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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식의 재발견 30선]매콤 달콤 쌉쌀한 음식의 역사-문화
    논술(설.문)독서도서詩소설수필연설 2008. 10. 14. 07:54

     

     

     

    [음식의 재발견 30선]매콤 달콤 쌉쌀한 음식의 역사-문화


     
    ‘2008 책 읽는 대한민국’의 여섯 번째 시리즈로 ‘음식의 재발견 30선’이 7일 새로운 닻을 올린다.

    이번 시리즈는 올해 ‘새 대통령에게 권하는 책 30선’ ‘인문과 자연의 경계를 넘어 30선’ ‘마음을 어루만지는 책 30선’ ‘여행길, 배낭 속 친구가 되어주는 책 30선’ ‘근대의 풍경 20선’에 이어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책들을 모았다.

    이 시리즈에서 다룰 예정인 30권의 책은 교보문고와 인터넷서점 Yes24의 도서담당 매니저의 도움을 얻어 동아일보 문화부 출판팀이 선정했다.

    음식을 소개하는 책 가운데 음식의 이면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볼 수 있는 책들을 선정했다. ‘음식 그 상식을 뒤엎는 역사’(창해) ‘누들-세계의 식탁을 점령한 음식의 문화사’(시공사) 등 음식의 역사나 문화적 배경을 밝히는 책들과 ‘잡식동물의 딜레마’(다른세상) ‘독소-죽음을 부르는 만찬’(랜덤하우스코리아) 등 인간이 먹는 음식에 숨겨진 뒷이야기를 파헤치는 책 등이다.

    최근 국내에서는 ‘참살이(웰빙)’ 열풍에 이어 중국에서 불어온 ‘멜라민’ 공포로 음식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상태다. ‘당신의 삶을 바꿀 12가지 음식의 진실’(사이언스북스)의 저자 질 풀러턴스미스는 “얽히고설킨 채 나도는 수없는 이야기 탓에 현대인은 음식을 선택하는 데 공포증이 생길 정도”라면서 “제대로 된 정보를 통해 혼돈을 떨치고 음식이 지닌 긍정적인 잠재력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음식은 인간의 필수 욕구 중 하나여서 이번 시리즈를 통해 음식과 관련된 문화와 철학도 가늠할 수 있다. ‘패스트푸드의 제국’(에코리브르)을 쓴 미국 저술가 에릭 슐로서는 “인간이 무엇을 먹는지를 알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면서 “별다른 생각 없이 먹고 마시는 음식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주변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음식의 재발견 30선’은 ‘음식 이야기-한 미각 탐험자의 별미의 과학’(살림)을 첫 권으로 7일 소개한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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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의 재발견 30선]<1>음식 이야기-한 미각 탐험자의 별미의 과학


     


    《“유행에 민감한 패션과 마찬가지로 음식도 유행을 탄다. 요즘처럼 먹을거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갑자기 커진 적도 없는 것 같다. 이것은 단지 시작에 불과하며, 앞으로 사람들이 미각에 대해 혹은 음식과 관련해 건강을 추구하는 분위기는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 본다. 우스갯소리로 ‘알약’으로 식욕을 해결하는 그런 시대가 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요리에 얽힌 ‘푸짐한 수다’

    매일 접하는 것이 각양각색의 밥상이지만 정갈하고 푸짐하게 차려진 음식을 접하는 것만큼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도 드물다.

     

    이런 음식을 두고 사람들은 작게는 흥미로운 대화거리에서 예술의 소재로까지 다양하게 활용해 왔다.


    100쪽 안팎의 얇은 문고판 시리즈인 이 책은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된 음식에 관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봤을 궁금증과 호기심들을 담았다.

     

    음식의 색깔은 영양소와 어떤 연관이 있을까, 레드와인실제로 건강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 것일까, 혹은 장수 식품이나 정력제로 쓰이는 음식들은 실제로 어떤 효능이 있을까….

     

     

     

    전문적인 내용보다는 음식에 관한 상식과 실용적인 정보 위주로 써서 쉽게 읽힌다.


    음식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우선 좋은 음식을 먹는 것 또한 공덕을 쌓는 일 중 한 가지로 보는 사찰 음식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갈수록 편리해진 사람들의 삶에서 우리가 먹는 음식 역시 과하게 기름지고 사치스러운 것이 돼 버렸다.

     

    현대인들은 필요 이상의 칼로리를 섭취한다.

     

    이런 모습을 비판적으로 돌이켜보기에 담박하게 만들어진 사찰 음식은 속가에서 사는 우리들에게도 귀감이 된다.

     

    버리는 부분 없이 먹기 위해 나물을 데친 물로 국이나 찌개를 끓이는 조리방식, 오신채(·불가에서 금하는 파, 마늘, 달래, 실파, 흥거 등 다섯 가지 채소를 이름)를 넣지 않고 만든 김치 등과 발우공양(스님들이 평소 식사하는 것)의 식문화는 흥미롭게 읽힐 뿐 아니라 생각할 거리도 던져준다.


    요즘 각광받는 ‘웰빙 푸드’를 색깔로 분류하기도 했다.

     

    빨강, 하양, 검정, 녹색, 노랑으로 분류되는 음식의 색깔은 저마다 우리 몸의 오장을 보호하기 위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붉은색 음식은 심장, 흰색은 폐, 검은색은 신장, 녹색은 간장, 노란색은 위장과 관련된다고 알려져 있다.

     

    어쩌면 가장 맛없어 보일 수 있는 검은색을 띤 음식이 최근에는 건강식으로 특히 각광받고 있는데 가령 검정콩, 검정쌀, 검정깨 등은 노화를 억제하고 암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붉은색 음식 역시 웰빙 푸드로 떠오르고 있는데 대표적인 예가 토마토다.

     

    토마토는 비만을 예방하고 피부 탄력에도 좋은 식품으로 꼽힌다.

     

    이 외에도 장수 식품, 인간이 가장 처음 먹게 되는 음식인 ‘초유()’의 효능, 채식문화가 발달한 한식의 우수성과 세계화를 위한 방안 등이 실려 있으며 한식과 어울리는 와인의 추천도 곁들였다.

     

    와인 편에서는 불고기, 갈비찜, 생선회 등 종류별 한식과 잘 어울리는 와인을 전문가들의 추천을 받아 제시했다.

    책을 읽고 나면 식사 자리에서 가벼운 대화에 적합한 화제를 풍부하게 이끌어낼 수 있을 듯하다.

     

    “어떤 색깔의 음식을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을 던져도 좋고 “강한 양념에 육질까지 묵직한 갈비찜에는 타닌 성분이 많은 보르도 지방의 레드와인이 무난하지요”라고 설명해도 좋을 듯하다.

    박선희 기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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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의 재발견 30선]<2>누들-세계의 식탁을 점령한 음식의…


     


    ◇누들-세계의 식탁을 점령한 음식의 문화사/크리스토프 나이트하르트 지음/시공사

    《“젓가락이 컵에 담기면, 젓가락은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스낵에 담기는 것일 뿐 아니라 4000년 이상 지속된 식품의 역사 속에 잠기는 것이기도 하다. 인류는 2005년 한 해 동안 850억 봉지의 인스턴트 면을 소비했다. 갓난아이와 에스키모 등을 포함해 한 명당 1년에 열두 봉지를 먹은 것이다. 2010년이 되면 한 명당 100봉지를 먹을 것이다.”》

    지역-계층 가로지른 국수의 역사

    이 책은 제목 그대로 ‘국수’로 통칭되는, 면 요리에 관한 책이다.

     

    이탈리아의 파스타, 베트남의 쌀국수, 일본의 라면, 한국의 냉면 등 세계의 국수는 종류도 많고 역사도 길다.

     

    저자는 이런 국수를 단순한 요리가 아니라 복합적인 문화 아이콘이자 세계를 잇는 역사적 산물로 파악한다.

     

    이러한 세계적 아이콘의 문화사를 다룬 책이 ‘누들…’이다.


    저자는 일본에 거주 중인 스위스 출신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스위스 라디오방송 DRS와 독일 국영 라디오방송을 거쳐 스위스 시사주간지 ‘디 벨트보헤’의 러시아 특파원 및 아시아 지사장, 미국 하버드대 연구교수 등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이렇게 세계를 돌아다닌 경험은 이 책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단순히 이론이 아닌, 세계 곳곳에서 국수를 소비하는 현장 체험을 책 속에 녹여 냈기 때문이다.


    국수의 문화사를 다루고 있다지만 저자에게 ‘누들’은 언제 어디서 처음 만들어졌는지가 중요하진 않다.

     

    오히려 이 ‘매개체’가 자연스레 녹아든 세계 각국의 문화를 살펴보는 데 주안점을 둔다.

     

     

    이 속에서 국수는 ‘4000년 이상 지속된 세계화의 산물’이자 그러한 세계화로 인해 생성된 ‘복합문화의 산물’이다.


    “국수는 고향인 중동에서 유럽으로, 그리고 기원전에 이미 아시아로 퍼졌다. 국수는 세계화의 초기 예로 인용될 수 있다.

     

    추측하건대 (국수는) 빵 이후로 ‘가장 오래된’, 그리고 공장에서 생산된 ‘최초의’ 가공식품일 것이다.”


    저자가 볼 때 실크로드는 비단길인 동시에 ‘누들로드’-실제로 이렇게 불린 적도 있다-이기도 하다.

     

    중동에서 시작해 세계로 펴져 나간 국수는 세계 곳곳의 다양한 문화 속에서 한 문화를 대표하거나 혹은 뒤섞이면서 복합문화의 절정을 보여준다.


    재미난 점은 국수의 대중화는 근대 도시의 성장과 궤적을 같이한다는 것이다.

     

    처음 유럽에 전해졌을 때만 해도 국수는 교황이나 국왕, 귀족이나 승려 같은 특권 계층만이 맛볼 수 있는 음식이었다.

     

    그러나 밀가루가 대중화하며 간편한 요리법과 짧은 조리시간과 맞물려 ‘누들’은 서민들의 요리로 변모한다.

     

    중세시대 이탈리아 나폴리의 파스타나 일본 에도시대의 소바 역시 그러했다.

     

    도시가 성장과 함께 노동력을 요구한 결과로 도시로 유입된 시골 출신의 가난한 노동자들에게 국수는 훌륭한 한 끼 식사로 자리 잡게 된다.

     

    한때 상류층의 전유물이던 국수가 지역을 가로지르는 여행에 이어 ‘계층을 가로지르는 여행’을 함으로써 서민들의 음식으로 바뀐 것이다.

     

    이는 다시 20세기 아시아인들의 미국 이주라는 대륙 이동을 따라 국수는 ‘패스트푸드’로 다시 발돋움한다.

    ‘누들…’은 문화사를 다룸에도 무겁지 않고 현장 냄새가 생생하다.

     

    저자의 중국인 아내, 딸 미오와 함께 떠난 음식 여행기처럼 즐겁고 유쾌하다.

     

    그런 편안함 속에서도 국수의 역사적 문화적 면모도 알차게 담겨 있다.

    정양환 기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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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의 재발견 30선]<3>한국음식, 그 맛있는 탄생


     


    한국음식, 그 맛있는 탄생/김찬별 지음/로크미디어

    《“한때 우리나라는 채식을 국가 시책으로 삼았다. 전 국민이 채식만 했다. 믿기 어렵지만 사실이다. 하지만 근래의 일은 아니다. 약 1000년 전의 옛날, 불교문화가 성행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불교가 국가의 통치이념으로 자리를 잡게 된 통일신라시대에는 전 사회적으로 살생이 금지됐다…수백 년간 채식 위주의 식생활을 하던 고려인들이 육식을 재개한 계기는 몽골의 침략이었다.”》

    조선초 김치엔 고춧가루가 없었다

    고추. 우리 고유의 전통 음식 재료로 꼽을 만하다.

     

    고추를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을까.

     

    우리의 매운맛을 대표하니 삼국시대나 고려시대 정도부터가 아닐까.

     

    이 책에 따르면 고추는 17세기에 들어왔다.

     

    18세기가 돼서야 처음으로 고추를 음식에 사용한 기록이 나타난다.

     

    18세기에 김치는 벌겋지 않았던 것이다.


    저자는 한국의 전통 음식이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에게만 있었던 고유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중국 일본 등 이웃나라, 여러 문화와 교류하고 전래되는 과정에서 우리 음식이 됐다는 것이다.

     

    고추는 임진왜란 이후 수입됐고 20세기 서양식 음식이 한국화한 것도 많다.

     

    이 모든 것이 우리 음식이다.

     

    인터넷 블로거이자 번역가인 저자는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우리 음식들의 유래를 찾아 나섰다.

     

    자장면, 튀김, 제육볶음, 삼겹살, 김밥, 냉면, 육개장, 된장찌개 등이다.


    “중국에는 자장면이 없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저자는 우리가 먹는 자장면 맛과는 좀 다르지만, 중국에도 자장면이 있다고 설명한다.

     

    춘장이 적은 중국의 자장면은 베이징과 산둥 성 일대에서만 먹는 음식인데 중국에서는 우리나라만큼 인기 있는 음식이 아니다.

     

    일부 지역의 일부 식당에서만 팔기 때문에 저자는 “중국 인구는 한국의 30배나 되지만 자장면이 팔리는 양은 한국보다 적을 것”이라고 말한다.


    자장면은 언제 한국에 들어왔을까.

     

    대한제국말 개항기의 인천. 산둥 성 지역의 중국인들이 인천에 들어오면서 차이나타운이 생겼다.

     

    자장면은 가난한 중국인 노동자들이 먹던 고향 음식이었다.


    김밥은 언제부터 먹었을까.

     

    한국과 일본이 유독 김을 즐긴다.

     

    우리의 경우 15세기 지리서인 동국여지승람 등에서 김을 채취하거나 양식했다는 기록이 등장한다.

     

    종이처럼 건조시킨 김은 언제부터 먹었을까.

     

    저자는 기록을 바탕으로 19세기 중반부터라고 추정한다.

     

    당시의 세시풍속서인 동국세시기에는 “취나물을 볶고 김을 구워 취나물과 김으로 오곡밥을 싸서 먹는다”라는 기록이 나온다.

     

    그러나 김밥에 대한 직접적인 기록은 일제강점기까지도 등장하지 않는다.

     

    반면에 일본에서는 18세기 풍속화 등에서 이미 김밥에 대한 기록이 등장한다.

     

    일본식 김밥 ‘노리마키 스시’는 식초로 간을 한 밥 속에 재료를 넣고 김으로 돌돌 만 음식이다.

     

    저자는 이를 바탕으로 김밥은 자생적이라기보다는 일본의 영향을 받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한다.

     

    된장찌개는 어떨까. 된장과 간장이 구분된 것은 조선시대로, 당시의 옛 조리서들은 간장 된장 담그는 법부터 실제 조리에 사용하는 법까지 기술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당시 된장은 기름진 음식의 향신료로 사용됐다.

     

    국이나 찌개 형태로 사용됐다는 기록은 19세기 말의 요리책 시의전서()에 등장한다.

     

    그런데 일제강점기까지만 해도 된장찌개에 기름과 고기를 넣어 지금과는 다른 형태였다.

    별 생각 없이 먹어 왔던 우리 음식들의 유래와 변천 과정을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윤완준 기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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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의 재발견 30선]<4>음식사변


     


    《“생활이 여유롭고 근심이 없는 곳, 미래가 확실하게 보장되는 곳, 운명의 장난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은 곳에서 요리법은 크게 발전하게 마련이다. 요리는 맛을 아는 사람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유쾌한 만족감을 준다.”》

     



    배가 비면 정신도 빌 수밖에…

    이 책은 음식 칼럼니스트인 저자가 동서고금의 음식에 관한 짧은 에세이를 모은 책이다.

    맹자, 플라톤 등 고대의 사상가부터 에밀 졸라, 뒤마 같은 소설가 등 미식가들이 음식에 대해 느낀 진솔한 생각들이 담겼다.

