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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금융기관 고금리 경쟁과 ‘금리 유목민’ 급증<칼럼사설수필> 2022. 11. 10. 10:18
<칼럼> 금융기관 고금리 경쟁과 ‘금리 유목민’ 급증
최근 A 문중 임원들은 두 번이나 정기예금을 중도 해지하고, 더 높은 금리 예금으로 갈아탔다. 계속된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으로 하루가 다르게 금리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공금을 늘릴 책임이 있는 임원들이 시세에 어두우면 막대한 손해를 본다. 1.4%→3.1%→5.5%로 두 번 예금 ‘갈아타기(환승)’로 연간 세후 이자 수입은 1500만 원 이상 이익을 봤다. 중도해지로 한두 달 손해를 보전하고 순이익이니 발 빠른 대처다.
금리가 자고 나면 오르는 게 아니다. 금융기관 유치경쟁으로 조석으로 높아진다. 특히 내년 3월, 동시 조합장 선거가 있는 ‘농·수·축협 경쟁’은 치열하다. 결산을 앞두고 수신고(예금)가 크게 줄면 차기 도전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같은 금융기관에서도 지점에 따라 금리가 차이가 나니 금리정보를 알기 위한 전화도 늘고 있다. 더 높은 금리로 예금을 환승하는 ‘금리 노마드(nomad 유목민)’란 용어도 생겼다. 해지와 예금이 반복되니 점포마다 인파로 넘쳐난다.
“지난 9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 정기예금 중도 해지는 24만 건이었는데, 10월에는 3주도 안 돼 이를 넘어섰다“는 보도다. 1년 약정 정기예금이나 적금 중 가입 3~4개월 미만 예금이 대거 빠져나가는 사태가 반복된다. 예금 유출로 부아가 난 금융기관은 더 높은 금리로 ‘유출금액+∝’ 예·적금 유치경쟁이 치열하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달 2일, 기준금리를 0.75%p 인상했다.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0.75% 인상)을 밟았다. 미국 기준금리는 3.75~4.0% 범위로 올랐다. 2008년 1월 이후 최고다. 2020년 3월 코로나 이후 제로금리 수준까지 낮췄다가 지난 3월부터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후 6회 연속 인상했다. 추후 두세 번 더 인상할 가능성이 짙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빠르면 12월부터 인상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면서도 “조기 금리 인상 중단 생각이나 언급은 매우 시기상조다. 우리는 갈 길이 멀다”고 밝힌 것 등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세계 금융시장을 주름잡는 미국이 긴축정책을 계속할 개연성이 짙다. 내년 상반기가 고금리 상투로 ‘일정 기간 유지할 가능성’이 짙어 부동산과 주식시장은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미국과 한국(3%) 기준 금리 격차는 0.75~1%로 벌어졌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달러 유출’로 환율 인상(평가절하)에 따른 ‘물가 폭등’으로 서민이 힘들게 된다. 한은 기준금리도 몇 차례 인상될 수밖에 없다. 절로 금융권 여·수신 이율도 치솟게 된다.
지난 정부 때 두 배 이상으로 폭등한 수도권 주택가격이 끝없이 오를 듯하자 대출로 아파트 등을 구입한 ‘영끌족‘이나 증권 등에 ‘빚투족’ 등이 곤욕을 치를 전망이다. 이자 부담에 생활비까지 쪼들리면 바닥인 것을 알면서도 팔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도래한다. 코로나 등에 따른 영업 부진으로 대출 ‘자영업자나 기업’도 자금난이 심화된다. 지구촌 금융시장 및 부동산 위축도 확대될 조짐이다. 올해 20여만 명 인구감소가 예상되는 한국은 재건축·재개발 활성화와 맞물리며 부동산 장기 침체가 전망된다.
치솟는 금리로 정기예금 등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 시중은 자금난으로 아파트 거래가 및 분양률이 크게 위축됐다. 현금 보유자는 예금을 갈아타러, 회사채 매각이 어려운 기업 등은 더 싼 이자로 대출을 받으러 금융기관마다 문턱이 닳고 있다. 제1·2 금융권도 고금리 현수막을 내거는 등 신풍속도를 연출한다.
특히 내년 조합장 선거가 있는 농·수·축협 등은 선거 직전, 결산을 앞두고 치열한 유치경쟁이다. B 기관이 ‘1년 정기예금 이자 4.8% 현수막’을 내걸자 인근 금융기관에서 예치 후 3~4개월 미만 된 예금이 대거 빠져나갔다. 며칠 후, C 기관은 단 하루만 있는 번개 상품 ‘1년 정기예금 이자 5.5%’를 카톡 등 SNS를 통해 주민에 알려 ‘유출예금+∝’로 엄청난 자금이 유입됐다.
며칠 전, 예금 인파로 붐볐던 기관은 중도해지 인파로, 며칠 전 해지 인파로 붐볐던 기관은 예금 인파로 온종일 넘쳐난다. 예금 잔고도 요동칠 수밖에 없다. 가히 ‘민족 대이동‘이 아닌 ‘금리 유목민 대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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