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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부안군민과 김종규군수에게))<칼럼사설수필> 2005. 9. 3. 20:44
부안군민과 김종규군수에게
"변산이 불타고 있다."
방폐장 문제로 부안읍에 8천명 경찰이 상주하고 무수한 사람이 다치고 구속되며, 야간에 곳곳이 불타고 있을 때 느낀 솔직한 감정입니다. 로마를 불태우고 느끼는 네로의 쾌감이 아니라, 살이 타는 듯한 절박한 심정을 말입니다. 그러나 따뜻해야 할 불이 격렬한 파괴와 소멸의 불이 되어 부안군민의 처절한 반대의사를 표현하는 수단임에도 아무런 글도 쓸 수 없었습니다. 명색이 지방신문사에 근무한다는 작자가 말입니다. 원자력과 방폐장은 국익을 위해 어디든 세워져야 하는 당위성 때문만은 아닙니다. 방폐장의 장단점을 모르기 때문은 더욱 아닙니다. 찬반 당사자 모두 고향인 부안군민이기 때문입니다. 주민 모두 고향땅, 변산반도를 사랑하는 방법론의 차이가 민감한 사안에 물과 기름처럼 합치기 어려운 괴리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방폐장이 이성적 대화나 토론보다는 감정적 판단에 의해 끝없이 싸울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찬반측 주민들이 제각각 글을 써달라고 할 때도 아무런 글을 쓸 수 없었습니다. 골육상쟁과 같은 싸움을 지켜보며 양자택일을 강요 받을 때 아무 것도 선택치 못하는 기분을 아시는지요? 반대시위에 동참할 수도 유치운동에 가담할 수도 없는 어정쩡한 상태처럼 힘들고 부끄러울 때가 없었습니다.
재작년 5월 위도주민 핵폐기장유치위 구성 및 유치서명을 받아 군의회에 유치를 청원했을 때부터 벌써 2년4개월입니다. 수개월 인민군 치하의 6.25동란보다 더 마음고생이 심하다는 소리까지 들려 왔습니다. 변산을 들릴 때 곳곳에 나붙은 플래카드와 노란 깃발을 매단 차량, 반대시위에 열렬히 참가하는 동창생과 군수를 보좌하다 얻어터지는 동창생, 부모형제와 이웃사촌끼리 극명하게 갈라선 의견들, 연일 계속되는 시위와 불타는 공공기관... 해방 후 좌우대립이 연상될 정도였습니다.
산자수려하고 어염시초(魚鹽柴草)가 풍부해 십승지로 조선팔도에서 가장 살기 좋았던 변산에 관광객조차 줄기도 했습니다. 생거부안(生居扶安)이 생거불안(生居不安)으로 전락했다는 말까지 생겨났습니다. 원전센터 유치 찬반 주민투표에서 위도를 제외하고 투표율은 72%, 유치 반대율은 91.8%로 나타났고 이를 근거로 방폐장 유치는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찬성측은 다시 하자는 입장으로 세월을 보냈습니다. 찬반이 엇갈려 '매향노'니 '완장 찬 빨치산'이니 비난과 욕설이 난무했습니다. 변산을 사랑하는 주민의 아픔을 모르는 외지인은 무조건 "부안놈들"이라고 비난도 했습니다.
이것이 2년4개월의 모습이었습니다.이제 모든 것을 새롭게 할 때입니다.
방폐장 유치를 최종 신청한 군산·경주·포항시, 영덕군의 주민투표는 빠르면 10월에 실시한답니다. 김종규 군수와 찬성 군의원 등 10여명은 방폐장 유치신청서 반려에 항의해 산자부장관 접견실에서 농성 벌이다 해제했고 방폐장 무산을 선언했습니다.김종규 군수님!
이제 방폐장은 물 건너갔습니다. 그간 각가지 모함과 비난을 받았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리고 방폐장에 매달리는 심중에는 17만 안팎이던 군민이 6만여명으로 줄고 조만간 5만도 위험한 현실을 타개하고 지역발전을 위한 것임을 잘 압니다. 그러나 반대측 군의원과 주민도 똑같이 고향 땅, 변산반도를 사랑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이제 갈갈이 찢겨진 주민봉합과 정부의 각종 지원약속 및 개발에 초점을 맞춰야합니다. 정부사업으로 군민이 엄청난 희생을 당했기 때문입니다. 불야성이던 부안읍 상가는 누적된 손해가 엄청나 쫓겨날 세입자가 많다고 합니다. '고슴도치 섬' 위도는 보상기대와 방폐장 문제로 일도 안하고, 소비와 빚만 늘어 죽을 지경이랍니다. 동네와 직장에서 인사도 안하고 부모형제와 이웃사촌간 갈등의 골은 속으로 썩을 지경이랍니다. 언제까지 주민을 싸우게 내버려 둘 수는 없습니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테마파크는 물론 부안을 위한 각종 개발정책을 즉각 추진해야 합니다. 낙후주민에게 "방폐장 받으면 떡 하나 주지"라는 '굶겨놓고 혐오시설과 빵을 동시에 던지는 형태'의 자존심 상하는 정책 대신 정당하고 당연한 국토 균형개발을 요구합니다. 방폐장 없어도 선진국처럼 개발한 수도권과 영남권처럼 말입니다. 정치권도 현안에는 회피하다 중앙예산은 자기 노력 때문이라는 식의 언론플레이나 일삼는 고무신과 막걸리가 통하던 60년대 발상을 버려야 합니다.
부안군민 여러분!이제 상대방이 호의호식과 영달만을 위해 찬반을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부안은 산과 바다, 평야와 갯벌, 그리고 점점이 늘어선 섬, 해수욕장 및 해변 드라이브 코스 등 천혜의 관광 및 소득자원이 있습니다. 방폐장이 물 건너갔다고 곤욕을 치른 부안을 정부가 내팽개친다 하더라도 결국 살아갈 주체는 군민과 출향인입니다. 이제 전 군민과 출향인이 힘을 모아 화합할 때입니다. "고슴도치도 제 자식은 귀엽다"는 말처럼 부모자식과 고향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사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2005. 09. 14. 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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