    프랑스의 소설가 발자크는 “배가 비어 있으면 정신도 빌 수밖에 없다”는 말로 미식을 옹호한다.

     

    그러고는 부와 쾌락을 경멸하고 금욕과 중용을 찬성한 사람들은 분명 식욕이 없었을 것이라고 비꼰다.

     

    “식탁은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이자 기쁨과 동지애를 느낄 수 있는 장소다.

     

    식탁은 평화의 기쁨과 용기의 열정 그리고 전사의 덕을 한데 모은다.”


    반면 그리스의 전기 작가 플루타르코스는 지나치게 호화로운 연회는 사치라고 일침을 가한다.

     

    그가 겨냥한 사람은 로마 공화정 시대의 정치가 루쿨루스. 플루타르코스는 매일 화려한 연회를 여는 루쿨루스에 대해 “그의 일상 연회는 허식 가득한 사치 자체였다.

     

    붉은 식탁보에 보석 박은 접시, 춤과 막간의 여흥 그리고 어마어마하게 세련된 요리, 이 모두를 서민이 보았다면 감탄과 시샘을 동시에 느끼고도 남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루쿨루스에 대한 일화도 소개한다.

     

    루쿨루스는 날마다 로마를 찾아온 그리스인들을 초대해 엄청난 비용의 연회를 베풀었는데 하루는 혼자 저녁을 먹었다.

     

    하인은 연회처럼 사치스러울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고 비교적 간소하지만 루쿨루스 혼자 먹기에는 충분히 잘 차린 상을 내놨다.

     

    상 앞에 앉은 루쿨루스, 호통을 친다.

     

    “너는 루쿨루스가 루쿨루스와 정찬을 함께하는 것을 몰랐단 말이냐?” 이 말은 로마 전체에 퍼졌다.


    18세기 프랑스의 미식가로 유명한 브리야사바랭은 17세기 유럽에 처음 초콜릿이 소개됐을 때를 떠올린다.

     

    초콜릿을 접한 스페인 숙녀들은 하루에 몇 번씩 초콜릿 음료를 마시는데도 만족하지 못했다.

     

    교회에서도 신도들에게 초콜릿을 대접할 정도로 인기였다.

     

    그런데 당시 금욕을 강조한 교회는 초콜릿에 대한 욕구를 참지 못하는 신자들이 못마땅했던 모양이다.

     

    “이러한 육체의 욕구를 참지 못하는 광경에 주교단이 진노하는 일이 있었다.”

     

    그러나 결국 교회는 초콜릿의 인기와 타협했다.

     

    단식해야 하는 날에도 제조 과정에서 물이 들어간 초콜릿은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맹자는 음식을 빗대 올바른 통치의 도()를 강조한다.

     

    “정부가 농번기에 들판에 나가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지 않는다면 백성들은 먹고 남을 만큼 곡식을 거둘 것이다.

    고기를 낚을 때 너무 촘촘한 그물을 쓰지 못하게 하면 후에 백성들에게 돌아가는 생선은 더 많아질 것이다…

    70세 노인들이 비단옷을 입고 고기를 먹으며 일반 백성들은 춥지도 배고프지도 않다면, 그 나라의 왕은 성군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당시 현실은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

     

    맹자는 이어서 “가난한 사람들이 굶어 죽어 나가는데도 창고를 열어 구제할 줄 모르며, 백성들이 죽어 나가도 ‘내 책임이 아니다.

     

    흉년이 든 탓이지’라고 쉽게 말한다”고 한탄했다.

     

    그는 통치자들에게 “흉년 핑계만 대지 말라.

     

    그러면 온 백성이 네 편에 설 것”이라고 말한다.

    윤완준 기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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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의 재발견 30선]<5>로컬 푸드


     


    로컬 푸드/브라이언 핼웨이 지음/시울

    《로버트 소머즈는 고속도로에서 갓 수확한 토마토를 몇 미터 높이로 적재한 18륜 트레일러 뒤를 따라 운전한 적이 있었다. “트레일러가 시속 90km로 모서리를 돌자 토마토 몇 개가 트럭 위에서 떨어졌는데 도로에 맞고는 튀어 오르는 겁니다!” 얼마나 기묘한 장면인가!》

    생물-문화 다양성 지키는 지역 먹을거리

    ‘먹을 음식이 없다.’ 이토록 풍요로웠던 시대가 없었음에도 우리는 역설적인 고민에 빠져 있다.

     

    어디서 어떻게 재배됐는지, 누가 무엇을 첨가했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수송됐는지 정체불명의 식재료가 넘치기 때문이다. 개인의 노력으로 유해한 음식을 피한다는 게 어려울 만큼 우리가 먹는 음식은 세계 식량 체계의 한 부분으로 편입돼 있음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오늘날 세계 식량 체계는 지역 생산자들을 소외시키고 소비자들에게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음식을 줄 뿐 아니라 불필요한 수송과 운반 과정에서 화석연료 에너지를 소비하게 한다는 것이다.

    민간환경연구기관인 미국 월드워치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인 저자는 월마트를 예로 들며 이러한 대규모 체인슈퍼마켓들이 농민 간의 경쟁을 부추겨 수익을 저하시키고 지역의 소규모 상점을 도산으로 몰아감으로써 결과적으로는 지역 경제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체계하에선 공장의 효율성 논리를 도입한 산업형 농업 외 전통적인 가족농은 소멸되고 만다.

     

    일부 지역에서만 농산물이 생산되는 것은 생물의 다양성에도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이런 문화는 음식문화도 획일화해 지역의 다양한 음식문화를 사라지게 한다.

     

    ‘오븐이나 전자레인지로 요리할 수 있고 매번 정확하게 같은 맛을 내는 표준화된 제품’이 대형 마트에서 판매되고 소비자들이 여기에 길들여지기 때문이다.


    식료품의 신선도와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것도 문제다.

     

    장거리를 이동한 음식물은 박테리아, 유전자조작, 잔류농약 등 의도적 또는 비의도적인 위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상하지 않는 샌드위치, 3층에서 떨어져도 멀쩡한 토마토와 방부제를 친 음식을 우리가 소비하고 있다는 사실은 경각심을 일깨운다.

     

    저자가 주목하는 대안은 지역에서 생산한 식재료를 지역 소비자들이 소비할 수 있도록 하는 ‘로컬 푸드’다.

     

    지역 먹을거리 영역을 재건하자는 것이다.

     

    이 방법이 신선한 음식을 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지역 내 인력을 고용할 수 있고 자금 순환도 원활해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소비자 역시 생산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고 음식이 어떤 경로를 거쳐 밥상에 오르게 됐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

     

    브라질 벨루오리존치의 도시농업(도시 주변에서 농업을 하는 것)이나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시작된 농민장터(농민들이 직접 시장을 꾸려 소비자와 만나는 것) 등은 대안이 된다.

    저자는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슬로푸드 운동을 소개하며 인공의 속도가 아니라 자연의 속도에 의해 재배된 음식이 미치는 긍정적인 결과도 알려준다.

     

    슬로푸드는 단순히 패스트푸드의 반대말이 아니라 생물, 문화의 다양성을 보존하고 지역 먹을거리를 살리는 운동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운동이 학교급식 등으로 확산될 때 농민, 도시민뿐 아니라 환경적으로도 바람직한 먹을거리 문화가 정착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박선희 기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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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의 재발견 30선]<6>음식잡학사전-음식에 녹아 있는…


     


    음식잡학사전-음식에 녹아 있는 뜻밖의 문화사/윤덕노 지음/북로드

    《“토마토가 ‘독이 든 열매’에서 ‘최음제’가 된 이유는 통역상의 오류 때문에 벌어진 해프닝이었다고 한다. 여행 중이던 한 프랑스인이 이탈리아 주방장에게 어떤 음식이냐고 물었고 이 주방장이 불어로 ‘무어인의 사과(Pomme de Moors)’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프랑스인이 이를 ‘사랑의 사과(Pomme d’Amore)’로 잘못 알아들었고 최음제로 여겼다는 것이다.”》

    바닷가재, 개척시절엔 노예음식

    낯선 사람과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음식의 유래와 관련된 고사나 일화를 꺼내면 서먹한 분위기가 풀린다. 음식에 대한 관심이 보편적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저자가 20여 개국을 여행하며 먹었던 각국 음식의 유래와 역사, 에피소드와 문화가 담겨 있다.

     

    ‘역사 속의 한 장면’ ‘원조와 어원’ ‘음식남녀’ ‘전쟁과 도박’ ‘황제의 음식’ ‘건강과 소망’ 등 6개 부문으로 나눠 68종의 음식에 얽힌 문화사를 짚었다.


    요즘 고급 요리로 인식되는 ‘로브스터(바닷가재)’는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기 전 미국에서는 가난의 상징이었다.

     

    초기 개척 시절 미국에는 빵이 모자랐고 농장 일꾼이었던 가난한 이주민들과 노예들은 배고픔에 시달렸다.

     

    농장주들은 그들에게 “빵이 없으니 로브스터를 먹어라”고 말했다.

     

    매사추세츠의 한 농장에서는 하인들이 ‘일주일에 세 번 이상 로브스터를 식탁에 올리지 않는다’는 노동계약을 얻기 위해 파업을 하기도 했다.

     

    당시 미국에서 로브스터는 가난한 집 어린이나 하인, 죄수들이 먹는 음식이었다.


    창세기에 나오는 이브의 사과, 만유인력을 생각해 낸 뉴턴의 사과, 세잔이 그린 사과, 빌헬름 텔이 아들의 머리 위에 올려 두었던 사과, 스피노자의 사과 등 다양한 사과와 관련된 이야기도 등장한다.

    개고기 요리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 있다.

     

    한나라 고조 유방이 천하를 통일한 뒤 부하 장수인 번쾌가 잡아 요리해 준 개고기를 먹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는 일화부터 정조 19년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에 올랐다는 개고기찜 기록을 소개했다.

     

    한나라 무덤인 ‘마왕퇴’에서 나온 죽간에도 개고기를 이용한 음식이 소개된 것으로 미루어 한나라 왕족과 귀족도 개고기를 먹었을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우리에게 친숙한 음식 이름의 유래도 찾아간다.

     

    ‘짬뽕’은 1899년 일본의 나가사키에서 중국 음식점을 경영하던 천핑순이라는 화교가 처음 만들었다.

     

    그는 안면이 있는 중국인 손님들에게 “너 밥 먹었느냐”라고 인사했다.

     

    가난했던 중국 유학생들과 노동자들의 최대 관심사가 끼니를 때우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표준 중국어로는 “츠판”이라고 말해야 했지만 그는 고향 푸젠 성 사투리로 “샤뽕”이라고 물었다.

     

    이를 일본 사람들이 중국식 우동의 이름이라고 생각해 ‘찬폰’이라고 부르면서 국수 이름으로 굳어졌다.

     

    일본어 ‘찬폰’이 한국으로 건너오면서 다시 ‘짬뽕’으로 바뀌었다는 것.

     

    음식의 유래와 변화를 설명하는 데 여러 가설이 혼재된 경우가 많다.

     

    저자는 이 때문에 가급적 ‘설’에 의존하지 않고 자료에 충실하려고 했다고 말한다.

    먹지 않으면 살지 못하는 인간의 역사는 곧 음식의 역사다.

     

    저자는 서문에 “사람이 살아가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의식주에는 인류의 문화와 역사가 고스란히 배어 있다”고 썼다.

    조종엽 기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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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의 재발견 30선]<7>에도의 패스트푸드


     


    에도패스트푸드/오쿠보 히로코 지음/청어람미디어

    《“화재로 늘 복구공사가 끊이지 않았던 에도에는 ‘쇼쿠닌(목수·미장이·노무자 등)’이라는 장인이 많았는데, 이들 장인들에게 손쉽고도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포장마차의 먹을거리는 안성맞춤이었다. 게다가 지나치게 배가 부르면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으므로 적당히 먹은 상태에서 일을 할 수가 있어 능률적이기도 했다. 이처럼 당시의 서민들과 떼려야 뗄 수 없었던 포장마차의 음식이 바로 패스트푸드라고 할 수 있다.”》

    포장마차 서민음식의 뿌리는

    이 책은 우리에게 친숙한 일본의 대표적 음식인 ‘덴푸라(튀김)’ ‘스시(초밥)’ 등에 관한 책이다.

     

    그리고 이들 음식이 탄생한 에도 시대라는 시공간의 생활사를 다룬 보고서다.

     

    일본 단기대 생활과학과(식물영양학 전공) 교수인 저자가 에도 시대 식문화를 지속적으로 연구해온 결과를 담았다.


    저자는 먼저 이 음식들을 이해하기 위해선 당시 사회적 상황을 살피라고 권한다.

     

    에도 시대는 일본에서는 국가의 정체성이 형성된 시기였다.

     

    1590년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지금의 도쿄인 에도 성에 입성해 1603년경 세이이타이쇼군으로 에도 막부를 열었으며 이후 260여 년간 에도는 도쿠가와 정권의 중심에 있었다.


    에도는 오랜 전통을 지닌 교토나 나라와 달리 ‘성문 밖에는 억새풀 따위의 이엉으로 지붕을 인 집들이 100여 채 들어서 있던’ 별 볼일 없는 시골이었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천하의 중심지가 된 것이다.

     

    이 신흥도시 인구는 최대 100만 명까지 늘어났다.

     

    당시 런던 인구가 70만 명 정도였다.


    그러던 에도에서 1657년 ‘메이레키 대화재’가 발생한다.

     

    에도 시내 70%가량을 태워버린 대형 참사였다.

     

    그 결과 도시 복구 겸 제대로 된 수도 조성을 위해 전국에서 장인들이 모여들었고 화재가 잦은 에도에 빈터를 상가로 조성하며 번화가가 형성된다.

     

    에도로 올라온 이들은 대부분 가족과 떨어져 혼자 일을 찾아온 남성이었다.

     

    혼자인 남성이 으레 그렇듯, 이들에게 끼니를 해결하는 문제는 만만치 않았다.

     

    에도의 패스트푸드는 이런 사회적 필요에 의해 생겨났다.


    무엇보다 패스트푸드 인기는 에도라는 도시의 문화를 결정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신흥도시니만큼 에도는 특별한 문화라는 게 없었다.

     

    도시 초기에 물자 자체를 교토나 오사카 지역에 의존했으며 문화 역시 옛 도시의 ‘고급 귀족 문화’ 영향 아래 있었다.

     

    하지만 덴푸라 스시 소바 등으로 대변되는 독특한 먹을거리가 인기를 끌면서 에도는 ‘서민이 주도하는’ 문화로 바뀌게 된다.

     

    즉, 멜대를 메고 돌아다니는 행상과 포장마차 등이 도시의 주요 풍경이 되고, 결국 서민음식은 상류층까지 포괄한 대중음식이자 국민음식으로 번지게 된다.

     

    ‘에도의 패스트푸드’는 국내 독자에게 재밌는 일본 음식에 대한 정보를 전해줄 뿐 아니라 음식의 연원과 관련한 비교적 정확한 정보와 세세한 수치도 함께 담았다.

    책에서 언급했듯 음식은 ‘인간이 살아가는 땅 위에서 오랜 세월 엄청난 비용을 들여 가꿔 온 역사와 문화의 결정체’다.

     

    한 사회의 먹을거리 역사를 살피는 것은 역사의 결정체를 가늠할 수 있는 길이다. ‘에도의 패스트푸드’는 그 연구의 의미를 일러준다.

    정양환 기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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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의 재발견 30선]<8>한국음식 오디세이


     


    한국음식 오디세이/정혜경 지음/생각의나무

    《“한국 음식의 우수함은 대부분이 동의한다. 그런데 왜 여전히 우리 음식은 외면당하고 있을까. 이제 음식은 더 이상 생존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적인 코드의 일종인데, 아직 한국 음식은 문화적인 코드로는 정착되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

    우리음식 핵은 김치도 된장도 아닌 □!

