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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말뚝박기 추억 ㅡ햇살 따사로운 어느 날동구밖 어귀에 아이들이 모였다.
기훈이,오열이,점생이,용아,만석이
떠들썩한 아이들 함성소리에
아랫담 아이들도 꾸역꾸역 몰려 들었다.
돌담에 머릴 쳐박고 말뚝박기 하던 날.
용아의 궁둥이에 머리 쑤셔넣고 낑낑거릴 때
내 궁둥이엔 점생이가 쏘옥 얼굴을 들이 밀었다.
돌담에 등 기댄 만석이는 '가위 바위 보'에
좀체로 이기질 못하고
아랫담 아이들은 말 타듯,
신이 나서 내 마른 등허리를 종일 짓눌러대었다.
동구 밖 어귀에 느릿느릿 해가 기울고
키 작은 굴뚝에 집집마다
저녁 밥짓는 허연 연기 피어오를 적
멀리 목골터 둔덕에서
할머니는 목쉰 소리로 손자를 불렀다.
그 날, 집으로 돌아오던 내 마른 등허리는
똑두골 삵부리아재 곱사등처럼 기역자로 휘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