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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혼에 관하여 20선]
    논술(설.문)독서도서詩소설수필연설 2009. 5. 3. 08:28

     

     

     

    [결혼에 관하여 20선]<1>결혼의 변화


     


    ◇결혼의 변화/산도르 마라이 지음·김인순 옮김

    《“내 남편이 완전한 내 사람인 줄 알았는데, 흔히 말하듯이 남편의 머리카락 한 올 한 올까지, 영혼 구석구석의 모든 비밀까지 내 것인 줄만 알았는데, 사실은 전혀 내 사람이 아니라 철저하게 비밀을 간직한 낯선 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지.”》

     

     


    계급 다른 세 남녀의 헌신과 배신

    헝가리 출신 소설가 산도르 마라이의 이 장편소설은 세 남녀간의 얽힌 관계를 통해 결혼이 갖는 의미와 삶의 본질을 묻는 작품이다.

     

    소설은 일릉카, 페터, 유디트 등 세 명의 주인공이 차례로 각자의 시각에서 겪은 결혼생활과 위기, 파국적 결말을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의 회상과 고백을 통해 결혼을 둘러싼 열정적인 사랑, 용기 없는 사랑, 파괴적인 사랑의 실체를 한번에 살펴볼 수 있다.

     

     



    일릉카는 현실적이고 현숙한 아내로 집안 사업을 물려받은 부유한 남자 페터와 결혼한다.

     

    그녀는 결혼생활을 행복하고 단란하게 유지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할 뿐 아니라 남편을 진심으로 사랑한다.

     

    하지만 비밀과 우수가 드리워진 듯한 페터는 그녀로선 납득할 수 없는 말을 한다.

     

    자신은 누군가를 사랑하지도, 사랑받을 필요도 없는 부류의 인간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결혼을 했느냐는 일릉카의 반발에 대한 해명은 이런 식이다.



    “우리 함께 살기는 하지만, 제발 그렇게 무조건적으로 목숨을 걸지는 맙시다…당신하고 결혼했을 때, 나는 나 자신에 대해서는 거의 모든 걸 알고 있었소. 그런데 당신에 대해서는 별로 알지 못했소. 당신이 나를 이렇듯 사랑할 줄 몰랐기 때문에 결혼한거요.”

     

     

     

    이보다 더 잘못된 결혼이 세상에 있을까 절망하는 일릉카에게 시어머니는 “그것도 그저 하나의 결혼일 뿐이며 다른 것을 원하는 사람은 허황된 몽상가들일 뿐”이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일릉카는 남편의 지갑 속에서 다른 여자의 소지품을 발견하면서 이제까지의 의문을 풀게 된다.

     

     

     

    그에겐 오래전부터 다른 여자가 있었던 것이다.

     

     



    페터의 마음 깊이 자리한 그녀는 그의 집에서 하녀로 일했던 유디트. 부유하고 남부러울 것 없는 생활을 하면서도 안정된 삶이 주는 권태에 지쳐 있던 페터에게 유디트는 자신의 삶에서 오래도록 결핍돼 있던 열정의 대상이다.

     

     



    페터는 유디트가 오래도록 자신을 흠모하고, 용기 있는 결단을 내리길 기다려왔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일릉카와 이혼하고 유디트와 재혼한다.

     

     

    그는 가난한 집안에서 자라나 하녀로 주인의 시중을 들며 살아온 유디트가 결코 누릴 수 없었던 물질적인 풍요를 안겨준다.

     

    수표를 마음껏 쓰도록 하고, 온갖 허황된 물건들과 사치스러운 장식품들을 사들이는 것을 그저 묵인한다.

     

    하지만 그는 유디트가 그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단지 주인의 눈치를 보며 시중을 들어줬던 그때 방식으로 자신의 기분을 맞춰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녀의 그런 태도는 두 사람이 결코 극복할 수 없는 계급적 차이이기도 하다.

     

    그는 유디트가 다른 남자와 떠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나이가 든 유디트는 로마의 한 호텔에서 동거 중인 애인에게 과거를 이야기해준다.

     

     가난한 어린 시절에 대한 복수심에 사로잡혀 마치 계급투쟁을 하듯이 주인집의 사내와 결혼한 그녀는 결혼이 한순간도 기쁘거나 편안하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이 여인은 결혼 이후의 생활을 위해 남편의 돈을 빼돌려 모으면서 살 길을 찾는다.