    호서대 식품영양학과 교수인 저자는 한국 음식이 세계화에 성공하지 못한 현실을 안타깝게 여긴다.

     

    세계 식탁에서 자연식, 건강식이 화두인 요즘 한국 음식만큼 그 화두에 들어맞는 음식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저자는 한국 음식을 ‘한국 문화의 진수’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한국 음식의 가치를 세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게 곧 한국 문화의 세계화라는 것이다.


    저자는 우선 우리 스스로 한국 음식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며 이 책을 썼다.

     

    “요리법에 대한 책은 많지만 한국 음식의 특성과 원리, 철학 등 한국 음식의 정체성을 파헤친 책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정체성을 찾기 위한 첫 단계는 우리 전통 음식의 특징을 살피는 일.

     

    그 가운데서 저자는 궁중음식과 이를 이어받은 반가()음식에 주목했다.


    궁중음식은 드라마 ‘대장금’을 통해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졌다.

     

    저자는 “‘대장금’은 궁중음식을 나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궁중음식에 담긴 문화적 속성을 재해석했다”고 평가했다.

     

    저자가 첫손에 꼽은 속성은 ‘약식동원()’이라는 사상. ‘약과 음식은 근본이 동일하다’는 뜻으로 음식이 영양을 보충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몸을 고칠 수 있는 기능까지 갖고 있다는 의미다.


    대표적인 궁중음식으로는 두부전골을 들었다.

     

    육식을 못하는 승려들이 단백질을 섭취하려고 콩을 가공해 만든 두부전골이 궁중으로 전해져 대표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궁중음식은 서울의 양반가로 전해져 반가음식의 토대가 됐다.

     

    서울 반가음식의 특징은 까다롭고 복잡한 조리 과정을 거치면서도 ‘식품 재료의 맛을 잘 발현하도록 한다’는 원칙에 충실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세시풍속에 맞춰 먹는 음식도 소개한다.

     

    우리 조상들은 설에는 떡국을 먹고 정월대보름에는 오곡밥과 약식, 음력 3월 3일 삼짇날은 진달래화전과 개피떡을 해 먹었다.

     

    섣달그믐 때는 묵은해의 음식을 정리하기 위해 오늘날의 비빔밥에 해당하는 골동반을 만들어 먹었다.


    한국 음식의 우수성을 담고 있는 고()조리서를 다룬 장에서 “엄격한 유교 국가였던 조선시대에 음식 관련 책을 남성들이 많이 썼다”고 소개한 대목도 흥미롭다.

     

    저자는 1400년대 중반 집필된 ‘산가요록()’을 최초의 조리서로 꼽았다.

     

    의관()으로 봉직한 전순의가 쓴 것으로 200여 가지의 조리법과 채소 과일 생선 등 보관법 27가지가 기록돼 있다.


    저자가 무엇보다 한국 음식의 최고봉으로 밥을 꼽은 대목은 밥상의 주인은 밥이라는 말과 상통한다.

     

    “흔히들 한국음식을 말할 때 된장과 같은 발효 음식과 김치 같은 매운 음식을 얘기하는데 이는 한국 음식의 핵을 보지 못한 견해다.

     

    한국 음식의 최고봉은 무엇보다 밥이다.

     

    밥을 먹기 위해 김치나 간장 같은 발효 음식을 반찬으로 먹는 것이지 반찬을 먹으려고 밥을 먹는 게 아니다.

     

    다시 말해 밥 외의 부식은 밥이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금동근 기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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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의 재발견 30선]<9>음식혁명


     


    음식혁명/존 로빈스 지음/시공사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의 보통 어머니들은 자녀들이 담배를 피우는 것보다 채식주의자가 되는 것을 더 걱정했다. 전문상점에 가야만 유기농식품을 겨우 구할 수 있던 것이 바로 어제의 일이다. (…) 병원이 관상동맥증으로 입원한 환자들의 아침식사로 베이컨과 달걀, 마가린 바른 흰 빵에 잼을 제공하던 때였다. 질병을 일으키고, 자원을 고갈시키고, 동물들의 극단적인 고통을 수반하는 음식을 먹는 것을 당연시하던 시절이었다. 나는 인간과 식품, 지구의 관계를 새로 정립하는 것을 하나의 역사적 혁명이라고 생각한다.”》

    건강-환경 지켜주는 채식

    세계 50여 개국에 5800개 이상의 체인점을 둔 아이스크림 재벌 ‘배스킨 라빈스’의 유일한 상속자였던 저자는 아버지가 이룬 ‘아이스크림 왕국’ 계승을 거부하고 유제품과 축산물에 감춰진 사실을 세상에 알리는 환경운동가의 길을 택했다.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는 것은 건강과 환경을 위해 육식에서 채식으로 식생활을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책 중간 중간에 ‘누구의 말이 옳을까’라는 코너를 통해 육식옹호론자의 주장과 이에 반박하는 학계와 정부의 연구 결과를 나란히 제시한다.

    “지방이나 육류를 포함해 그 어떤 식이적 요인도 미국에서 발생하는 암의 발생과 조금이라도 관련된 것이 없다”는 미국 목축업자협회의 주장과 “저지방 채식 위주 식단은 심장마비 발생률을 85% 낮춰주며 암 발생률은 60% 낮춰준다”는 국립심장·폐·혈액연구소의 연구 결과를 함께 내놓는 식이다.

    또 세계암연구기금(WCRF)이 인용한 통계수치를 제시하며 인류의 식량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채식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2.5에이커(약 1만117m²)의 농경지에서 양배추를 생산하면 23명, 감자를 생산하면 22명, 쌀을 생산하면 19명이 먹고살 수 있지만 닭을 길러 고기를 얻으면 단 2명, 소를 키우면 겨우 1명이 먹을 고기가 나올 뿐이라는 것이다.

     

    매년 굶어 죽는 인구를 충분히 먹이는 데 필요한 곡물 1200만 t은 미국인이 쇠고기 소비를 10%만 줄이면 얻을 수 있는 분량이다.


    건강뿐만 아니라 환경을 위해서도 채식은 중요하다.

     

    채식 위주의 식단으로 전환하는 것이야말로 현재 멸종위기에 몰렸거나 위협을 받고 있는 수많은 생물을 구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미국과 열대우림지역 등에서 멸종되는 생물이 증가하는 주요 원인은 야생동물 서식지의 파괴라고 말한다.

     

    미국의 권위 있는 과학자단체인 ‘걱정하는 과학자 모임(UCS)’의 연구결과를 인용해 1파운드(약 0.45kg)의 쇠고기를 생산할 때 환경에 미치는 피해가 같은 양의 파스타를 생산할 때의 20배에 이른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채식 식단을 짜는 데 필요한 도움말도 담았다.

     

    물은 많이, 소다수는 적게, 구운 감자는 많이, 감자튀김은 적게, 통밀은 많이, 도정된 밀은 적게 등의 원칙도 제시했다.

    동물의 사육환경 문제도 제기한다.

     

    짧은 시간에 많은 고기를 얻기 위해 소와 돼지, 닭 등을 옴짝달싹하기 어려운 ‘공장식 축산시설’에서 사육하고 도살하는 것은 잔인한 일이라는 것이다.

     

    3.5kg인 아기를 칠면조나 닭을 사육하듯 키우면 18주 만에 680kg에 이를 것이라는 말도 덧붙인다.

     

    공장식 대량생산이 아니라 가족영농으로 기르고 좀 더 인간적으로 도살하는 것이 최소한의 동정심이 아니겠느냐고 말한다.

    황장석 기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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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의 재발견 30선]<10>음식천국, 중국을 맛보다


     


    음식천국, 중국을 맛보다/정광호 지음/매일경제신문사

    《“중국여행을 다녀와서 ‘느끼한’ 음식 때문에 고생만 하다 왔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주인 없는 보물섬에 갔다가 빈손으로 돌아온 것과 같은 일이다. 중국 음식을 제대로 맛보기 위해서는 공부와 노력이 필요하다.”》

    궁중요리의 베이징, 음식백화점 상하이

    청나라의 전성기를 구가한 6대 황제 건륭제는 87세로 장수했다.

     

    그는 주식, 부식, 요리, 탕류 등을 합쳐 160여 종의 요리를 즐겼다고 한다.

     

    그가 좋아한 요리는 오리고기와 제비집 요리였는데 특히 콩류와 산나물은 거르지 않고 가까이했다고 한다. 아침저녁으로 뜨거운 국물의 국수를 거르지 않았다.


    ‘다리 달린 것은 책상과 의자를 빼고 모두 음식을 만든다’는 말처럼 중국은 각종 재료를 활용한 다양한 음식의 나라로 유명하다.

     

    그러나 정작 중국에 간 한국인들은 다양한 메뉴와 ‘느끼함’ 때문에 고생을 하다가 오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저자는 중국 음식은 모두 기름에 볶아 느끼하다든가 원숭이 골, 모기 눈알, 바퀴벌레 등 독특한 재료들만 부각되면서 생긴 오해와 편견도 있지만 중국 음식 문화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번역가이자 중국 대중문화 전문가인 저자도 기름진 음식과 수백 가지 메뉴 때문에 고생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주문을 했을 때 예상한 것과 전혀 다른 음식을 먹은 적도 수없이 많았다.


    저자는 중국의 양대 도시인 베이징과 상하이의 요리를 비교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정치 문화의 중심지 베이징에서는 진귀한 재료를 사용한, 화려하고 영양의 조화를 중시하는 궁중 음식이 발달했다.

     

    또한 차갑고 건조한 기후 때문에 튀김이나 볶음 요리 같은 고칼로리 음식이 많다. 상하이는 일찍 개방된 덕분에 ‘음식백화점’이라는 별명처럼 다양한 종류의 재료와 음식이 발달했다.


    한국에서 대표적인 중국 요리로 자리 잡은 자장면으로 중국 음식에 대한 이해도를 설명하는 부분도 흥미롭다.

     

    저자에 따르면 ‘중국에는 자장면이 없다’(초보), ‘중국에도 자장면이 있다’(발전), ‘중국 본토 자장면은 한국 자장면과 다르다’(심화) ‘한국 자장면의 원조는 중국 산둥이다’(원숙)라고 한다.


    중국 자장면은 국수 가락이 납작하고 찰기가 없어 칼국수 면과 비슷하다.

     

    둥글고 탄력 있는 수타면을 기대하고 갔다면 실망하기 마련.

     

    베이징 자장면은 잘게 썬 여러 종류의 야채와 춘장을 각각 자기 입맛대로 국수 위에 얹어서 비벼 먹기도 한다.


    저자는 중국 음식이 발전한 데에는 실수와 우연이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고 설명한다.

     

    쓰촨 성의 ‘위상러우쓰’(돼지고기 야채볶음)는 우연히 생선 양념이 남아 다른 요리에 넣었다가 만들어졌고, ‘자오화지’(거지닭)는 거지들이 닭을 훔쳐와 진흙을 발라두고 땅속에 파묻어 숨겨두었다가 구워 먹은 데서 유래가 됐다.

     

     

    책은 ‘향미색형양의()’, 향과 맛, 색깔과 모양, 영양과 의미를 중시한다는 중국 음식 문화의 계보, 간식 문화와 음료, 소수민족 음식, 문학작품 속 음식 문화까지 다양한 설명을 넣었다.

    책을 소개하는 글에는 “실제 중국의 식당에서 당신이 원하는 음식을 주문하는 방법을 알려드립니다”라고 되어 있지만 방대한 역사 지리 사상이 들어간 이 책은 음식 주문 요령서를 넘어 백과사전식 중국 음식 문화사에 가깝다.

    유성운 기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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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의 재발견 30선]<11>진짜 세계사, 음식이 만든 역사


     


    진짜 세계사, 음식이 만든 역사/21세기 연구회 지음/베스트홈

    《“문학 방면에서 요리계에 이름을 떨친 인물로는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저자인 알렉상드르 뒤마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오늘날 일반 요리 사전에는 ‘뒤마 식의 오마르’라는 요리명이 나온다. 또한 몽테크리스토의 이름도 케이크나 최고급 하바나산 시가의 브랜드가 되어 있다. 하지만 뒤마 본인은 ‘장 자크 루소식 양의 넓적다리 고기’ 등의 예를 들며 ‘요리 이름에 일부러 위인들의 이름을 쓰는 것’은 이상한 풍조라고 비판했다.”》

    아일랜드 독립 숨은 공신, 감자

    19세기 중반, 미국의 휴양지인 새러토가 스프링스의 식당 요리사인 조지 크럼은 심기가 불편했다.

     

    프렌치프라이가 너무 두꺼워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손님이 불평한 것이었다.

     

    크럼은 감자를 평소보다 더 얇게 썰어 튀겼지만, 그래도 손님은 만족하지 않았다.

     

    화가 난 크럼은 화풀이로 감자를 종잇장처럼 얇게 썰어 포크로 찌를 수 없을 만큼 바삭바삭하게 튀겨 손님에게 내놓았다.

     

    그런데 크럼의 생각과는 반대로 손님은 매우 맛있게 접시를 말끔히 비웠고, 그 후로 이 얇은 감자튀김은 ‘새러토가 칩’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순식간에 그 식당의 대표 메뉴가 됐다.

     

    이후 20세기 초 감자 껍질 벗기는 기계가 등장해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요리사의 화풀이로 생겨난 ‘포테이토칩’은 오늘날 전 세계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스낵이 됐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음식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음식과 요리에 얽힌 재미난 사례와 음식 지식을 담고 있다.

     

    ‘세계를 바꾼 신대륙의 식재료’ ‘요리의 국적’ ‘음식의 어원과 기원’ ‘미식가와 관련된 요리’ ‘음식을 둘러싼 속담’ 등 총 5장으로 구성됐다.

     

    역사학, 문화인류학, 고고학, 종교학, 생활문화사학을 연구하는 일본 학자 9명이 모여 만든 ‘21세기 연구회’가 썼다.

     

    읽기 쉽게 번역된 문장에 주석과 역주도 꼼꼼히 달았고 책 중간중간 음식의 이동경로를 표시한 지도도 실었다.

     

    감자는 음식 하나가 세계 식문화를 어떻게 바꾸고, 나아가 세계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남미 한랭한 고지대에서 재배되다가 유럽으로 전해진 감자는 곡물을 대신한 전분식으로 북부 유럽의 농민을 만성 기아 상태에서 해방시켰다.

     

    굶어죽는 사람이 격감하며 출생률은 높아져 인구가 증가했다.

     

    특히 18세기 아일랜드의 농민은 1년 중 10개월은 감자와 우유로, 남은 2개월은 감자와 소금만으로 살았을 만큼 감자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감자밭에 전염병이 돌며 100만 명이 기근으로 희생됐고 이보다 많은 인구가 다른 나라로 이주했다.

     

    미국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아일랜드계는 이때 감자 기근을 피해 건너간 이주민의 자손이다.

     

    당시 아일랜드는 영국의 지배를 받았는데 감자 대기근에 대한 영국의 차가운 대응에 아일랜드인은 분노했고 결과적으로 아일랜드의 독립으로까지 이어졌다.

    음식과 관련된 각국의 속담이나 표현을 다룬 마지막 장도 흥미롭다. ‘모든 돼지에게 성 마틴의 날은 온다’(‘내가 한 일에 대해 언젠가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뜻의 스페인 속담), ‘빵과 소금은 거절할 수 없다’(접대를 거절하는 사람은 없다), ‘빵과 소금을 잊는다’(은혜를 잊는다) 등 빵과 소금이 들어간 러시아 속담, ‘오십보백보’에 해당하는 이탈리아 속담 ‘주파(수프)가 아니면 젖은 빵’ 등의 유래도 설명했다.

