 고등어자반도 여섯 손에 1만원이었습니다. 산 오징어도 1만원에 아홉 마리였습니다. 백화점에서 만나는 가격보다 정말 저렴한 편이었습니다. 시장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찬거리 몇 가지를 샀습니다. 많은 양을 산 것은 아니지만, 저렴한 가격이 만족스러웠습니다.

    시장에서 주차장으로 향하며 양미리 작업을 하는 아주머니들을 다시 만났습니다. 문득 싸서 좋아만 했던 마음이, 그분들께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분들의 노력으로 우리가 맛있게 생선을 먹을 수 있을 것 입니다. 올해는 양미리도 흉어라는데, 앞으로는 더 많이 잡혀 그렇게 고생하시는 어민들도 돈 좀 많이 벌었으면 좋겠습니다.

    양미리, 이렇게 요리해 드세요!

    양미리로는 참 다양한 음식을 만들 수 있습니다. 양미리는 소금구이나 조림으로 많이 이용되며, 회로도 드실 수 있습니다. 회를 제외한 다른 방법으로 조리할 때는 뼈째 조리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내장을 빼지 않고 통째로 굽는 구이가 특히 맛있다고 합니다. 저도 생선구이를 먹으며 양미리 소금구이를 먹어봤는데 뼈까지 함께 먹어도 먹기에 거북하지 않았습니다. 담백하면서도 맛도 좋았습니다. 건조 양미리의 경우에는 무를 넣고 조리거나 튀김을 하여 먹는 것도 맛있습니다. 아이들 간식이나 술안주로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
    2005-12-13 20:18
    ⓒ 2005 OhmyNews

     
    출처 : 블로그 > ☆만물상 | 글쓴이 : 더듬이 [원문보기]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