     

    이 세 남녀의 만남과 헤어짐을 둘러싼 헌신과 배신, 사회적 계급 문제를 통해 작가는 결혼이란 판타지를 되짚어보게 한다.

    박선희 기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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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에 관하여 20선]<2>아내가 결혼했다


     


    ◇아내가 결혼했다/박현욱 지음

    《“아내가 결혼했다. 이게 모두다. 나는 그녀의 친구가 아니다. 친정 식구도 아니다. 전남편도 아니다. 그녀의 엄연한 현재 남편이다. 정말 견딜 수 없는 것은 그녀 역시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내 인생은 엉망이 되었다.”》

     

     



    ‘한 아내 두 남편’ 발칙한 상상

     



    ’라는 제목을 붙인 첫 페이지에서 ‘이게 모두’라고 굳이 거듭 짚어 얘기한다.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 개봉을 앞두고 지난해 10월 만났던 박현욱 씨(42)는 “여기서 ‘모두’는 ‘첫머리’이기도 하고 ‘전부’라는 뜻도 된다.

     

    나는 작가 혼자 알고 시시덕거릴 수 있는 말장난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수다스럽지 않으면서 아기자기한 이 소설의 문장은 무표정하면서 무뚝뚝하진 않은 박 씨를 빼닮았다.

     

    한 여자가 이혼 없이 두 남자와 차례로 결혼한다는 발칙한 이야기. 웃음기 없는 얼굴로 배꼽 빠질 농담을 퍼붓는 재담꾼처럼, 작가는 납득하기 힘든 설정을 능청스런 입담으로 술술 풀어냈다.

     

     



    서로에 대한 호감을 보일 듯 말 듯 마음 한구석에 품은 채 술잔을 나눈 남녀. 여자 주인공 인아가 스스럼없이 “집에서 커피 한잔 하고 가실래요”라고 하자 남자 주인공 덕훈은 속으로 만세를 부른다.

     

    하룻밤의 섹스로 시작된 연애. 질투로 인한 다툼. 화해와 결혼. 가벼운 템포로 전개되는 초반부는 누구나 아는 그렇고 그런 연애 얘기다.

     

    사랑에 빠지면 그 사람의 모든 게 예뻐 보인다. 그 사람이 나에게 상처를 줄지라도 뭐든 퍼주고 해주는 게 행복이 된다.

     

    하지만 그 사람의 간절한 소원이 ‘나 아닌 다른 사람과의 결혼’이라면? 여기서 ‘아내가 결혼했다’는 특별해진다.

     

     

     

     작가의 말처럼 “어떤 사람이건 사랑을 하게 마련이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고 싶어 한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다른 이의 마음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드러난 문제점의 대안을 고민한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하지만 애써 노력해서 얻은 이해는 곧잘 치명적 좌절로 끝난다.

     

     

     


    소설 말미 박 씨는 ‘폴리아모리(polyamory·동시에 여러 사람과 연애하는 것)’에 대한 정리를 어쩔 수 없이 해치운 숙제처럼 짤막하게 실었다.

     

    이 소설이 결혼에 대한 통념에 정색하고 저항하는 제안이 아니라는 것을 장난기 어린 괄호 속 추임새에서 확인할 수 있다.

    “미국에서의 집단혼() 연구 결과를 보면 그들은 교육 수준이 높고(학교에서 대체 뭘 배운 거냐), 정상적인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그럴 리가!), 자유주의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한다(망할 놈의 자유주의).”

    아내와 결혼한 또 다른 남편은 아내와 비슷한 자유주의자다.

     

    두 명의 보헤미안에게 휩쓸려 위태롭게 표류하는 덕훈의 시선은 우디 앨런 감독의 최근 영화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 위에 덧대 볼만하다.

     

    보헤미안 부부와의 폴리아모리 세계로 일탈했다 돌아온 이 영화 속 여주인공들의 얼굴에는 피곤이 가득하지만 불만스런 기색이 없다.

     

     



    배우자가 된 연인이 들이민 엄청난 요구사항. 예상 못한 불균형을 어떻게 해결할까. 행복을 위한 노력과 고민은 복잡하게 방향을 꺾으며 가지를 친다.

     

    소설은 결말을 뚜렷하게 정리하지 않는다.

     

    박 씨는 “어떻게 해야 행복해질 수 있을지 모른다고 해서 생각과 행동을 멈춰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결혼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상하고 결혼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일단 저지르고 본다.

     

    예상할 수 없기에 모든 결혼은 두근두근 흥미롭다. 결말과 상관없이.


    손택균 기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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