    강수진 기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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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의 재발견 30선]<12>당신의 삶을 바꿀 12가지 음식의 진실


     


    당신의 삶을 바꿀 12가지 음식진실/질 풀러턴스미스 지음/사이언스북스

    《“(영국 BBC의 ‘음식의 진실’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만드는 동안 나 자신부터 음식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지금 먹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그것이 어떤 효과를 미치는가 하는 데 이전보다 더 신경을 쓰게 되었고 식사 준비를 계획성 있게 하게 되었으며 장을 보러 가면 식품 포장지를 꼼꼼히 살펴보게 되었다. 음식이라는 주제에 그야말로 푹 빠져버린 것이다.”》

    브로콜리는 탁월한 ‘천연항암제’

    영국 BBC가 제작 방영한 과학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옮겼다.

     

    저자는 이 다큐멘터리의 책임자다.

     

    다큐멘터리는 영국, 미국, 덴마크의 20개 대학과 연구소, 병원의 영양학자와 의사가 참여했고 500여 명이 음식의 진실을 밝히는 실험에 참가했다.


    이 책은 건강해지기 위해, 살을 빼기 위해, 아름다워지기 위해 세상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사가 된 ‘음식 잘 먹는 방법’을 이런저런 수식어 없이 실용적으로 전달한다.

    ‘건강해지는 법’ ‘날씬해지는 법’ ‘아이를 제대로 먹이는 법’ ‘섹시해지는 법’ ‘최고가 되는 법’ ‘젊음과 미모를 유지하는 법’으로 주제를 나누고 주제마다 2가지 음식의 진실을 소개한다.

    ‘건강해지는 법’의 첫 번째 진실은 약물 도움 없이도 콜레스테롤 수치와 혈압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현생 인류의 등장 이후 인간 몸의 생리현상이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데 주목한다.

     

    선사시대의 우리 조상이 먹었던 식단에 도전해보는 것이다.

     

    고고학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초기 인류의 식단에는 섬유질 비중이 높았음을 알게 된다.

     

    운동량이 많은 야생동물을 잡아먹었기 때문에 지방이 적은 살코기를 먹을 수 있었다. 포화지방이나 트랜스지방보다 건강에 좋은 불포화지방을 많이 섭취할 수 있었던 것.


    다큐멘터리는 진화 초기에 인류가 먹었던 식단을 9명의 실험 참가자에게 제공했다.

     

    참가자들은 격리된 동물원에서 채소와 견과류만 날것으로 먹거나 조금씩 요리해 먹었다.

     

    고작 10일간의 실험이었지만 놀랍게도 10명 모두 콜레스테롤 수치가 처음보다 4분의 1이 줄었다.


    이 책은 또 다음과 같은 궁금증도 해소해 준다.

     

     ‘날씬한 친구는 케이크를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 찌는데 나는 한 조각만 먹어도 살이 찔까?’

     

    사람들은 이런 경우 흔히 날씬한 이들의 신진대사율(몸이 에너지를 소비하는 속도)이 살찐 사람보다 높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은 대형차가 연료를 많이 소비하듯 뚱뚱한 사람들의 신진대사율이 높다고 말한다.

     

    그러면 왜 살이 안 빠질까. 대답은 싱겁지만 정곡을 찌른다. 그만큼 많이 먹기 때문이다.

     

    하루에 물을 2L 마셔야 좋다는 통설도 반박한다.

     

    우리 몸이 섭취한 칼로리를 처리하기 위해 Cal당 1mL가 필요한데 하루 평균 식단이 2000Cal이므로 2L의 물을 마셔야 한다고 알고 있지만 우리 몸에 필요한 수분의 대부분은 섭취하는 음식에 이미 함유돼 있다는 것.

     

     

    실험 결과 물을 적게 먹든, 많이 먹든 몸 안 독소의 총량에는 별 변화가 없었다.

    현대인이 즐기는 독소 제거 프로그램보다 차라리 ‘천연항암제’인 브로콜리가 도움이 되고 다이어트하는 사람들이 기피하는 음식인 우유와 치즈는 풍부한 칼슘 덕분에 적당하게 섭취하면 살이 오히려 빠질 수 있다는 점도 소개했다.

    윤완준 기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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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의 재발견 30선]<13> 음식, 그 상식을 뒤엎는 역사


     


    음식, 그 상식을 뒤엎는 역사/쓰지하라 야스오 지음/창해

    《“카레라이스라고 하면 인도 요리 같지만 인도에는 카레라이스라는 요리가 없다. (…) 카레가 요리로서 유럽에 전해진 것은 1772년. 훗날 초대 벵골 총독이 되는 워런 헤이스팅스가 영국 동인도회사의 사원이던 시절에 대량의 마살라(향신료를 조합해 맷돌로 으깬 조미료)와 인도 쌀을 고국으로 가지고 돌아간 것이 시초다. 그는 인도인 요리사에게 카레(마살라)와 밥을 혼합한 음식을 만들게 해 왕궁의 리셉션에서 선보여 큰 호평을 받았다. 귀족 연회를 담당하던 클로스 앤드 블랙웰(C&B)사가 이 소문을 듣고 매운맛을 죽여 세계 최초의 카레 분말 개발에 성공했는데, 이것을 사용해 고기나 야채를 조리한 것이 영국풍 카레의 시초이고 카레라이스의 원조다.”》

    인도에는 카레라이스가 없다

    카레와 스시, 스파게티 등은 그 음식이 탄생한 지역과 국가를 넘어 세계인이 즐기는 음식이 된 지 오래다.

     

    인간이 한 끼 배를 채우는 단계를 넘어 풍요로운 식생활을 누리게 되면서 음식문화는 끊임없이 발전해 왔고 최근 급속히 국제화하고 있다.

     

    저자는 이처럼 알면 더 즐거운 음식과 관련한 다양한 상식들을 전한다.


    여행잡지 기자와 편집자를 거쳐 20여 년 동안 여행과 음식문화에 대해 글을 써 온 저자는 한 나라를 상징하는 음식의 숨겨진 이야기, 술과 관련된 역사, 음식에 대한 금기가 만들어진 배경, 식사문화 등의 소소한 얘깃거리를 풀어나간다.

    일본 전통 요리인 스시의 역사는 길지만 지금과 같은 형태의 스시가 등장한 것은 200년도 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소금에 절인 생선에 쌀밥을 넣어 자연 발효하는 음식으로 반 년 이상 기다려야 먹을 수 있었던 스시를 하루 만에 먹을 수 있게 된 것은 식초 양조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18세기 후반부터였다.

     

    손으로 쥐어 뭉친 초밥에 생선 등을 얹는 오늘날의 스시는 1825년경에야 탄생했다.


    세계 최초로 증류주가 제조된 지역은 현재 음주를 금지하는 이슬람 문화권이었다고 한다.

     

    문헌에 따르면 기원전 8세기경 메소포타미아에서 처음으로 증류주가 제조됐다는 것.

     

    7세기 초 이슬람교가 막을 올리기 훨씬 이전에 술이 먼저 탄생한 셈이다.

     

    서아시아에서 탄생한 증류주의 제조방법은 아랍 상인들에 의해 인도에서 동아시아와 유럽으로 전파됐다고 한다.

     

    문어와 오징어를 먹지 않는 게르만족의 금기에는 그리스도교와 관련된 종교적 배경이 있었다.

     

    그리스도교의 모체가 된 유대교의 엄격한 ‘식생활 규범’에서 어류를 ‘지느러미와 비늘이 있는 수중동물’로 규정하면서 그 외에는 금기 대상이 됐기 때문이라는 것.

     

    저자는 그리스도교도들이 게 새우 조개 등은 뛰어난 맛 때문에 금기 대상에서 뺐지만 문어와 오징어는 생김새와 빨판에서 연상되는 기분 나쁜 이미지 때문에 계속 먹지 않았다고 말한다.

    식사문화에 대한 설명도 흥미롭다.

     

    저자는 손으로 음식을 집어먹는 행위를 예의 없고 비위생적이라고 보는 인식은 편견이라며 “유럽에서도 오랜 세월 동안 수식문화()가 이어져 왔고 지금도 세계인의 40%가 손으로 음식을 먹는다”고 말한다.

     

    또 인도네시아 등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오른손은 청결하고 왼손은 불결하다는 관념 때문에 오른손으로만 음식을 먹는다고 설명한다.

    황장석 기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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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의 재발견 30선]<14>희망의 밥상


     


    《“우리가 사들이고 먹는 음식에 대해, 누구로부터 우리의 먹을거리를 살 것인가에 대해 윤리적인 선택을 할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실제로 윤리적인 선택을 한다면, 먹을거리가 길러지고 준비되는 과정을 총체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늦지 않았다. 예전처럼 우리의 먹을거리와 가까운 관계를 맺고 먹을거리의 본질과 역사를 이해하며 자연에 가까운 식단을 꾸릴 수 있을 것이다.”》

    내 고장 제철음식이 최고 웰빙식품

    침팬지를 연구하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전해온 제인 구달 박사.

     

    그가 먹을거리에 관한 책을 낸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의아해했다. ‘침팬지 엄마’ 구달이 음식에 대한 얘기를 한다?


    해로운 음식을 고발한 도입부를 읽으면 이 책이 그의 신념과 맞닿은 작업임을 알 수 있다.

     

    과학기술을 동원해 만든 유전자변형식품(GMO), 성장호르몬제와 화학비료를 사용해 길러낸 농작물, 항생제가 범벅이 된 동물성 사료로 길러진 축산물….


    구달 박사는 이런 먹을거리를 만들어내는 거대 농산물 기업과 패스트푸드 업체들에 분노를 표출한다.

     

    이런 위기 상황은 구달 박사가 설파하는 ‘소중한 생명’과 정면으로 대치되는 것이다.


    구달 박사의 조언은 실질적이다.

     

    그는 인간의 몸이 해부학적으로 많은 양의 고기를 자주 섭취하는 데 적당하지 않으며 가축 사료를 만드는 대가로 열대 우림이 파괴된다면서 식단을 채식으로 꾸미기를 권한다.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그는 완전한 채식주의자가 되기 어렵다면 육류의 섭취라도 줄여달라고 부탁한다.


    유기농 식품의 붐에 대해서도 그는 “식품 기업이 갑자기 정신을 차린 게 아니라 보다 나은 먹을거리를 찾는 대중의 요구가 농업의 흐름을 바꿔놓은 것”이라고 짚는다.

     

    그러면서도 유기농 운동에 참여한 대기업에 대해 경계의 시선을 보낸다.

     

    구달 박사는 이들 대기업의 유기농 농장은 농약을 쓰는 건 아니지만 화석연료를 많이 사용하며, 거름과 퇴비를 쓰기보다는 비료를 사다가 밭에 뿌린다고 지적한다.


    저자가 특히 주목하는 음식 혁명은 ‘내 고장 식품 먹기 운동’이다.

     

    자기 고장, 자기 지역에서 난 농축산물을 이용하면 제철에 난 싱싱한 과일과 채소를 먹을 수 있고, 먼 거리까지 운송하기 위해 식품을 과도하게 포장하는 낭비를 없앨 수 있다.

     

    지역 농가를 살릴 수 있으며, 소비자들의 이런 운동은 항생제와 성장호르몬 범벅 식품을 만들어내는 기업들이 궁극적으로 지역 농가 수준의 자연친화적 식품을 만들어내도록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의 걱정거리는 아이들에게 일괄적으로 지급되는 학교 급식이다.

     

    급식을 먹은 아이들이 한편으로는 비만, 한편으로는 영양 부족에 시달리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저자는 아이들의 밥상을 환경 친화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고 독자들이 힘들게, 억지로 저자가 주장하는 바를 따르라는 게 아니다. 각 지역의 고유한 음식 문화는 존중돼야 한다는 게 저자의 전제다.

     

    중요한 것은 “고기를 먹더라도 건강한 환경에서 건강하게, 윤리적으로 길러진 가축으로부터 나온 고기를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의 제안은 처음엔 엄격한 듯 보인다.

     

    그러나 책을 읽어갈수록 “‘윤리적인’ 먹을거리가 지구의 환경과 동물들의 편안한 삶, 인간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며 결국 세상을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준다”는 저자의 믿음에 공감하게 될 것이다.

    김지영 기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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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의 재발견 30선]<15>행복한 만찬


     


    ◇행복한 만찬/공선옥 지음/달

    《그 곡물과 채소와 어패류와 향신료와 열매와 뿌리와 그것들이 그 속에 내장한 그 내력들이 나를 키웠다. 나는 그것들을 먹고, 그것들이 모양으로 맛으로 향기로 빛깔로 말해주는 소리를 듣고, 그것들이 보여주는 몸짓을 보며 컸다. 내가 먹고 큰 그것들을 둘러싼 환경들, 밤과 낮, 바람과 공기와 햇빛, 그것들을 대하는 사람들의 몸짓, 감정들이 실은 그것들을 이루고 있음을 나는 말하고 싶었다. 》

    유년의 밥상, 시큰한 추억

    한 가지 재료에서 느낌도 맛깔도 다른 여러 음식이 탄생한다. 땅과 들밭에 뿌리를 둔 그것들은 계절에 따라 가공하기에 따라 무공무진하게 변신하기에 매끼 정갈히 차려진 밥상 위엔 산천의 사계도 함께 보인다.

     

    사시사철, 때에 따라 소박한 음식을 준비했던 어머니의 손끝맛과 사랑도 함께 느껴진다.


    소설가인 저자는 이 책에서 고구마, 쑥, 무, 다슬기탕, 시래기, 고들빼기, 계란같이 흔하고 흔한 우리 음식들을 그러한 추억의 만찬장 위로 하나씩 불러내 26편의 산문으로 엮어냈다.

    이 책에 나오는 음식들은 무엇 하나 거창하거나 특별하지 않다.

     

    이 땅에서 자란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그에 얽힌 소박한 추억 몇 개씩은 가지고 있을 법하다.

     

    겨울 아침 솔솔 풍겨오는 고구마밥의 냄새, 여름 내 맛있게 먹곤 했던 호박잎쌈과 호박을 숭숭 썰어 넣고 끓인 된장국, 가을의 풍성함을 전해주는 추어탕….

     

    저자는 가공되지 않은 천연의 재료가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올리고 자라나는 과정부터 음식이 불러오는 유년시절의 시큰한 추억까지 꼼꼼히 되짚는다.

     

    고들빼기김치를 보면 논둑에서 고들빼기를 캐다 벌 떼를 만나 도랑물 속에 처박혔던 추억에 쪽파와 함께 섞여 잘 삭은 한 접시의 고들빼기를 좋아했던 동네 풋각시들의 웃음이 함께 떠오른다.

     

    비료공장 노무자였던 아버지를 위해 어머니가 직접 담가 머리에 이고 찾아갔던 시래기된장범벅도 잊을 수 없다.

     

    시래기 다발을 보며 늘 ‘뻐근한 아름다움’을 느꼈던 것은 먹을 것 없던 시절 ‘배곯을 염려’가 덜어졌다는 안심 때문이었지만 지금 눈물이 맴도는 것은 시래깃국이 끓는 동안 들어갔을 어머니의 눈물이 더는 없기 때문이다.

     

    도시에서 자란 이들은 알기 힘든 전통적이고 토속적인 향취도 그득하다.

     

    스스로 거름발 좋은 곳으로 줄기를 뻗어나가는 호박은 측간의 벽과 지붕을 타고 올라 영근 것이 가장 맛있다.

     

    저녁 무렵 눈밭에 고구마를 던졌다가 한밤에 땡땡 언 그것을 깎아 먹는 즐거움, 유월에서 칠월 초쯤 배게 나온 메밀 싹을 솎아 내 무쳐 먹는 맛 등은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아무데서나 나지만 막상 찾으려고 하면 아무데도 없는 방아잎부침개의 향, 배고픈 한여름 별미였던 동부죽 등 촌부들이 즐겨 먹던 소박한 음식들도 맛깔 나게 되살아난다.

     

    이제는 너무 흔해서 소중함을 생각해 보지 못했던 쌀밥의 귀함도 새삼 느낀다.

