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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포)등대는 꺼지지 않는 희망<군산>정치 2006. 3. 10. 13:59
[템포-사람과 풍경]등대는 꺼지지 않는 희망... 누군가를 위해 고독을 즐긴다 이성각(
입력 : 06.02.09 20:32 ▲ 군산 어청도 항로표지관리소에서 바라본 서해. 등대가 내뿜는 불빛을 바라보며 뱃사람들은 오늘도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굽이치는 물결이 등대지기의 외로움을 대변해준다.
군산 어청도 3명의 '등대지기'
직선거리 72㎞, 뱃길로 2시간40분을 달려 도착한 군산시 옥도면 어청도.
설명절 연휴가 끝난 지난달 31일. 뭍에서 명절을 보내고 돌아오는 섬마을 사람들로 여객선은 붐볐다.
선착장에서 등대까지는 산 하나를 넘어야 한다. 200여명의 주민들이 사는 어청도지만 산너머 등대는 인적이 드문 ‘섬 속에 또다른 섬’이었다.
산길과 바다가 만나는 끝자락에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오는 키높은 안테나, 그리고 2층 건물, 등탑(흔히 말하는 등대·조명등이나 안전 신호등 따위를 높이 단 탑)이 한눈에 들어왔다.
‘어청도 항로표지관리소’.
등대의 공식 이름이다. 1988년 등대가 ‘항로표지관리소’라는 공식 명칭으로 바뀐 것이다. 당연히 ‘등대지기’라는 이름 대신 ‘항로표지관리원’이 맞는 말이다.
풍광은 가슴 시릴 정도로 아름답다. 절벽위로 올라선 등탑, 펜션같은 분위기의 직원 숙소 4채, 한눈에 봐도 직원들의 품을 먹고 자란 잔디밭과 조경은 그림이다.
관리원 최종곤씨(38)가 맞았다. 관리소에는 소장 지길선(50), 관리원 윤영묵씨(49)등 세명이 근무한다. 관리소를 둘러보는데는 채 30분이 걸리지 않았다. 등탑 내부와 사무실, 발전기 등이었다. 사무실 한켠의 현황판 연혁에는 ‘1912년 3월 조선총독부 체신국 어청도 등대’라는 글이 선명했다. 최씨는 “94년째 등댓불이 꺼진 적이 없다”고 곁들였다.
관리소 1층 기계실에는 전기 공급이 중단될 경우에 가동되는 발전기가 있었고, 발전기가 고장나거나 기름이 떨어질 경우를 대비해 충전된 축전기가 있었다. 태풍으로 전기 공급이 끊기더라도 등댓불은 밝혀야 하기 때문에 2차, 3차 대비책을 마련해두고 있는 것이다. 관리원 역시 늘 긴장감 속에서 있어야 한다.
등탑 3층에 있는 등명기에는 700W 전구가 빛을 발한다. 흔히 집에서 쓰는 30W 전구 23개가 넘는 빛을 발하는 것.
어스름해지자 등대에 불이 들어왔다. 빛은 센서로 자동으로 켜진다. 한 자리에서 보면 12초에 한번씩 깜빡이는 것으로 보인다. 다른 등대들은 10초에 한번, 8초에 한번 깜빡이는 것으로 자신이 누군지를 알린다고 했다. ‘12초’는 어청도 등대임을 알리는 사전 약속인 셈이다.
자연스레 직원들의 등대생활 이야기로 옮겨갔다.
그림같은 풍경과 낭만만을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시설은 과학화됐고, 예전처럼 힘든 일은 줄었다. 하지만 과학도 ‘지독한 외로움’을 달래줄 순 없다.
관리원 6년차, 결혼 4년차인 최씨는 “처음에는 견디기 어려울 정도였고 결혼후에는 아내 역시 똑같은 과정을 겪어야 했다”고 말했다. 물론 지금은 다르다.
그래도 사정이 나아진 편이라고 했다. 예전에도 무인도에 있는 등대에 관리원이 들어가 한달에 한번씩 보급(?)을 받으며 생활하기도 했다. 무인도를 유인도로 만드는 사람이었던 셈이다. 물론 지금은 옛이야기이다. 자동시스템으로 운영된다.
고독은 자녀를 둔 관리원의 경우 더 심하다. 가족과 같이 생활할 수 있도록 각각 독립된 집이 있지만 아이들이 학교 다니기 시작하면 ‘기러기 아빠’가 된다. 어청도에도 초등학교만 있다. 지소장과 윤씨 모두 기러기 아빠다.
무미건조한 생활에 활력을 주는 요소는 휴가와 취미생활이다. 뭍에 오가는 과정이 쉽지 않아 분기별 휴일을 세달로 나눠 한달에 1주일가량씩을 몰아쓴다. 낚시는 기본이다. 고독과의 싸움을 이기는 자신과의 싸움에는 자부심이 큰 보탬이다.
바다위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에게 빛을 주는 역할, 그리고 기상청 위탁업무로 기상정보 제공 등 등대의 역할은 한층 중요해지고 있다.
누군가를 위해 빛을 발하는 등댓불, 그리고 누군가를 위해 고독과 싸우며 등댓불을 밝히는 관리원.
그들은 서로에게 연인이고, 벗이었다.
등대의 역사와 끝없는 진화
인류 최초의 등대는 기원전 280년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항구 입구에 세워진 파로스 등대.
대리석 성벽 140m에 60m 높이의 탑을 쌓았고, 그 꼭대기에 화대가 있어 야자수로 불을 지폈던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등대는 1903년 6월 1일 처음 불을 밝힌 인천항 입구의 팔미도 등대다. 우리의 자체적인 요구보다는 수탈과 침략을 위한 일본의 욕심 때문이었다. 1900년대 초 서남해안쪽 등대가 집중적으로 건설됐는데, 동해안보다 섬이 많고 해안선이 복잡하다는 점도 작용했지만 곡창지대 수탈과 중국 침략의 전초기지 목적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립 등대는 모두 1514군데다. 이 가운데 유인등대는 49개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무인등대다. 이 밖에 사설등대가 1195군데 있다.
과학의 발전과 함께 등대의 진화도 화려하다.
등탑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등대는 여전히 관리소의 주요 기능이기는 하지만 이젠 부분이 됐다.
예전엔 광파표지(빛)·음파표지(소리)가 중심이었다면 서서히 전파표지로 옮아가고 있다. 전파표지는 전파의 직진성·등속성·반사성 등을 이용해 송신국에서 발사하는 전파를 선박에 설치한 수신기로 위치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것이 위성항법정보시스템(DGPS·Differential Global Positioning System)이다.
24개의 위성이 정확한 위치 정보를 제공해준다. 어청도를 포함해 11곳 관리소에 관련 시설이 설치돼 있다. 선박은 자신의 위치를 알 수 있고, 대전에 있는 중앙사무소에는 선박의 운행 정보가 취합된다.
관리소 최종곤씨는 “등대도 과학기술과 만나 디지털화되고 있다”며 “등대 진화는 계속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항로표지관리원 공채는 바늘구멍 뚫기다. 외로움과 싸워야 하는 일에도 경쟁은 뜨겁다.
20대1은 기본이고, 최고 45대1의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다.'<군산>정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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