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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귀하신 몸, 청와대 출신 노들이<칼럼사설수필> 2008. 12. 12. 11:42
<칼럼> 귀하신 몸, 청와대 출신 노들이
자유당 시절, '귀하신 몸'이라는 말이 회자됐다. 이승만 양자로 입적된 이기붕 아들, 이강석의 엄청난 보이지 않는 권력을 활용한 '가짜 이강석 사건'도 일어났다. 1957년 3월 이기붕과 박마리아는 큰 아들 이강석을 이승만 양자로 입적시켰다. 대구에 사는 강모라는 청년이 자신의 용모가 이강석과 비슷하다는 것을 듣고 1957년 여름, 경주경찰서장을 찾아가 "아버지의 명을 받고 경주지방 수해상황을 살피러왔다"고 말했다. 즉시 최고급 호텔에 모셔졌고 융숭한 대접과 선물공세까지 이어졌다. 경주를 거쳐 영주경찰서장 등의 환대를 받은 '가짜 귀하신 몸'은 유지들이 내놓은 여비 및 수재의연금까지 챙겨들고 안동, 의성, 대구를 거치는 동안 지역사단장 인사도 받았다. 경북도지사 환대까지 받다가 들통 난 사건으로 '귀하신 몸'이라는 유행어가 생겨났다.
그런데 익산시에 친정이 청와대인 '노들이'라는 진도개가 새로운 '귀하신 몸'으로 급부상했다.
전말은 이렇다.
익산시가 느닷없이 청사 서편에 화단을 없애고 진도개 숙소를 수백만원을 들여 세우자 극심한 경제난을 아랑곳하지 않는 해괴한 작태라는 입방아가 그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호남권 연고정당이 야당으로 물러난 마당에 '견(犬)국장님'이 청와대나 정부와의 관계를 원만히 해주어 익산에 보탬이 되는 막중한 역할(?)을 하지 않을까 긍정적 시각도 있는 가운데 "국장급 대우냐, 과장급 대우냐"를 놓고 호사가들의 쑥덕공론이 한파를 녹인다.
익산시는 청와대에서 지난 8월 출산한 진돗개 7마리 가운데 6마리를 지자체와 지역동물원에 분양하는 과정에서 익산시에 한 마리가 배정됐다고 주장한다.
이 개는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에 입주하기 전, 사저에서 기르던 암컷 진돗개와 지난 5월 청와대로 들여온 수컷 사이에 태어난 수컷 진돗개로 '노들이'라는 명칭이 붙여졌다.
익산시는 강아지인 '노들이'가 수컷으로 적적하지 않을까 여겨져 한국진돗개혈통보존협회로부터 암컷 한 마리를 기증받아 짝을 지어 주겠다는 중매장이(?) 역할도 자처했다.
여기에 조만간 익산시민에 공개한다며, 이들의 보금자리를 청사 내에 마련하는 과정에서 청사 서쪽 광장, 회계과 바로 앞의 화단을 철거하고 거창한 '개관사'를 짓게 된 것이다.
일주일전부터 최근까지 공사를 마친 '노들이'와 미래 신부감의 신행(新行) 장소는 고급스런 원목과 조경용 벽돌 등을 활용해 지었으며 ,청와대산 '귀하신 몸'이 사라지거나 도난 및 위해를 당하는 일이 없도록 CCTV를 설치한다는 풍문까지 나돌고 있다.
행정지원과 담당직원 주모씨는 개관사의 면적과 예산을 10㎡(3평) 규모로 "100만원에서 200만원을 들인다"고 몹씨 조심스레 언급 자체를 꺼려 이 진돗개가 "얼마나 빽이 대단한가"를 간접 실증했다.
그러나 익산시청의 상당한 소식통들은 부대비용을 포함하면 450만원에 20㎡(6평) 정도이며 없앤 화단에 CCTV 설치까지 감안하면 이를 훨씬 상회하지 않을까 관측도 대두된다.
더욱 '노들이' 친정이 국내에서 둘째가라면 서운한 권력심장부(?)인데다 혹시나 노들이가 잘못되면 익산시와 친정과의 관계가 이상스레 작용하지 않을까 직원들로 하여금 배설물 청소와 밥 당번까지 배치할 계획이라는 소문이다.
졸지에 익산시공무원이 개관사를 지키는 사람으로 전락하지 않았는가 웃음거리다.
최악의 불경기에 서민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개관사'까지 짓는 것은 황당한 일이라며 진돗개인 노들이를 빗대 '진국장. 노국장. 견국장님'이라는 말까지 나돈다.
"국장급 대우를 받을지, 아니면 과장급 대우를 받을지에도 상당한 관심이 주목된다"는 입방아도 그치지 않고 있다.
"청와대산 진돗개에 결제를 맡아야 할 지 모른다"며 비판이 이어지나, 일부에서는 의미있는 개인만큼 무슨 일이라도 벌어지면 어떡하느냐면서 벌써부터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특히 호남지역에 기반을 둔 정당이 야당으로 바뀐 상황에서 '노들이'가 끈이 되어 정부와의 관계를 원만히 하는데 일익을 담당해 익산발전이나 국비확보에 큰 역할을 할 수도 있지 않느냐며 쑥덕공론이 나돌면서 견국장의 추후 역할을 기대하기도.
총체적인 관권 부정선거였던 1960년 제5대 정ㆍ부통령 선거을 돌아보자. 이승만. 이기붕은 대통령과 부통령에 당선됐으나, 4.19 혁명으로 자유당정권이 붕괴되고 이승만은 하와이로 망명했다. 귀하신 몸, 이강석은 일가족을 권총으로 살해하고 자결로 생을 마감했으며 박마리아가 살던 집은 국가에 환수돼 4.19혁명기념도서관이 들어섰다.
"권력무상이요, 화무십일홍이다" 청와대산 진도개까지 '귀하신 몸'으로 정성 들여 대접해야 하는 시대상황이 서글프기만 하다. <2008. 11. 19. 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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