     

    모내기를 하고 추수를 하기까지 온 가족의 정성이 버무려졌고 찔레꽃 향기와 뻐꾸기 소리, 국화꽃 향기와 쓰르라미 소리가 모두 쌀밥 안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이 말하는 만찬은 산해진미 귀한 것들은 아니지만 평범하고 소박한 음식들을 향해 감사한 마음을 갖게 한다.

     

    우리 산천에서 나는 음식들을 소재로 한 이 이야기들이 산바람, 풀냄새를 물씬 풍기며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제각각 사연 가득한 음식들을 곱씹어 가노라면 한상 푸짐하게 차려진 정갈한 밥상을 받아든 것처럼 배가 부르다.

    박선희 기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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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의 재발견 30선]<16>부엌의 문화사


     


    《여성들은 부엌에서 음식을 하고 불을 때면서 가족들이 건강하고, 안락함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 뿐만 아니라 실제로 조왕신을 부엌 안에서 모시면서 가족의 복을 빌었다. 부엌은 여성들이 함께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교제의 장이기도 하고 시집살이의 서러움을 털어낼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혼자일 때는 사색의 공간이었을 것이다. 집안에 목욕시설이 별도로 없었던 시절에 여성들은 부엌에서 사사로이 몸을 씻기도 했다.》

    주방이 된 부엌, 주부들은 해방됐나

    부엌은 다양한 일들이 이뤄지는 공간이다.

     

    다기능적인 부엌은 ‘아궁이 부엌’에서 초현대식 ‘시스템 키친’까지 지난 100년간 부단히 변해왔다.

     

    전북대 고고문화인류학과 교수인 저자는 부엌 공간과 여성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부엌 생활의 변화를 살펴본다. 부엌이라는 창을 통해 한국 생활문화의 역사를 되짚어 본 것이다.


    부엌은 원래 집 안의 중심에 있었다.

     

    서울 강동구 암사동에 있는 신석기 시대 수혈주거지를 가보면 당시 사람들은 집 한가운데 화덕을 놓고 주변에서 음식을 조리했다.

     

    잠을 자는 공간과 음식을 짓고 먹는 공간이 구분되지 않았다.

     

    철기 시대 이후 부엌은 거주지의 중앙에서 한쪽으로 비켜나지만 부엌은 집 안의 어떤 공간보다 밝은 동향을 차지하고 있었다.

     

    조선시대 부엌은 햇볕이 적당하게 들어오며 통풍이 잘되고 여성들이 왕래하기 편리한 곳에 두었다.


    최초로 현대식 부엌을 갖춘 서양식 주택이 등장한 것은 19세기 말이었다.

     

    일본인의 이주로 일본식 주택이 세워지면서 주택 개량은 신문화운동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당시 주택 개량은 총독부가 주도하거나 남성 지식인이 더 활발하게 주장했다. 가옥을 개량할 때도 여성은 참여의 여지가 없었다.

     

    그렇다 보니 외국의 것을 무작정 모방하거나 외관을 중시하는 상품적 가치에 더 무게를 둔 개량이 이뤄졌다.


    여성들은 외형적으로 개선된 집에 산다는 자부심을 가질지 모르겠지만 부엌일을 하는 여성들의 편의를 고려하지 않은 개량은 오히려 개악에 가까웠다.

     

    일제강점기 서민 주택의 부엌은 대체로 좁고 어두웠으며 환기도 잘되지 않았다.


    이후 1960년대 후반부터 연탄이 활발하게 사용되며 아궁이 구조가 바뀌었다.

     

    나무를 때지 않자 부엌은 연기와 냄새에서 해방됐지만 일산화탄소라는 또 다른 위험요소를 갖게 됐다.

     

    자주 닦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던 놋그릇 대신 양은이나 스테인리스로 만든 식기도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1970년대에는 거실의 연장선에 부엌이 자리 잡으면서 주방이라는 말이 자주 쓰이기 시작했다.

     

    입식 주방이 실내로 들어오며 열린 공간이 된 주방에서 가족들은 식탁에 앉아 밥을 먹고 언제 어느 때든 드나들게 됐다.

     

    1990년대 이후 주방은 전자레인지 토스터 오븐 식기세척기 등을 갖추며 단순 조리공간이 아닌 과학과 예술이 만나 기능과 미를 추구하는 장소로 바뀌기 시작했다.

     

    주부들은 더 좋은 부엌 설비와 더 앞선 기술의 가전제품을 소비하게 됐다.

    남녀평등 의식은 높아졌지만 주부들은 여전히 대부분의 시간을 부엌에서 보내고 있다.

     

    주부들의 가사노동 강도도 크게 줄지 않았다.

     

    부엌과 주방의 외형은 점점 더 과학적, 위생적으로, 아름답게 변화를 거듭한 반면 가족들이 엄마와 아내에게 기대하는 것은 크게 변하지 않은 까닭이다.

     

    저자가 주방이 휴식과 대화의 공간으로 자리 잡기가 만만찮을 것이라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염희진 기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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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의 재발견 30선]<17>헝그리 플래닛


     


    《“이 책에 실린 24개국 가족들의 이야기와 일주일치 식품 사진을 보면 선진국으로 갈수록 가공된 포장 식품을 많이 먹고 있다는 사실을 대번에 알게 됩니다. 한때 이들 나라에서도 전통적인 식품을 많이 먹었지만 가공 식품이 전통 식품들을 식탁에서 몰아낸 것입니다. 식습관의 변화와 더불어 몸을 덜 움직이고 요리를 덜하고 편리한 포장 식품만 찾으니, 왜 선진국 국민이 건강을 위협받을 정도로 영양 과다 상태가 되었고 심지어 비만과 당뇨 등 각종 성인병까지 걸리게 되었는지 아시겠지요.”》

    지구촌 건강 빼앗는 가공식품

    이 책은 24개국 30가족의 식생활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들이 하고 싶은 얘기의 핵심은 서문에 밝힌 대로다. 가공 식품의 범람으로 영양의 균형이 깨진 현대인들의 식습관에 대한 비판이다.

     

    하지만 그런 비판을 전면에 내세우진 않는다.

     

    각국의 가족이 장을 보고 요리를 하고 식사를 하는 것을 그대로 보여줄 뿐이다.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각각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음식뿐 아니라 각국의 고유한 문화도 들여다볼 수 있다.


    호주의 리버뷰에 사는 더그 브라운 씨 가족의 아침식사 주 메뉴는 ‘더그표’ 과일 샐러드다.

     

    과일을 썬 뒤 크림과 설탕을 듬뿍 얹은 것.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이 보통 생각하는 샐러드와는 거리가 있다.

     

    브라운 씨는 시리얼도 망고 주스에 말아 크림을 얹어 먹는다. 그 결과 체내 혈당이 높아졌다.


    부탄에서 매운 고추는 양념이 아니라 야채다.

     

    부탄 사람들은 끼니때마다 매운 고추를 먹는다.

     

    싱케이에 사는 남가이 씨 가족의 저녁 식사는 붉은 쌀밥과 고추, 시금치 카레가 전부.

     

    불교 신자여서 자신이 먹기 위해 동물을 죽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소가 사고를 당해 죽거나 나이가 들어 자연사하면 그 고기는 먹는다.


    라몬 코스타 씨를 비롯해 쿠바 사람들은 1990년대 초까지 마당에서 돼지를 키웠다.

     

    자라면 잡아먹으려고 키운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쿠바에서 돼지를 키우는 집이 거의 없다.

     

    키우지 않더라도 고기를 구하는 게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프랑스 파리 근교에 사는 델핀 르모안 씨는 프랑스 젊은이들이 요즘 미국 음식을 너무 많이 먹어서 전통 요리들이 사라질까 봐 걱정이다.

     

    그도 말은 그렇게 하지만 시간에 쫓기면 가까운 맥도널드에서 끼니를 해결한다.


    저자들은 일본의 한 백화점에서 초콜릿 하나를 정사각형 종이로 싸서 앙증맞은 상자에 넣은 뒤 리본으로 묶는 장면을 목격했다.

     

     “일본에선 음식이란 먹기에 좋아야 하지만 보기에도 그만큼 좋아야 한다는 믿음이 퍼져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패스트푸드가 범람하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사는 크레이그 캐븐 씨 부부는 영양을 고려해 염분이나 지방을 따지면서 장을 본다.

     

    균형 잡힌 식습관을 아이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대개 집에서 식사를 한다.

     

    하지만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는 아이들을 맥도널드에 데리고 간다. 옳은 일을 한다는 게 늘 쉽지만은 않은 법이다.

    저자들은 각 가족이 일주일 동안 먹는 식품을 배경으로 가족사진을 찍는 것으로 취재를 마무리했다.

     

    가공 식품이 수북이 쌓인 미국 가정, 직접 기른 야채들을 가지런히 정리한 에콰도르의 가정, 배급받은 곡물 몇 가지만 달랑 내놓은 차드 난민촌의 가족….

     

    사진 한 장 한 장에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금동근 기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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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의 재발견 30선]<18>이 고기는 먹지 마라?


     


    ◇이 고기는 먹지 마라? ―육식 터부의 문화사/프레데릭 J 시문스 지음/돌베개

    《“육류 식품에 대한 금기는 그것이 존재하는 문화-문제되는 동물에 대한 인식, 그 동물의 사회적이고 경제적인 역할, 인간과 신의 관계, 제례적인 순수성이나 불결성 및 이와 유사한 문제들-를 반영한다. 따라서 한 개인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은 그런 남녀의 육류 식품에 대한 태도를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인도인, 굶어죽어도 왜 소 안먹을까

    이슬람교도들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을까. 인도는 해마다 기근으로 수많은 이가 굶어죽으면서도 왜 소는 잡아먹지 않을까.

     

    남부 아프리카에 사는 반투족이 어류가 풍부한 강 유역에 살면서도 생선을 일절 입에 대지 않는 건 무슨 연유일까.


    미국 오스틴 텍사스대 지리학과에 몸담고 있는 저자가 쓴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육식 터부의 근원을 밝혀보는 글이다. 쇠고기 돼지고기 낙타고기 개고기 말고기 등의 육류와 생선을 금기시하는 세계 각지의 모습을 보여준다.

    육식에 대한 터부나 금지는 평생 지속되는 게 있는가 하면 특정 시기나 특정 상황의 인간에게만 해당되는 것도 있다.

     

    상()을 당하거나 질병이 심할 때, 종교적 금식일에 금지 조치가 내려지는 경우가 그렇다.


    특정 식품을 다른 식품과 함께 요리하거나 먹는 경우에만 금기가 발효되는 경우도 있다.

     

    아프리카 마사이족 전사의 식단엔 고기와 우유, 피밖에 없다. 하지만 결코 고기와 우유를 같이 먹진 않는다.

     

    에스키모는 해산물과 육지에서 나는 음식 재료를 섞지 않는다.


    육식과 관련된 다양한 풍습은 한 가지 원인으로 설명하긴 어렵다.

     

    하지만 육식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즐겨먹는 이유를 물어보면 대부분 비슷한 대답이 나온다.

     

    자신이 먹는 육류는 쉽게 구할 수 있고, 가격이 적당하며, 맛과 영양가가 훌륭할 뿐 아니라 건강상으로도 위험이 없다는 것.

     

    즉, 영양학적 측면과 경제적 측면에서 모두 합리적인 식품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런 관점으로 인류의 육식 습관을 파악하는 것은 상당히 비합리적이라고 본다.

     

    영양학 상 고기가 풍부한 단백질 섭취원이기 때문에 즐긴다면 뱀이나 지렁이는 왜 즐기지 않을까.

     

    경제적인 요인을 보자면 중국인들이 곰발바닥 요리나 제비집 요리 등을 좋아하는 이유는 설명하기 어렵다.


    마찬가지로 이슬람교도의 돼지고기 기피도 종교 때문이라고 단언하긴 어렵다.

     

    사실 중동 지역 역사를 조사해 보면 돼지고기를 먹지 않은 건 이슬람이 전파되기 훨씬 이전이다.


    힌두교도의 쇠고기 기피는 많은 학자가 경제적 요인을 거론하지만 오히려 이것이야말로 종교가 발휘한 영향력을 가장 핵심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육류 터부는 경제와 환경, 종교, 관습 등 여러 측면이 복합적으로 관련돼 있다. 영양이나 경제적인 요인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문제다.

     

    다만 저자가 볼 때 이 모든 육식 터부의 문화는 “건강 및 행복의 유지라는 강력하고도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심리가 식사 습관의 근저에 깔려 있다”고 파악한다.

    저자의 말처럼 어떤 음식을 먹는가는 ‘인류 문화의 맥락 속에 종교 도덕 위생학 생태학 경제의 모든 요인이 이룬 상호작용’을 통해 결정된다.

     

    ‘이 고기는…’은 어떤 주장보다 현장을 중계하듯 세계 각지의 다양한 육류 터부의 문화 및 역사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정양환 기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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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의 재발견 30선]<19>식품전쟁


     


    식품전쟁/팀 랭 외 지음/도서출판 아리

    《“식품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친숙한 부분이다…단골 상점에서 친숙한 상표의 식품을 구매해 일상적으로 먹으며 세계 식품경제와 같은 거창한 문제에 관해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세계 식품경제는 동네의 구멍가게에서 거대 기업에까지 뻗어 있으며 식품의 생산과 처리 방법뿐 아니라 우리의 장기적인 건강과 행복에 미치는 영향에 이르기까지 여러 과제에 시달리고 있다. 바로 여기서 우리는 식품정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식품 정책이란 식품 세계가 움직이고 통제되는 방식을 결정하는 의사결정을 말한다.”》

    과식과 굶주림 뒤의 암투

    이 책은 식품이 생산되고 유통 소비되는 과정에 관여하는 정책을 다뤘다.

     

    유례없이 많은 식품이 생산되고 있지만 공급이 안정적으로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도 크다.

     

    식품의 안정성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영국의 식품정책 학자인 저자들에 따르면 지난 40년간의 식량생산이 기근을 줄였지만 여전히 지구 어느 곳에서는 굶주림이 문제가 되는 반면 다른 곳에서는 과식이 문제가 된다.


    저자들은 식탁 앞에 놓인 먹을거리에 대해 불만을 쏟아내면서도 식품정책은 자신과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세태를 지적한다.

    식품과 질병, 영양과의 관계, 식량이 생산되고 처리되는 방식, 식품을 소비하는 문화, 식품 생산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환경 파괴, 식품 안전 관리 등에서 올바른 식품정책이 나오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식품전쟁인가.

     

    저자들은 식품정책은 사회적인 절차이고 생산에서 소비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의사결정과 활동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이 과정의 참여자들은 서로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경쟁하기 때문에 이를 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식품전쟁의 바탕에 깔린 패러다임 경쟁이다. 저자들에 따르면 지난 200년 동안 식품정책의 패러다임은 생산자 중심이었다.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하고 가장 효율적으로 운송해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은 생산자 몫이었다.

     

    이 패러다임은 소비자를 고려하지 않았으며 이후 소비자 건강이나 환경 보전을 생각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약화되고 있다.

     

    저자들은 지금 식품의 미래를 놓고 경쟁하는 것은 ‘생명과학 패러다임’과 ‘생태학 패러다임’이라고 말한다.

     

    생명과학 패러다임은 유전자조작 기술을 생산에 활용하면서 식품의 영양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2001년 현재 미국의 곡물 재배량 중 68%가 유전자조작 기술에 의존한 것이다.

     

    ‘생태학 패러다임’은 생물학에 기반을 뒀지만 질병과 해충을 억제하기 위해 유전공학보다 자연친화적인 방법을 선호한다.

     

    이런 패러다임들이 경쟁하면서 식품정책의 근간을 형성하고 있다는 게 저자들의 설명이다.

    소비자문화도 식품정책을 결정하는 요인이다.

