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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수해현장을 돌아보고)<칼럼사설수필> 2010. 8. 31. 15:11
(익산 수해현장을 돌아보고)
지난달 13일부터 18일까지 폭우로 익산시에 엄청난 피해를 입힌 채 수많은 시민과 공무원, 기관단체가 복구에 참여했으나 아직 수마의 상처는 곳곳에 남아있다. 수해(水害)는 물에 의한 재해를 말한다. 홍수나 집중폭우 및 태풍과 해일 등에 의한 해수 피해도 여기에 속한다.
중국에서도 멀리 삼황오제(三皇五帝) 시절, 마지막을 장식했던 요.순 임금 시절부터 치수에 관심을 쏟아 왔으며 수양제 대운하는 지금도 남아있어 관개 및 수로로 활용된다.
수재(水災)라고도 하는 수해를 막기 위해 논란이 있지만 4대강사업처럼 본류에 대한 각종 사업도 계속된다. 익산시도 국토해양부가 나서 웅포제, 성덕제, 어량제, 강경제 등 무수한 지류 하천정비를 실시했거나 실시 중이고 산북천처럼 대대적 정비를 앞둔 하천도 있으며 금강 물길을 만경강으로 돌려 시가지를 수변공원화하고 새만금호 수질을 향상시키려는 계획도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넓게는 전북, 좁게는 전주나 완주, 익산지역 주민들 간에 전주나 완주, 익산이란 지명까지 한문으로 거론하며 자연재해가 없음을 자위하거나 만족하며 당연시하는 경향이 많았다. 이는 집중폭우가 별로 없고 도내와 전주. 완주 및 익산시 지형에 기인했다는 점을 간과한 듯하다.
전남북을 동서로 관통하는 노령산맥은 소백산맥 지맥으로 추풍령 부근에서 남서방향으로 뻗어나와 무주·진안을 거쳐 전남 함평만까지 뻗어 있다. 우리나라 산맥 가운데 평균높이가 가장 낮고 진안 운장산·마이산, 김제 모악산, 정읍 내장산 등 동남고.서북저 형이다. 그나마 전라도 풍수를 말할 때 흔히 활용되는 금강과 섬진강, 만경강과 동진강, 영산강 등이 산발(散髮)형, 봉두난발(蓬頭亂髮)형을 이루는 등 사방으로 흩어진다.
때문에 홍수가 분산되며 지세가 평탄.완만해 급류가 적고 평야부는 폭우가 내려도 자체가 상당 수량을 저장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근년들어 발생한 익산지역 수재도 대부분 여산.왕궁.금마 등 동부 산간부에서 발생한 것만 봐도 폭우도 중요하지만 지형지세가 홍수피해에 중요한 가늠자가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전북도민과 익산시민 상당수가 자연재해와 무관하다는 안이한 인식이 금번 수재를 확대시킨 결과를 낳은 것은 아닐지?
익산시 재난안전대책본부가 밝힌 8월13일부터 18일까지 호우피해는 8월24일 현재 밝혀진 것만도 공공시설 121억원, 사유시설 15억원 등 136억여원으로 교량 등 19개 분야 2314개소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심한 것은 지난해 피해를 입은 똑같은 장소가 피해를 입은 사례도 많다. 지난해 여름 집중호우가 내린 여산면 원수리 학동 마을은 H공영이 공사를 맡은 논산~전주1공구 확장 공사장 주변에서 밀린 토사가 '학동제'로 통하는 흄관을 막아 민가로 급류가 휩쓸려 들어왔다.
피해가 극심한 학동마을 4가구를 비롯한 주민들은 밤새 불안에 떨어야 했고, 물이 빠진 후에도 토사가 안마당에 상당기간 그득히 쌓여있어 복구지원조차 없다며 도로공사와 건설업체측을 비난했다. 바로 똑같은 자리에서 올해도 같은 현상이 반복돼 통행이 두절되기도 했다. 더욱 이곳 수백m 상류인 학동마을 김모씨 집주변 서너가구도 마을입구 다리가 갑자기 반절로 좁아져 익산시에 다리확장을 해주도록 누차 요구했으나 방치하다 주택침수 피해를 겪었다. 심지어 2008년 7월초 '노후 공공시설물 보수도 지역특색에 맞게'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익산시는 6월 한 달간 왕궁면 일대 노후된 쌍정교, 궁평교, 동봉교 등 3개 교량에 왕궁탑 모형의 교명주(교량 양단 교명판, 즉 다리이름판을 붙이는 큰 기둥)를 설치했다"고 밝혔으나 이번 폭우에 궁평교가 유실되는 피해를 입었다. 마치 “임종 직전의 환자에 막대한 예산을 들여 성형수술을 한 꼴”이다. 익산국토청에서 시행하는 '강경제 상류' 중 여산면에서 망성면으로 통하는 일명 '배다리'는 교량높이와 하천폭 및 깊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 수년을 허송하다 이번 수해로 수십가구가 한 밤중에 밀려드는 급류에 떨어야 했으며 엄청난 피해를 남겼다.
관계당국과 시민은 더 이상 안이한 생각을 버리고 언제든지 수해가 재발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심기일전할 때가 아닌가 싶다. <2010. 09. 01. 水>
/고재홍 편집국장>
(익산 수해현장을 돌아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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