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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화영, 춘향국악대전 대통령상에 붙여<칼럼사설수필> 2007. 5. 8. 11:42
임화영 명창, 춘향국악대전 대통령상
“끊임없이 노력하라는 의미로 알고 후배와 제자에 모범이 되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익산국악원 판소리부 교수이자 원광대 초빙교수 겸 남원국악예술고교에 출강하는 임화영(50)씨가 제77회 남원춘향제 사흘째인 6일 남원 춘향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제34회 춘향국악대전 판소리 명창’ 부문에서 영예의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낳아 익산이 떠들썩하다.
정식 명창의 반열에 오른 임화영씨는 노무현 대통령이 수여한 상장과 장원기를 7일 낮 12시30분 익산국악원, 문태현(72) 원장에 바치며 제자와 지인들의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받았다.
성춘향과 이몽룡의 애뜻한 사랑을 기리기 위해 77년째 남원에서 개최되는 춘향제 가운데 하이라이트인 ‘춘향국악대전’은 이 분야 최고의 권위와 역사를 자랑하는 비중 있는 대회다.
이 가운데 판소리 명창 부문은 평생 대회에 한 번 나가기만 해도 국악계 영광이라 할 정도로 소리꾼의 마지막 희망이자 최정상급 국악잔치다.
임 명창도 2005년 최우수상과 2006년 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이 대회에만 무려 6년간 도전해 피눈물을 흘리는 고배를 마시다가 대통령상을 차지하는 감격을 누렸다.
그러나 임 명창이 인간적인 빛을 발한 것은 훨씬 이전이다.
판소리 실력과 꾸준한 노력에 더해 제자와 주변을 사랑하고 아끼며 베푸는 자세를 견지함은 물론 국악계 선배를 지극정성으로 모시고 속이 깊어 ‘작지만 매우 큰 거인’(little woman but great great Giant) 모습을 지녔기 때문이다.
임화영 명창은 어렸을 적 부모님이 소리도 하고 북도 치는 분위기에서 자랐으나 하고픈 소리공부를 못하다 결혼 후 사업을 하는 남편 송기옥씨(55) 허락을 받아 전북도 지정 지방유형문화재인 최란수 선생에 두달만 배우기로 한다.
두달 후 소리를 중단하자 임명창은 반년간 소화도 안돼 먹지 못하고 머리가 쪼개지는 듯한 아픔을 느껴 병원신세를 진다.
어쩔 수 없이 판소리를 다시 배워 故성운선 선생과 이일주·오정숙 명창에게 사사한 임명창은 심청가·흥보가·적벽가를 완창하고 94년경 이리국악원과 인연을 맺어 오늘에 이른다.
현재도 서울을 오가며 성우향 선생에 판소리를 배우는 임명창은 판소리 보급을 위해 익산국악원에 살다시피 하며 후진양성에 정열을 쏟아 '판소리 25시 인생'을 산다.
평일은 물론 휴일도 여행도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오로지 소리공부와 후진양성에 전념했다.
피나는 과정을 거쳐 명창의 반열에 오르자 “군산에서 떨어져 지내며 불편함을 감수하는 남편과 엄격하기로 소문나 소리공부를 독려하는 문태현 원장님 은혜는 죽는 날까지 잊을 수 없다“고.
98년 국악과를 신설해 전국대학 최고 진학률로 정평이 있는 남원국악예술고와 원광대학교에서 강의도 하는 임명창의 제자 사랑은 남다르다.
다정다감하며 인간적일 뿐 아니라 열성적이어 자연스레 제자가 감복해 따라오게 된다는 평가다.
지난해는 고승조.최련 양을 비롯한 두 제자를 국악계 명문, 중앙대학교 국악대학 판소리학과에 합격시켰으며 특히 최련 양은 중앙대 예능학과 수백명 신입생 가운데 수석입학하는 쾌거를 낳았다.
인간미에 반한 학부모와 제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익산과 남원에만 가르침을 받는 제자가 50여 명에 이를 정도로 국악계에서는 드문 현상이 나타났다.
정식 명창 반열에 오르기도 전의 상황이다.
필자도 “언젠가 날개를 달고 창공을 훨훨 날 것”을 직감하고 임 명창을 주목했다.
다른 곳보다 적은 수강료를 받고 생활이 어려운 제자는 내색 없이 무보수로 가르치는 일도 무수했다.
한국 3대 계곡 지리산 칠선계곡에서 제자들과 10년째 맹진하는 여름수련회는 전국방송을 탈 만큼 유명하다.
여기에 휴일도 잊고 국악원에 칩거하며 노력해 ‘춘향국악대전 명창부’ 대통령상을 거머쥔 것이다.
임씨는 이날 판소리 심청가 중 '상여소리'를 애절히 불러 심사위원에게 높은 점수를 받았다.
남해성 심사위원장은 "소리에 안정감과 공력이 있었다"며 "아니리와 발림뿐만 아니라 소리 태도도 매우 좋았다"고 극찬했다.
임씨는 "묵묵히 기다려준 남편과 익산국악원 원장님, 판소리 스승님께 감사드린다"며 "계면소리에 자신이 있어 열심히 한 것이 계기가 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대회에서 고수는 남동생으로 전북도립국악원 임청현 교수가 맡았는데 임 교수는 누나의 대통령상을 고대하며 새벽과 밤에 국악원을 오가며 고수를 맡아 줄 정도로 힘써왔다.
장남 송세운씨는 소리꾼이자 부전공은 고수로 초등학교때부터 배워 두 분야에서 장관상 등을 휩쓴다.
현재 남원국립민속국악원 창극단원이다. 미혼인 송씨는 어머니의 대통령상 수상식장에서 “번번히 목전에서 고배를 마셔 속상하고 자존심 상했는데 너무 기쁘다”면서 눈물을 흘렸다는 전언이다.
둘째 송세엽씨는 전북대 국악과에서 거문고를 전공하는데 대한민국 최고 거문고 명인인 김무길씨에 배우고 중국 연변에서 활동 중이다.
2004년과 2005년 문광부 장관상을 연속 수상했다. 이외에도 조카 등 무수한 친인척이 국악계에서 빛을 발하는 국악가족이다.
임 명창의 오늘이 있기까지 익산국악원 병풍 역할을 하며 독려를 다해온 문태현 원장은 “임 명창은 꾸준한 노력보다 국악계 스승 등 어른을 모시는 태도와 제자사랑 등 심성이 남다르다”면서 “대통령상 수상은 임 명창 개인을 넘어 익산국악원이 한국국악계 한 축을 차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뻐했다.
“제자들이 국악명문 중앙대 수석입학 등 경사에 이어 이렇게 큰상을 받게 되어 제자들에게 부끄럽지 않는 스승이 된 것 같다”며 기뻐하는 임명창이 실력과 인품을 겸비한 소리꾼으로 창공을 훨훨 날기를 기대해 마지 않는다. <2007. 05. 11. 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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