     

    서구에서 비만은 오랫동안 개인이 책임져야 할 건강 문제로 치부됐으나 이제 그 책임은 식품업계, 특히 패스트푸드업계에 돌아갔다.

     

    특히 이들 업체는 어린이를 고객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단체의 타깃이 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어린이 대상의 ‘설탕 과다 함유 식품’의 TV 광고 규제를 권고했고 미국 여러 주에서는 탄산음료와 스낵에 세금을 부과할 것을 고려했다.

     

    이 같은 움직임이 결과적으로 식품정책의 변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게 저자들의 설명이다.

    윤완준 기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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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의 재발견 30선]<20>음식문화의 수수께끼


     


    음식문화수수께끼/마빈 해리스 지음/한길사

    《“식습관이 자의적이라는 생각은 모든 사람들이 비실용적이고 비합리적이며 쓸모없거나 해롭다고 믿는 많은 이해할 수 없는 선호와 기피의 존재로 인해 강화되어 왔다. 이 책에서 나의 전략은 이러한 요새를, 그것도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경우들을 골라 공격하는 것이며 이것들이 영양학적, 생태학적, 혹은 경제적인 선택들로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개고기 먹는게 혐오스럽다고?

    문화권마다 독특한 음식문화가 있다. 한 문화권의 금기 음식이 다른 문화권에선 대중 음식인 경우도 많다.

     

    중동에서는 돼지고기를 기피하지만 미국에서는 양이나 염소 고기가 인기가 없다.


    이 책은 얼핏 일관성 없고 비합리적으로 보이기도 하는 음식문화의 비밀들을 미국의 대표적인 인류학자인 저자가 문화생태학적인 관점에서 분석한 것이다.

     

    문화유물론자인 그에 따르면 한 지역의 문화적 전통은 인간이 생태계 안에서 생존하기 위해 주어지는 생물학적인 강제다.

     

    얼핏 이상해 보이는 관습이나 문화적 이데올로기를 살펴보면 생물학적인 합리성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생태적 적응을 위해 문화행위들이 이뤄진다는 것인데 이는 음식문화에서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저자는 유대인들은 돼지고기 먹는 것을 율법에서 금하고 있지만 이는 단순히 계율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중동의 기후와 생태, 유목민족의 특성상 돼지를 기르는 것 자체가 힘이 들었고 먹어보지 못해 익숙지 않고 불확실한 음식인 돼지고기를 기피한 것이 그 문화에 반영됐다는 것이다.


    이처럼 저자는 육식의 관습부터 벌레, 애완동물(다른 지역에서 애완동물로 간주되는 동물들)을 먹는 전통, 식인 관습에 이르는 다양한 음식문화를 소개하며 그것이 주변 환경의 조화 속에서 정착된 합리적인 문화임을 보여준다.

    개고기의 일례를 보자.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개고기를 먹는 곳은 가축이 부족하거나 식량으로 개가 중요한 경우다.

     

    하와이인이나 타히티인 등이 그렇다.

     

    특히 폴리네사아인들은 개의 고기뿐 아니라 털 가죽 이빨 뼈 등도 가치 있게 생각한다. 반면 캐나다 북서쪽에 살고 있는 하레인들은 개고기 먹는 것을 상상도 하지 못하는데 그것은 자생적으로 생긴 선호도라기보다 개가 사냥에 결정적 공헌을 하기 때문에 개를 잡아먹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들에겐 대평원의 들소가 식량원이므로 사냥에 도움이 되는 개를 죽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벌레를 먹는 것이 혐오스럽다고 생각하는 것도 편견이다.

     

    가축이 없는 캘리포니아 원주민, 인디언들도 메뚜기 등을 먹었고 겨울을 나기 위해 나방 번데기를 저장해 두기도 했다.

     

    동물성 식품 섭취가 부족한 이들이 벌레로 단백질원을 보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동남아인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이들은 산업화 이전 동물성 단백질, 지방이 부족했을 시기에 벌레를 먹었다.

     

    저자의 논리에 따르면 비합리적이고 원시적이라고 비난받는 식인 풍습에도 비용과 이익의 측면에서는 타당성이 있다.

     

    이런 풍습을 가진 부족들은 전쟁의 부산물로 인간고기를 얻었으며(결코 인간고기를 얻기 위해 전쟁을 벌인 게 아니다) 그것이 일정의 영양원이 돼 주는 건 사실이라는 것이다.

    인간들이 서로 다른 생태적 환경 속에서 적응해 온 과정을, 음식문화를 주제로 쉽게 설명한 덕분에 각 문화권 고유의 특징과 차이점을 비교해 볼 수 있는 게 이 책의 장점이다.

    박선희 기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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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의 재발견 30선]<21>독소-죽음을 부르는 만찬


     


    독소-죽음을 부르는 만찬/윌리엄 레이몽 지음/랜덤하우스

    《“비만한 사람은 집행 날짜를 모르는 사형수와 같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이 사실을 똑바로 보려 하지 않는다. 비만 문제는 정치인들로부터 늘 외면당해 왔다. ‘식습관을 개선하자’고 주장해 생명을 살리는 일은, 선거 때마다 제약회사들로부터 기부금을 받는 정치인들에게는 별 소득이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콜라와 햄버거의 치명적 유혹

    저자는 두 살배기 미국 소년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위스콘신 주 단란한 가정의 막내였던 케빈 코왈시크는 2001년 8월 대장균 O157:H7에 감염된 지 10일 만에 사망했다.

     

    고열에 시달리다 죽은 케빈의 대장에서는 수천 개의 구멍이 발견됐다.


    O157:H7은 공포영화에 등장하는 희귀한 신종 바이러스가 아니다.

     

    동물의 장 속에 사는 흔한 균이다. 케빈의 아버지는 여느 주말처럼 다진 쇠고기로 만든 햄버거를 푸짐하게 구웠다.

     

    그릴에 수북이 쌓인 햄버거 가운데 완전히 익지 않은 어느 한쪽이 케빈의 접시에 올려졌고, 거기 남은 대장균은 어린 케빈이 저항하기에 너무 많았다.


    프랑스인 프리랜서 기자인 저자는 이어서 처음 미국에 왔을 때 뚱보 콤플렉스로부터 벗어날 수 있어 좋았던 기억을 회상한다.

    거대한 슈퍼사이즈 콜라, 바삭하게 구운 기름진 베이컨, 달콤한 캐러멜 시럽이 줄줄 흐르는 애플파이, 촉촉한 바닐라 아이스크림, 팔로 둘러 안아 들어야 할 만큼 큰 팝콘….

    많은 음식을 빨리 먹는 경기를 스포츠처럼 TV로 중계하는 미국에서 저자의 뱃살은 날씬한 편에 속했다.

    이 책은 폭식과 비만에 대한 이런 집단적 안도감을 ‘비만이라 불리는 전염병’의 원인으로 해석한다.

    1998년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을 현대사회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전염병 가운데 하나로 선포했다.

     

     

    비만 전염병은 이미 세계적 현상이다. 2006년 영국의학협회지에 따르면 7∼18세 중국인 청소년 비만 인구는 1000만 명을 넘어섰다.


    미국 청소년들은 오늘도 하루 섭취 열량의 13%를 탄산음료에서 얻는다.

     

    전체 10%의 청소년은 하루 7캔, 즉 2.5L에 이르는 탄산음료를 마신다.


    콜라 1캔을 마시면 하루 권장 섭취량의 2%인 20mg의 칼슘이 몸에서 빠져나간다.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면서도 탄산음료를 소비하게 만드는 주범은 과다한 당분 섭취를 부추기는 식품회사의 광고마케팅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1994년부터 미국에서 제조되는 한 유아용 병 제품에는 펩시콜라, 닥터페퍼, 세븐업의 로고가 달려 있다.

     

    탄산음료 회사들은 이렇게 미래 소비자에게 일찌감치 다가간다.

     

    이런 것들이 비만 전염병을 퍼뜨리는 ‘독소’다.

     

    텍사스에서 인기 있다는 달짝지근한 ‘콜라튀김과자’ 1개의 열량은 600Cal. 프랑스식품위생청이 권장하는 성인 남성의 하루 권장 섭취 열량 2500Cal의 4분의 1에 가깝다.

     

    탁구공만 한 크기의 이 맛있는 튀김과자를 ‘딱 1개만’ 먹고 마는 사람은 없다.

    저자는 지난해 내놓은 ‘코카콜라 게이트’에서도 현대 식품산업의 문제점을 비판했다.

     

    그는 이 책에서 다시 비만의 비극적인 결과가 식품산업 주체들에 의해 의도적으로 외면당하고 있는 현실을 고발한다.

    손택균 기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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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의 재발견 30선]<22>그릇, 음식 그리고 술에 담긴 우리 문화


     


    그릇, 음식 그리고 술에 담긴 우리 문화/최준식 지음/한울

    《“아무 생각 없이 옛날 그릇을 그대로 본떠 만들어 팔아도 문제가 없을지 모르지만 전통을 우려먹는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시대에 맞는 새로운 그릇을 만들어 내지 않으면 도자기 사업의 앞날 자체가 불투명합니다.”》

    ‘밥상 한류’ 꿈꾸는 고수

    이 책은 최준식 이화여대 한국학과 교수와 조태권 광주요 회장의 문답으로 구성됐다.

     

    최 교수가 한국 문화의 세계화를 도모하는 고수들을 찾아 나선 ‘우리 문화 세계화의 고수를 찾아서’ 시리즈의 첫 성과물이다.

     

    최 교수는 “조 회장과 대화를 나누던 중 이러한 ‘고수’들을 소개하면 한국 문화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가 가능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집필 취지를 밝혔다.


    책은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60여 년에 이르는 조 회장의 생애와 프로필을 따라간다.

     

    5·16군사정변 때 부친이 부정축재자로 지목돼 집안이 풍비박산나면서 어려웠던 유년 시절, 고학으로 대학을 마치고 해외 무역에 뛰어들어 거액을 벌었으나 어머니의 강압으로 가업(도자기 제조)을 잇게 된 일화 등이 대화체로 정리됐다.

     

    마치 옛날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술술 넘어가는 재미가 있고, 질문자인 최 교수도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십시오” “음식의 세계화가 왜 필요한 거죠?” 등 적극적으로 조 회장의 대답을 끌어내 궁금증을 해소시켜준다.


    이야기는 일본에 도자기를 수출해 성공을 거둔 조 회장이 음식으로 보폭을 넓힌 대목으로 이어진다.

     

    그가 음식에 관심을 둔 것은 고교 시절을 보낸 일본에서, 음식이 문화상품으로 계발되고 발전된 것을 보고 받은 깊은 인상 때문이다.

     

    조 회장은 책에서 “외국인들이 일본 식당에 가면 음식만 먹는 게 아니라 식사 예법과 술 문화, 다도()를 배우고, 일본 음악이나 방에 걸린 그림에 대해서도 익히게 된다”고 말한다.


    조 회장은 “문화란 여러 요소가 함께 연결되어 있는 것이라 어느 하나만 골라 그것만 발전시킨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며 “음식이나 그릇 등을 세계에 내다 팔 때도 그릇 하나에 그치지 말고 우리 문화를 함께 팔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취지로 그는 강남에 ‘가온’이라는 음식점을 냈다.

     

     ‘가온’에서 개발한 홍계탕, 전복갈비찜, 전통 증류식 소주 ‘화요’ 등 전통 음식은 좋은 반응을 거뒀다.


    두 사람의 대화는 때때로 날카로운 마찰음을 내기도 한다.

     

    최 교수는 “수십만 원에 이르는 홍계탕 같은 요리는 소수 계층만을 위한 문화가 아니냐”며 조 회장의 ‘자랑’을 막기도 한다.

     

    경력 10년 이상 된 도공들을 모아 만든 생활 식기용 고급 도자기라고 하지만, 접시 하나가 수십만 원에 이르다 보니 혼수용 자기라는 비판도 많았다.

     

    조 회장은 “문화를 팔려면 먼저 특수층 문화로 끌어올리고 천천히 대중화해야 한다”며 응수한다.

     

    음식에 대한 쏠쏠한 정보도 많다.

     

    ‘너비아니’를 만들 때 숯불에 구웠다가 급히 물에 담그기를 세 번 반복한 뒤 기름장에 발라 다시 구우면 육질이 연해진다든지, 강한 숯불로 고기의 겉부분을 익힌 뒤, 약한 불로 다시 천천히 구우면 육즙이 보존돼 고기의 맛이 좋아진다는 점 등이다.

    책을 읽다 보면 음식 술 도자기 등 우리가 문화상품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소재가 많은 점에 놀라고, 그것을 계발하기 위해 20여 년을 헌신해 온 조 회장의 집념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유성운 기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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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의 재발견 30선]<23>그림 속의 음식, 음식 속의 역사


     


    그림 속의 음식, 음식 속의 역사/주영하 지음/사계절

    《“사실 음식은 역사의 큰 흐름 속에서 그다지 중요한 변혁을 이끄는 산물도 아니다. 심지어 시대가 바뀌었다고 사람들의 음식 행동이 당장에 바뀌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음식은 시대의 변화상을 가장 늦게 반영하는 ‘역사의 그릇’일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음식의 변화상은 이른바 시대적 ‘유행(Fashion)’이라는 풍속의 그릇에 시대정신을 오롯이 담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장금’은 남자였다?

    눈이 내리는 음력 10월. 산기슭에 화문석을 펼쳐놓은 남자 다섯과 여자 둘이 화로에 둘러앉았다.

     

    화로에는 번철이 놓였고 그 위에 쇠고기로 보이는 고깃덩어리가 익고 있다.

     

    한마디로 권세가들의 고기 파티 현장. 작자 미상인 ‘야연()’이라는 19세기 조선시대 그림 속 풍경이다.


    당시는 제사상에도 쇠고기를 사용할 수 없어 산돼지와 산토끼를 잡던 때였다.

     

    왕실은 수시로 소와 말에 대한 도살 금지령을 내렸다.

     

    소는 이동과 경작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동물이었기 때문. 그럼에도 양반들은 추운 야외에서 몰래 맛보는 육적()의 맛을 포기할 수 없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민속학 전공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조선시대의 풍속화 23점에 ‘고려도경’ ‘동국세시기’ ‘성호사설’ 등 음식사 문헌 사료를 가미해 당시 음식 풍경을 들여다보고 있다.

     


    단오절 씨름판 풍경을 그린 16세기 조선 시대 화가 유숙의 ‘대쾌도’에서는 그림 구석에 서있는 술 장사꾼과 엿장수의 애환을 포착했고, 청나라 사신단 부대표였던 화가 아극돈이 그린 ‘청연’에서는 드라마 ‘대장금’에서 나타난 것과 달리 조선 왕실이 청나라 사신에게 매우 소박한 식사를 대접했다는 사실도 밝혀낸다.

     



    저자는 특히 풍속화 속 낯선 조선의 모습에 주목한다.

     

    이 중 하나가 조영석의 ‘채유’라는 그림이다.

     

    갓을 쓴 내의원 의관이 임금에게 우유로 만든 타락죽을 대접하기 위해 궁중에서 생우유를 짜는 그림을 통해 조선시대에도 우유를 음식으로 즐겼음을 알려준다.

     



    궁중 음식 장만은 남자들의 몫이었다. 1605년 그려진 ‘선묘조제재경수연도’(작자 미상)를 보면 궁중요리를 남자가 맡고 있는 걸 알 수 있다.

     

     이 그림은 나이가 70세 이상 된 부모를 모시고 있는 재상 13명이 참여해 선조의 특명으로 잔치를 벌이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이는 전근대 왕실의 벼슬 체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당시 사람들은 남자가 공식적인 일을, 여자가 비공식적인 일을 맡아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저자는 감칠맛 나는 그림 속 음식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김치가 등장하는 조선의 그림이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조선과 풍속화 속에 보이는 조선의 간극도 드러낸다.

     

    한국의 간판 음식으로 불리는 김치도 100년 전 조선에서는 낯선 음식이었던 것이다.

     

    19세기 말 조선을 찾은 외국인들에게 혀를 얼얼하게 만드는 김치의 맛은 특별했고 1920년부터 문헌을 통해 김치는 조선 음식으로 자리 잡는다.

     

    ‘한국인=김치’라는 등식은 오래된 게 아닌 셈이다.

    무턱대고 믿어왔던, 혹은 그림 속 파편적 모습만을 보고 단정지었던 ‘한국적 전통’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이 책의 부제는 ‘조선의 표상과 실재에 대해 다시 생각하다’다.

    염희진 기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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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의 재발견 30선]<24>패스트푸드의 제국


     


    《“패스트푸드들이 어디서부터 왔고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음식을 하나 살 때마다 그 이면에서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또 이를 만들어내는 길고 짧은 파급 효과는 무엇인지 생각해보라. 그런 다음 주문을 하라. 아니면 돌아서서 매장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라. 아직 늦지 않았다. 여러분은 패스트푸드 제국에서 살고 있지만 아직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다.”》

    햄버거빵에 감춰진 어두운 비밀

    기호의 차이에 따라 맛이나 편리함에 대한 판단은 나뉘겠지만 패스트푸드가 그다지 건강에 유익하지 않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최근 전통음식을 선호하는 ‘참살이(웰빙)’ 바람도 이런 인식에 큰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막상 패스트푸드가 왜 나쁜 음식인지를 지적하는 일은 쉽지 않다. ‘패스트푸드의 제국’은 바로 이 “참깨가 송송 박힌 두 개의 햄버거 빵 사이에 감춰져 있는” 진실을 보여주는 책이다. 저자는 미국 월간지 ‘애틀랜틱 먼슬리’ 기자 출신. 수년간 관련 업계의 그림자를 추적해왔다. 이 책의 부제도 ‘모든 미국 음식의 어두운 면(The dark side of the all-American meal)’이다.

    패스트푸드가 생성된 역사를 짚으며 출발한 책은 일단 이 음식들의 ‘공장식 제조과정’을 거론한다. 수천수만 패스트푸드 직영점에는 엇비슷한 형태의 주방이 들어서 있다. 여기서 일하는 세계 곳곳의 요리사들은 별다른 경력이 없어도 거의 똑같은 모양과 맛을 내는 햄버거를 만든다. 수십 혹은 수백 마리의 다른 가축에서 나온 고기가 섞인 ‘패티(patty)’를 비롯한 모든 재료가 본사에서 내려오며 조리법도 똑같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자는 이 ‘똑같은’ 처리 과정이 이 음식들의 최대 약점을 드러내게 한다고 지적한다. 패스트푸드 유통 구조의 거대화와 집중화로 인해 허점 많은 열악한 작업환경이 빚어진다는 것이다.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이 환경은 ‘병균을 퍼뜨리는 데 매우 효율적’이다. 1993년 미국에서 햄버거를 먹고 700여 명이 복통 증세를 보이다 4명이 숨진 ‘잭 인 더 박스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정부가 나서 조치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은 순진한 발상이라고 말한다. 놀랍게도 미국 농무부는 이런 문제에 효과적인 제재를 가할 권한이 없다. 이른바 패스트푸드업계와 농산물 회사, 정치권으로 이어지는 ‘커넥션’ 탓이다.

    “(대형 농산물 회사들과 패스트푸드 회사들은) 소비에트 인민위원회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들의 정책에 대한 비판을 억누르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농산물 회사들이 지원한 ‘농산물 비방 금지에 관한 법안’은 13개 주에서 통과됐다. (…) ‘농산물 비방’이라는 개념 자체가 위헌 소지가 있지만 그와 상관없이 법률은 시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저자는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이런 측면을 인식하면서도 별다른 비판 없이 일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경계한다. ‘적절한 구매 거부와 소비자 운동’ 등 적극적인 의사 표시라는 무기를 포기하지 말라는 것.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패스트푸드업계에서) 가장 대항하기 어려운 힘이 될 때가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미국 이야기임에도 결코 남의 나라 얘기로 들리지 않는 외침이다. 원제 ‘Fast Food Nation’(2000년).

    정양환 기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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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의 재발견 30선]<25>잡식동물의 딜레마


     


    잡식동물딜레마/마이클 폴란 지음/다른세상

    《“잠시 우리가 잘 생각해보지 않는 사실들, 예컨대 우리가 먹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이 어디서 나왔는지, 그것이 어떻게 우리가 먹는 음식이 되었는지, 그리고 정말로 얼마만한 비용이 들었는지 잘 안다고 상상해보자.…우리가 먹는 음식은 다름 아니라 세상의 몸이다.”》

    슈퍼마켓 음식사슬의 시작은 옥수수?

     

     


    무엇을 먹을까 하는 문제는 잡식동물을 괴롭혀온 오랜 주제다.

     

    초식동물이나 육식동물은 이미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유전적으로 결정돼 있다.

     

    그러나 잡식동물은 다르다. 자연이 차려놓은 수많은 먹을거리 중 어떤 것이 안전한지 알아내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

     

    먹음직스럽게 보이지만 독성이 있는 음식을 먹었다가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고민이 바로 잡식동물의 딜레마다.

     

    인류학자들은 인간의 뇌가 크고 복잡하게 발달한 것도 잡식동물의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서라고 믿는다.


    인간은 오랫동안 시행착오를 겪으며 ‘안전한 식탁’의 규칙을 만들었다.

     

    잡식동물의 딜레마는 사라진 듯 보였다. 그러나 식품 산업의 급격한 발전은 슈퍼마켓을 ‘작은 자연 상태’로 만들었다.

     

    자연 상태에 널린 음식 중 어느 것을 먹어야 할지 고민한 조상들처럼 현대인은 슈퍼마켓에 풍요롭게 진열된 식품 중 무엇을 먹어야 할지 다시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의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현대인이 다시 잡식동물의 딜레마에 빠진 것은 “음식이 어떤 사슬로 연결돼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무관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슈퍼마켓의 닭과 소, 돼지는 피와 뼈가 없는 기하학적 모양이고 흙이 묻어 있던 감자는 깨끗하게 씻겨 잘 잘려 있다.

     

    슈퍼마켓에는 동식물이 가득하지만 동시에 동식물이 없는 세상처럼 느껴진다.


    이런 현실에 대한 비판으로 시작한 저자는 슈퍼마켓에 진열된 음식의 사슬을 거꾸로 추적한다.

     

    그는 이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미국의 경우이기는 하지만 모든 음식 사슬의 처음이 옥수수였던 것이다.

     

    그가 슈퍼마켓에서 본 스테이크의 원래 모습인 수송아지의 사료는 옥수수였다. 옥수수는 닭, 돼지, 칠면조는 물론 메기, 연어의 사료로까지 쓰였다.

     

    연어는 원래 육식 어종이지만 양식업자들이 옥수수를 먹도록 유전자를 변형했다.


    치킨 너깃도 옥수수 덩어리였다.

     

    옥수수 사료를 먹은 닭, 옥수수 가루가 들어간 코팅용 반죽, 튀길 때 사용한 옥수수기름까지…. 치킨 너깃을 먹을 때 함께 마시는 청량음료에도 옥수수가 들어 있다.

     

    탄산음료와 과일 주스는 대부분 고과당 옥수수 시럽으로 맛을 낸다.


    저자의 음식 사슬 추적은 책상에서만 이뤄지지 않는다.

     

    그는 음식 사슬의 처음인 옥수수 재배 모습을 보기 위해 미국 아이오와 주의 한 농장으로 향한다.

     

    또 다른 목적지는 미 버지니아 주의 유기농 농장. 그는 이곳에서 1주일 동안 작물 재배 체험을 한다.

     

    주말의 저녁 식사는 그가 재배한 유기농 작물과 풀밭에서 자유롭게 뛰논 닭이다.

     

    저자는 캘리포니아 북부에서 직접 야생돼지를 사냥하고 버섯을 채취해 요리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저자는 자신이 먹는 음식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 분명히 알고 있었고 음식을 구하고, 만들고, 먹는 모든 과정이 “자연을 문화로 변화시키는 과정”(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임을 깨닫는다.

     

    이 책은 식탁에 놓인 음식 뒤에 감춰진 진실을 찾아 나선 음식 탐험기다.

    윤완준 기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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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의 재발견 30선]<26>서양 음식에 관한 사소한 비밀


     


    서양 음식에 관한 사소한 비밀/김안나 지음/리즈앤북

    《음식은 우리 눈과 입과 마음을 즐겁게 한다. 음식은 이제 생존의 필수조건으로서의 의미를 넘어 가장 일반적이고 대중적으로 향유되는 문화로 자리 잡았다. 그렇기 때문에 음식을 이해하는 것은 그 음식이 속한 문화에 접근하는 가장 ‘맛있는’ 방법이다. 》

    일반인의 두배… 대한 루이 14세

    서양 기독교 전통에서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저녁 칠면조 요리를 먹는 전통은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비엔나에는 왜 비엔나커피가 없을까, 영국인들이 자부심을 가지는 독특한 차 문화는 영국 고유의 전통일까….

    이 책은 영어 출판물 기획, 집필가인 저자가 서양 음식 속에 숨겨진 비밀과 잘 알려지지 않은 짤막한 에피소드를 모은 것이다.

     

    문헌, 사료에 전해 내려오는 역사적 사실도 있지만 신화나 전설에서 유래된 이야기들도 있다.

     

    전문적이거나 진지한 접근이라기보다 음식에 도사린 당대 문화와 풍습을 가볍게 엿보고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정리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역사 속 인물들의 음식에 관한 기이한 버릇은 흥미롭다.

     

    프랑스 루이 14세의 식탐은 전설적이었는데, 매끼 네 가지의 수프, 꿩 한 마리, 닭이나 오리, 샐러드, 양고기, 햄, 페이스트리, 신선한 과일 등을 전부 먹어치우기로 유명했다.

     

    오후 2시 왕이 정찬을 드는 것은 공식적인 행사여서 많은 사람이 몰려들어 왕이 식사하는 모습을 관람했다고 한다.

     

    왕의 사후 시신을 검시해본 의사들은 루이 14세의 위장이 거대했으며 그의 장이 일반인의 두 배에 달하는 것을 발견했다.


    야채가 주요 식품으로 취급되지 않았던 영국 왕실에서는 식물성 음식은 거의 먹지 않았다.

     

    14세기 영국 국왕 리처드 2세가 왕실 만찬을 열기 위해 구입한 식품의 목록에는 멧돼지, 송아지, 양머리, 토끼 등 육식 재료가 포함됐지만 사과 외에 야채는 없다는 점도 흥미롭다.

     

    아스파라거스광이었던 프랑스 철학자, 하루 50잔의 커피를 마시는 지극한 커피 애호가였으나 결국 카페인 중독으로 죽은 프랑스 소설가 발자크의 일화도 소개한다.


    음식의 유래에 관한 사실들을 알려주기도 한다.

     

    ‘블러디 메리’란 칵테일의 유래에는 가톨릭교회의 부활을 위해 신교도들을 처형했던 영국의 메리 여왕과 20세기 초 미국의 금주법이 연관돼 있다.

     

    미국인들이 단속반의 눈을 피하기 위해 술처럼 보이지 않는 술 ‘칵테일’을 개발하던 시절 토마토주스와 보드카를 섞은 칵테일을 피에 비유해 블러디 메리라고 이름 붙였기 때문이다.

     

    레모네이드는 17세기 파리의 거리에서 시작됐으며 중국에서 시작된 차 문화는 20세기 미국인들이 티백과 아이스티를 선보여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됐다.

     

    나라별로 다양한 음식문화를 비교해 볼 수도 있다.

     

    샐러드는 여러 나라에서 먹는 음식이지만 나라에 따라 먹는 순서가 다르다.

     

    영국인은 메인 요리에 곁들여 천천히 먹지만 프랑스인들은 메인 요리 다음에 샐러드를 먹고 미국인들은 메인 요리 전에 먹는다.

     

    식사가 끝났음을 알릴 때 포크와 나이프를 두는 방법, 식사에 초대 받았을 때 들고 가는 선물의 종류도 나라별로 각각이다.

     

    음식에 대한 예의 또한 달라서 중국 등에서는 감탄, 칭찬을 끊임없이 하는 것이 예의지만 서양에서는 음식에 대한 지나친 칭찬은 어색하게 받아들여진다.

    깊이 있는 접근은 아니지만 음식에 관한 다양하고 소소한 비밀들을 섭렵한다면 어느 자리에서건 요긴한 이야깃거리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박선희 기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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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의 재발견 30선]<27>음식의 심리학


     


    음식심리학/리언 래퍼포트 지음/인북스

    《“좋든 싫든 우리가 먹는 음식과 먹는 방식은 우리가 누구인가 혹은 무엇이 되기를 원하는가 하는 문제와 밀접히 결부된다. 즉, 우리는 내적으로 개인적인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서, 그리고 남들에게 특정한 인상을 주기 위해서 특정 음식이나 먹는 방식을 선택한다. 따라서 우리의 식사 행위는 남들이 보는 것을 원치 않을 만큼 은밀한 것일 수 있지만, 반대로 마치 우리가 입는 옷처럼 의도적으로 꾸며 낸 공적 이미지의 일부일 수도 있다.”》

    당신이 먹는 것, 그게 바로 당신

    미국 캔자스주립대 심리학과 교수인 저자는 음식문화를 심리학적 시각으로 해부했다.

     

    심리적 특성이 한 개인과 사회의 음식문화를 어떻게 형성하는지, 반대로 가정이나 사회의 특정 음식문화가 개인과 집단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살폈다.


    음식을 선택하는 이들의 심리적 특성 가운데 저자가 맨 먼저 주목한 것은 ‘동일시’ 현상이다.

     

    예를 들어 세속적으로 신격화된 인물이 추천한 음식을 소비함으로써 우리도 그처럼 성취될 수 있다는 신념에 따라 스포츠 스타의 사진이 실린 ‘챔피언의 아침 식사’를 먹는 현상이다.

     

    이런 행동은 가톨릭 미사에서 예수의 피를 상징하는 포도주를 마시는 것과 기본 심리는 동일하다.


    세대 차도 음식문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

     

    각각의 세대가 저마다 음악, 의상의 독특한 스타일을 만들어 내듯 음식이나 식습관의 고유한 스타일을 창출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피자는 1950년대 젊은 세대를 통해 널리 퍼졌고, 우유와 함께 먹는 시리얼은 1960년대, 샐러드 바는 1970년대 젊은 세대의 음식문화로 등장했다.


    음식은 사회적 의미를 지니는 상징으로도 해석된다.

     

    어떤 음식을 선호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를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화비평가인 폴 퍼셀은 “교육을 잘 받지 못하고 빈곤층일수록 단것을 선호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단맛을 내는 칵테일은 프롤레타리아적 취향인 반면 상류층은 백포도주나 보드카, 혹은 스카치위스키를 선호한다.


    음식과 심리 상태의 관계에 대해 정책적으로 특별히 관심을 많이 쏟는 사회는 군대다.

     

    군대 식량은 사기()의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군 당국은 군인의 사기가 상당 부분 음식의 양과 질에 의존한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단조로운 가공 식품이 군인들의 식욕 감퇴와 우울증을 낳았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밝혀지기도 했다.


    저자는 음식문화의 차이를 만드는 데 이념적 원리까지 작용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모든 사회에서 음식과 관련된 생각이나 행동은 쾌락주의, 보신주의, 영성()주의라고 불리는 세 이념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쾌락주의는 음식의 맛뿐 아니라 미적 감각도 강조한다. 식도락 잡지들이 음식 자체가 아닌 다른 장식까지 화려하게 치장하는 데는 쾌락주의가 깔려 있다.

     

    힌두교인들이 쇠고기를, 무슬림이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것은 영성주의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보신주의는 ‘에너지 생성에 필요한 영양소들 외에 음식의 다른 특질은 무시해 버린 원리’라고 저자는 규정한다.

     

    영양 과학으로 대표되며 열에너지로 환산된 칼로리는 가장 기본적 분석 단위가 된다.

    저자는 이런 논의를 통해 ‘음식은 곧 당신’이라는 명제에 이른다.

     

    개인적 차이에 의해서든 사회적 차이에 의해서든 한 개인이 갖게 되는 음식문화는 그 사람의 정체성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금동근 기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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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의 재발견 30선]<28>음식의 역사


     


    《“문명화된 인간에게는 곡식이 육류를 대신해 식사의 주된 요소가 되었다. 수메르인의 주된 식재료는 보리, 밀, 수수, 콩류, 순무, 양파, 부추, 신선한 녹색상추, 겨자 등이었다. …쇠고기는 그것을 사먹을 여유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보편화되어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는 그 노동가치가 다 없어졌을 때에만 도살되었기 때문에 고기는 몹시 질기고 힘줄이 많았을 것이다. 기원전 2400년경의 궁중 물품명세서에 따르면 사실상 ‘늙은 수소들’은 종종 ‘개의 사료’가 되었다.”》

    신대륙 발견은 절인 쇠고기 덕?

    음식을 중심으로 인류의 역사를 들여다본 책이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저명한 역사가인 저자는 음식이 어떻게 역사에 영향을 미쳤는지 다양한 측면에서 조명했다.

    선사시대 불을 사용해 요리를 하게 되면서 인간은 전에는 소화할 수 없었던 여러 식품을 먹게 됐다.

     

    굽고 끓이는 방식을 익히면서 조리에 필요한 용기도 사용하게 됐다.

     

    토기와 청동기가 발명되기 전 인간이 널리 이용한 조리용기는 동물의 위(). 불을 지핀 뒤 음식재료를 집어넣은 동물의 위를 그 위에 매달아 익혔다.

     

    유목민인 스키타이족은 기원전 5세기에도 솥이 없을 때는 이 밥주머니에 음식을 요리했다.


    인간이 수렵만이 아니라 동물 사육을 시작한 것은 기원전 8920년경이었다고 한다.

     

    처음 길들인 동물은 야생곡식 들판에서 번식하기 시작한 양과 염소. 그 다음으로 기원전 7000년경 돼지가 농가의 헛간에 등장했다.

     

    주요한 식용동물 중 가장 늦게 사육된 것은 사납고 날랜 야생의 소였다.

     

    소는 터키와 마케도니아의 일부 지역에서 기원전 6100∼5800년 키우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시대별 음식에 대한 소개도 흥미롭다. 기원전 4세기경 돈 많은 아테네인들은 과식으로 죽은 돼지를 진미로 여겼고 젖은 곡식을 먹여 살찌운 거위를 즐길 정도로 맛의 쾌락에 탐닉했다.

     

    고대 로마도 그에 못지않았다.

     

    색다른 외국 식품이 유행하면서 로마인들은 절인 야채는 스페인, 햄은 갈리아, 굴은 영국, 향신료는 인도네시아로부터 수입했다.


    중앙아시아 초원인 스텝지대 유목민들이 새로운 방목지를 찾아 유럽과 중국, 인도까지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동물의 피와 말 젖을 식량으로 이용했기 때문.

     

     

    동물 피와 말 젖은 불을 피워 요리를 하지 않아도 됐기 때문에 외부 적의 눈을 피하는 데도 용이했다.


    선사시대 이래 장기여행을 가능하게 해준 것은 휴대식품의 발명이었다.

     

    중국인들은 2000여 년 전부터 말린 뱀을 즐겼고 인도인들은 여행할 때 말린 생선을 가지고 다녔다.

     

    페루인은 육포를 만드는 방법을 개발했다.

     

    또 유럽의 선원들이 장거리 항해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소금에 절인 쇠고기와 돼지고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휴대식품의 도움으로 향신료와 금을 찾아 신대륙에 닿은 유럽인들은 그곳에서 접한 옥수수와 감자, 고추, 토마토 등을 전 세계로 전파했다.

     

    19세기 중후반 영국에서 ‘피시앤드칩스(fish-and-chips·생선튀김과 감자튀김)’가 등장해 번성한 배경에는 증기트롤선 개발과 철도, 냉동·냉장기술의 발달이 있었다.

     

     어부가 생선을 얼음에 채워 빠른 배와 철도를 이용해 도시로 실어 보낼 수 있게 되면서 영국의 대표 음식이 탄생할 수 있었다는 것.

    저자는 “음식은 상업의 영역을 확대하고 침략전쟁을 초래했으며 신세계의 발견을 촉진했다”며 “음식 없이는 역사도 인류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황장석 기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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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의 재발견 30선]<29>스시 이코노미


     


    스시 이코노미/사샤 아이센버그 지음/해냄

    《“스시는 (19세기 중반) 에도()시대에 도쿄의 길거리표 간식으로 출발했는데, 햄버거 튀김 셰이크 같은 음식들을 지칭하는 용어로 패스트푸드라는 말이 사용되기 전부터 1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그 자리를 지켜왔다. 그때부터 본고장의 식품기업들이 일본인의 생활양식과 입맛의 변화에 부응하게 되면서 스시는 변하기 시작했다. 한때 최고의 스시 재료로 쳤던 청새치 대신 참치가 그 자리를 대신하는 등 많은 변화를 거친 것이다.”》

    스시는 변한다, 시대따라 나라따라

    에도시대 손으로 쥐어 뭉친 초밥에 생선살 등을 얹어 먹는 음식이었던 스시는 오늘날 일본인뿐 아니라 세계인이 즐기는 음식이다.

     

     

    미국과 유럽, 그리고 음식문화로 유명한 중국에서도 스시를 파는 음식점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이 책은 스시의 최상품 재료인 참치의 무역거래와 스시가 미국에서 전파되는 과정을 중심으로 스시의 세계화를 탐방한 기록이다.

    신선한 참치의 국가 간 무역거래의 물꼬를 튼 사람은 일본항공(JAL)의 신입사원 오카자키 아키라였다.

     

    화물사업 담당이었던 그는 비행기로 실어 나를 돈 되는 화물을 찾다가 도쿄 최대의 어시장 쓰키지에서 참치에 눈이 꽂혔다.


    참치는 1960년대 후반 이후 스시의 확산과 더불어 최상급 스시 재료로 각광받았지만, 현지 공급은 달렸고 가격은 치솟고 있었다.

     

    오카자키는 우여곡절 끝에 1972년 여름 대서양산 참다랑어를 냉장보관 상태로 뉴욕에서 도쿄까지 일본항공을 통해 실어 오는 데 성공했다.


    ‘비행기 참치 무역’이 성공하면서 세계적인 대서양 참다랑어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1970, 80년대 대서양 북부인 미국 뉴잉글랜드 글로스터 항구에는 참치로 한몫을 잡으려는 어부들이 몰려들었다.


    1990년대 초, 호주의 작은 마을 포트링컨의 어부들은 정부의 어획량 제한에 고심하다 참치양식을 시작하면서 막대한 돈을 벌어들였다.

     

    이후 참치 양식은 세계적인 산업이 됐다.


    스시가 미국 시장에 확산된 것은 20세기 중반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일본 거리인 ‘리틀 도쿄’에서 비롯됐다.

     

    리틀 도쿄의 일식당에는 일본인 이민자의 후손들과 일본 비즈니스맨들, 건강에 관심 많은 미국인들이 눈에 띄었다.


    1960년대 중반 일본의 식품기업 ‘도쿄 가이칸’이 리틀 도쿄에서 왕게 다리와 아보카도, 마요네즈를 넣은 캘리포니아 롤을 ‘백인을 위한 스시’로 내놓으면서 서양인의 입맛에 맞는 메뉴가 추가되기 시작했다.

     

    1978년 스시는 미국 NBC 방송의 인기 토크쇼인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에서 소재로 다룰 만큼 미국 땅에서 뿌리를 내렸다.


    저자는 세계화로 인해 일본 고유의 스시가 본모습을 잃고 있다는 가정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한다.

     

    스시는 고유한 어떤 것이 아니라 시간과 장소에 따라 현지화를 해 온 음식이라는 것이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아보카도와 게살로 스시를 만들고 하와이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임시 식량이었던 스팸을 얹으며, 싱가포르에서는 카레 롤을 만드는 것을 비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스시는 20세기 후반에 돈, 권력, 사람 그리고 시대의 상호 연결성을 규정짓는 문화의 흐름에 따라 발명된 요리”라고 말한다.

     

     보스턴 글로브지의 기자인 저자는 2년 동안 5개 대륙의 14개 나라를 다니며 스시를 취재했다.

    황장석 기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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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의 재발견 30선]<30·끝> 피카소의 맛있는 식탁


     


    피카소의 맛있는 식탁/에르민 에르셰 지음/예담

    《“작품 ‘성게를 먹는 사람’은 날것 그대로의 음식에 탐닉하는 식도락가의 이미지로 덮여버렸다.

     

    생명은 가장 강렬하고도 원초적인 표현으로 그 이미지에 깃들었다.

     

    딱딱한 자세를 취한 채 굳어 있던 군인의 모습은 햇살과 맛있는 성게를 한껏 즐기는 뱃사람의 모습으로 대체되었다. 성게는 피카소가 가장 즐겨 먹던 것 중 하나였다.”》


    음식에서 영감 얻은 피카소

    ‘피카소의 맛있는 식탁’은 이처럼 음식과 예술 사이에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지 살펴본 책이다.

     

    프랑스 잡지 ‘뉴스매거진’ 등에서 일하는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특히 입체파 화가 파블로 피카소(1881∼1973)에게 초점을 맞췄다.

     

    그의 생애와 작품을 통해 음식물 섭취라는 인간(혹은 동물)의 가장 원초적인 행위와 예술의 상관성을 파헤친다.


    책에 따르면 음식과 예술의 관계를 살피는 데 피카소만 한 인물이 없다.

     

    그에게 음식은 “여자와 똑같은 탐미의 대상”(유경희 미술평론가)이었다.

     

    평생 여성을 탐닉한 피카소는 이성을 만날 때 세상에 오로지 그 여성만 존재하는 듯 집중적이고 공격적으로 사랑했다.

     

    이런 태도는 음식에도 마찬가지였다.

     

    송아지 머리 고기를 먹다가 배 속에 들어간 송아지 머리가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 골몰하며 그것을 그림으로 표현하려 했다고 한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피카소가 나고 자란 에스파냐(스페인) 시기를 다룬 ‘축제의 맛’, 그의 예술혼이 꽃핀 프랑스 파리 생활에 초점을 맞춘 ‘예술의 맛’,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머문 프랑스 남부 해안 미디 지방 시절을 다룬 ‘인생의 맛’.

     

     

    지역마다 독특한 향취를 지닌 요리와 음식문화는 피카소의 작품활동에 중요한 모티브가 된다.


    예를 들어 어머니 성을 따라 ‘피카소’로 서명하기 시작한 1906년 여름을 보자.

     

    당시까지만 해도 그는 정물화를 경원시했다.

     

    하지만 당시 머물던 피레네 산맥 지역의 식탁에 흔히 오르던 ‘포론’(뾰족한 주둥이의 항아리)을 좋아했던 피카소는 이를 그리며 진지하게 정물화에 빠져든다.

     

    화가의 예술이 뿌리내린 두 고향, 스페인과 프랑스를 상징한다는 1906년 작품 ‘항아리가 있는 정물’은 이렇게 탄생했다.


    “에스파냐의 자연스러운 소산으로 탄생한 입체파”(미국 평론가 거트루드 스타인)의 효시라 할 만한 작품 가운데 하나인 ‘빵이 있는 정물’(1909년 완성)을 보자.

     

    이 작품의 주요 색채인 초록색과 금빛, 황갈색은 피카소가 즐기던 갓 구워낸 빵과 올리브 잎, 양 넓적다리 고기의 색깔이다.

     

    “피카소의 입체파 작품 대부분에서 찾아볼 수 있는 그 유명한 옅은 초록색”의 출발도 식탁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피카소의 맛있는 식탁’은 20세기 현대미술의 거장을 다룬 평전이면서 그의 작품과 식도락에 주목해 색다른 관점을 전해준다.

     

    피카소의 화폭을 수놓은 예술적 열정은 그가 심취한 음식(그리고 이성)에 대한 열망과 맞닿아 있었다.

     

    음식은 단순한 에너지원이 아니라 궁극적 창조행위의 발현을 돕는 매개체였다.

     

    미래에 알약으로 배를 채우는 세상이 와도 음식이 사라지지 않을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함께 실린 프랑스 음식평론가의 피카소가 즐겨먹은 음식의 요리법도 눈길을 끈다.

    정양환 기자

    ※‘음식의 재발견 30선’의 하나로 소개된 ‘그림으로 본 음식의 문화사’(케네스 벤디너 지음)는 6, 7월에 연재된 ‘여행길, 배낭 속 친구가 되어 주는 책 30선’과 중복돼 ‘피카소의 맛있는 식탁’으로 대체합니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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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의 재발견 30선]먹을거리는 문화이자 역사



    ■‘음식재발견’을 마치며

    ‘2008 책 읽는 대한민국’의 여섯 번째 시리즈 ‘음식의 재발견 30선’이 21일 끝을 맺었다.

    음식의 재발견 30선은 지난달 7일 푸드 칼럼니스트 윤진아 씨의 ‘음식 이야기-한 미각 탐험자의 별미의 과학’(살림)을 소개하며 출발했다.

    이 책들은 교보문고와 인터넷서점 Yes24 도서 담당자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동아일보 문화부가 선정했다.

    시리즈는 음식을 둘러싼 다양한 측면을 들여다보는 책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음식과 관련한 문화사를 다룬 책이 많았다.

     

    누구나 즐겨먹는 면 요리의 전파와 변천을 통해 세계 역사를 살펴본 ‘누들’(시공사)이나 지역 종교 등에 따라 금기하는 육식의 문화를 다룬 ‘이 고기는 먹지 마라-육식 터부의 문화사’(돌베개) 등이 포함됐다.



    음식의 이면에 있는 어두운 그림자를 살펴보는 책도 많았다.

     

    다양한 음식 먹이사슬 속에 숨겨진 위험성을 다룬 ‘잡식 동물의 딜레마’(다른세상)나 음식들이 야기하는 폭식과 비만의 문제점을 지적한 ‘독소-죽음을 부르는 만찬’(랜덤하우스코리아) 등.



    현대인이 즐기는 패스트푸드의 맹점을 추적한 ‘패스트푸드의 제국’(에코리브르)을 쓴 에릭 슐러서 씨는 “별다른 생각 없이 먹고 마시는 음식이 실제로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아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다양한 음식 문화사와 진실을 다룬 이번 시리즈는 결국 음식이 얼마나 인간에게 소중하고 고마운 존재인지 다시금 깨닫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 곡물과 채소와 어패류와 향신료와 열매와 뿌리와 그것들이 그 속에 내장한 그 내력들이 나를 키웠다.

     

    나는 그것들을 먹고, 그것들이 모양으로 맛으로 향기로 빛깔로 말해주는 소리를 듣고, 그것들이 보여주는 몸짓을 보며 컸다.”(소설가 공선옥 씨의 ‘행복한 만찬’ 중에서)



    ‘책 읽는 대한민국’ 시리즈는 올해 ‘새 대통령에게 권하는 책 30선’ ‘인문과 자연의 경계를 넘어 30선’ ‘마음을 어루만지는 책 30선’ ‘여행길, 배낭 속 친구가 되어주는 책 30선’ ‘근대의 풍경 20선’ ‘음식의 재발견 30선’ 등이 연재됐습니다. 12월 8일부터는 추운 겨울, 우리 사회의 어려운 구석을 돌아보자는 취지로 ‘소외된 이웃을 위하여 20선’을 소개합니다.

    정양환 기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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